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일주일간 건강하고 평안하셨나요?
이전 글에서는 ‘삶의 밀도’가 제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고, 제가 어떤 것들에서 가치를 느끼는지 고민해봤습니다. 저는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지혜를 얻거나, 기술이 숙달되거나, 감정적으로 충족되거나, 물질적으로 충족되는 행동을 할 때 더 행복해지고 삶의 밀도가 높아진다고 결론지었죠.
이러한 저만의 정의를 바탕으로, 다음 몇 개 레터에 걸쳐 ‘한정된 자원 안에서 내 삶의 밀도를 높여주는 일들을 어떻게 더 많이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해소해보려 합니다. 그 첫 단계는 ‘가치있는 선택지의 발견' 입니다. 가치있는 선택을 할 만한 재료들을 많이 얻는다면, 그 재료(정보)를 의사결정 근거나 구매/학습/실험 대상 등으로 삼아 실제 삶의 밀도를 높이는 행동으로 연결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레터에서는 가치있는 정보와 선택지를 주변에서 쉽게 발견하는 데 제게 효과적이었던 세 가지 방법을 공유하겠습니다.
양질의 정보가 알아서 흘러들어오게 한다
데이터가 범람하는 시대라는 말은 이제 식상하기까지 합니다. 2025년이면 24시간마다 새로 생기는 데이터 양이 4630만 테라바이트가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시대에는 당장 알고 있는 지식의 양보다는, 1) 원하는 정보가 어디 있는지 알고 2)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보를 얻고 3) 얻은 정보의 가치와 신뢰도를 판단하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뉴스레터가 3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뉴스레터와 큐레이션 서비스를 구독하고, 좋은 커뮤니티에 속하고자 노력합니다. 제가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양질의 정보가 알아서 흘러들어오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죠. 게다가 그들이 어떻게 정보를 필터링하는지, 가치있는 정보를 어떻게 판별하는지 관찰하면서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학습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유용한 정보를 얻는 원천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뉴스레터 및 큐레이션
저는 긱뉴스(기술/스타트업), 리멤버 나우(기술/경제), LeadDev(리더십/생산성/팀워크), 아웃사이더 기술 뉴스, 프론트엔드 관련 주간 뉴스레터(JS Weekly, TS Weekly, CSS Weekly, Bytes, etc) 등을 꾸준히 읽습니다. 감동받은 강의의 연사나 글의 저자들을 찾아서 구독한 뉴스레터도 꽤 있고요(Brene Brown, Adam Grant, Esther Derby, Stephen Rollnick, Huberman Lab, The Effective Engineer, etc).
엄선된 뉴스레터조차 양이 많아지면 다 소화하기 벅차기에, 무엇을 구독하지 않을지도 제게 중요했습니다. 사용자 컨텐츠 기반의 플랫폼 뉴스레터(e.g., Medium, Quora)는 너무 주제가 광범위하고 흥미로운 글을 발견하기 어렵길래 구독을 해제했습니다. 이전에는 뉴스레터가 없는 블로그를 RSS로 구독해서 읽기도 했었는데 이것도 지금은 안하고 있어요. 충분히 좋은 컨텐츠라면 언젠가 다른 경로를 통해 내 눈에 띌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글보다는 영상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저는 내용을 훑어보기도 어렵고 정보 밀도가 낮다는 이유로 영상보다는 글을 더 선호합니다만, 귀만 열어둬도 된다는 점과 더불어 더 풍부한 컨텍스트(e.g., 제스처, 톤, 분위기)가 포함되어 있어서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는 점에서는 영상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집안일하거나, 운동하거나, 육아하면서 듣기 좋더군요. 사실상 영상보다는 팟캐스트처럼 이용하는 셈이죠.
저는 이런 채널의 영상을 재밌게 봅니다(듣습니다).
- 기술, 특히 프론트엔드 지식과 도구: Google Chrome Developers, Google Cloud Tech, The RoadMap, FE재남
- 관심있는 기술의 컨퍼런스: React, GraphQL, JAMStack, FEConf, JSConf, ...
- 재밌고 유익함: Talks at Google, Huberman Lab, 개발바닥
지난 몇개월간은 Talks at Google이 최고였는데 요즘은 Huberman Lab을 아주 사랑합니다. 생물학과 신경과학 분야의 여러 논문에서 비롯한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삶의 질과 생산성을 향상시켜주는 여러가지 팁을 전해주는 게 완전 제 스타일이에요. 저는 좋은 정보를 얻으면 정리해서 공유하고픈 욕구가 강해지는데, 이 채널의 영상들이 그 욕구를 너무 자극해서... 간신히 자제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하나의 거대한 마인드맵 같은걸로 정리해볼까 싶어요. 이후의 레터에서도 이 채널에서 얻은 정보가 꽤 쓰일 것 같아요.
커뮤니티
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교육은 9년 전 들었던 AC2(Agile Coach Squared)라고 확신합니다. 교육도 좋았지만 그보다는 AC2 수료자들의 커뮤니티에 속하게 된 것이 더 컸습니다.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학습하고 실험하는 동료들이 넘쳐나는 안전한 공간입니다. 그 외 주로 지켜보고 참여하는 커뮤니티는 긱뉴스, 페이스북, 그리고 관심사가 비슷한 지인들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커뮤니티 자체에서도 좋은 정보를 많이 얻지만, 좋은 커뮤니티는 또다른 양질의 정보 원천도 잘 소개해줍니다. LeadDev는 AC2의 지인이 소개해줬는데, 제가 LeadDev에서 본 좋은 글을 요약해서 긱뉴스에 업로드했더니 댓글로 누군가가 Adam Grant의 영상을 언급했고, 그 유튜브 영상의 연관 동영상이 Talks at Google이었습니다. Huberman Lab도 AC2 커뮤니티에서 소개받은 것이었죠.
원하는 정보를 얻는 나만의 방식을 만든다
양질의 정보를 얻은 뒤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거나 탐구해볼만한 질문이 생겼을 때, 저는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커뮤니티와 함께하기를 선호합니다.
커뮤니티에 질문하기
그래서 저는 AC2 디스코드, 긱뉴스 Ask, 페이스북 등에서 꽤 자주 질문하는 편입니다. 이 때는 좋은 질문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문하려는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더라고요. 답변자들의 소중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답이 저절로 나오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난 몇 달간 커뮤니티에 던진 질문 몇 개를 추려봤습니다. 질문하려고 고민한 과정과 답변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대부분의 답변을 실제 실행까지 옮겨보고, 후기도 공유하여 커뮤니티에 환원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게 시간을 들여 답변해준 분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요.
전문가를 인터뷰하기
커뮤니티에 던진 질문을 비동기적으로 답변받는 것보다,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즉시 피드백을 받으면 학습 효과가 더 높아지겠죠. 저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공부'의 대표격이 이러한 전문가 인터뷰라고 생각합니다. 커뮤니티를 통하면 전문가를 찾아 인터뷰할 기회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는 상대방과 라포를 형성하고 좋은 정보를 이끌어내는 스킬도 중요합니다. 저는 김창준님의 과학적 정보수집 대화법 수업과 인터뷰 스킬에 대한 워크숍에서 충격적으로 좋은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배운 걸 토대로 채용 인터뷰 설계도 해봤고, 저의 금융소득을 대신 늘려줄 누군가를 찾는 과정에서도 AC2의 지인을 통한 전문가 인터뷰로 통찰을 많이 얻었어요.
과학적 연구 참조하기
여건상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을 때는 과학적 연구를 참조하려고 노력합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의문의 해답을 찾기 위한 논문 읽기는 별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요. 업무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팀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 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할 때는 연구논문을 읽는 게 합리적 답을 빠르게 얻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몸으로 느끼는 중입니다.
다음은 제게 큰 가치가 있었던 논문 두 편입니다(둘 다 커뮤니티에서 소개받은 논문이었네요). 좋은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이 삶의 밀도를 높이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논문들과 인터뷰 교육에서 얻은 통찰을 채용 및 팀 빌딩에 적용해본 경험을 이후의 레터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흥미롭고 성장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처럼, 저도 일주일에 40시간 이상을 직장 사람들과 함께 보냅니다. 잠자는 시간 빼면 제 삶에서 가족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셈이죠.
그래서 저는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도 삶의 밀도를 높여주길, 즉 보람차고 재미있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일과 삶을 최대한 분리하는 방식보다는 일하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성장할 수 있는 분야에 몸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지난 주는 제가 인공지능 번역 스타트업인 XL8로 이직하여 일을 시작한 첫 주이기도 했는데요. 여기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인공지능 분야가 무척 가치있게 느껴졌으며 팀과 제품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언어 장벽을 없애서, 언어의 차이로 인해 사람들이 잃는 기회를 되찾아주겠다’는 비전도 마음에 들었고요.
탁월한 동료들이 있는 직장은 그 자체로 훌륭한 커뮤니티이기도 합니다. 좋은 직장은 좋은 커뮤니티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까요. 유용한 정보도 많이 흘러들어오고, 전문가를 인터뷰하는 기회도 얻기 쉽습니다. 요즘처럼 비대면이 일상이 된 시대에는 실력 좋고 신뢰할 만한 친구를 새로 사귀기 쉽지 않다고 느껴요. 그래서 원래 알고 지내던 실력자들과의 관계가 더욱 소중해질뿐더러, 그런 실력자들이 여럿 포진해있는 직장도 더 소중해졌습니다.
단, 새로운 가치를 찾아 이직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만 너무 몰입해서 기존 직장에 있는 좋은 분들과의 (이미 맺어진) 관계가 깨지는 실수는 범하지 말도록 주의해야겠죠. 저는 동료의 퇴사 소식을 전체 공지로 고작 퇴사 며칠 전에 알게 되는 게 무척 싫었던터라, 이직 결정을 하면서부터는 협업했던 거의 모든 분들께 개인적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시간은 굉장히 많이 걸렸지만 덕분에 개인적이고 진솔한 얘기를 무척 많이 나눠서, 퇴사하는 마당에 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요약
내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들이지 않고도 유용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두면, 그렇게 얻은 정보를 토대로 삶의 밀도를 높이는 가치있는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저는 세 가지 방법으로 정보 획득 환경을 구축했고 셋 모두 핵심은 ‘커뮤니티’였습니다.
-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정보가 유입되는 좋은 큐레이션 서비스를 구독하고, 좋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합니다.
- 흘러들어온 정보를 더 탐구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탐색할 때 커뮤니티에 질문하고,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과학적 연구를 참조하여 답을 구합니다.
- 일하는 것 자체로 큰 가치를 느끼는 분야에 몸담습니다. 훌륭한 동료들이 있는 직장은 또 하나의 훌륭한 커뮤니티이기도 합니다.
나만의 환경을 구축하여 가치있는 선택지가 충분히 많아졌다면 이제 또다른 선택의 시간입니다. 우리의 돈과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적이니 그 선택지들 중에서도 더욱 가치있는 것들을 골라내야겠죠. 다음 레터에서는 제가 각 선택지의 자원 대비 효용을 어떻게 예측하고 평가하는지 공유해보겠습니다.
당신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지난 레터에서는 이 뉴스레터를 구독함으로써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구독자님에게 가치란 무엇인지 여쭤봤습니다. 제 질문은 대부분 지난 레터와 연결된 녀석일 거라서, 아직 생각해보지 않으셨다면 지난 레터로 가서 10분만 시간을 내보셔도 좋겠습니다.
이번 질문은 본인에게 가치있는 선택지를 발견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Q. 지난 2주간 구독자님이 새롭게 얻은 정보 중 특별히 가치있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 정보가 구독자님에게 왜 가치롭다고 느끼셨나요?
Q. 그 정보는 어떤 경로를 통해 얻으셨나요? 그와 비슷한 수준의 유용한 정보가 지속적으로 구독자님에게 흘러들어와서, 원할 때 쉽게 붙잡을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구독자님이 오늘 바로 실행해볼 수 있는 첫 번째 작은 단계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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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야호
덕분에 저도 불필요하게 구독중인 것들을 정리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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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k
1. 제가 자주 저지르는 안티 패턴중 하나가 "에너지가 생겼을 때 모두 소진한다." 인데요. 제가 오랫 기간 몸이 아프면서 더 강화된 안티 패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몇주간 에너지가 없다가 갑자기 생기면 최대한 뽕을 뽑아야 한다고 느끼며 지냈거든요. 연습한지는 4일차지만 적절한 에너지 레벨인지 더 자주, 더 간단히 센싱하고 지냅니다. 덕분에 4일간의 제 삶의 만족도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ac2 디스코드에서 HRV 번개를 하길래 궁금해서 들어갔다가 우연히 얻었습니다. 디스코드는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읽진 않더라도 모두 읽음 처리 하는 습관이 있는데요. 뉴스레터는 요새 안읽은 메일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연초에 모두 읽음 처리를 했지만, 제대로 읽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 미루게 되는 것 같아요. 어차피 보관되는 정보인데 미련을 버리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 플로우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메일에 들어가 전체 읽음처리를 한다. -> 끌리는게 있다면 디스코드 훑듯이 스킴하고 전체 보관한다.
삶의 밀도를 높이는 여정
최근에 erick님의 안티패턴을 하나 깨달으셨고 그걸 스스로 주의하니까 삶의 만족도가 좀 더 올라가셨군요. 이 정보는 AC2 디스코드에서 얻으셨는데, 디스코드에서 정보 획득을 위해 하는 행동과 비슷하게 뉴스레터에 대해서도 해보고 정보를 얻어보고자 하시는 거고요.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결과가 어떤지도 한번 공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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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yexcels
우연히 들르게 된 장소에서 작성자님의 철학과 생각이 담겨진 좋은 글을 발견하여 기쁜 마음입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드려요. 남겨주신 질문 (2주 간 습득한 지식 중 가치있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데, 의외로 엄청난 시간들을 보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없는듯하여 괜시리 헛헛하네요. 제 것으로 내재화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천이 쉽지는 않겠지만요. 감사합니다.
삶의 밀도를 높이는 여정
beautiexcels님 반갑습니다! 배웠다고 생각한 걸 장기기억에 집어넣고, 실제로 실천해서 삶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가는 게 정말 쉽지 않더군요. 너무 뻔한 말이지만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걸 요즘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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