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처서매직을 기다려 처서가 오면 여름에 눅눅해졌던 마음을 널어놓자했던 지난 주 레터의 제안이 무색하게도, 서울은 이번 한 주도 굉장히 습하고 더웠어요. 처서 매직.. 어디갔죠? 구독자님이 계신 곳의 날씨는 어땠는지 모르겠어요. 한 주를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 주에 처음으로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 앞에서 해봤어요. 여태까지는 주로 수학교육에 관한 이야기, 아니면 미국 대학원 생활에 관한 이야기였어서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제가 정말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도 하구요.
대학원생들을 위한 인플루언서이신 리나몬드님 (@linamond.insight) 주최하시는 “박사들의 수다 2” 세미나에 연사로 다녀왔어요.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박사 후 진로는 무엇이 있을까?’여서 교수, 포닥, 대기업, 창업 및 사업, 그리고 갭이어 이렇게 다섯 가지 주제가 있었고, 그 중에서 저는 마지막 주제였던 갭이어를 맡았어요.
처음 리나몬드님이 연락을 주셨을 때도, 준비를 하면서도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을 전해드릴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보통 어떤 발표든 기한을 꽤 남기고 완성하고 연습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도저히 빠르게 완성이 안되더라구요. 완성을 하고도 연습을 하는 데, 힘들었던 시절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매번 눈물이 나 연습도 세 번 밖에 못하고 들어갔어요.
잘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서 그럴까요? 영상을 다시 보니 어쩐지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보여요. (특히 더위에 다 녹아버린 나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닿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말과 경험이었길 바라요. T인데도 눈물이 나실뻔 했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으니, 그래도 어느 정도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중이에요.
이번 세미나 중에서 갭이어 중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어요.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야기를 했어요.
앞의 세 메세지에 대해서는 레터에서도 몇 번 이야기 한 것 같은데, 4번은 레터에서 아직 다룬 적이 없던 이야기인 것 같아 이번에는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해요.
송혜교 마인드?
송혜교 배우가 유퀴즈에 나와서 대본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이런 마음가짐을 갖는다고 했다고 해요.
“내 것이면 나한테 올 거고,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가겠지.”
저도 사실 이 영상을 보지는 않았었는데, 제가 최근에 기다리던 포지션에서 최종 낙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위로해주시려는 지인분에게 ‘내 자리가 아닌가봐요’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거든요. 그 말을 듣고 그 분이 “오, 박사님 송혜교 마인드인가요?”라고 하면서 알려주셔서 찾아보았더니, 송혜교 배우가 이런 말을 했더라구요.
저는 많은 일에 ‘내 것이면 내게 오겠지. 안되면 내 길이 아닌 거야.’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언제 처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기억하는 제일 오래된 순간들은 2015년 - 2016년 무렵이니, 적어도 10년 정도는 이런 생각과 함께 지낸 것 같아요. LEET와 유학준비를 동시에 하던 순간에도, ‘되는 것이 내 길이다’라고 생각했고, 그 뒤로 잡에 지원할 때, 연구비를 지원할 때 등등 여러 상황에서도 스스로에게 그 말을 해요.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
왜 제가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나, 그 마음가짐이 언제 도움이 되나 생각해봤어요.
첫째, 끝내고 떠나보내야할 때를 정할 수 있어요.
논문을 내야할 때, 장학금이나 연구비에 지원서를 내야할 때, 잡 어플리케이션을 내야할 때. 늘 더 수정해야할 것 같고, 패키지를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마침표를 찍고 보내주어야하죠.
그럴 때 스스로 “내 자리면, 내 거면 내게 오겠지”라는 말을 하며 마무리를 해요. 불안한 마음을 다독거리는 제 방법이에요.
둘째,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기회들을 대할 수 있어요.
이 생각도 첫번째와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보는 것과 같은 상황이 왔을 때, 저는 좀 더 당당하게 나답게 할 수 있더라구요. 내가 전전긍긍하거나, 스스로를 과하게 낮추어야겠다는 생각을 안할 수 있게 도와줬어요.
물론, 오만하게 행동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과 동료로서의 입장에서, 프로페셔널하게 대할 수 있게 도움이 되더라구요. 보통 제가 기회를 구하려고 할 때는 스스로를 낮추어 을처럼 느껴지기가 쉬운데, 그럴 때 ‘나도 너를 인터뷰 하는 거고, 너도 나를 인터뷰 하는 거다’라는 마인드를 갖게 되는데 도움이 됐어요. 왜냐면, 어차피 나한테 올 자리면 내게 올 거고, 안되면 내 길이 아닌거니까요. (제가 미국에 있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긴하지만요.)
셋째,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들을 놓아주는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이 부분이 키가 아닐까요? 사실 지금까지 예시로 들어온 많은 순간들은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우리의 손에 달리지 않은 부분이 더 많더라구요.
누가 지원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누가 심사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국제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모르는 일 투성이고,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이 사실 더 많아요. 작게는 정말 (그렇지는 않기를 바라지만) 심사위원의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서도 바뀔 수 있는 일 아닐까요?
여러모로, 결과는 우리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용도로도 저 말을 자주 되뇌이곤 해요.
마지막으로, 안 됐을 때도 다른 길이 내 길이 있을거라 생각하며 보내줄 수 있어요.
늘 그렇듯, 잘 되는 일도 있고 안 되는 일도 있죠. 이번처럼 잘 안됐을 때도 이 말을 생각해요. 내 길이 아니었으니 안되었겠다고. 물론, 이렇게 생각한다고 마음이 안 아픈 건 아니지만, 내 자리가 아니었노라고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도 조금은 가라앉혀지는 것 같아요. 내 길이 아닌 길이 있다는 건, 내 길도 어딘가에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구요.
여러분도 언젠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내가 최선을 다 하고 그 일을 보내주어야 할 때 이렇게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 오늘의 작은 실천
1.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구독자님을 초조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면, "내 것이면 내게 올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보세요.
2.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보세요.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은 놓아주는 연습을 해봐요.
그리고 이렇게 결과는 내게 달린 일이 아닌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우리는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그 일에 최선을 다해서 보내주었을 때에도 서로에게 축하와 격려, 칭찬을 해주어야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과 함께 오늘 레터를 마무리해볼게요.
다음주까지, 구독자님의 하루가 조금 더 가볍기를 바랄게요
당신을 응원하며,
지혜
😊 언제나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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