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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브랜드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2026.09.11 | 조회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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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자료를 보다가 한참을 멈춰 서게 만든 숫자가 있었습니다.

 

마케터의 65%는 고객이 다시 돌아오는 이유를 '브랜드를 사랑해서'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질문을 소비자에게 던졌더니, 감정적 애착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은 4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40포인트. 오차 범위로 설명할 수 있는 차이가 아닙니다.


처음엔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착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기 브랜드를 좀 과대평가하는 거야 흔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곱씹어 볼수록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예산이 갈리는 문제거든요.


고객이 사랑 때문에 온다고 믿으면, 우리는 브랜드 캠페인에 돈을 씁니다. 고객이 편의와 이득 때문에 온다면, 그 돈은 완전히 다른 데 가야 합니다. 전제가 틀리면 그 아래 붙은 모든 판단이 같이 틀어집니다.


그리고 제 경험상, 이 전제는 거의 항상 틀린 쪽이었습니다.

 

고객 인터뷰를 몇 번만 돌려보면 답이 신기할 정도로 비슷하게 나옵니다.


"여기가 제일 편해서요."

"이미 포인트가 좀 쌓여 있어서요.""다른 데 알아보기 귀찮아서요."


사랑이라는 단어는 좀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다 나와도 대개는 인터뷰어 앞에서 예의를 차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답변들은 보고서에 잘 올라가지 않습니다. 재미가 없어서요. "고객은 귀찮아서 우리를 씁니다"라고 적으면 회의실 공기가 싸해집니다. 그래서 같은 데이터가 "높은 브랜드 충성도 확인"이라는 문장으로 번역돼서 올라갑니다.

 

저는 저 40포인트 격차가 조사의 오류가 아니라 번역의 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숫자가 겹칩니다.


2026년 기준으로 한 사람이 가입한 로열티 프로그램은 평균 17.4개입니다. 그중 실제로 살아 있는 건 8.8개고요. 절반이 죽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팀이 같은 실수를 합니다. 가입자 수를 KPI로 잡는 것이죠. 저도 예전에 그랬습니다. 분기 보고서에 "멤버십 가입 12만 돌파"라고 적으면 그날 회의 분위기가 확실히 좋아집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 12만 명 중에 최근 90일 안에 한 번이라도 움직인 사람은 몇 명인가요"라고 물으면, 아무도 그 숫자를 준비해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제가 리텐션 대시보드를 다시 짠다면 가입자 수는 맨 아래로 내리겠습니다. 그리고 맨 위에 이런 것들을 올릴 겁니다. 90일 안에 한 번이라도 움직인 멤버의 비율. 가입 후 첫 보상까지 도달한 사람의 비율. 발행한 포인트 중 실제로 쓰인 비율.


특히 마지막 지표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쌓여만 있고 쓰이지 않는 포인트는 성과가 아닙니다. 회계 쪽에서는 이걸 언젠가 갚아야 할 부채로 잡습니다. 그런데 마케팅 쪽에서는 이상하게도 "우리가 이만큼 적립을 만들어냈다"는 성과로 포장되는 경우를 꽤 봤습니다.


저는 정반대로 읽습니다. 소진되지 않은 포인트의 규모는 우리 프로그램이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가 아니라, 고객이 중간에 얼마나 많이 포기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한 가지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헬스장 연간 회원권을 끊어놓고 두 달 만에 안 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헬스장 입장에서 그 사람은 매출이지만, 동시에 재등록하지 않을 사람입니다. 안 쓰는 포인트를 쌓아둔 고객도 정확히 같은 상태입니다. 장부에는 살아 있는데 관계는 이미 끝나 있는 것이죠.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런 고객은 NPS 조사에도 잘 안 잡힙니다. 화가 난 게 아니라 무관심해진 상태라서, 설문 링크 자체를 열지 않거든요. 그래서 조사 결과는 실제보다 항상 좋게 나옵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만 답하니까요. 이걸 생존자 편향이라고 부르는데, 리텐션 지표를 볼 때 가장 자주 빠지는 함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이런 반문이 떠오를 겁니다. "그럼 신규 획득은 하지 말라는 거냐."


당연히 해야 합니다. 시장이 커지는 국면에서 획득을 줄이는 건 자살이고, 이탈은 아무리 잘해도 0이 되지 않으니 채워 넣어야 하니까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획득을 줄이자가 아니라, 이미 획득한 고객의 절반을 조용히 버리는 걸 멈추자는 쪽입니다.


비싸게 데려온 고객이 90일 안에 죽으면, 그 돈은 비용이 아니라 손실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직에서 이 손실은 어느 계정에도 잡히지 않습니다. 획득팀 성과에는 '신규 1명'으로 잡히고, 리텐션팀 성과에서는 애초에 활성이 아니었으니 빠집니다. 회계상 그냥 사라지는 거죠.


저는 이 구간을 누가 책임지는지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팀의 숫자가 달라진다고 봅니다. 획득팀의 KPI를 '신규 가입'이 아니라 '90일 생존 신규'로 바꾸면, 광고 소재부터 랜딩 문구까지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과장된 약속으로 데려온 고객은 90일을 못 넘기니까요.


이번 주에 바로 해보실 수 있는 것을 하나 제안드립니다.


지금 쓰고 계신 대시보드를 열어서, 로열티 관련 지표 중 '누적'이라는 단어가 붙은 걸 전부 찾아보세요. 누적 가입자, 누적 적립, 누적 다운로드. 아마 생각보다 많을 겁니다.


그리고 그 옆에 최근 90일짜리 숫자를 나란히 적어보세요. 누적 12만 / 90일 활성 2만 1천. 이렇게 두 줄로요.


이 작업은 반나절이면 끝나는데, 효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팀 전체가 같은 화면을 보면서 다른 크기를 상상하고 있었다는 걸 그 자리에서 알게 되거든요. 저는 이 두 줄을 붙여놓은 것만으로 다음 분기 로드맵의 우선순위가 통째로 바뀌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경영진 보고에서 숫자가 갑자기 줄어드는 게 부담스러우실 수 있습니다. 그건 당연합니다. 다만 그 대화를 한 번 치르고 나면, 이후의 모든 논의가 훨씬 쉬워집니다. 없던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원래 있던 문제가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고객에게 왜 다시 오는지 직접 물어보는 일을 정기적으로 넣으세요. 마케터의 65%가 틀린 답을 갖고 있다는 건, 결국 아무도 제대로 안 물어봤다는 뜻이니까요.


이 얘기를 하면 "이미 하고 있다"는 답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대부분 정량 설문이고, 그마저도 구매 직후 자동 발송되는 만족도 조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만족했냐고 물으면 만족했다고 답합니다. 그 답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사실상 없습니다.


다만 질문 설계가 중요합니다. "저희 브랜드를 좋아하시나요"라고 물으면 다들 좋아한다고 답합니다. 대신 "가장 최근 구매 직전에 다른 브랜드를 몇 초나 고려하셨나요"처럼 행동을 묻는 질문으로 바꿔야 합니다. 태도를 묻지 말고 행동을 물어야 진짜 답이 나옵니다.

 

가능하면 직접 들으시길 권합니다. 리서치 에이전시 리포트로 받아보면 이미 한 번 정제된 언어로 번역된 뒤입니다. 고객이 말을 고르느라 잠깐 멈추는 구간, 질문을 되묻는 순간 같은 것들이 사실 가장 정보량이 많은데, 그건 요약본에 안 남습니다.


분기마다 30명이면 충분합니다.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있는 이야기가 현실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감을 잡는 게 목적이니까요. 30명 중 25명이 "편해서요"라고 답하면, 그다음 분기 예산 회의의 언어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사실 문제 진단일 뿐입니다.


원문에는 제가 아직 말씀드리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유료 멤버십의 갱신률이 무료 프로그램의 거의 두 배라는 데이터, 그리고 그 차이가 "돈 내는 고객이 원래 좋은 고객이라서"라는 흔한 설명으로는 절반밖에 설명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진짜 이유는 훨씬 심리적인 데 있고, 저는 이 지점이 리텐션에서 가장 저평가된 레버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무료로 최대한 모으고 나중에 유료 전환한다"는, 아마 여러분 조직에도 있을 그 전략이 왜 잘 안 되는지도 여기서 설명됩니다.

 

그리고 결론에서 한 번 더 뒤집힙니다. 지금까지 브랜드 무용론처럼 읽히셨다면, 마지막 문단이 그 인상을 정확히 반대로 돌려놓을 겁니다. 브랜드가 언제 작동하고 언제 작동하지 않는지, 그 순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반쪽짜리입니다.


원문 보기: https://medium.com/@hoon_16083/%EA%B3%A0%EA%B0%9D%EC%9D%80-%EB%B8%8C%EB%9E%9C%EB%93%9C%EB%A5%BC-%EC%82%AC%EB%9E%91%ED%95%98%EC%A7%80-%EC%95%8A%EB%8A%94%EB%8B%A4-65-%EC%9D%98-%EC%B0%A9%EA%B0%81-8cf13f6d3e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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