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해진 마음을 바람과 햇볕에 말려보는 시기

행복을 미루지 않고 지금 누리는 법

2025.08.20 | 조회 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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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편지

대학원생들을 위한 마음챙김의 공간, 작지만 따뜻한 쉼표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한주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조금 심심한 연휴를 보내고, 일요일 밤에 갑자기 월요일 부산행 기차를 끊어서 부산에 다녀왔어요. 올 여름에 아직 제대로 바다를 보지 못해서 바다가 보고 싶었거든요. 기분이 안좋을 때 제 특효약은 바다예요! 구독자님은 구독자님만의 특효약이 있으신가요? 강원도는 날씨가 흐리다기에 조금 멀더라도 부산으로 내려왔어요. 그런데 부산도 살짝 뿌얘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바다 앞에 앉아있다 누워있다가 왔어요.

새벽 네시반에 집에서 나서서 자정이 넘어서 귀가한 서울-부산 데이트립!
새벽 네시반에 집에서 나서서 자정이 넘어서 귀가한 서울-부산 데이트립!

제철에 누리는 행복에 대하여

요새 저는 문득 제 구독자님들이, 구독자님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요. 학계에 계시는 분들이 많을지, 아니면 다른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많을지도요.

제게도 큰 의미는 없지만, 평생을 학교와만 연이 있게 살아서 그런가 8월 말이 되면 새학기를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지금은 준비해야할 건 없는데, 그래도 그런 느낌이 든달까요?

그래서 오늘 레터는 조금 가볍게 가보려구요!

최근에 김신지 작가님의 『제철행복』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한 해를 시기별로 나누는 조금 더 작은 단위, 24절기에 관한 책이에요. (TMI: 놀라운 점. 24절기는 음력이 아니라 양력이랍니다!)

각각의 절기가 어떤 의미인지,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그 시기를 보냈었는지 그리고 작가님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그런 이야기가 쓰여있는 책이에요.

이 책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제철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자!!”이런 내용이에요.

예를 들면, 지금 우리는 입추를 지나 처서로 향하는 중이에요. 그러니, 지금은 입추! 입니다. 입추에 대해서 책은 이렇게 말해요.

구름을 관찰하고 기록할 시간, 노을을 감상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실제로 근사한 구름만 찍어서 기록해두는 나의 ‘구름 수집’ 계정은 이 무렵에 가장 바빠진다. 기록에도 제철이 있는 셈이다.

김신지, 『제철행복』

근데, 정말 요맘때쯤엔 습기가 가득차 하늘이 아주 예쁘답니다.

구름과 노을들 정말 예쁘죠? 요새가 즐기기에 정말 딱이랍니다! 
구름과 노을들 정말 예쁘죠? 요새가 즐기기에 정말 딱이랍니다! 

입추의 노을을 여러분도 한 번 즐겨보세요.

인스타나 스레드에 가끔 하늘을 올리면, ‘아 오늘 하늘이 이렇게 예쁜지도 모르고 하루를 보냈네요’하는 댓글이 달려요. 그러면 그 분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마음이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우리 모두, 하루에 한 번쯤은 하늘을 보고 살았으면 해요.


눅눅한 마음을 넣어놓을 시간

그리고 그 시기가 지나면, 이번주 토요일인 8월 23일부터 우리에게 곧 다가올 절기인 ‘처서.’ 처서는 ‘처서매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름과 작별하고 조금 선선한 바람과 쨍한 해를 만나는 시기라고 하더라구요.

한지로 만들어진 듯 습기에 약한 마음은 햇빛과 바람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옷과 책 뿐만 아니라 마음도 햇볕 좋은 시기에 정기적으로 말릴 일이다.

김신지, 『제철행복』

그래서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처서 무렵의 숙제는 ‘여름 내 눅눅해진 나를 데리고 나가 햇볕과 바람에 말리기’입니다.

올 여름 저는 정말 유난히도 덥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정말 날 눅눅하고 습했던 날씨처럼 제 마음도 많이 눅눅한 시간을 보냈구요. 그 눅눅한 마음을 떨쳐내고자 아직 처서는 아니지만, 조금 이른 숙제로 시간을 내서 부산에 다녀왔어요. (전날 밤 10시에서야 그 다음날 5시 18분 기차를 끊은 저, 대단하죠?)

아직 처서가 아니라 그런가, 여전히 더웠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삐질삐질 나더라구요. 당일치기라 옷도 안가져왔는데, 옷을 킁킁 대며 확인하게 되더라구요. 용궁사와 해운대를 지나, 늦은 오후에 광안리에 도착했어요. 동쪽 해변이라, 빌딩과 황령산 뒤로 해가 숨어 바닷가에 그늘이 져서 혹시 몰라 가져간 비치타올을 깔고 앉아(누워)있을만 하더라구요. 

저는 바다에 가면 “당연히 들어가야지? 왜 모래에 있어..?”라는 편인데 이번엔 짐을 최대한 줄여 가고 싶었던거라 바다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스노클 세트도 동남아 여행 간 여동생이 들고가버렸다는 사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있는지 알겠더라구요. 가끔씩 차갑다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도 부는 게, 기분이 좋았어요. 탁 트여있는 공간에 있는 기분이 느껴지더라구요.

누워있다가 옆을 보니, 제 옆에도 쪼르르 다 똑같이 누워계시는 분들이 보이더라구요.

다들 그렇게, 여름을 지난 마음을 널어놓는 시간을 보내고 계셨을까요?

구독자님도 마음이 조금 눅눅해지셨다면, 그 마음을 널어놓을 수 있는 처서가 되셨으면 해요. 가을 쨍쨍한 볕에, 마음을 내어놓아보자구요.


쉼이 필요한 때를 아는 지혜

그러다 일어나 저기 멀리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터지는 작은 불꽃 놀이를 보고, 버스킹 공연을 보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단순하죠? 그래도 이런 시간이 있어야 또 움직일 힘이 생긴다는 걸 알아 자꾸만 움직이게 돼요.

책에 이런 구절도 나와요.

열아홉 살까지 살았던 시골 마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야말로 정말 중요했다. 여름이면 해가 높이 뜨기 전인 아침과 맹렬한 더위가 좀 수그러든 저녁에만 들판에 나가 일을 하고, 쨍쨍한 한낮에는 모두가 쉬었다. 그래야 무사히 기운을 회복해서 진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럴 때 나무 그늘에서 쉬는 사람에게 누구도 게으르다고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낮에 조금 더 일을 해놓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람이 있으면 나서서 말렸다. 그러다 큰일 난다고. 괜한 욕심 부리지 말라고. ...무리하면 지치는 법이니 지금 지쳐 있다면 그건 필시 무리했다는 뜻이리라. 내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한낮에 기어 코 뙤약볕으로 나가듯 살았던 시간이. 그땐 그게 내 삶을 위한 최선의 열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을 좋아하지도, 나를 좋아하지도, 삶을 좋아하지도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일상에 적색등이 켜진 것 같았다. 그럴 때 해야 하는 일은 하나였다.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멈추는 것. 무리한 몸과 마음이 회복될 만큼 충분히 쉬어가는 것. 성실히 일했다면 그만큼 성실히 쉬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김신지, 『제철행복』

만약, 지금 너무 지쳤다면- 지금 무리했다는 말이래요. 그럴 때는 충분히 회복할만큼 쉬어가야한다구요.

농사철에 해가 쨍한 시기에 위험한 시기에 일을 쉰다고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그게 당연한 것처럼 구독자님이 쉬어야한다는 생각이 들 때는 쉬어갈 수 있길 바라요. 그런 쉼이 당연한 사회가 되면 참 좋겠어요.

 

 💡 오늘의 작은 실천                    

1. 오늘 하루 중 한 번은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구름의 모양이나 노을의 색깔을 잠깐이라도 감상해보는 거예요.
2. 내 마음이 조금 눅눅하다고 느껴진다면, 햇볕이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말려주는 시간을 보내주세요.

 

제철의 행복을 조금씩 누리고, 소소하게라도 순간 순간일지라도 여유를 누리는- 구독자님의 남은 2025년이 되길 간절히 응원할게요.

 

당신을 응원하며,

지혜

 

😊 언제나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기다립니다💝    

 P.S. 지난 주에 후기를 보내주신 이야기들 중에, 오늘의 편지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은 후기를 하나 나눠요. "우리 모두는 모두 각자의 방식과 속도로 끊임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말씀이,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여유로워지기를 바란다는 말씀이 오늘 편지와도 와닿는 것 같아요.

정말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

첨부 이미지

후기 보내주신 분들 모두 정말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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