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감정을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법

그냥 참고 넘기면 괜찮아질까요?

2025.03.05 | 조회 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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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편지

대학원생들을 위한 마음챙김의 공간, 작지만 따뜻한 쉼표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이번 한 주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 주에 망쳤던 일을 수습하고, 또 다른 일로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그래도 사이사이 스레드와 뉴스레터에서 인연이 닿은 또 다른 분들도 만나고, 미국에서 같이 유학했던 피아니스트 언니의 연주회를 핑계삼아 미국에서의 소중한 인연들도 다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어요.

기다리는 소식이 몇 개 있는데, 봄의 시작과 함께 다들 좋은 결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3월, 여러분의 한 달이 행복한 기억들로 가득차길 응원해요!

오늘은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쇄골과 쇄골 사이, 거기서 한 반뼘 쯤 내려온 가슴 한 가운데를 살짝 만져보거나 눌러보시겠어요? 혹시 통증이 느껴지시나요? 저는 그곳을 누르면 아파요. 예전엔 정말 손만 가져다대도 아플 정도였어요.

대학원 3년차였던 2018년 크리스마스 당일, 포르투갈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리다 넘어져서 다리를 심하게 다쳤어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휠체어를 타고 파리, 디트로이트 등 여러 공항을 누볐답니다…) 보건실 같은 학교 클리닉에서는 반깁스조차 안해주고 일단 가보라고 하는데, 몇 번 깁스를 해본 경험이 있던 저로서는 이게 큰 일이다 싶었죠.

다행히 동네에 자녀 교육겸 공부하러 오신 한의사 선생님이 계셔서, 선생님이 제 치료를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여기저기 진찰을 하시더니 아까 말한 가슴께를 눌러보라 하시더라구요.

제 손을 가져다대고 살짝 눌러보게 하셨어요.

“아!! 너무 아픈데요?”

“화병이에요, 그거.”

“네?”

“내가 지금 그거 세게 누르지도 않았어요. 근데 그렇게 거기가 아프면 어떡해. 건강한 사람들은 안아파요.”

화병이라니, 그거 엄마들이 걸리는 병 아니던가?

P.S. WHO에 정말 화병(홧병, Hwabyung)이라는 단어가 등록되어있다는 걸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실제로도 병으로 인정받더라구요. 그 화병이 생기는 이유는 분노를 비롯한 다양한 감정들이 표출되지 못하고 몸 안에 쌓여서 라더라구요. 그리고 그렇게 병이 되는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저는 또 제 일상을 살았어요. 열심히 미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했죠.


저는 감정을 잘 숨기고 살았어요. 포커페이스를 꽤 잘해서, 심리싸움이 필요한 보드게임에서 곧잘 이기기도 했어요. 첫째로서의 책임감, 계속되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마음, 해외에서 혼자 모든 일들을 하려고 했던 경험들, 프로페셔널 해야할 것만 같은 대학원 생활 등의 이유로 감정을 억누르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오랜시간 동안 그냥 하루하루를 견뎌냈을 뿐, 그 과정에서 생겼던 제 감정을 잘 돌보지 못했던 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은 기민하게 알아채면서도, 제 감정을 잘 몰랐어요. 그리고 감정을 알아챈다 해도 표현하는 법을 잘 몰랐죠. (지금도 어려워요.) 사실, 그래서 제 감정들을 모르는 척 했던 거 같기도해요. 그런데 정말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안고 살면, 그게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고 내 몸 어디엔가 쌓이더라구요. 그리고 그렇게 표현되지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담을 데가 없는 순간이 오더라구요.

 

그럴 때, 정말 위기가 와요.

저는 저를 그렇게 한계까지 몰아붙이다 대학원 끝무렵 와르르… 무너진 적이 있어요. 

그렇게 무너지고 회복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다시는 그 감정의 바닥을 겪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혹시 저와 비슷한 분들이 계시다면, 여러분들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에 이 편지를 보내요.


요즘 저는 감정을 조금씩 내비치는 연습을 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고, 서운한 것도, 힘든 것도, 조금씩 내가 믿는 사람들에게 표현을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내 감정을 표현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는 것을 배우는 중이지만, 감정을 다루는 일은 제겐 여전히 쉽지 않아요. 

가끔 감정을 표현하는 거 자체가 어색하기도하고, ‘꼭 표현을 해야하나,’ 싶을 때도 있어요. 가끔은 내 감정보다 더 강하게 표현이 될 때도 있고, 그게 맞는 방법이었나 고민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이런 과정이 쌓이면 언젠가 더 건강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에게 표현하는 게 어렵다면, 글로 적는 것도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도 좋더라구요. 저는 작년에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쌓였던 감정을 그려서 그림을 그려서 작은 전시회에 참가했어요. 그러니까 좀, 그 감정들이 해소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요새는 아침에 하는 모닝페이지에 이런 저런 감정을 적어 정리하기도 해요. 내가 내 감정을 인식하고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돼요. 모닝페이지 노트를 닫을 때, 내 감정들도 거기에 놓고 같이 닫는 느낌이 나서 좋아요.


아직도 부족하지만, 이렇게 계속 표현하고 성찰하다보면 언젠가는 감정을 더 건강하게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 중이에요.

혹시 저처럼 감정 다루는 일이 서툰 분들이 있으시다면, 함께 하실래요?

 

 💡 오늘의 작은 실천                    

1. 오늘 하루, 여러분이 느꼈던 감정을 한 가지라도 표현해보세요.
      “나 오늘 좀 신나!”
      “나 사실 좀 속상했어.”
      “오늘 힘들었어.”
      “좋았어! 기분이 좋네.”
2.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글로 적어보세요.
오늘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하루의 감정을 정리해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감정을 표현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아요. 하지만 감정을 조금씩 표현하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서 모든 게 완벽해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마음을 스스로 보듬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더 나다워지고 있다고 느껴요.

그러니 우리, 함께 연습해볼까요?

여러분의 마음속에 가득한 이야기들이 있다면, 오늘은 조금 더 자유롭게 꺼내볼 수 있길 바라요.

 

 😊 함께 나눠요!                             

이 뉴스레터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지금 느끼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 또는 당신을 위로했던 경험이 있다면 저와 나눠주세요. 익명으로 공유해주신 이야기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소개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답장을 기다릴게요. 😊

💌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다음 주까지,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당신을 응원하며,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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