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한 주도 잘 보내셨나요? 1월에 시작한 레터가 벌써 5월이라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아 신기해요. 저는 다시 파리에 돌아와 대학원 때 친구들을 만나고 있어요. 대학원 친구들을 유럽에서 만난다니,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신기하고 더 반가워요. 해외생활을 하다보면 멀리 사는 친구가 여럿 생기기 마련인데, 자주 못보니 가끔 보는 그 날들이 더 애틋하고 소중한 거 같아요.
지금은 그 중에서도 가장 긴 시간을 함께 다녔던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중이에요. 그 친구 가족들이 친구와 제가 오랜만에 만나는 것과, 언제 또 만나는 지 모른다는 걸 이해해주셔서 아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중이에요. 친구 가족들과 이렇게 친해진 적이 있나 싶지만, 감사하게도 매일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요.
파리는 아마, 아주 좋은 기억으로 제게 남을 것 같아요.
오늘은 지난 주에 스쳐갔던 스레드가 계속 생각이 나서, 그에 관한 글을 써볼까해요.
“내가 문제인 걸까?“
해외 생활을 하신지 2년정도 된 분이 여전히 영어가 편하지 않다는 고민과 걱정을 털어 놓으신 글이었어요. 그 글을 읽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7년 반을 해외생활을 했지만 저는 영어가 아직도 편하진 않고, 여전히 친구들과 대화하다보면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묻는 경우가 많아요. 못 알아들었지만 알아들은 척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구요.
하지만 그 스레드가 마음에 남았던 가장 큰 이유는 그 스레드의 첫 문장이 “What’s wrong with me?”였기 때문이에요. 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 문장이, 과거의 제가 생각나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무언가 힘든 일이 있을 때, 저는 원인을 저한테서 찾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나 왜이러지?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했던 경우가 많았어요. 사실 제3자로 바라보면, 혹은 다른 사람이 내가 겪는 일을 똑같이 겪었다면 제가 '지금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당연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라고 말했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말이에요.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바꾸는 거보다 나를 비난하는 게 가장 쉬운 일인데다가, '나'는 늘 완벽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나를 비난하고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구독자님은 그러신 적 없나요? 스스로에게 친구에게 하지 않을 말들을 던지는 일 말이에요.
나에게 더 엄격한 이유
저는 스스로에게 더 높은 잣대를 들이밀고 더 엄격한 편이었어요. 사실 솔직하게는 지금도 그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구요.
그러다 어느 순간 '왜 나는 나에게 더 엄격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의 실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왜 나는 달라야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남들보다 더 나아야한다는 마음은 어쩌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우월감이라기보단, 오히려 내가 부족하기 때문에 잘 해서 메꾸어야한다는 불안함에 가까웠던 거 같아요. 내가 나 스스로를 잘 믿지 못하고,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데서 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대학원 생활을 하다보면 끊임없이 평가를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거 같아요. 지도교수님한테 미움을 받을까봐, 실수를 한 번 하면 내가 여태 쌓아온 좋은 이미지들이 다 무너질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죠. 물론 제 지도교수님은 아주 좋은 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늘 교수님한테 잘 보이고 예쁨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긴장하면서 지냈어요. 단순히 대학원 생활 때문만은 아니라 해외에서 혼자 살아남아보고자 버티려는 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 때 그 시절을 생각하면 늘 긴장하고 살았던 제가 떠올라요. 저만 혼자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같이 미국에서 지냈던 분들이 한국에서 절 만나면 정말 다르다고 말씀해주세요.
미국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편안해 보여.
저는 '나 스스로를 위해'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치면서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게 저를 지키는 게 아니라 저를 지치게 만드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내 감정을 존중하는 연습
그래서 요새는 “나 왜 이러지?”와 같이 나를 비판하려는 혹은 내 탓을 하려는 마음이 슬금슬금 나오면 한 걸음 떨어져서 보려고 노력해요.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이런 상황일 때 내가 어떻게 얘기할까? 그렇게 느끼는 것들이 당연하다고 괜찮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그 사람들의 탓이라고 생각할까?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는 그 상황에서 그렇게 느끼는 것들이, 아니면 어려워하는 것들이 자연스럽다는 쪽으로 결론이 흘러요.
‘그래,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 것도 당연해.’
라고 스스로에게 다독여주려고 노력해요. 내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연습을 하는거죠. 물론, 쉽지 않지만 노력 중이에요. 친구들이 힘들다고 하면 금세 그런 말을 건네면서도, 정작 나에게는 해주지 못했던 말인 거 같아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누구보다 상냥해야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는 누구보다도 오랜 시간 자신과 함께 살아야 하니까요. 내가 나를 지켜야 하니까요.
내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연습. 물론, 쉽지 않지만 노력 중이에요.
혹시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저와 함께 연습해보시겠어요?
💡 오늘의 작은 실천
1. 오늘 하루, 스스로를 비난하는 마음이 들 때 잠시 멈추고 "내가 친구에게는 어떻게 말해줄까?"라고 생각해보세요.
2.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당신이 잘한 일 하나를 찾아보세요.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아요.
3. 작은 노트에 "지금의 나도 충분해"라고 적어두고, 자기 비난의 순간이 찾아올 때 그 메모를 보세요.
😊 함께 나눠요!
이 뉴스레터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지금 느끼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 또는 당신을 위로했던 경험이 있다면 저와 나눠주세요. 익명으로 공유해주신 이야기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소개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답장을 기다릴게요. 😊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친구에게 하듯 다정한 말을 건네는 한 주가 되길 바라요. "나 자신에게 내가 제일 상냥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이번 한 주는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보아요!
그때까지,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당신을 응원하며,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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