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저는 3주간의 파리 생활을 마치고 런던으로 넘어와 짧은 5일을 보냈어요. 런던만 9박 10일 일정으로 여행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저는 어쩌다 보니 일정이 좀 짧게 잡았어요. (물론, 런던의 무시무시한 물가도 한몫했구요. 환율이 거의 2,000원이에요…!)
근데, 너무 짧아 후회 중이에요. 역시 저는 한 도시에 오래 있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지난 주 레터 말미에 스스로의 취향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던 것 이야기에 이어, 오늘은 취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해요.
취향에 대하여
취향. 우리가 참 많이 쓰는 말인데, 이렇게 떼어놓고 보면 조금 낯설지 않나요?
'취향'은 달려가서 취한다는 뜻의 취(趣)와 방향을 뜻하는 향(向)이 합쳐진 말로, 마음이 끌려 움직이는 방향을 말한다고 해요.
단순해 보이는 말이지만, 달려가서 취할 정도로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이라니... 한 번 쯤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구독자님은 지금 어떤 방향으로 마음이 끌리고 있나요?
취향을 발견하는 데 필요한, 쉬어가는 시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있어야 내 취향도 알 수가 있겠다'였어요. 구독자님은 지금 여러분의 마음을 들여다볼,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을 볼 여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대학원 생활 때도, 포닥 때도 그렇게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 늘 쫓기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러다가 방학만 되면 어디든 훌쩍 떠났어요. 때로는 유럽으로, 가끔 한국으로. (방학 때마다 유럽 여행을 다니다가 한국을 3년 반이나 안 갔답니다...)
왜 그렇게 여행을 다녔을까. 생각해보면 나의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나'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냥, 모두들 나를 모르는 곳에서 그저 한 사람으로 마음 가는 대로 돌아다니는 게 좋았어요.
그렇게 돌아다닐 때 여유를 갖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어요. 여유가 있었을 뿐 아니라, 여행에 가면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놓이니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테스트하고 들여다볼 기회가 더 많았어요. 그래서 여행이 좋아요. 저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거든요. (물론 그것 말고도 여행이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요.)
혹시 구독자님도 일상에 쫓겨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계신가요? 어쩌면 작은 여행이나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쉬어가는 시간동안 발견한 나의 취향
앞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이번 여행을 통해 제 취향에 대해 더 명확히 알게 되었어요.
저는 쇼핑보다는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분수, 강, 바다... 무엇이든 물이 있는 곳을 좋아해요. 그 풍경 안에서 빛이 움직임과 함께 반짝거리는 모습, 그리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했어요.
그래서 공원에 잠깐이라도 가서 책을 읽거나 사람들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파리에서는 튈르리와 뤽상부르 공원은 몇 번씩 다녀왔어도 늘 좋아요. 매일매일 다른 노을을 기대하며, 날이 좋은 날이면 매일 저녁 센 강을 걸었고, 노을이 예쁜 날에는 원래 계획했던 재즈바 일정을 변경하고 센 강으로 달려가기도 했어요. 런던에서는 짧은 기간임에도 근교인 세븐시스터즈를 다녀왔어요. 정말, 숨막히게 예쁘더라구요.
바쁘게 '모든 곳을 다 봐야 해'하고 다니는 것보다는 발길 닿는 대로, 언제든 또 올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지금도 그렇게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여행 중에 만난 취향이 확실한 사람들
요새 제가 취향에 대해 관심이 많은 또 다른 이유는 이번 여행에서 분명한 취향을 가진 분들을 만났기 때문이에요. 여행 중 만난 두 분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또 다른 만남도 있었어요.
여행 중 만난 두 분의 경우 모두 본인의 취향을 확실하게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고 드러낼 수 있다는 것에서, 스스로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모습이 반짝거려 보였고, 자존감이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요새 더 '내 취향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취향을 아는 게 왜 좋을까?
요새 제가 취향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유는 아마도 부쩍 제가 스스로의 마음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일 거예요. 한참 힘들었을 때 이런저런 감정으로부터 무뎌진 그 느낌이 싫었고, 그 느낌을 다시 받고 싶지 않아서 제 마음이 다시 지쳐버리기 전에 잘 알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취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제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행동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그 외에도, 취향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어요:
스스로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순간에 결정을 하기가 쉬워져요. 동시에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끌려다니며 결정하기보다는 내 기호에 맞춰서 결정할 수 있어요. 내 삶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기가 더 쉬워지구요.
그렇게 되면 한정된 나의 에너지를 내가 더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들에 투자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억지로 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진단을 받은 건 아니지만 스스로 아무리 생각해도 HSP(Highly sensitive person, 초민감자) 성향이 강한데, 가뜩이나 빠르게 소모되는 제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제게 중요한 부분에 쓰고 싶거든요. 그래서 스스로를 잘 알고 싶어요.
취향과 자기주도적 삶, 그리고 대학원 생활
이런 결정의 순간들에 내 취향을 인식하고 인정함으로써,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선택을 해도 괜찮다는 말을 스스로 해주는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스스로의 삶의 주도권을 찾고, 동시에 자존감도 키울 수 있어요.
특히 대학원 생활에서는 다양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고, 그 과정에서 지도교수님 혹은 학계 선배들의 이런저런 말에 영향을 받기 쉬워요. 그리고 동시에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고 여러 평가를 끊임없이 들으며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쉬운 시기인 것 같아요.
"이 연구 주제가 좋을까? 저 방법론이 더 나을까?"
"모두가 이 분야로 가는데, 나만 다른 길을 가도 괜찮을까?"
이런 고민들,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것 같아요. 저는 졸업논문 주제를 정할 때 이런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어떤 주제는 너무 트렌디한 것 같고, 어떤 건 이미 포화 상태인 것 같고, 어떤 건 또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 같구요. 연구 방법론도 안전하고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들이 있고, 우리 학교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방법론들이 있었어요.
그러한 과정에서 결국 도움이 되었던 건 다른 사람들의 조언과 응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내게 중요한 것‘, ’내가 좋아하는 것‘처럼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만‘의해 정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이요.
이런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건 공부하고 연구 안에서의 취향도 있을 수 있고, 그 외의 나의 취향과 성향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스스로를 자꾸 들여다보면, 대학원 생활 동안 흐릿해지기 쉬운 '나'라는 존재에 대해 더 명확하게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 오늘의 작은 실천
구독자님의 취향 List 써보기
최근에 마음이 움직였던 순간, 좋았던 기억, 미소가 났던 장면이 있다면 세 가지만 적어보는 거예요. 거창할 필요 없이 그냥 ‘좋았지’ 하고 마음이 조용히 끄덕였던 기억이면 충분해요.
예를 들면,
• 저녁 노을 속 반짝이는 센 강
• 공원 벤치에서 책 읽다 고개 들어 바라본 하늘
• 길거리에서 들려온 버스킹 연주
이런 순간들을 적어보다 보면 나는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조금씩 더 또렷해질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마음이 흔들릴 때, 이 리스트를 다시 꺼내봐요.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하고.
그게 작지만 단단한 위로가 될 수도 모르죠!
😊 함께 나눠요!
이 뉴스레터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지금 느끼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 또는 당신을 위로했던 경험이 있다면 저와 나눠주세요. 익명으로 공유해주신 이야기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소개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답장을 기다릴게요. 😊
내일이면 벌써 5월이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4월이 끝났다는 게 아쉽기도하고, 5월은 또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기도 해요. 여러분들도 아쉬운 것들은 4월과 함께 보내주시고 행복한 5월이 되시길 바랄게요!
다음 주에는 제가 알프스 산쪽에 있을 예정이라, 한 주 뉴스레터를 쉬어갈게요. 우리는 그 다음 주인 5월 14일에 만나요!
그때까지,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당신을 응원하며,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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