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회의실에서 마케팅 대시보드를 펼쳤다고 가정해 봅시다.
메타 광고 ROAS 5.0, 구글 광고 ROAS 4.2, 어트리뷰션 툴이 잡은 SEO 매출까지. 합산해 보면 지난주 마케팅이 만든 매출이 실제 매출의 1.5배쯤 됩니다. 산수로는 불가능한 일이 매주 일어나죠. 우리는 다들 알고 있었고, 다들 모른 척했습니다.
이번 주 미국에서 발표된 한 조사가 그 침묵을 깼습니다. 200개가 넘는 이커머스 브랜드의 광고 플랫폼 리포트와 실제 매출 기여도를 교차 검증한 결과, 플랫폼이 자랑하는 ROAS가 평균 2.3배 부풀려져 있었다는 겁니다. 일부 브랜드는 3배가 넘었습니다.
그러니까 메타에서 ROAS 5.0이 찍히는 캠페인의 진짜 ROAS는 약 2.2 수준이라는 얘기입니다. 광고비 30억을 쓰는 D2C 브랜드라면, 사실상 절반 가까이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지출이었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왜 우리는 이 거짓을 그토록 오래 믿었을까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광고 플랫폼은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심판입니다. 메타 광고의 효율을 메타가 측정하고, 구글 광고의 효율을 구글이 측정합니다. 이 구조가 객관적일 거라 기대한 우리가 순진했습니다.
둘째, ROAS는 너무 깔끔한 숫자입니다. 임원 보고서에 5.0이라는 숫자 하나를 적어 내면 자료가 한 페이지로 끝납니다. 다음 분기에 광고비 30% 증액을 요청해도 통과되기 쉽죠. 이 깔끔함이 산업 전체를 망쳤습니다.
셋째, 대안이 너무 비싸 보였습니다. MMM 컨설팅은 가격이 높고, incrementality 테스트는 광고를 일부 꺼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무섭습니다. "이번 분기 매출 못 채우면 어쩌려고요?"라는 임원의 한마디 앞에서 모든 실험이 죽습니다.
여기서 2026년 미국 마케팅 시장이 이미 움직인 방향을 보면 충격적입니다. 미국 마케터의 71%가 user-level 데이터 의존도를 줄였고, 47%가 MMM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으며, 52%는 이미 incrementality 테스트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과의 격차가 단순한 시차가 아니라 구조적 차이로 벌어지는 중입니다.
세 가지 측정 방식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멀티터치 어트리뷰션(MTA)은 일간 캠페인 최적화에 빠르고 세밀하지만 쿠키 의존이 심해 과대 보고가 가장 큰 단점입니다. MMM은 분기·연간 예산 배분에 오프라인과 브랜드 광고까지 포함할 수 있지만 준비 시간이 길고 일간 운영에는 약합니다. Incrementality 테스트는 채널의 진짜 기여도를 인과 관계로 증명할 수 있지만 일부 광고를 잠시 꺼야 한다는 부담이 있죠. 요즘 잘 굴러가는 팀들은 이 셋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게 아니라, MMM을 분기 전략의 척추로 두고 큰 채널에는 incrementality 테스트를 붙이고 일간 운영에는 MTA를 신호 정도로 보는 구조를 짭니다.
한국 시장의 솔직한 진단을 하나 더 하자면, 국내에서 MMM을 제대로 돌릴 수 있는 팀은 100개 미만이라는 게 제 체감입니다. Incrementality 테스트를 매달 돌릴 인내심을 가진 임원은 더 적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ROAS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ROAS에서 떠나지 못합니다. 대안이 없는 게 아니라, 대안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고 느끼는 거죠. 하지만 MMM을 학술적으로 완벽하게 돌릴 필요는 없습니다. 매출과 채널별 광고비, 외부 변수 몇 개만으로 회귀분석 한 번 돌려도 ROAS 대시보드보다 훨씬 정직한 그림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한국 마케터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추상론은 무책임하니, 추가 예산 거의 없이 다음 30일 안에 시작할 수 있는 다섯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첫째, 채널별 ROAS를 합산해 매출과 비교해 보세요. 메타+구글+어트리뷰션 툴이 주장하는 매출의 합이 실제 매출의 몇 %인지 계산하면, 130%가 넘는 순간 그 자체가 회의 자료가 됩니다.
둘째, MER(Marketing Efficiency Ratio)을 일간으로 찍기 시작하세요. 일별 총 매출 ÷ 일별 총 마케팅비. 단순한 한 줄 숫자지만, 채널 어트리뷰션 논쟁을 우회하는 가장 정직한 지표입니다.
셋째, 가장 비싼 채널 하나에서 incrementality 테스트를 설계하세요. 거대하게 시작할 필요 없습니다. 부산 지역에서 한 주간 메타 광고를 끈 결과만으로도 진짜 기여도가 보입니다.
넷째, CAC를 풀로디드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세요. 광고비뿐 아니라 콘텐츠 외주비, 마케터 인건비의 마케팅 비중, 툴 비용까지 더하면 "ROAS 5.0이 사실 손익분기점도 못 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섯째, 코호트 기반 LTV를 분기별로 갱신하세요. 단순 평균 LTV가 아니라, 2024년 1분기 유입 코호트의 12개월 후 매출 같은 식으로요. 이 표 한 장이 다음 분기 예산 회의의 무기가 됩니다.
이 다섯 가지를 한 달만 굴려도 회의실 분위기가 바뀝니다. "ROAS 5.0이에요"라는 문장 하나로 끝나던 회의가, "그래서 MER은요? Incremental ROAS는요? 풀로디드 CAC는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회의로 바뀝니다. 그때 비로소 마케팅팀은 "돈 쓰는 부서"에서 "ROI를 증명할 수 있는 부서"로 격상됩니다. CFO의 시선이 한 번 바뀌면 다음 해 예산이 달라집니다.
저는 작년에 광고비 30억을 쓰는 한 D2C 브랜드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분이 한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 30억의 정확한 기여도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회사 안에 한 명도 없어요." 이게 한국 D2C 시장의 평균값입니다. 30억의 절반이 헛돈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는 마주하지 못한 채 매분기 광고비를 증액하고 있었던 거죠.
저는 ROAS 무용론자가 아닙니다. ROAS는 여전히 유용합니다. 다만 이제는 시험 점수가 아니라 체온계 정도의 위치여야 합니다. 매일 보긴 하되, 그것 하나로 환자 상태를 다 판단하지는 않는 그런 위치. 이 한 줄짜리 인식 전환이 향후 3년 한국 퍼포먼스 마케팅 변화의 전부를 요약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 변화가 한국 시장에서 2027년쯤 본격화될 거라는 겁니다. 그때 가서 부랴부랴 MMM 컨설팅을 알아보는 팀과, 지금부터 작은 incrementality 테스트를 한 채널씩 돌려본 팀의 격차는 따라잡기 힘들 만큼 벌어져 있을 것입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다음 10년은 "더 많이 쓰는 팀"이 이기지 않습니다. "자기가 진짜로 얼마나 벌었는지 정확히 아는 팀"이 이깁니다. 이건 단순히 측정 방법론 문제가 아니라, 회사 전체가 데이터 앞에 정직해질 수 있느냐의 문제죠. ROAS의 시대가 끝나는 게 아닙니다. ROAS만 보던 시대가 끝나는 겁니다. 그 차이를 빨리 받아들이는 팀이 다음 분기, 다음 해, 다음 5년의 승자가 됩니다.
문제는 마케터의 능력이 아닙니다. 시스템이 정직함을 처벌하는 구조에서 정직한 측정은 영웅적 행위가 되어 버립니다. 분기 ROAS로 평가받는 마케터가 ROAS의 거짓말을 까발리는 건, 자기 평가지표를 자기가 흔드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이 변화는 결국 톱다운이어야 합니다. CEO나 CMO가 "올해부터 우리는 ROAS 단독 평가를 안 한다"고 선언하는 순간 비로소 실무자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본문에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푸는 더 무거운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ROAS가 죽는 게 아니라 ROAS의 자리가 바뀌는 시대, 다음 10년의 승자가 되는 팀은 어떤 6가지 지표로 스코어보드를 다시 짜는지, 그리고 임원을 단 한 줄로 설득하는 문장이 무엇인지. 이 부분을 놓치면 정작 회사 안에서 변화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결론에서 한 번 더 뒤집힙니다.
원문 보기: https://medium.com/p/6bde00dcf069?postPublishedType=init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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