오늘 소개할 책은 단편소설집입니다. 공포소설로 기괴하고 끔찍한 장면들도 간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 편 한 편을 소름 돋게 읽었습니다. 무서운 영화를 보면 악몽을 꾸는 저인데도 굉장히 스릴 넘치고 멈출 수 없는 가독성으로 손에서 놓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상상도 못해 본, 난생처음 보는 스토리 때문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충격적이면서도 생소하며,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묘사 덕분에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오츠이치 지음 / 김수현 옮김고요한숨 / 2020.02.
▶ 11개의 단편소설 : 일곱 번째 방 / SO-far / ZOO / 양지暘地의 시詩 / 신의 말 / 카자리와 요코 / Closet / 혈액을 찾아라 /차가운 숲의 하얀 집 /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 / 옛날 저녁놀 지던 공원에서
오츠 이치는 “장르를 나눌 수 없는 작가”라고 합니다. 저는 정말 살면서 진짜 이런 장르는 처음 봤습니다. 대단하다, 안 읽어보면 모른다, 이런 소설은 난생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정말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끔찍해서 역겹기도 놀랍기도 하다, 는 생각으로 책을 놓지 못하고 읽었습니다. 그만큼 묘사력이 뛰어나서 이렇게까지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분명 혹평도 많습니다. 개연성이 없다느니 사이코패스가 쓴 글 같다고도 하고요. 전부 맞는 말입니다. 읽다 보면 나도 사이코패스가 될 것 같으니까요. 그렇게 기괴하기에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더 할지 궁금해서, 책을 놓지 않고 끝까지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에서_ 나는 그녀에게 내가 누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그녀의 어두웠던 눈동자 속에 불이 들어온 것같이 느껴졌다.“그럼 이 도랑 상류에 아직 산 사람이 있는 거구나?”산 사람?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너도 보았을 거 아니니? 못 봤을 리가 없어! 매일 오후 6시가 되면 이 도랑에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pp.22-23 _일곱번째 방
책 제목인 '일곱 번째 방'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소년은 눈을 뜨니 누나와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감옥에 감금되어 있었습니다. 방 한가운데로는 도랑이 흘렀고 양옆의 방과 이어져 있었습니다. 시간마다 작은 빵 쪼가리로 식사가 제공되었고, 도랑에서는 악취가 풍겼습니다. 소년은 몸집이 작아 또랑에 들어가 옆방으로 헤엄쳐 갔습니다. 방마다 여자들이 감금되어 있었고, 감옥에 갇혀 외로웠던 그들에게 환대를 받았죠. 그런데 그들은 6시마다 또랑에서 시체가 떠내려가는 걸 못 봤냐는 묻습니다.
도랑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사람들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고, 그 순서대로 매일 같은 시간에 살해당하고 있었던 겁니다. 매일 소년과 누나는 또랑에 쓸려내려가는 작게 잘린 시체 조각을 보았죠. 둘은 살해당할 날을 계산했고, 마침내 그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열립니다.
책에서_ 사진은 봉투에 담겨 있지 않고 그대로 우편함에 들어 있다. 사진에는 인간의 시체가 찍혀 있다. 일찍이 내 연인이었던 여자다. 어딘가 땅에 파인 구덩이에 누워 있다. 시체인 그녀의 가슴 위 상반신을 촬영한 사진인데 사진 속의 그녀는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다. 썩은 그녀의 얼굴에 생전의 인상은 남아 있지 않았다.--- p.97_ZOO
보통 소설이 질렸다? 새로운 장르를 접해보고 싶다? 기괴함, 공포스러운 소설이 끌린다?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울 정도의 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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