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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타트업이 상어(오픈AI)와 헤엄치는 법

Copy.ai의 AI 시대 생존기

2024.03.19 | 조회 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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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테크 + 벤처 + 투자에 관한 '관점'과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창업자들을 위한 한 문장의 태그라인, Copy.ai의 시작

Copy.ai는 폴 야쿠비안(Paul Yacoubian)과 크리스 루(Chris Lu)가 2020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처음에는 창업자들이 자주 겪는 문제, 즉 자신들의 비전을 몇 마디로 압축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도구인 Taglines.ai이 그 시초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엔젤 투자자로 활동하면서 창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aglines.ai를 트위터를 출시했는데 단 일주일 만에 수 백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하였습니다.

GPT-3를 활용, 챗GPT 출시보다 2년 빨랐던 Copy.ai의 서비스
GPT-3를 활용, 챗GPT 출시보다 2년 빨랐던 Copy.ai의 서비스

Copy.ai는 챗GPT가 등장하기 2년 전 생성형 AI 서비스를 출시한 얼리어답터 스타트업 중 한 곳입니다. 현재도 회사의 CEO를 맡고 있는 폴 야쿠비안은 오픈AI 언어모델의 초기 버전인 GPT-2 단계부터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GPT-3가 출시된 2020년 6월 이를 마케팅 카피 생성에 활용해 본 후 가능성을 발견,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기업입니다.    

Copy.ai의 등장과 성장은 AI 시대 스타트업의 도전과 성장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사업 초기 트위터를 적극 활용, 빌드인퍼블릭(Build in Public) 방식을 통해 사용자를 확보하였으며, 이후에는 검색 최적화 (Search Engine Optimization, SEO)와 제품 주도 성장 (Product-Led Growth, PLG)를 통해 서비스 천만 명 유저 달성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생성형 AI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AI Wrapper로서 한계를 느낀 Copy.ai는 연 환산 반복 매출 100억 원을 넘기는 성과에도 불구, 최근 사업 피벗을 강행하게 됩니다. 

 

빌드인퍼블릭은 Copy.ai처럼

2020년 10월 15일, 폴 야쿠비안은 Copy.ai를 전 세계에 공개하는 트윗을 보냈고, 이 트윗은 회사 초기 성장의 밑거름이 됩니다. 해당 트윗은 3일 만에 280,000회 이상의 노출을 받고, 7,000회 이상의 웹사이트 방문, 2,700명의 가입자, 그리고 첫 세트의 유료 고객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가입자는 석 달 만에 4만 명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Copy.ai의 시작을 알리는 2020년 10월 15일 트윗
Copy.ai의 시작을 알리는 2020년 10월 15일 트윗

빌드인퍼블릭(Build in Public)이란, 스타트업이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을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투명성과 개방성을 통해 고객, 투자자, 그리고 다른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와 관계를 구축하고 실시간 피드백 루프를 통해 더 빠르고 효과적인 제품 개발을 가능하게 합니다.

폴은 단순히 제품 개발 과정을 공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매달 회사의 실적을 적극 공개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매출 지표를 통해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배가시키는 전략입니다. 초기에는 엔젤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회사 성장 지표를 모두 공개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해당 전략을 활용합니다. 

Copy.ai가 트위터에 공개했던 월별 투자자 업데이트
Copy.ai가 트위터에 공개했던 월별 투자자 업데이트

트위터를 통해 회사 실적을 상세히 공개하는 전략은 팬데믹 당시 투자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기폭제가 됩니다. 회사는 2021년 3월 세콰이어캐피탈의 리드로 시드 라운드를, 그리고 6개월 뒤인 2021년 10월 윙 벤처스, 타이거글로벌, 일라드 길이 참여한 시리즈 A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배포와 노출 없이는 혁신도 없다

폴은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도 고객에게 도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빌드인퍼블릭 전략을 채택한 이유 또한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회사와 제품을 노출시키는 것이 목표였다고 강조합니다. 경쟁사들의 경우 몇 달간 스텔스 모드로 제품 개발에 몰두한 후 프로덕트헌트 등을 통해 반짝 주목받는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효과적인 배포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 폴의 주장입니다.

Copy.ai의 이용자 증가 추이 (출처: Growth Unhinged)
Copy.ai의 이용자 증가 추이 (출처: Growth Unhinged)

검색 최적화는 Copy.ai가 경쟁사를 앞서갈 수 있었던 또 다른 무기였습니다. 폴은 Tagline.ai의 성공을 경험한 후 본격적으로 카피라이팅 생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Copy.ai란 도메인을 $6,000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상당한 투자였지만 폴은 Copy.ai란 도메인의 영향력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Copy.ai의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B2B 고객들이 꾸준히 유입되었기 때문입니다. 웹사이트의 신뢰도와 검색 사이트 상위 랭크가 중요한 엔터프라이즈 고객에게 Copy.ai는 항상 Top 3로 검색되는 사이트 중 한 곳이었습니다. 회사의 이름 자체가 성장을 이끄는 플라이휠의 한 축을 담당하며 회사는 생성형 AI 시대에도 꾸준한 성장을 달성하게 됩니다.

회사는 2022년 10월 $10 million ARR을 달성하며 성과를 자축합니다. 하지만 한 달 뒤,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며 Copy.ai의 고민은 깊어지게 됩니다.

 

매출 100억 원을 넘기고도 피벗을 감행하다

지난주 Copy.ai는 신규 서비스인 GTM AI 플랫폼을 출시하였습니다. 챗GPT 등장 이후 Copy.ai의 서비스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사업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팀은 AI를 활용, 고객 확보 및 시장 개척을 의미하는 Go-To-Market 과정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를 출시하며 기 보유한 사업의 확장형 피벗을 감행한 것입니다. 

Copy.ai가 새롭게 출시한 GTM 자동화 플랫폼
Copy.ai가 새롭게 출시한 GTM 자동화 플랫폼

오픈AI가 챗GPT에 더해 GPT스토어까지 서비스에 나서면서 기존의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 더 나은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는 AI Wrapper의 효용성에 대한 논쟁이 한창입니다. 플랫폼 기업이 앱을 직접 만들기 시작하면 기존의 앱은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Copy.ai는 오픈AI가 직접 B2C 서비스에 나서면서 직격탄을 맞게 된 대표적인 기업 중 한 곳입니다. 폴 또한 2022년 하반기부터 빌드인퍼블릭 전략을 버리고 조용히 신규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게 됩니다.

Copy.ai가 찾은 돌파구는 바로 '자동화 솔루션'입니다. AI 대중화 시대에는 더 이상 '도구'를 파는 것에 큰 가치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쉽게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1세대 생성형 AI 스타트업들이 '도구'에 집중했다면 2세대 기업들은 제공하는 '가치'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AI 도구는 우리가 쉬는 동안에도 원하는 결과물을 창출하는 올인원 자동화 솔루션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폴 야쿠비안, Copy.ai CEO

Copy.ai는 카피라이팅 서비스를 성장시키며 얻은 노하우, 그리고 해당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150만 명의 사용자들을 레버리지하기 위해 GTM에 방점을 찍게 됩니다. AI 시대에 누구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업들 간의 생성형 AI 사용 역량이 여전히 천차만별인 점에 주목, 기업들의 수요를 간파하고 시장 선점에 나선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끊임없는 도전과 좌절의 과정

Copy.ai는 사업 피벗을 준비하며 지난달 $5 million (약 70억 원) 규모의 브릿지 라운드를 진행하였습니다. 당시 기업가치는 $60 million (약 800억 원), 2년 전 연환산 반복 매출 130억 원을 넘긴 기업 치고는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미디어에서 주목할 정도의 성공을 거둔 기업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챗GPT 출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AI 서비스 기업들의 딜레마를 잘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Copy.ai의 도전은 이제 시작입니다. 폴은 Copy.ai의 사업 전환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Copy.ai는 운이 좋게도 생성형 AI 라는 새로운 기술 사이클의 가장 초기부터 서비스를 출시, 오픈AI와 구글과 같은 대형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기 전 고객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선발주자가 생존하기 위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입니다. 

폴은 AI가 등장하면서 소규모의 민첩한 팀이 틈새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펀딩으로 사업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는 빠른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고 강조합니다. 과연 Copy.ai의 두 번째 챕터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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