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을 알게 된 계기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올리는 피드의 갯수가 늘다보니 가끔 디엠을 통해 리뷰 협찬 제의가 들어옵니다. 출간 예정인 책을 미리 보게 되는 행운을 얻기도 하고, 관심 분야가 아닌 책을 읽다가 그 쪽으로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가끔은 출판사가 아니라 책을 쓰신 저자가 직접 디엠을 주시기도 하는데요. 처음에는 책 욕심이 있는 편이라 감당하지도 못하면서 선뜻 수락했는데, 정작 받고 나서 제가 글을 못 올리는 경우가 있어서 출판사가 아닌 개인이 보낸 디엠은 계정을 보고 수락 여부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도 작가님이 디엠을 주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디엠을 보자마자 기계적으로 주소/이름/연락처를 적고는 바로 책을 검색해봤어요. 작가님 인스타 계정에도 방문해서 올리신 글을 보다가 이 책은 사서 읽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2. 읽고 나서
주문 후 배송을 받았는데, 다른 책을 읽느라 펼쳐보지 못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날 무렵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완독하기로 마음을 먹고 책을 펼쳤습니다.
그주 주말이 다 가버렸어요.
이 책을 들지 않았어야 했는데....조금만 읽다가 밀린 일을 해야지 했는데, 이 책이 나를 놓아주질 않았습니다.
읽은 이상 뭔가를 남겨야 하는 의무감이 들었어요. 뭔가를 남겨야만 한다는 의무감이(독서의 경험은 강렬하=합니다.).
심정우 작가님의 <같이 있고 싶다가도 혼자 있고 싶어>를 읽었을 때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책을 읽고 내가 남겼던 소감 중에 "내향인에 대한 백과사전을 보는 듯 하다"는 대목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작가님이 쓰신 설명들을 읽고 나니 이 책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만큼의 노력을 기울어야 완성된 형태의 책이 나올 수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전혀 산만하지 않았고, 중언부언하지 않았고, 읽기 전에 예상했던 내용과 같지 않았습니다.
표지와 내용이 매칭이 되지 않는데, 조금 더 가벼운 이미지가 실려 있었다면 어땠을까? 오히려 아쉬워졌습니다(제가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충분히 좋은 책인데 많은 이들에게 읽히지 않은 것 같아요).
전문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처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답을 찾고자 노력했어요. 병이 있다는 것은 명백한데, 아무도 병명에 대해 말을 해주지 않을 때의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많은 의사를 만나봤으나 별 문제 없다는 식으로 일축하는 경험을 하다가 어느날 병명을 진단받았을 때의 후련함.
(후련함이란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성인 ADHD 환자가 본인의 쓰라린 경험을 늘어놓는데도, 아이러니하게도 전체적인 느낌은 밝은 톤입니다. 책을 전부 읽게 만드는 힘이 여기에 있었던 것 같아요.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기까지의 시행착오, 좋은 상담자의 자격, 인간관계, 일을 하는 중에 겪어야 했던 낙담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게 중요한데 반복되는 것. 수많은 시행착오와 계속되는 반복, 그리고 지침. 악순환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지쳤기 좋아질 수 있었습니다.
지쳤기에 일을 줄일 수 있었고, 할 수 있다는 의욕이 앞서 에너지를 소진하는 일을 멈출 수 있었어요.
이것은 한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책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퇴고를 거쳤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자기 객관화의 정도와 책에 실린 분량을 보면 아니 에르노의 <여자아이 기억> 확장판에 비견해도 될 것 같아요.
성인 ADHD에 대해 온전하게 이해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조금은 편안하게 반응할 수는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의 기원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합니다.
_____________
"자긴 좀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게 귀여운 거 같애."
"또라이 같다는 뜻이지?"
"응!"
"...."
"근데 또라이 중에 제일 우아해!"
"고맙구나."
애인과 했던 대화다. 204쪽 중에서
______________
3. 글쓴이 소개
매달 18일 읽고 쓰는 소시민
스무살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이후로 한동안 일본소설에 빠져들었다가 점차 가리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한때 독서량에 집착하여 읽은 책의 권수에 가치를 두었으나, 점차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관심을 두는 중이다. 세상은 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은 많다. 그 많은 책 중에서 가끔 발견하는 혼자 읽기 아까운 책들을 소개하고 싶다. 내 개인의 취향이 대중의 취향과 맞아들어갔을 때 희열을 느낀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