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락가락 요상하고 습하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어제는 너무 몸이 무거워서 일찍 퇴근해 집에 가서 잠만 잔뜩 잤답니다. 오랜 경험상 지금 눕지 않으면 몸 어딘가로 부작용이 튀어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거든요.
덕분에 오늘은 무사히 일어나서 미뤘던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고 있어요. 간헐적으로 올리던 책덕 유튜브 채널, 혹시 알고 계시나요? (구독 중인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 저는 요즘 세상에서 배워야 살아남는다고 협박하는 많은 것들을, 일단은 대충 배웁니다. 그리고 다 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어쩐지 바보 같이 느껴져서요. 예를 들어 유튜브 쇼츠를 끊임없이 생산해야 한다거나 썸네일을 자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거나 몇 분 몇 초를 지켜야 한다거나 그런 것들이죠.
그래서 유튜브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올립니다. 물론 아주 '아무 생각 없이'는 아니고요. 대신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카메라를 켜서 녹화하고 최대한 편집을 많이 하지 않고 올려요. 썸네일에도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요. 잘 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하면서 잘 해지는 방법을 택했는데요. 해보니 큰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하기에 좋아서 자유일꾼에게 딱 맞는 방법이로군, 하고 생각했어요. 내 안의 '완벽주의'라는 허상만 잘 처리하면(Kill it!) 됩니다. (아마 이 부분을 많이들 어려워하시겠지만, 하다 보면 되는 날이 옵니다.)
최근 영상에서는 지난 주에 다녀온 전주 책쾌에서 만난 책들 이야기를 풀어봤어요. 이제 제법 혼잣말을 잘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중간에 '음...' '이제' '그리고' 같은 쓰잘데기 없는 말은 가차 없이 편집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브루Vrew라는 무료 앱으로 편집합니다.)
요즘 다용도실을 자주 찾는 정규 멤버가 있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신비에 대해서는 저도 이제 막 체험하는 중이라 뭐라 설명할 수가 없군요. 위치가 가깝다고 해서 쉽게 올 수 있는 건 또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아무튼 다용도실에서 자주 교류하는 용크 님이 자발적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나눠주셨어요.
참고로 용크 님은 다용도마켓에서 인기만점이었던 미치에미치라는 액세서리 브랜드를 운영하고 계세요. 모두 용크 님이 직접 만든 것들이고 꽤 많은 목걸이가 다용도실에서 만들어졌답니다. 후후훗! 위 영상에서 차고 있는 흰색 목걸이도 미치에미치랍니다. 각설하고 용크 님의 글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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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용크라고 합니다. 요즘 다용도실에 자주 방문하고 있어요. 다용도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액세서리들은 모두 제가 만든 것인데요. 지난 달 있었던 ‘다용도마켓’ 때 판매하려고 만든 것들입니다. 민트리님이 남은 것을 다용도실에서 당분간 판매해도 된다고 배려해주셔서 마켓 때 진열한 것을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아는 척을 해주시면 할인을 해드립니다. 이외에도 민트리님이 여러 가지 기회를 주시곤 해서 오늘은 뉴스레터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미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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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를 안 드셔봤군요.’
최근 대화에서 제가 한 말입니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데 친근한 마음이 드는 사람에게는 가끔 오버해서 말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웃기려고 한 말도 아닌데 왜 말이 저렇게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먹어본 만큼 맛있는 두부를 먹어본 적이 없으시군요’라고 하기엔 문장이 길게 느껴지고(말을 간결하게 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늘 상대가 제 말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고 부연 설명을 길게 하게 됩니다). 그냥 ‘맛있는 두부를 아는데 혹시 알려드릴까요?’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저런 말이 나온 이유는 대화 상대가 ‘두부는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잖아요. 특별한 맛이 있는 재료가 아니니까요.’와 비슷한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말에 대한 반응이 ‘두부를 안 드셔보셨군요’였는데 실은 상대가 어떤 두부를 먹어왔는지보다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두부가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린다’는 말이었습니다.
약 5년 전부터 비건 지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당을 고를 때면 비건 음식만 파는 비건식당이거나 비건으로 변경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 또는 비건 메뉴가 있는 곳을 찾게 됩니다. 비건 식당보다 비건 메뉴가 있거나 비건 변경 옵션이 있는 식당이 훨씬 많고 외식은 논비건 일행과 하는 일이 대부분이기에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보게 되는 메뉴에는 고기나 생선 등의 단백질을 대신할 재료로 두부가 적혀 있곤 합니다. 두부타코, 두부카레, 두부샌드위치 등 메뉴의 주재료가 되는 논비건 단백질을 두부로 대신하는 건데요. 단백질 섭취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두부라는 대체재가 반가울 수도 있겠지만 맛이 더 중요한 저에게는 이것이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두부가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당연히 저만의 생각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두부를 음식에 어울리게 조리하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봤던 것인데요. 두부를 고기나 생선과 같은 방식으로 조리하고 양념해서 음식을 완성하면 그 음식이 맛있을 확률이 떨어집니다. 두부는 수분이 많은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식품과학회 대두가공이용분과에 따르면 두부는 약 83%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두소에 두부를 넣을 때 세탁기 탈수 기능을 사용해 두부의 수분을 제거하기도 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요즘에는 야채 탈수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런 도구가 없었던 과거에는 세탁기까지 동원해서 두부의 수분을 제거하기도 했습니다.
두부에 수분이 많기 때문에 고기나 생선 다루듯이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살짝 구워서 음식에 넣기만 하면 맛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확히는 두부에 있는 수분 때문에 간이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아 싱겁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죠. 두부를 제외한 음식의 나머지 부분들이 조화롭다면 두부의 밍밍한 맛은 더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입에 짝 붙는 게 아니라 겉도는 맛이 되어버리죠.
두부는 수분을 확실히 제거하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지기 때문에 논비건 단백질 재료를 대체하기에 알맞은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요리사들은 일부러 두부를 얼렸다 녹여서 사용하거나 두부를 잘게 썰어 굽기도 하고 건조한 두부나 유부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부를 논비건 옵션 재료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식당에 바라는 것은 두부가 아닌 다양한 채소를 옵션 재료로 넣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두부에 특별한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맛있는 두부는 상당히 비싸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두부의 맛은 가격과 상당히 비례합니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두부와 두부 전문점에서 만드는 두부는 가격도 맛도 차이가 큽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두부는 ‘황금콩밭’이라는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두부인데 소백산에서 나는 콩으로 매일 새로 만든다고 합니다. 한 모에 650g 정도로 가격은 16,000원입니다. 시중에 파는 두부와 비교하면 꽤 비싼 편입니다. 고기와 생선에 비하면 마냥 비싸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공수하기 수월한 식재료는 아닐 것입니다.
아무튼 맛있어서 비싸고, 비싸서 맛있는 두부를 사용하기 어렵다면 야채를 다양하게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부리또에 두부 대신 감자를 넣으면 어떨까요? 입에서 부드럽게 으깨지는 감자가 부리또에 들어간 쌀과 콩에 환상적으로 어울릴 수 있습니다. 구운 채소도 훌륭한 두부 대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가지는 기름 없이 구우면 수분이 마르면서 쫄깃해지고 특유의 녹진한 맛도 있습니다. 브로콜리는 구우면 고소한 맛이 폭발적으로 느껴집니다. 양배추, 감자, 브로콜리 등의 채소는 단백질 함유량이 다른 채소보다 높아 이 채소들을 충분히 먹는 것으로 단백질을 상당량 섭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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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콩밭
주소: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16길 9 (본점) /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30길 66 (서초점)
추천: 냄비두부조림, 두부전, 오모가리청국장, 황금탁주
비추: 코스 요리, 서초점 방문
참고로 강조 표시는 제가 멋대로 했음을 밝힙니다. 조만간 황금콩밭에 가서 진짜 맛있는 두부를 맛보려고 합니다. 황금탁주도... 마셔줘야 예의일 것 같고요.
❤💕
오늘은 용크 님 덕분에 글밥이 두둑하지만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끌고 싶은 행사가 있어서 홍보를 해야 겠군요. 바로 '내가 편집하는 옷세계' 맛보기 하루방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다현님과 정말 많은 토크토크를 하면서 분명 인생을 바꿀 만한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는데요. 집요하게 내 몸과 내 마음과 내취향을 파악하고(워크시트와 상담), 진정한 패션과 스타일링에 대해 알아가고, 옷의 역사와 나의 관계, 외모지상주의 시대에서 내 몸을 바라보는 방법, 탈코(탈코르셋)과 옷입기, 패스트 패션의 폐해(기후위기)를 제대로 알고 내 삶에 반영하기, 그러면서도 즐겁게 나만의 옷세계를 편집해 나가기, 소재 구별하기, 바느질 기초부터 간단 수선법까지...
6주 과정이 부담스러우시다면 일단 이번 맛보기 하루방(OT)에라도 와보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려 봅니다. 주변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을 해주셔도 좋고요. 이 많은 이야기를 글로 전달할 수가 없어서 다현 님과 영상을 찍어볼까도 생각 중이에요.(아직 다현 님은 모름...ㅋㅋ 다음 주에 바느질 키트 사러 방산시장에 가기로 했으니 그때 찍어보겠습니다.)
저는 집에 지금 수선하고 싶은 옷과 가방이 꽤 많거든요. 벌써부터 쌓아 놓고 내 스타일로 수선하고 싶어서 드릉드릉 하며 기다리고 있답니다. 내 역사를 쌓아가는 옷세계, 얼른 편집하고 싶어요. 함께하고 싶은 분들을 목 빠지게 기다릴게요. 다들 와주세용! [신청하기]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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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저는 “두부를 무슨 맛에 먹지?” 하던 입맛인데요. 콩은 절대 못 먹고 대신 두부를 매우 좋아하는 식구와 같이 살다 보니 살면서 두부를 되게 자주 먹었어요. 지금도 솔직히 ‘두부’의 인상이 슴슴하고 두부두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면 두부의 매력은 그 슴슴한 존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극적인 조리법이나 유행과 어우러지기 좀처럼 쉽지 않은 것도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요? ’두루두루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두부를 향한 편견만큼이나 우리가 손쉽게 오해하게 되는 게 ’두부상‘(= 생김새가 두부처럼 부들부들 보드라워서 마치 성격도 그럴 것 같은 인상을 자아내는 사람을 이를 때 쓰는 말. 당연히 표준어 아님)이 아닐까 해요. 두부도, ’두부상‘ 인간도, 모두 결코 만만하게 볼 만한 존재가 아니니까요. 다들 두부를 조심하세요…(?).
자유일꾼
맞습니다! 두부도, '두부상' 인간도 만만하게 보면 안 되죠. 수분 함량이 높다고 해서 물로 보면 안 되는 겁니다! 이번 기회에 깊게 반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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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영
황금콩밭 두부를 꼭 먹어보고 싶네요. 그렇게 비싼 두부가 있다는 걸, 이 레터를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가지를 참 좋아하는데 다음에는 기름 없이 구워볼게요. 여름에 가지는 정말... 저의 최애거든요. 미치에미치 목걸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
자유일꾼
가지 구이 정말 맛있죠! 초복인 오늘은 다용도실에서 '고주망태 비건'을 합니다. 가지도 굽고 감자전도 부치고 수박도 먹고요! 아영 님도 시원한 초복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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