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오랫동안 운영하던 네이버 블로그의 이름을 '종말을 대비한 소비 생활'로 바꾸었어요. 미니멀리즘이라든가 지나친 소비주의를 벗어나겠다든가 하는 거창한 지향점보다는 그냥 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사들이는 물건에 대해 고찰해 보고 싶었거든요. 자주 쓰는 휴지부터 큰맘 먹고 산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그리고 10년 넘게 써온 지갑과 자꾸만 새로 사고 싶은 운동화...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가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어떤 사람을 파악할 때는 그 사람의 결제 내역만 살펴봐도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덕 다용도실을 열면서 '종말을 대비한 지구 생활'이라는 키워드로 재밌는 프로그램을 확장해 보고 싶었어요. 처음엔 '프리 아포칼립스 실용 에세이(?)'라는 흥미로운 혼종 책 시리즈를 기획했는데, 꼭 책이 먼저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지속가능한 의생활을 오랫동안 고민해온 다현님이 저의 이런 '망상장場'에 마침 뛰어들어 와주셔서 "내가 편집하는 옷세계"를 열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특정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나를 표현한다, 이 논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특별하기 위해 선택한 물건을 쓰면 쓸수록 변별력 없이 평범한 사람의 대열에 뒤섞이는 기분이 듭니다. 마케팅 회사들은 '트렌드'며 '한정판'을 들먹이며 계속해서 새로운 옷을, 가방을, 신발을, 향수를, 화장품을, 장신구를 사야 한다고 들이밀지만 어쩐지 사면 살수록 채워지지 않는 구덩이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듯합니다.
정말 이상하고 멋진 나, 세상에 유일무이한 나를 표현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끝도 없이 물건을 사들이거나 싫은 물건을 '사지 않기(불매)'라는 소극적 행위로밖에 표현하지 못 하는 '소비자'로서만 남을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내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소비자가 아니라 '편집자'로 정체성을 살짝 전환해보자고 제안합니다. 과잉 생산되는 상품에 내 몸을 맞추지 않고 나라는 사람과 내 몸을 탈탈 털어서 파악하고 기록하고, 정말 내가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며 멋스럽다고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내 삶과 옷세계를 편집하는 겁니다.
그 여정에 다현님이 함께해주실 거예요. 나를 뼛속까지 깊이 파악하는 일부터 나만의 스토리가 있는 표현법과 누군가를 따라하는 패션이 아니라 나를 나답게 만드는 스타일링, 그리고 종말을 대비한 바느질과 수선법까지. 미친듯이 돌아가던 패션 산업의 미싱이 멈추더라도 우리의 옷세계는 끝나지 않을거니까요.
내가 편집하는 옷세계를 경험하고 나면 앞으로는 더 이상 쓸데없는 물건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되고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욱 깊은 맛을 더해가는 나만의 스타일링 방법도 찾게 될 거예요. 저 개인적으로도 6주 간의 여정이 너무 기대됩니다. 함께 나를 찾아, 나만의 옷세계를 찾아 떠날 분들을 기다릴게요!
내가 편집하는 옷세계 신청: https://autilityroom.com/?idx=40
다현 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rkve.dh
횡설수설이긴 하지만 짧게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말하는 영상도 찍어 보았어요. 아직 카메라에 대고 혼자 이야기하는 게 쑥쓰럽지만 점차 나아지겠죠?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유튜브 하는 이야기도 조금 풀어보겠습니다. (할 얘기가 점점 쌓여가네요. 참, 요즘 다용도실 단골 '용크' 님의 두부 이야기도 커밍 쑨입니다. -용크 님, 공개적으로 말했으니 마감해서 주셔야 합니다~😉)
한 가지 더, '다용도 실험실' 오픈톡방을 만들었습니다. 마감다방, 자유일꾼 기획회의, 다용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 재미나고 이상하고 멋진 제 머릿속 아이디어와 제안을 가장 먼저 올리는 톡방이에요. 언젠가 함께 재미난 일을 벌이고 싶은 분들, 계속해서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실 분들도 다 환영합니다. 제가 SNS는 꽤 머리를 써서 올리다 보니(머리 쓴 게 그거라니! 하고 놀라실 수도 있지만...) 단톡방에는 즉흥적으로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많이 던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용도 실험실 입장! https://open.kakao.com/o/gW2S39yg
❤오랜만에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옷세계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이나 의견도 좋으니 자유롭게 댓글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댓글이 저에게는 굉장히 삶의 활력소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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