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주 레터는 어떠셨나요? 여러분들의 후기가 궁금해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레터였어서, 걱정도 되었구요. 종종 여러분들과 더 활발히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언제나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린답니다. 후기나 하고싶으신 말씀은 늘 환영이에요!
파리에서의 첫 주는 지난 주에 보내드린 것 처럼 정말 반짝였고, 이번 주는 조금 흐리기도 맑기도 한 그런 시간이었어요. 유럽은 일요일이 부활절이었고, 부활절 앞뒤로 휴가를 길게 쓰기도하고 아이들이 봄방학을 맞는 기간도 해서 지난 주 초에는 조금 한산하다가 주말로 갈 수록 넘쳐나는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실제로 유럽에서 근무하거나 어학연수하시다가 연휴를 맞아 파리로 넘어오신 한국인 분들도 꽤 있더라구요.
유럽이 근처라니, 조금 부러웠어요. 14시간 비행기... 너무 멀었거든요. 비즈니스를 타고 다니면 14시간도 힘들지 않다던데, 언제쯤 비즈니스를 타고 여행을 다니게 될까요? 그런 날이 올까요?
오늘은 파리에서의 일상과 생각들 세 가지를 공유해볼게요.
파리 음식에 대한 생각
파리하면 저는 사실 ‘미식의 나라’라는 게 제일 먼저 떠올라요. 어렸을 때 읽었던 먼나라 이웃나라 프랑스편의 첫 부분이 미식에 관한 것이었거든요. 저는 먹는 데에도 꽤 진심이고, 같은 것을 여러 번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유학할 때 꽤 곤란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카레 혹은 파스타 소스를 한 냄비씩 해놓고 몇끼씩 먹는데, 저는 그럴 수가 없었거든요. 같은 이유로, 국을 원래도 잘 안 먹는데 국은 또 한 번 끓이면 몇 끼를 먹어야하니 잘 끓이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런 제게, 프랑스의 이 코스문화는 늘 미지의 세계였어요. 지금 이 나이쯤 되면 여유롭게 Tasting Menu와 와인페어링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럴 정도는 안되고. 아쉬운 대로, Entree - Plat - Dessert 정도 3코스 밀은 파리 가정식을 파는 곳 같은 데서 시도해 보는 중이에요.
흠… 그런데, 왜죠! 물론 음식들이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눈이 번쩍 떠질 정도로 맛있다는 느낌이 잘 없어요. 오기 전에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먹었던 한남동의 프렌치 식당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파리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끼니는, 당연 친구 부모님이 해주신 음식이에요. Apeltif라고 하는 전식부터, 스프, 샐러드, 감자 그라탕과 연어구이, 직접 만드신 판나코타와, 치즈 그리고 와인까지. 여섯 시간 내내 먹다 나온 그 정성 가득한 한 끼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친구의 와이프가 “파리에서 먹는 음식 중에 우리 어머님이 해주신 음식이 제일 맛있을거야. 장담해.”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 말이 사실이지 뭐에요!
아, 그래도 파리의 빵은 아주 맛있어요. 저는 원래 바게트가 맛있는지 몰랐는데- 요새는 갓 나온 바게트를 사서 걸어오면서 냄새를 참지 못하고 손으로 똑 떼서 한 입씩 먹는 재미에 빠졌답니다. 그리고, 디저트는 물론 훌륭하구요. 다양하고 예쁜 케이크도, 에끌레어도, 그리고 포르투에서 먹었던 에그타르트를 다시 만나는 것도. 정말 큰일이에요. 디저트가 맛있어서.
파리 = 에펠탑, 에펠탑은 왜 아름다운 걸까?
프랑스 파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에펠탑이죠? 저도 어렸을 때부터 에펠탑을 실제로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처음 세워질 때는 흉물스럽다고, 그렇게 비난도 걱정도 많이 샀는데 이렇게 랜드마크가 되다니. 사실, 처음 그런 걱정을 샀던 것처럼 지금도 그렇게 고철덩어리라고 볼 수도 있을텐데.
매일 에펠탑을 봐도, 설레는 기분이 들어요. 낮에 보면 낮이라 예쁘고, 노을이 질 때는 노을과 어우러져 예쁘고. 밤에는 또 밤이라 예쁘구요. 어쩜 이렇게 계속 예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앞에서 언급했던 친구 어머님이 독일어 표현을 알려주셨어요.
“나는 3년을 파리에 살면서 매일 에펠탑을 보지만 볼 때 마다 schockverliebt하다 느껴.”
Schockverliebt는 Schock = shock 충격, 그리고 Verliebt = fall in love 사랑에 빠진. 두 단어의 합성어로 “사랑에 빠질 정도로 충격적“ 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해주셨어요.
그 뒤로 에펠탑을 볼 때마다 Schockverliebt하고 되뇌여 보는 중이에요.
파리에서 수영하기
오랜 시간 파리에 머무는 것의 장점은, 짧게 왔을 때는 하지 못할 현지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 중에서도 수영장 탐방에 재미를 붙였어요. 저는 물을 정말 좋아하는데, 올 초부터 수영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유럽 여행을 나오면서도 수영복을 가지고 왔어요. 수영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들고 나왔어요.
첫 주는 조금 정신없이 보내고, 둘째 주 부터는 둘러볼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파리 안에 있는 수영장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 중에서도 눈에 들어온 곳은 세 군데.
- Espace Sportif Pontoise
- Joséphine Baker Pool
- Piscine Emile Anthoine
이 세 군데를 다 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지난 주에 하나씩 도장 깨듯 다녀왔어요. 파리시민이 아니더라도 3.5유로면 자유수영을 할 수 있더라구요.
- Espace Sportif Pontoise는 오랜 시간 재단장을 거쳐 노랑 파랑 무언가 파리스러운 색감으로 리모델링을 한 수영장이구요. 여기가 가장 깊은 수영장이었어요. 제일 깊은 곳은 2.8미터나 되었어요! 길이도 좀 긴 편이라 랩수영 하실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곳.
- Joséphine Baker Pool은 센 강 옆에 위치한 수영장으로, 꼭 센 강에서 수영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여기가 레인이 제일 짧고, 제일 캐주얼한 곳 같이 느껴졌어요. 지금은 천장을 닫고 실내수영장이지만, 여름에는 실외수영장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 그리고 마지막으로 Piscine Emile Anthoine! 여기는 대망의 에펠탑이 보이는 수영장이었어요. 바닥이 알루미늄 철판 같이 된 곳이라 조금 낯설지만, 호흡을 하러 나올 때 흘끗 흘끗 보이는 에펠탑의 모습에 ‘내가 지금 여기서 수영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인가’하는 헛웃음이 나오더라구요.
(다만, 파리의 수영장은 한국과는 다르게 수영복을 입고 씻으며, 남녀 샤워장이 구분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어요! 문화차이가 아주 신기했어요. 그리고 수영장이 보통 점점 깊어지는 구조라, 한 쪽 끝은 제일 얕은 곳은 0.9m에서 제일 깊은 곳은 2.8m까지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여러분도 언젠가 여행을 조금 길게 가게 되신다면, 여러분들의 취미를 그 곳에서 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니 꼭 추천드려요!
저는 요새 제 취미를 다 꺼내다 쓰는 기분이에요. 수영을 하고, 나가서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고. 그림도 그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것까지는 짐이 너무 많아 다 들고오지 못했어요. 대신에, 제가 5년 전에 그렸던 그림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 가서 똑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으며 감동하고 왔답니다.
도시 전체가 커다란 뮤지엄 같은 파리
이 외에도, 파리 구석 구석 그리고 근교 도시까지.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동시에, 도시 전체가 하나의 쇼케이스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서관에 가도 (도서관 도장깨기도 하던 거였는데, 요새 공부를 하러 잘 안가게 되긴 하네요..) 공원에 가도 여기저기 조각상들이 있고, 여기저기 유료 전시는 물론이고 무료 전시도 많으니까요.
루브르, 오르세, 오페라 가르니에, 개선문 등등 그냥 걷기만 하더라도 오래된 건물들을 만날 수 있어요. 조금 더 나가면 모네 작품의 배경이 된 지베르니 그리고 눈이 아플정도로 화려한 베르사유를 만날 수도 있구요.
파리의 영상들이 궁금하시다면 💝(@branch.hye)
그렇게 눈 아프게 화려한 이 도시를 보면 꼭 누군가 지어놓은 커다란 세트장 안에 들어와서 도시를 구경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가, 유럽 사람들도 부활절 연휴를 맞아 모두 파리로 놀러와 정말 소란스러운 주말이었어요. 관광온 사람들의 에너지가 이제 좀 빠져나가 도시가 조금 다시 한산해진 것 같아요. (저도 놀러온 것은 마찬가지면서 말이죠.)
파리에 머물 시간이 이제 절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파리 생활이 즐거워 아쉬워요.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나갈까 고민인데, 혹시 추천해주실 곳들이 있다면 환영이에요!
요즘엔 파리에서 보내는 이런 순간들 덕분에, 제 취향에 대해 조금씩 더 잘 알게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주도 저와 함께 여행해주셔서 고마워요.
다음 주에는 파리가 아닌 새로운 곳에서 여러분에게 편지를 보내드릴게요.
😊 함께 나눠요!
이 뉴스레터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지금 느끼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 또는 당신을 위로했던 경험이 있다면 저와 나눠주세요. 익명으로 공유해주신 이야기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소개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답장을 기다릴게요. 😊
그때까지,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당신을 응원하며,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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