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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고수'의 변화 관찰기

숨고 리브랜딩

2025.08.29 | 조회 2.1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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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높이가 다른 브랜딩 리포트

잘 만든 브랜드 로고는 그것만 잘 분해하고 해석해봐도 새롭게 변화하고 정의내린 브랜드의 가치와 지향점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 말은 곧 그 브랜드가 브랜드의 가치와 지향점을 뚜렷하게 확립했다는 뜻일 겁니다. 또한 그에 걸맞은 모양새를 잘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겠죠. 최근 숨고의 리브랜딩이 그랬습니다.

'일상의 진보를 위한 기술'로 이전보다 좀 더 폭넓은 미션으로 명확한 재설정이 이뤄지니 이러한 명확한 시각적 아이덴티티도 도출되었을 것입니다. 이번 변화의 가장 큰 포인트는 숨고의 정체성 변화였습니다. '전문가 매칭 플랫폼'에서 '종합 라이프스킬 플랫폼'으로 더 넓고 진취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내 주변의 진정한 숨은 고수를 '만나는 일'의 과정보다는 성공적인 매칭을 통해 일어나는 결과인 '내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만드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 삶이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적'인 플랫폼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죠. 특히 한글을 메인으로 사용해 그런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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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보적'이라는 단어가 가진 느낌을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한글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한글의 탄생 배경을 생각해본다면, 이보다 진보적이며 독자적인 문자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합니다. 어려운 영어를 써가며 당장 해외 시장까지 넓힐 계획이 아니라면, 익숙한 한글을 쓰며 우리 일상 안에 가까이 있는 고수들이 함께하는 '숨고'라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더 유리한 전략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리브랜딩의 변화는 아주 탁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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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디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눈에 띄는 점들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숨고 한글 로고의 'ㅅ'입니다. 마치 앞서 뛰어가는 듯한 동세를 가진 'ㅅ'의 모양은 일반적으로 한글을 쓸 때의 획 방향과는 조금 다르게 좌에서 우로 가는 방향성을 가집니다. 이는 '고'의 'ㄴ'과 정반대의 힘으로 가운데서 만납니다. 정확히 숨,고 사이에 시선이 머뭅니다.

만약 실험안처럼 'ㅅ'이 우에서 좌로 가는 형태를 만들었다면, 'ㅅ'과 'ㅗ' 모두 우에서 좌의 방향을 향합니다. 이 경우 일관된 시선으로 가독성이 좋아지고 안정감을 주지만, 원안 같은 조형적 재미와 긴장감은 조금 떨어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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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 로고가 앱 아이콘으로 적용되었을 때를 상상해보면 원안은 화면 밖에서 안으로 뛰어 들어와 집중력을 가지게 한다면, 실험안의 경우에는 화면 안에서 밖으로 뛰쳐 나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보기에 원안이 조금 더 편안한 느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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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바뀐 로고의 전체 인상은 각 자음과 모음이 각각 사선으로 대칭을 이루며 균형감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동적인 모양의 'ㅅ'과 'ㅗ', 정적인 모습의 'ㅁ'과 'ㄱ'은 절묘한 긴장감을 줍니다. 움직이는 가운데 멈춰있는 듯한 글자의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만약 기존 Soomgo의 로고처럼 기울기가 있는 동적인 로고였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ㅅ'과 'ㅗ'이 가진 동적인 매력이 숨어서 잘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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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랜딩하는 브랜드 중에는 영문 로고로 시작해서 한글 로고로 바뀐 브랜드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Soomgo나 탈잉이 전자의 경우이고, 화해나 야놀자는 후자의 경우입니다. 어떤 전략이 맞는 건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각 브랜드들의 향후 비전과 지향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영문 로고로 변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의 세계화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단번에 읽기 어려운 영어로 된 합성어 브랜드 네임을 고집할 필요가 없겠죠. 더구나 우리나라 대한민국 국민들 일상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는 서비스라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배달의민족이나 당근도 고객 친화적인 한글을 위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숨고의 이번 리브랜딩은 단순한 로고 변경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의 근본적 전환을 보여줍니다. '만남'에서 '성장'으로, '매칭'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초점을 옮긴 것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숙함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한글이라는 우리만의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글로벌한 야심보다는 로컬 시장에서의 깊이 있는 침투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글의 진보성을 재발견하고, 이를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은 숨고의 선택은 앞으로도 많은 국내 브랜드들에게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진정한 혁신은 때로는 가장 친숙한 것에서 시작됩니다.

 

| 브랜드 컨셉 빌더 ⓒ BRIK

 


[브랜딩 브릭] 뉴스레터는 모회사인 브릭 BRIK.co.kr에서 발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정보성 전달이 아닌, 브릭만의 인사이트를 담아 브랜드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격주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브랜딩 도서]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은 브랜드 에이전시 5년의 운영 경험을 통해 배운 브랜딩 관점과 인사이트를 담은 책입니다. 창업 준비하시는 분들과 사업자들에게 전하는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들로 가득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리포트에서 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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