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는 온라인에서 중고를 거래하는 최초의 온라인 마켓이었습니다. 2003년에 개설했으니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원조 격의 플랫폼이네요. 최근 중고나라가 리뉴얼된 모습이 눈에 띄어 시선을 잡더군요. 중고 거래 플랫폼의 공룡이 된 당근마켓의 오렌지색이나 번개장터의 강렬한 레드와는 정반대 색인 그린 빛으로 옷을 갈아입은 모습이 리브랜딩으로 새롭게 돋아난 초록의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중고나라가 네이버 카페에서 시작한 브랜드라는 걸 생각하면 초록의 출발, 중고 거래를 통해 친환경적인 가치 순환 소비의 스토리를 얘기하는데 굉장히 적절해 보입니다. 이전에 쓰던 오렌지색을 버린 과감한 색상의 선택이 영리해 보입니다.
중고나라는 2003년 개설 당시 네이버 카페에서 시작해 2023년 현재 누적 회원이 2460만 명이 넘는 엄청난 커뮤니티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유진자산 운용이 인수를 하면서 기업다운 면모를 더 빠르게 갖춰가고 있습니다.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 빅 3로 불리는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는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더 활성화된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 원에서 2021년에는 무려 20조 원 규모까지 성장했다고 하네요. 이제는 내가 쓰던 물건을 합리적 가격에 사고파는 '합리적 거래' 플랫폼에서 한정판 제품이나 명품까지 판매하는 '취향 거래'까지 하는 플랫폼이 됐습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중고나라에 대한 좋지 않은 최악의 경험을 했습니다. 아이 책을 사기 위해 선입금을 했다가 사기를 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한동안은 카페 게시판이 그 사기 피해로 인해 도배를 하기도 했습니다. 워낙 이용자 수가 많아 때문에 내가 원하는 상품이 있을 가능성이 큰 플랫폼이라는 장점이 있는 곳이었지만 그런 '안전'상의 문제로 사용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있었습니다.
다른 앱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것들이죠.
그러다가 얼마 전에는 중고나라 페이를 만들면서 사기거래가 0%로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그 이후 2년 만에 거래액이 약 11배가 성장했다고 하니 그 이전에 안전한 거래에 대한 저와 같이 생각하는 이용자들이 굉장히 많았나 봅니다. 거래 안전에 대한 장벽이 해제되니 저 또한 한번 다시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2022년 10월에는 네이버페이가 연동됐다고 하는데, 이 또한 거래액의 가속화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네이버 페이의 편리성은 이미 검증이 됐는데, 거기에 더해 초록 네이버와 같은 색인 중고나라의 브랜드 컬러는 은연중에 네이버의 신뢰감을 배경에 깔아주는 효과를 주더군요.
중고거래 시장에서 가장 많은 거래 카테고리는 신제품 주기가 빠른 모바일, 태블릿이 약 17%입니다. 나머지는 노트북, 가전제품, 수입 명품, 스포츠, 패션잡화 순이고요. 패션의 경우는 예전 헬로마켓이 세컨웨어로 사업 방향을 약간 바꿔서 패션 중고거래에 특화된 앱으로 새롭게 포지셔닝을 하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은 이제 '마켓'까지 버리고 커뮤니티 브랜드까지를 포괄한 메가앱을 꿈꾸는 듯합니다. 중고(온라인) 거래 - > 동네 (오프라인) 마켓 - > 지역 커뮤니티로 확장해 가는 전략이 과연 맞을지는 사실 물음표가 뜨긴 하는데요.
요즘엔 카카오도 오픈채팅을 통해 지역적 커뮤니티의 역할을 더해가고 있는 걸 보고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브랜드들이 점점 늘어나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넓게 보면 네이버 지도도 지역, 동네라는 공간적 특성에 기반한 커뮤니티 브랜드라고 생각하는데요. 당근이 온라인 중고거래에서 지역 오프라인 커뮤니티로 확장해가는 게 과연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보다 더 유효할까?라는 생각은 듭니다.
오프라인 가게 식당들의 검증은 리뷰를 통해 일어나고 찾아보기 쉽고 리뷰를 남기기도 좋은 건 '중고 앱'이 아니라 '지도'앱인 네이버 지도가 더 유리할 것입니다. 과연 고객이 바라는 확장인지 앞으로의 고객 반응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토스의 경우 은행과 주식거래 각종 금융 거래가 고객 경험 차원에서는 하나의 '금융 경험'이라서 이 모든 게 하나로 되는 메가앱은 고객 입장에서는 너무나 편리해서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당근이 중고거래에서 지역 커뮤니티까지 확장해야 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중고거래 시장에서 출발해 당근이 유리한 지점이 '지역 근거리'기반이었지. '지역 근거리'기반의 서비스에서 출발해 '중고 거래'라는 서비스가 들어간 건 아닌데, 이 게 뒤 바뀌었을 때 과연 장점이 많은지 단점이 많을지는 사업 방향성의 관점에서도 브랜드 관점에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많은 공부가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고나라는 온라인에서 중고를 거래하는 최초의 온라인 마켓입니다. 2003년에 개설했으니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원조 격의 플랫폼이네요. 최근 중고나라가 리뉴얼된 모습이 눈에 띄어 시선을 잡더군요. 중고 거래 플랫폼의 공룡이 된 당근마켓의 오렌지색이나 번개장터의 강렬한 레드와는 정반대 색인 그린 빛으로 옷을 갈아입은 모습이 리브랜딩으로 새롭게 돋아난 초록의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중고 거래 상에서야 '지역 기반'이라는 게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동네 사람과 거래하는 신뢰감이 무기가 되는 건데, 그걸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다른 감정적인 영역까지 확장하는 건 쉽지 않겠다는 개인적 판단을 듭니다.
사실 쿠팡이라는 메가앱은 상황이나 구사하는 전략이 많이 다르죠. 쿠팡(쇼핑몰)과의 역할이나 성격이 완전히 다른 쿠팡플레이나 쿠팡이츠는 이름과 이미지만 공유하지 앱 자체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잘되면 좋지만 안되더라도 크게 피해를 주는 구조는 아니죠. 하지만 당근 안에 중고 거래, 오프라인 상점 소개, 동네 커뮤니티 형성 등 많은 서비스를 집어넣는다면 잘못하면 각 서비스 간에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클 것입니다.
이런 당근의 행보와는 다르게 중고나라는 중고거래의 원조 형님처럼 든든하게 다른 곳에 눈길 한번 기울이지 않고 우직하게 원래 본연의 서비스인 중고거래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중고나라 페이 등으로 편리성과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보이는 모습들은 예전보다 훨씬 새로운 디자인과 신선한 감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본연의 가치와 서비스 사업의 본질은 그대로 가져가돼 감각은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중고나라가 당근보다 잘하고 있다기보다는 원조로서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나아가는 모습이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만듭니다. 각각의 시장에서 이런 원조격 브랜드를 떠올려 보면 부동산 거래에서는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여행이나 숙박에서는 인터파크 투어, 구인 구직에서는 벼룩시장 같은 무가지도 떠오릅니다. 이 브랜드들이 그대도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원조라는 한때 선도했던 브랜드라는 기억 때문이겠죠. 사람들의 인식이 이렇게 무섭고 강력합니다.
이렇게 중고 거래 앱들을 유심히 살펴보다 보니 오래된 것들, 내가 이미 써왔던 것들, 원조의 가치들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이미 써서 낡은 것들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 손 때가 묻고 내 추억이 깃든 것들이죠. 너무 친숙해서 별 자극도 흥분도 없지만, 잘만 해준다면 언제든 응원해 주고 싶은 것들입니다. 중고, 옛 것의 가치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업을 전개해 나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중고 거래 시장에서의 승자가 누가 될지 판가름 날듯합니다.
하지만 원조라는 것도 시대 흐름이 변하고 이용자들의 취향과 기호가 변하면,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원조의 인기도 금방 식고 맙니다. 그러므로 원조의 격을 살리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폼을 잡아나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먼저, 최초라는 게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고객들이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핵심 요소는 아니기 때문에 원조라는 무기를 기반으로 미래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여기까지 이번 리포트를 마칩니다.
12월도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2023년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2024년 새해에도 바라시는 일 모두 잘 이루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자주 발행하진 못하고 있지만, 여러분들께서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시는데 실질적인 도움과 영감을 줄 수 있는 리포트로 내년에도 찾아뵙겠습니다 -! 일년 동안 감사했습니다 - !!
브랜딩 브릭 '시선의 높이가 다른 브랜드 리포트'
| 발행 및 편집 : BRIK 우현수 @woohyunsoo
브랜드 컨셉 빌더 [브릭] BRIK.co.kr을 설립해 기업과 제품의 브랜드 스토리와 스타일 구축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서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을 실천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차곡 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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