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슈퍼사이클을 이끄는 기업을 평가하는 방법
지난주 유명 벤처캐피탈 팟캐스트 20VC에는 최근 OpenAI에 대한 4천억 원 규모 투자 컨소시엄을 이끈 Thrive Capital의 빈스 행크스(Vince Hankes)가 출연하여 거래의 배경 및 투자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공유하였습니다. 물론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어떻게 올해 매출 3천억 원 정도를 기대하는 회사가 무려 40조 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빈스는 $29 billion 이란 숫자는 어떤 기준을 놓고 보더라도 근거를 찾기 어려운 수치임을 인정하면서도 투자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 시대를 관통하는 새로운 기술이 퍼져나가는 속도 👉 빅테크 회사들이 사업 초기 보여준 드라마틱한 성장 곡선은 엑셀 재무 모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 시장의 규모 👉 OpenAI의 잠재력은 전 세계 '검색' 시장을 뒤흔드는 파괴력과 수백 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업무자동화'의 신세계
- Scalability Property 👉 ChatGPT가 퍼져나가는 속도로 증명된 OpenAI의 확장성과 사용 편이성
어떤 의미인가?
ChatGPT 출시 초기 엄청난 사용자 수 증가 속도를 보이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두 달 만에 월간 사용자 1억 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AI 서비스들의 트래픽을 비교해 보면 OpenAI의 독보적인 시장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OpenAI의 4월 방문자 트래픽은 20억 건을 돌파하였으며, ChatGPT API 요청 건수까지 트래픽에 포함시킬 경우 수치가 월 100억 건에 육박합니다.
-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서비스인 딥엘(DeepL)과 캐릭터ai(Character)의 월간 트래픽이 6억 건 수준이니 이미 2등 서비스 대비 15배가 넘는 독보적인 사용성을 확보한 곳이 OpenAI 입니다.
Thrive Capital이 언급한 Scalability Property가 바로 이와 같은 OpenAI의 독보적 서비스 트래픽을 의미합니다. 이미 전 세계 수억 명이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라는 자산을 확보하였으니, 앞으로는 ChatGPT 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들을 꾸준히 플랫폼에 추가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갈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AI가 인터넷, 모바일, 소셜, 클라우드를 이을 또 하나의 기술 슈퍼사이클이라고 평가하는 측에서는 OpenAI의 잠재력을 빅테크 기업의 초기 성장성과 비교해야 한다고 언급합니다.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수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서비스라면 현재의 매출이 아닌, 사용자와 트래픽이 증가하는 속도가 곧 기업가치를 결정한다는 논리입니다.
구글의 연간 매출이 300억 원에서 4조 원까지 168배 성장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5년입니다. 페이스북의 매출이 2,500억 원에서 6조 원까지 33배 성장하는데 걸린 시간도 마찬가지로 5년입니다.
-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 글로벌 서비스의 확장성과 만나게 되면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 유료서비스 출시 이후 1조 매출 돌파에 걸린 시간은 구글이 5년, 페이스북이 4년입니다. OpenAI는 2022년 ChatGPT 출시를 통해 2024년 1조 매출을 기대하며 해당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입니다.
- OpenAI가 제시한 2024년 $1 billion 매출 목표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매출 성장 속도를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이를 근거로 OpenAI는 기업가치 평가 시 30배의 Forward PSR(Price-Sales Ratio)을 인정받았습니다.
구글은 $3.2Bn의 매출을 기록한 2004년 $23 billion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나스닥 상장에 성공, 그 해 연말에는 시가총액이 $128 billion까지 치솟은 바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5.1 billion 매출을 기록한 2012년 무려 $104 billion 기업가치로 상장에 성공합니다.
이를 통해 빅테크 기업들은 연평균 100% 수준의 고성장세를 기록하던 사업 초기 PSR 20 - 40배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OpenAI의 $29 billion 기업가치는 구글과 페이스북를 잇는 빅테크 기업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십분 반영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구글과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성장률 달성의 핵심은 자금력입니다. 최근 본업이 미디어 PR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매일 언론 인터뷰에 집중하고 있는 OpenAI의 수장 샘 알트만은 2019년 3월 OpenAI의 CEO로 합류함과 동시에 대규모 자금 조달에 착수, 마이크로소프트를 파트너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합니다.
- 2018년 9월: 자회사 OpenAI LP 설립
- 2019년 3월: 샘 알트만 OpenAI CEO로 취임. 코슬라벤처스와 리드호프만 재단이 참여하는 시드라운드 완료
- 2019년 7월: 마이크로소프트 $1Bn 투자
- 2023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 $10Bn 투자
- 2023년 4월: 투자자 컨소시엄 (Thrive Capital 리드) $300Mn 규모 구주 거래
2015년 비영리재단으로 설립된 OpenAI가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2018년부터 진행된 법인 구조 변경이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로 비영리재단의 자회사로 영리법인인 OpenAI, L.P.를 별도로 설립해 펀드레이징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OpenAI는 비영리재단이 영리법인을 세워 활동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 및 규제 위반 이슈를 우회하기 위해 영리법인인 자회사에 이익상한(Capped Profit)이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외부투자자들은 업사이드가 무한대인 일반적인 벤처투자와 달리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는 최대수익률이 확정된 선순위 우선주 투자를 집행한 것과 유사한 구조입니다.
- 2019년 시드라운드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투자 원금의 100배가 최대 수익 상한선으로 설정되었으며, 그 이후 투자는 이보다 낮은 최대수익배수가 설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재단이 여전히 회사의 장기적인 방향성과 부가가치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가면서 동시에 대규모의 외부투자 유치를 가능하게 해 준 '묘수'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비판도 존재합니다. 특히 2015년 OpenAI 재단의 발기인으로 참여하였으나 최근 자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일련의 OpenAI의 자금 조달 행보에 굉장히 불만이 많은 모습입니다.
머스크의 불만 따위는 개의치 않는 샘 알트만은 생성형AI를 넘어서는 일반인공지능(AGI)를 구현하기 위해 OpenAI를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많은 규모의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0조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이스북과 우버가 비상장 단계에서 조달했던 자금이 각각 3조 원과 6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많은 외부자금을 조달한 비상장 기업은 스페이스X이며 2002년 설립 후 20년 동안 약 12조 원의 외부 자금을 조달한 바 있습니다.
사실 OpenAI는 현재까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유치한 투자 만으로도 스페이스X를 가뿐히 뛰어넘는 자금력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샘 알트만의 그간 행보로 볼 때 100조 원 조달이 단순한 허풍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2023년 39조 원 기업가치를 기록한 OpenAI의 다음 행보가 내심 기대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