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미루다 보면, 결국 녹아버려요" – 박사 졸업하면 행복할 줄 알았나요?

행복은 아이스크림?

2025.03.19 | 조회 4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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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편지

대학원생들을 위한 마음챙김의 공간, 작지만 따뜻한 쉼표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한 주도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이번 주는 꽤 잔잔하게 보낸 것 같아요. 약속들도 취소가 많았고, 갑자기 제주도 당일치기를 다녀올까하다 고민하다 날씨가 좋지 않아 취소했고. 주말에 잠깐 바빴던 것을 제외하고는 평온한 한 주를 보냈어요.

아, 스레드에서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쉬는 시기를 일하며 보낼까 놀며 보낼까 고민했는데, 80%가 넘는 분들이 원 없이 노는 것을 추천하셔서 놀기로 마음을 먹었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 날 바로 저널 special issue에서 invitation이 왔어요. 그리고 오늘 colloquium 초대도 왔네요. 놀지 말라는 건가…? 이럴 때면 친구가 제게 하는 말이 생각나요.

“언니는 정말 일의 축복이 끊이질 않아…”

여러분의 한 주는 어떠셨나요? 지난 한 주, 행복하셨나요?

오늘은 ‘행복’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게요.


오늘의 주제를 ‘행복’으로 잡고 입으로 몇 번 되뇌어 봤어요. ‘행복.. 행복…’ 되게 흔하고 많이 듣는 단어인데, 동시에 낯설게 느껴지더라구요. 구독자님은 어떤가요?

사실 전 행복이 되게 거창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뭔가 행복하려면 특별한 일이 있어야 한다고 느껴졌어요. 예를 들자면, 박사가 된다거나, 오로라처럼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을 보거나, 오랜 시간 만난 사람과 결혼을 한다던가. 이렇게 누구나 봐도 특별한 일들이 있잖아요? 그런 일들이 있어야 행복할거라고, 그런 사람들이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대학원 다닐 땐 그런 감정 자체를 미루었다고 해야할까요?

‘행복은 나한테 사치지’

이런 생각이 제 무의식 어느 구석에 있었던 거 같아요.

대학원을 다닌다는 게, 참 자존감을 많이 건드리기도 하는 일이더라구요.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자리를 잡아가는 친구들에 비해 월급도 적고, 그렇다고 이거 졸업한다고 내 자리가 어디 딱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고, 논문은 쓸 수는 있는 건지, 투고한 건 나오기는 할건지 알 수도 없고. 그 논문이 있다고해서 내 자리가 정해지긴 하냐구요. 모든 것이 불안정한 시기였어요.

그래서 행복이라는 걸 아예 생각도 안하고 살았던 거 같아요. 나랑은 상관이 없는 단어인 것처럼 하루 하루를 살았죠. (물론 틈만 나면 여행을 가긴 했어요.. 미국에서 차도 없이 뚜벅이로 살았는데, 여행마저 안가면 숨 막혔거든요..)

박사 졸업하면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미루며 지냈어요.

박사가 끝나면 조금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포닥을 가서도 비슷했던 거 같아요. 짧게 해봤지만 포닥은 또 포닥 나름대로의 어려움과 고충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여전히 불안정한 자리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건 마찬가지구요.

그러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겪고, 내 삶이 내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기치 못한 곳에서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그리고 그러면 좀.. 억울하겠더라구요? 내 인생에 중요한 것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어요.


행복을 미루지 말아야 하는 세 가지 이유

행복을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세 가지 있어요.

첫 번째, 내가 행복을 미루면서 내 건, 그 조건이 언제 ('if and when') 달성될 지 모른다.

제가 '박사 졸업하면'이라는 조건부로 제 행복을 미뤘다고 했죠? 운이 좋게도 저는 박사과정을 무사히 끝냈어요. 하지만 박사과정이라는 건 정말 긴 시간이기에, 주변을 보면 인생의 다양한 일들이 찾아와요.

결혼이나 출산처럼 모두가 축하하는 일들을 겪기도 하지만, 투병을 하는 분들도, 가까운 사람을 먼저 보내는 경우도 보게 돼요. 이러한 이유로 더 이상 박사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기구요. 저도 이렇게 사고와 같은 갑작스러운 이유로 포닥을 휴직, 퇴직하고 쉬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그렇게 갑작스레 외부 요인으로 내가 내 건 조건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 조건에 내 행복을 담보잡힐 수는 없죠.

두 번째, 그 단계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가면 내 삶이 더 평온해진다는 보장이 없다.

만약 우리가 어떤 조건에 도달했다고 해보자구요. 저는 박사졸업이 조건이었죠? 하지만 뒤의 포닥은 박사과정보다 더 평안했을까요? 그러면 교수가 되면 상황이 더 나아질까요?

앞서 저는 박사 졸업하고 포닥을 하면서 불안정함을 느꼈다고 했지만, 조교수가 된 친구들은 또 테뉴어를 딸 때까지 쉬지 못하고 불안한 시간을 버티기도 하더라구요. 오히려 테뉴어 심사 시계가 가는 소리가 틱톡틱톡- 들리기에 박사과정보다 더 바쁘고 더 달려야 하는 시간인 것을 교수님들을 보며 깨달았어요.

제 지도교수님은 제가 수학과 2년차에 들어갈 때 다른 학교에서 저희 학교로 이직을 하셨던 조교수였어요. 그래서 저는 지도교수님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다 봤어요. 다행히 교수님은 '나를 갉아 먹으면서까지, 내 신념을 접으면서까지 테뉴어만을 위해 일하지는 말자'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교수의 삶이란 게 이렇구나를 교수님의 삶을 가까이 보면서 느꼈어요.

이렇듯, 우리의 삶의 무게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점점 더 바빠지겠죠? (지금의 저처럼 갑자기 시간이 생기는 경우를 제외하고.) 미래에 행복을 찾겠다고 미뤄두다가는 계속 바쁘고 무거운 삶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영영 미룰지도 몰라요.

… 그렇기 미루기엔 좀 아쉽지 않나요?

세 번째, 행복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사전을 찾아보니 행복은 '사람이 생활 속에서 기쁘고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해요. 다시 말하면, 우리의 삶의 소소한 순간에도 충분히 만날 수 있는 감정이 행복이에요.

행복을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의 삶에 이미 충분히 행복한 순간들이 많은데, 그런 순간들을 커다란 목표에 (혹은 대학원 생활에) 가려서 못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죠.

서은국 교수는 '행복은 즐거움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하며 행복을 아이스크림에 비유해요. 손에 쥐고 있으면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처럼, 행복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마련이라는 것이죠. 결국 아무리 큰 아이스크림이어도 결국 녹아버리니까, 작은 아이스크림을 더 자주 먹는 사람이 더 행복한 거더라구요.

그래서 바쁜 와중에서도 저는 행복한 순간들을 찾고 만드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돌아보면 문득문득 행복한 순간들이 있을 거예요. 내가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저 지나가버렸을 순간들일 수도 있죠. 하지만 내가 그 순간들을 더 자주 인식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게 점점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방법이 아닐까요?

 

 💡 오늘의 작은 실천                    

 

1. 오늘 하루 중 ‘아이스크림 같은 순간’을 찾아 사진으로 남겨보세요. 꼭 특별한 일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따뜻한 햇살을 느낀 순간, 좋아하는 커피를 마신 시간, 책의 한 줄이 마음에 와닿았던 순간처럼 사소한 것도 좋아요.
2.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내 아이스크림 순간은 뭐였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한 장의 사진과 함께, 그 순간이 왜 좋았는지 간단히 적어보는 거예요.

하루를 마무리할 때, 카메라를 열어보고, 기록한 작은 행복들을 떠올리며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순간들의 빈도라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기를 바라요.

 

 😊 함께 나눠요!                             

이 뉴스레터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지금 느끼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 또는 당신을 위로했던 경험이 있다면 저와 나눠주세요. 익명으로 공유해주신 이야기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소개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답장을 기다릴게요. 😊

💌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곧 다가올 봄에 예쁜 꽃들을 보며 산책을 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저는 여러분들이 그런 순간들을 온전히 행복하다고 느끼고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지금 대학원이라는 혹은 다른 도전을 하고 있었더라도, 그 때에도 행복한 순간들이 있었노라고 나중에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행복을 미뤄두는 대신, 오늘 이 순간에도 아이스크림 한 입처럼 달콤한 행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다음 주에 다시 만날 때까지, 당신의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당신을 응원하며,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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