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왠지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어릴 때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을 보냈던 기억 때문일까? 나에게는 빵을 만드는 친구가 하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빠의 여동생의 딸이니까 친척이긴 한데, 내가 스무 살 때 아빠가 죽은 후로 친가와 연을 끊은 이후로 나는 그를 친구라고 부른다(유일하게 그 친구하고만 연락을 하고 지낸다). 그 친구는 나보다 1년 먼저 태어났지만 내가 빠른 연생인 바람에 동갑 친구처럼 지냈다.
10여 년 전 그 친구가 파리에서 빵 만드는 법을 배우며 일하고 있을 때 잠시 방문했던 적이 있다. 돈이 많은 집이라 유학을 간 게 아니라 (악명높은 SPC 계열사 빵집에서 오랫동안) 스스로 일해서 번 돈으로 간 거였고, 가서도 빵집에서 알바를 하면서 학원을 다녔다. 정이 많고 손이 큰 친구라 만날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해먹이곤 했는데, 생일도 잘 챙겨주고 연말엔 파리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한국까지 꼭 보내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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