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을 잘 누른다. 이렇게 산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습관인지 천성인지 이제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웬만하면 감정이 불쑥 떠오르지도 않는다. 심리상담 몇 번과 약물 치료를 한 뒤로는, 그게 그 감정이었군 하고 뒤늦게 떠오르긴 한다. 마치 윗물에서 한참 전에 띄워보낸 나뭇잎처럼 둥둥 하고 떠내려오는 것이다. 그러면 일 마치고 아랫물 옆을 재빨리 걸어 집으로 가던 나는, 나는 마치 처음 보는 물건인 양 나뭇잎을 건져서 요리조리 살펴보면서 '아, 이건 화였군.'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참말로, 골 때리는 인간이다.
솔직한 성격이라는 것을 내세워 신랄한 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호불호가 아니라 그것이 정답이라는 듯 평가하는 말도 싫다. 진실도 중요하지만 관계를 소중히 하는 사람이 좋다. 나이를 먹으니 알게 된 나의 성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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