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한 주는 잘 보내셨나요? 8월 초는 휴가철이라 그런지 서울이 조금 한가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구독자님은 올해 어디로 휴가를 다녀오셨나요?
저는 친구들과 은평 한옥마을로 휴가를 다녀왔어요. 예전에도 북촌에 있는 한옥 스테이를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오래된 한옥의 운치가 좋았고, 이번에는 새 한옥의 깔끔함이 나름대로 편하고 좋았어요.
그리고 이제는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노는 경우가 잘 없는데, 이번에는 정말 오랜만에 마피아류 게임을 다들 가져와서 새벽 늦게까지 보드게임을 했어요. 구독자님도 마피아류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저의 최애는 아발론인데, 아무도 끝까지 죽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에요. 관심 있으시다면 추천할게요!
그렇게 한 숨 돌리고 나서야, 이번 달에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리스트를 적었어요. 이제는 다시 기운을 차리고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어요. 사실 지난 주에 구독해주시는 분들에게 연락을 여럿 받았어요. 위로도 많이 해주셨구요! 감사합니다🫶 저 이제 많이 괜찮아요.
미지의 서울, 그리고 한 줄의 위로
7월에 논문 쓴다고 바빴지만, 틈틈이 본 드라마가 있어요. 바로 "미지의 서울"이라는 드라마예요.
방영 중에는 친구들이 보라고 해도 뭔가 1인 2역하는 유치한 드라마가 아닐까, 혹은 너무 우울한 드라마는 아닐까 싶어 보지 않았는데요. 하도 주변에서 극찬이 들려 결국 보게 된 드라마였어요.
결론은? 보길 잘했다.
박보영 배우가 연기를 정말 잘해서 이게 1인 2역이 아니라 그냥 두 사람처럼 느껴지더라구요. 미지의 서울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만 설명해볼게요.
미지와 미래, 두 쌍둥이의 이야기를 다뤄요. 언니인 미래는 태어날 때부터 아팠지만 공부를 잘했고, 동생인 미지는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그래서 미지는 어렸을 때부터 언니에게 모든 관심이 가는 경험을 자주 하며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때 마침 육상이라는 재능을 발견하게 되고, 뛰어난 재능으로 스스로의 효능감을 느끼며 살아가요. 하지만 한 대회에서 달리기를 하다 넘어져 더 이상 육상선수의 길을 걷지 못하게 되고, 깊은 동굴 속으로 스스로를 가둬버려요.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다루는 게 드라마의 주된 내용이에요.
"살자고 한 짓은 다 용감한 거야"
제가 오늘 구독자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미지의 할머니가 미지에게 해주는 말이에요.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 미지가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난 뒤, 위로하러 온 할머니에게 미지가 이렇게 말해요. 이렇게 숨어버린 스스로가, 다시 아무것도 아닌 상태가 된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스스로가 한심해서요.
"할머니, 나 너무 쓰레기 같지?"
그때 할머니가 이렇게 대답해줘요.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야? 소라게가 잡아먹힐까봐 숨으면 겁쟁이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미지도 살려고 숨은 거야. 암만 모냥 빠지고 추저분해 보여도 살자고 한 짓은 다 용감한 거야."
<<미지의 세계>> 중에서
이 말이 위로가 되어 꽤 많은 눈물을 흘렸어요.
저도 정말 너무 힘들어서 휴직하고, 퇴직하고 쉬었지만 그래도 제 마음 한가운데에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니까요.
'왜 그것도 버티지 못했지?' '내가 더 버텼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마음 안에 한 줌도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내가 그때 한 선택이 잘못된 거면 어떡하지.' '내가 다시는 복귀할 수 없으면 어떡하지.' 이런 마음들이 있었어요.
내가 한 선택들이, 이러다간 정말 내가 잘못될 것 같아서, 어렵게 어렵게 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 마음이 들더라구요.
근데 '살자고 한 짓은 다 용감한 거야'라는 말을 들으니 그때의 그 감정이 다시 주르륵 지나가며 내가 한 선택은 살기 위해서 한 선택이었노라고, 스스로에게 다시 말해줄 수 있었어요.
구독자님도 언젠가 스스로가 숨어버리거나 도망친 것 같을 때 이 말이 생각나셨으면 해요.
그 선택이 구독자님을 살리는 길이었다면 그건 용감한 결정이라는 것을요.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어요
'살자고 한 짓은 다 용감한 거야'라는 미지 할머니의 말을 곱씹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사실 뉴스레터에서 구독자님의 마음을 챙겨드리라는 메시지를 매번 보내면서도,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어쩌면 제가 이상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현실에서는 '상황이 그러한 선택을 허락해주지 않을 때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 분들에겐 스스로에게 잘해주지 못하는 것 같은 죄책감을, 괜히 마음을 힘들게 하는 메시지를 드리는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어요.
그래서 혹시 구독자님이 지금 쉬고 싶고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음에도, 이런저런 외부의 상황이 그걸 방해한다면요. 그래서 그저 지금의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면, 그 또한 구독자님이 살고자 하고 있는 일이기에 그 또한 용감한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물론 스스로를 챙기는 것이 너무나도 정말정말 중요하고, 저는 구독자님이 아주 사소하거나 짧은 시간이라도 스스로를 위한 시간들을 보내길 바라지만 그게 정말 어렵다면요. 그 결정으로 괜히 자책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지금 이 순간도 구독자님도 저도,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용감한 일이라 믿어요.
💡 오늘의 작은 실천
오늘은 특별한 과제를 드리고 싶지 않아요.
대신 언젠가 '내가 지금 힘들어서 이런 선택을 하는 건가?'라는 순간이 온다면, 혹은 과거의 선택에 '내가 그 때 왜 그랬을까?' 싶은 선택들이 있다면 그 선택을 한심하게 바라보지 말고 이렇게 한 번 말해보세요.
"나는 지금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 이것도 용감한 거야."
그게 쉬는 것이든, 피하는 것이든, 버티는 것이든 말이에요.
다음 주까지,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당신을 응원하며,
지혜
😊 언제나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기다립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