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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한테 다 물어본 고객이, 왜 당신을 다시 부를까

2026.09.09 | 조회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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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B2B SaaS 마케팅 리드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분이 꺼낸 첫 마디가 이거였어요.

 

"트래픽이 30% 빠졌는데 계약은 안 줄었어요.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문장이 지금 B2B 마케팅의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요약한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크게 바뀌었는데, 그 변화가 우리 대시보드에는 안 잡힙니다. 숫자는 나빠졌는데 결과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낫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잘하고 있는 걸까요.


이번 뉴스레터는 그 질문에 대한 제 나름의 답입니다.


먼저 숫자 두 개를 보시죠.
Forrester가 올해 전 세계 비즈니스 바이어 18,000명을 조사했습니다. 최근 구매 과정에서 AI를 썼다고 답한 비율이 94%였습니다. 작년 89%에서 또 올랐습니다. 이제 AI를 쓰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라 기본값입니다.

 

그런데 Gartner가 5월에 발표한 조사에서는 좀 이상한 숫자가 나옵니다. B2B 구매자의 69%가 AI에서 얻은 정보를 영업 담당자에게 다시 확인받는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67%는 "영업사원 없는 구매 경험을 선호한다"고 했는데 말이죠.


영업사원을 안 만나고 싶다면서, 열에 일곱은 영업사원한테 확인을 받는다.


처음 이 두 숫자를 나란히 봤을 때 저는 조사가 잘못됐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생각해 보니 전혀 모순이 아니더군요.


구매자가 피하고 싶은 건 '영업사원'이 아닙니다. '설득당하는 자리'입니다.


설득당하러 가는 미팅은 싫습니다. 시간도 아깝고, 거절하기도 번거롭고, 어차피 좋은 말만 들을 게 뻔하니까요. 그래서 혼자 AI에 물어보고 혼자 비교하고 혼자 결론까지 냅니다. 하지만 그 결론을 그대로 상사에게 들고 가기엔 무섭습니다. AI가 지어낸 숫자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마지막에 확인 도장 하나를 받으러 사람을 부릅니다.


순서가 완전히 뒤집힌 겁니다. 예전에는 영업이 정보를 주고 구매자가 그걸 검증했습니다. 지금은 AI가 정보를 주고, 영업이 검증 대상이 됩니다. 우리가 미팅에서 처음 만나는 그 사람은 이미 우리에 대한 판단을 끝내고 온 사람이에요. 우리는 채점받으러 나가는 겁니다.


여기서 제가 가장 뼈아프게 본 숫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Gartner 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생성형 AI에서 오해 소지가 있는 정보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영업 담당자에 대해서도 49%가 똑같이 답했습니다.


차이가 2%p입니다. 사실상 같은 값이에요.


구매자는 AI도 못 믿고 영업도 못 믿습니다. 양쪽 다 의심하면서 어쩔 수 없이 둘 다 쓰고 있는 겁니다. 이게 2026년 B2B 구매자의 진짜 심리 상태라고 저는 봅니다.


이 심리를 이해하면 다른 숫자들도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같은 조사에서 구매자가 한 번의 구매에 참고한 정보 소스가 평균 일곱 개였습니다. 일곱 개요. 어느 하나도 온전히 믿지 못하니까 계속 교차 확인을 하는 겁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백서를 만들어도 그건 일곱 개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리고 47%는 벤더와 접촉하기 전에 이미 내부 비즈니스 케이스 문서를 만들어 놓는다고 답했습니다.


저는 이 숫자가 제일 무섭습니다.


우리가 영업 미팅에서 처음 인사하는 그 사람은, 이미 우리 이름이 들어간 문서를 상사에게 보낸 상태라는 뜻이거든요. 도입 비용, 예상 기간, 기대 효과, 리스크가 다 적혀 있는 문서요. 문제는 그 내용을 우리가 안 썼다는 겁니다. AI가 썼거나, 경쟁사 자료를 참고했거나, 3년 전 블로그 글을 보고 추정했겠죠.


틀린 기대치가 그 문서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나중에 계약이 되고 나서 우리 문제로 돌아옵니다. "듣던 거랑 다른데요"가 여기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마케팅의 목표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그 내부 문서를 우리가 대신 써주는 것.


말장난처럼 들리시겠지만 꽤 진지한 얘기입니다. 구매자가 내부 승인을 받으려면 필요한 항목은 뻔합니다. 얼마 드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우리 규모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안 됐을 때 리스크가 뭔지, 대안 대비 뭐가 나은지. 이걸 공개된 형태로 먼저 정리해두면 구매자는 그냥 복사해서 씁니다. 안 해두면 다른 데서 가져옵니다.


그러면 마케팅은 뭘 해야 할까요.
여기서 대부분의 팀이 "콘텐츠를 더 잘 만들자"로 결론을 냅니다. 저는 이 결론이 틀렸다기보다 너무 막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만든다는 게 뭔지 정의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바뀌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준을 하나로 줄여서 씁니다.


이 문장에서 우리 브랜드명을 지웠을 때, 정보가 남는가.
안 남으면 그 문장은 절대 인용되지 않습니다. AI한테도, 사람한테도요.


"업계 선도 솔루션", "차별화된 고객 경험", "엔드투엔드 통합" 같은 문장은 브랜드명을 빼면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이런 문장은 슬랙에 붙여넣어지지 않습니다. 동료가 "이 벤더 어때요?"라고 물었을 때 아무도 저 문장을 옮기지 않아요.


반면 "50인 규모 SaaS 기준 온보딩 평균 11일, 그중 데이터 이전이 6일"은 브랜드명이 없어도 정보입니다. 이런 문장은 옮겨집니다.


두 문장의 차이가 뭘까요. 뒤쪽 문장은 반박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숫자를 박으면 틀릴 위험이 생깁니다. 조건을 밝히면 안 맞는 고객이 걸러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가 앞쪽 문장을 씁니다. 안전하니까요.


저는 그 안전함이 지금 가장 비싼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잠깐, 실제 장면을 하나 그려볼게요. 어떤 회사 실무자가 팀 슬랙에 "이 벤더 써보신 분?"이라고 올립니다. 답을 다는 동료는 우리 홈페이지를 열지 않습니다. 열 이유가 없어요. 기억나는 문장 하나, 커뮤니티에서 본 후기 하나, 예전에 AI가 요약해준 한 줄을 던집니다.


그 한 줄이 무엇이 될지가 사실상 우리 마케팅의 결과물입니다. 홈페이지 히어로 카피가 아니라요.

 

그런데 우리는 그 슬랙 채널을 볼 수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영역을 '다크 퍼널'이라고 부르고, Gartner는 B2B 구매 여정의 70~80%가 벤더와 접촉하기 전에 끝난다고 봅니다. 그래서 많은 팀이 그 안을 들여다보려고 인텐트 데이터를 사고 익명 방문자를 추적합니다.


저는 그 방향에 큰 기대가 없습니다. 구매자가 그 대화를 비공개로 하는 이유가 바로 벤더에게 안 보이고 싶어서인데, 벤더가 보기 시작하면 또 다른 안 보이는 곳으로 옮겨가겠죠. 감시로 이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들여다보려 하지 말고, 그 방 안에서 우리 얘기가 어떻게 인용될지를 설계하는 편이 낫습니다.


반박당할 수 없는 문장은 검증할 수도 없습니다. 검증할 수 없는 문장은 구매자가 애초에 쓰지 않습니다. 열에 일곱이 영업사원을 불러서 확인하는 시대에, 확인할 거리가 없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 자료와 똑같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더 불편한 얘기가 나옵니다.


가장 효과가 큰 건 '우리와 안 맞는 고객'을 공개하는 겁니다. "5인 이하 팀에는 저희 제품이 과합니다" 같은 문장이요. 이걸 써 붙이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안 맞는 리드가 줄고, 맞는 리드의 신뢰가 올라갑니다.


문제는 리드 숫자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MQL 개수로 평가받는 팀은 이걸 절대 못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게 마케팅 전술 문제가 아니라 KPI 설계 문제라고 봅니다. 지표를 안 바꾸면 아무리 좋은 전략도 조직 안에서 죽습니다.


마지막으로, 실무에서 당장 해볼 수 있는 걸 하나만 남기겠습니다.


영업이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반박 세 개를 물어보세요. 그리고 그 세 개에 대한 답을 공개 콘텐츠로 만드세요. 새 캠페인을 기획하는 것보다 훨씬 싸고, 검증 통과율을 올리는 데는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증상 얘기입니다.


이 뉴스레터에서 제가 일부러 손대지 않은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맨 앞에 나온 "트래픽 30% 감소, 계약은 그대로"라는 상태요. 저는 이걸 트래픽 문제로 읽는 순간 대부분의 조직이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뛴다고 보는데, 그 오진의 구조와 대안 지표를 제대로 쓰려면 지면이 훨씬 더 필요했습니다.


원문에는 그게 들어 있습니다. MQL을 정말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제 결론(유행하는 얘기와 절반만 같습니다), '우리가 후보군에 들어간 비율'을 도구 없이 스프레드시트 한 장으로 재는 방법, 그리고 인용되는 문장과 인용 안 되는 문장을 나란히 놓고 비교한 표까지요.


무엇보다 마지막 문단의 결론이 여기 쓴 것과 방향이 다릅니다. 리드가 줄어든 이유에 대한 제 진짜 생각은 거기서 한 번 뒤집힙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반쪽만 읽으신 겁니다.


전체 분석은 아래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https://medium.com/@hoon_16083/b2b-%EA%B5%AC%EB%A7%A4%EC%9E%90-94-%EA%B0%80-ai%EB%A5%BC-%EC%93%B4%EB%8B%A4-69-%EB%8A%94-%EA%B7%B8%EA%B1%B8-%EC%95%88-%EB%AF%BF%EB%8A%94%EB%8B%A4-79a38cff96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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