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보내는 편지

다시 찾은 파리, 봄의 선물

[번외] 파리에서 보내는 편지

2025.04.16 | 조회 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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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편지

대학원생들을 위한 마음챙김의 공간, 작지만 따뜻한 쉼표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주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지금 파리에 와있어요. 작년 늦여름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본 뒤, 이번에는 파리에서 3주 가량 살아보기로 했어요. 8년 전에 파리에 한 번 왔었는데,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된 파리는 너무나도 새로워 정신을 못 차리고 뽈뽈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어요.

매주 틈틈이 어떤 레터를 보내드리면 좋을지 고민하는데, 이번 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레터 주제가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아마 제가 지금 너무 고민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문득, 다음 주 새벽 2시 반에 들어가야 하는 세미나가 좀 걱정이네요...? 아직 수학 공부 시작도 안했는데 말이죠. 하..)

주제가 안 정해진다고 했더니, 편지의 구독자이자 친하게 지내는 지인분이 이런 제안을 해주셨어요.

박사님이 갖고 계신 지금의 여유를 한 번 공유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저는 요새 박사님이 보내주시는 여행 영상이나 사진을 기다리거든요.

이런 이유로, 이번 주와 다음 주는 조금 색다른 편지를 보내드리려고해요. 파리에서 제가 느꼈던 생각들에 대해 짧은 글과 함께 두 개의 영상을 함께 보내요. 여러분들의 마음에도 잠깐의 휴식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파리행 편도 비행기 티켓

저는 여행을 아주 좋아해요. 누군가 언제 “What are you living for?”라고 물어보았을 때, 사실 머릿속에 소위말하는 정답 “사랑, 가족, 친구, 종교 등등..”이 스쳐지나갔지만, 제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답은 “Travel”이었을 정도로요. 하지만, 그 대답을 하지는 않았어요.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기분이라.

여튼,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는데- 힘들 때는 여행조차 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총기사건 이후로, 4월 이맘 때 디펜스를 하고, 5월에 졸업을 하고 한국에 왔어요. 마일리지가 남으니 겸사겸사 발리나 가보자고 생각했는데, 발리를 가는 비행기에서 마음이 얼마나 무겁던지요.

그래서 ‘아, 지금은 내가 여행을 갈 여력조차 없구나.’라고 처음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러고도 작년 쉬는 기간 내내 해외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더라구요. 원래는 쉬면 정말 열심히 세계여행을 다닐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웃음).

친구들이 동유럽 여행을 가고, 뉴질랜드 여행을 가는데, 같이 갈 기운이 없었어요. 그러다 올해 문득, 다시 “멀리 여행을 가야겠다!”라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 때, 제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고 느꼈어요. 내가 다시 밖으로 나갈만큼의 에너지가 채워졌구나, 싶었어요. 그 사인이 반가웠고, 기꺼이 여행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수중에 돈이 많은 상태는 아니니, 미국에서 열심히 쌓아둔 마일리지를 써야겠다 생각하고 한국에서 직항 티켓들을 알아봤어요.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

대부분 가본 도시가 많더라구요. 흠.. 어쩐지 이 중에 파리가 제일 끌리더라구요? 미국인 친구가 파리에서 2월에 한 달 살기를 해서 그런가, 아니면 제일 친한 독일인 친구 (Academic brother) 본가가 지금 여기라 그랬을까요? 파리의 첫 기억은 약간 실망스러웠는데, 어쩐지 마음이 계속 파리로 끌리더라구요. 고민하고 있으니,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언니, 멋있잖아. 파리에서 한 달 살아봤다고 하는거. 가.

그 말을 듣고, 저는 파리행 편도 티켓을 끊었어요.


다시 찾은 파리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어요. 사실 2017년에 와서는 에코백을 메고 돌아다녔던 저인데, 이번에는 온갖 도난방지 가방을 사고 연결하는 스트랩을 사서 왔어요. 그런데도 비행기에서 ‘아 도둑맞으면 어쩌지.’ ‘괜찮을까.’ 이런 고민들이 들었어요.

비행기에서 내려서도 얼마나 긴장하면서 숙소까지 왔는지 몰라요. 에스컬레이터도 엘레베이터도 없는 지하철 계단에서 23kg짜리 캐리어를 우당탕탕 내리고 있자니, 한 남자분이 도와줄까 물어봤는데 괜한 경계심에 ‘괜찮아’하고 돌려보냈어요. 결국 다른 여자분의 도움을 받아 내려왔지만요.

숙소에 도착해서 집주인의 이런 저런 설명을 듣고, 테라스에서 에펠탑을 보면서도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았어요.

첫 날 저녁, 숙소에서 바라본 에펠탑 풍경
첫 날 저녁, 숙소에서 바라본 에펠탑 풍경

‘나..아직 안 괜찮은가?’

라고 생각하며 첫 날을 마무리했어요.


계절마다 다른 도시의 느낌

시차적응을 꽤나 잘 하는 편인데, 첫 날 새벽 여섯시쯤 눈이 떠졌어요.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 핸드폰을 좀 만지작 거리다가, 해가 뜨는 시간이 되어 커튼을 열고 밖을 내다 봤어요. 올빼미족이라 해가 뜨는 걸 보는 건 흔한 일이 아닌데. 알록달록 물드는 파리를 보면서 좀 설렜어요.

'여기서 3주. 잘 지낼 수 있겠지?'

일찍 일어난 만큼 일찍 나가봤어요. 지금 딱 벚꽃이 피어있다는 소식을 봤거든요. 한국에서도 4월은 가장 좋아하는 달이라 제가 1년 중 제일 많이 걸어다니는 달인데, 어쩐지 파리에서도 다를 것 같지 않아요. (이미 다르지 않구요… 나흘 내내 2만보를 넘게 걸었더니, 허리아픈 데에 좋다는 걷기임에도 허리가 아파요.)

파리에서 가장 큰 겹벚꽃나무가 있다는 자르뎅 데 플랑트에 가장 먼저 갔어요. 와, 나무 한 그루가 이렇게 클 수가 있나? 싶어요. 아래 사진에 사람과 나무가 보이시나요? 이게 한 그루더라구요.

말도 안되게 큰 겹벚꽃 나무
말도 안되게 큰 겹벚꽃 나무

식물원에서 꽃 구경을 마치고, 첫 날인데 그래도 에펠탑은 가까이에서 봐야겠어서 트로카데로 정원에 갔어요. 거기도 벚꽃이 피어있었거든요. 정원에서 나와서 센 강을 따라 튈르리 정원까지 쭉 걸었어요. 그 발걸음은, 아래의 영상에 기록해 두었어요.

💝파리에서의 첫 날의 기록

8년 전, 겨울에 만났던 파리와 이번에 만나는 파리는 같은 도시인가, 싶을 정도로 느낌이 달라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가장 가고 싶었던 여행장소는 파리였어요. 먼나라 이웃나라 프랑스편을 몇 번을 읽어보고, 작은 포토카드 같은 엽서를 모을 때면 파리의 사진들이 담긴 엽서를 골랐었죠.

그런데 여름에 파리에 다녀온 사람들이 ‘센 강에서는 찌린내가 난다.’ ‘에펠탑 생각보다 별 거 없다.’ 이런 말을 하고, 파리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겨울에 왔었어요. 기대를 내려놓고 왔다고 생각했는데도, 파리는 제게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었어요. 겨울에 왔던 파리는 어쩐지 조금 스산하고 어두웠어요. 맑은 날도 흔하지 않고, 도시 자체가 흐릿하고 노란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첫 파리는 조금 실망스러웠어요.

그럼에도 어쩐지 이번에 파리로 다시 마음이 끌리더라니. 이렇게 예쁜 봄의 파리를 보려고 그랬나봐요.

💝 파리의 봄 두 번째 기록

봄의 파리는 왈츠곡이 저절로 생각이 나는 풍경이에요. 이보다 더 좋은 계절에 올 수는 없겠다 싶을 만큼. 매일 매일 연두색 잎이 자라 나무가 빼곡해지는 걸 볼 수 있고, 어딜가나 꽃이 피어있어요. 겹벚꽃으로 가득했던 시간을 지나 점점 더 초록빛이 가득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어요. 날이 좋아 사람들은 나와 공원에 앉아 점심을 먹기도하고, 책을 읽기도, 그림을 그리거나, 지금 저처럼 일을 하기도 해요. (공원에 앉아 여러분께 편지를 쓰는 중이에요.)

풍경이 좋으니 그냥 하염없이 걷기만 해도 좋아요. 빵으로 대충 한 끼를 먹고, 노을이 지고 여명까지 사라진 9시가 되어서야 ‘아, 나 저녁 안먹었구나.’라고 깨달을 정도로. 


우연이 빚어내는 시간의 아름다움

날씨에 따라, 시간과 계절에 따라 같은 공간이 얼마나 다른가를 생각해보면 참 신기해요. 그 우연들이 모여 내가 지금 이 순간에 보는 풍경이 되고, 그게 또 그 장소의 이미지가 돼요.

일평생 단 한 번 가게 되는 곳이라면 그 우연들이 모여 내게는 그 곳이 평생 그 기억으로 남게 되는거겠죠? 그래서 요새는 같은 곳을 여러 번 가보기도 해요. 그러면 어떤 날은 정말 마음에 찡-한 감동이 오기도하고, 어떤 날은 별다른 감흥이 없기도 하구요.

생각보다 더 많은 일들이 내가 의도하지 않은 변수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거 같아요. 여행의 한 순간마저 그러한데, 오랜 시간 공들인 일이 외부의 상황으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받게되면 속상하기도 억울하기도 해요.

그래도 조금 실망스러웠더라도, 언젠가 또 마음이 움직여 혹은 모종의 이유로 상황이 움직여 그 일을 다시 하게 된다면 그 때는 또 조금 더 만족스러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편지를 마무리할게요.

 

 💡 오늘의 작은 실천                    

오늘의 작은 실천은 쉬어갈게요!

 😊 함께 나눠요!                             

이 뉴스레터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지금 느끼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 또는 당신을 위로했던 경험이 있다면 저와 나눠주세요. 익명으로 공유해주신 이야기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소개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답장을 기다릴게요. 😊

💌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다음 주에는 파리에서 겪은 소소한 이야기들로 돌아올게요.

그때까지,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당신을 응원하며,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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