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to

CFO 앞에서 잘리지 않는 마케터의 단 하나의 차이

2026.05.03 | 조회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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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CMO와 저녁을 먹었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예산 협상에서 진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처음으로 졌어요."

 

그 회사 마케팅 예산은 다음 분기부터 18% 깎인다.


이유를 물었더니 답이 단순했다. CFO가 "당신이 운영하는 CRM이 매출을 얼마 만들었어?"라고 물었는데, 답이 "오픈율 32%, 클릭률 4.7%"였다는 거다. CFO는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그건 매출이 아니다."


이 풍경,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지난 한 달 동안 CMO 일곱 명을 만났습니다. 일곱 중 다섯이 같은 얘기를 했어요. "올해부터 CFO 회의에서 마케팅이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라간다." 한 명은 그 자리에서 ROAS 보고서를 펼치고, CFO한테 "이건 ROAS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보고서를 덮고 회의실을 나오는 동안, 그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 하나의 단어는 '권력의 이동'이었다고요.


맥킨지가 같은 시기에 포춘 500 마케팅 리더 50여 명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당신 회사 마테크 ROI를 설명해 보세요." 0명이 답했어요. 한 명도 빠짐없이 못 답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같은 사람들의 80%가 향후 5년간 마테크 지출을 늘리겠다고 답했고, 4분의 1은 25%까지 증액한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산 도구의 가치를 모르면서, 더 사겠다는 거죠. 맥킨지 추산으로는 이 격차가 2027년까지 2,150억 달러를 증발시킵니다.

 

가트너 데이터는 더 차갑습니다. 2025년 글로벌 마케팅 예산은 매출의 7.7%. 3년째 그대로예요. 팬데믹 이전 4년 평균이 11%였으니 사실상 30% 깎인 셈이고, 절반의 CMO는 6% 이하로 일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CMO의 74%가 "ROI 증명 압박이 더 강해졌다"고 답했고, 39%는 대행사 예산 삭감을 이미 계획했어요.


핵심은 이겁니다. 돈은 그대로인데, 증명은 두 배로 해야 한다.


그런데 왜 마케터들이 답을 못 할까요.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구조가 그래요.


대부분의 팀이 ROI라고 부르는 건 사실 ROAS입니다. 광고비 대비 매출. 그런데 ROAS는 광고가 없었어도 일어났을 매출까지 광고 공으로 돌립니다. 자연 검색으로 들어와 살 사람한테 리타게팅 광고를 한 번 더 노출하면, 그 매출은 광고 ROAS에 잡혀요. 광고를 끄면 사라질까요? 안 사라집니다. CFO는 이걸 본능적으로 압니다. 그래서 ROAS 보고서를 안 믿어요. 그리고 한 번 신뢰가 깨지면, 그 다음 분기엔 어떤 숫자를 들고 가도 안 통합니다.


진짜 살아남는 팀들은 세 가지를 동시에 봅니다. 어트리뷰션, MMM(마케팅 믹스 모델링), 인크리멘탈리티. 업계 용어로는 트라이앵귤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어트리뷰션은 어떤 채널이 전환을 만들었나를 알려주고, MMM은 채널별 적정 예산이 얼마인가를 답해주며, 인크리멘탈리티는 이 광고가 진짜 추가 매출을 만들었나를 검증해 줍니다. 셋 다 반쪽짜리예요. 어트리뷰션은 인과 관계가 아니고, MMM은 후행 지표고, 인크리멘탈리티는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그런데 함께 쓰면 비로소 단 하나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요. "이 채널을 끄면 매출이 얼마 빠지는가." 이게 CFO가 진짜 듣고 싶은 답입니다.


미국 마케터의 46.9%가 향후 1년간 MMM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고, 36.2%는 인크리멘탈리티에 더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52%는 이미 인크리멘탈리티 실험을 운영 중이에요. 한국이 평균보다 늦은 건 사실이지만, 빨리 따라가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격차가 올해를 기점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본 인상적인 사례 하나. 한 D2C 브랜드가 ROAS 기준으로는 페이스북을 1순위로 봤어요. 그런데 인크리멘탈리티 실험에서 페이스북을 잠시 끄니 매출이 거의 안 빠졌습니다. 자연 유입과 카카오 채널이 같은 사람을 데려오고 있었던 거예요. 페이스북 예산을 30% 줄여서 콘텐츠와 CRM에 옮기자, 매출은 그대로인데 마케팅 비용이 22% 빠졌습니다. 그 분기 보고에서 CFO가 처음으로 마케팅 팀을 칭찬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작은 팀들이 자주 하는 오해 하나. "MMM, 인크리멘탈리티 우린 못 해요. 도구도 없고 데이터도 부족하고."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어요. 정교한 모델링은 사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캠페인을 끄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 자체는 사치가 아니에요. 한 채널을 한 주만 끄고 매출을 측정해 보는 것. 한 지역에서만 광고를 빼고 다른 지역과 비교하는 것. 도구 없이도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작은 실험 한 번이, 1년치 보고서보다 신뢰를 더 만듭니다. 작은 팀일수록 오히려 이게 무기가 됩니다. 모델링은 못 해도, 실험은 할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질문이에요. "우리 CRM이 매출을 X원 만들었습니다, 끄면 Y원이 빠집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마케터는 다음 분기 예산 협상에서 이깁니다. "오픈율이 32%입니다"라고 말하는 마케터는, 컷 1순위가 됩니다. 그게 시장의 메커니즘이에요.


CFO 언어로 옮기는 건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세 가지 단어만 챙기면 돼요. 첫째는 증분(incremental). "이 채널이 만든 매출"이 아니라 "이 채널이 없었으면 사라졌을 매출"을 말해야 합니다. 둘째는 한계 ROI. 평균이 아니라 마지막 1원이 만든 효율을 말해야 해요. 광고를 1억에서 1억 1천으로 늘렸을 때 추가 1천만 원이 만든 매출이 5천만 원이라면, 평균 ROAS와 무관하게 그 1천만 원은 효율적입니다. 셋째는 시간 가치. CFO는 분기 단위로 사고하기 때문에, "12개월 후 효과가 나올 브랜드 캠페인"을 말할 땐 분기별 마일스톤으로 쪼개서 보여줘야 합니다.


이 세 단어만 보고서에 넣어도 회의의 톤이 바뀝니다. 제가 본 마케터 중 가장 빠르게 권력을 회복한 사람은 새 도구를 산 사람이 아니었어요. 자기 보고서에 이 세 단어를 넣기 시작한 사람이었습니다.


또 하나 짚고 싶은 게 있어요. CFO와 분기마다 30분만 시간을 잡아 ROI 정의를 같이 만드세요. 한 분기엔 정의에 합의하고, 다음 분기엔 그 정의로 보고하면 됩니다. 이게 마케팅 팀이 외부에서 가져오는 어떤 컨설팅보다 효과가 큽니다. 자신이 정의에 참여한 숫자를, CFO는 의심하지 않거든요.


가트너 예측에 따르면 2026년 마케팅 예산은 8.9% 성장, 디지털은 11.9% 성장합니다. 동결됐던 돈이 다시 풀려요. 하지만 그 돈은 모두에게 나눠지지 않습니다. 측정을 증명할 수 있는 팀에게 몰려가고, 못 하는 팀의 예산은 영업팀, 프로덕트팀, 데이터팀으로 옮겨갑니다. 그게 이미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한국에선 올해 하반기에 벌어질 일이에요.

 

저는 이 변화가 마케터에게 위기보다 기회라고 봅니다. 지난 10년간 마케팅이 '느낌의 영역', '브랜드의 영역'으로 분류되면서 우리는 의사결정 테이블 끝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이제 측정의 무기를 갖춘 마케터는 처음으로 테이블 중앙에 앉을 수 있습니다. 단, 측정을 외주에 맡기지 말고 본인이 직접 손에 쥐어야 합니다. 외주는 권력을 만들어주지 않거든요.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한 줄. 측정 능력이 곧 예산 권력이다. CFO 언어로 마케팅을 설명할 수 있느냐, 그것이 2026년 마케터의 첫 번째 무기입니다. 그리고 이 무기는 도구나 컨설팅으로 살 수 없어요.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원문에는 이 뉴스레터에서 잘라낸 진짜 알맹이가 더 있어요. 50명 중 0명이 답하지 못한 진짜 이유, CFO 언어로 옮길 때 반드시 챙겨야 할 세 단어(증분·한계·시간 가치), MMM 도입이 무너지는 가장 흔한 패턴, 그리고 도구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라는 결론까지. 결론은 원문에서 뒤집힙니다. 보고서 한 줄을 바꾸는 것이 예산 협상 결과를 어떻게 바꾸는지, 이 부분을 놓치면 반쪽짜리예요.


원문 보기: https://medium.com/p/f2cd1d2b312f?postPublishedType=init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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