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3. 🍷와인 Tip : 디캔팅 & 브리딩

🍷와인 Tip : 디캔팅 & 브리딩

'디캔팅'은 디캔터(decanter)라는 용기에 병에 든 와인을 따라서 옮기는 일입니다. 프랑스어로는 데캉타쥬(décantage)라고 하죠. ‘브리딩(breathing)’은 와인을 따서 공기와 접촉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디캔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디캔팅 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4번의 효과에 대해선 아직 논쟁이 있지만, 많은 와인 애호가나 업계 종사자들의 경험에 의하면 더 숙성해야 하는 와인도 약간의 공기와 접촉해 주면 향이 열리고 탄닌도 부드럽게 변합니다. 물론 좋은 환경에서 몇 년, 몇십 년 동안 잘 숙성한 와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요.

아래의 레드 와인은 디캔팅 하면 풍미가 좋아질 수 있거나 오래 숙성하면 병에 침전물이 생길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외에도 오래 숙성한 와인이나 여러 품종을 섞어서 만드는 블렌딩 와인은 침전물이 발생하는 일이 많으므로 이를 걸러내기 위해 디캔팅 해야 하죠.

아래의 화이트 와인은 침전물은 없지만 마시기 직전에 디캔팅 하면 풍미가 좋아질 수 있는 것들입니다.

와인 샵이나 대형 마트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데일리 와인은 찌꺼기가 거의 없고 장기 숙성용도 아니라서 구태여 디캔팅 할 필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와인들도 마시기 전에 한 잔 정도 따라 놓은 후 30분~1시간 정도 브리딩 하고 마시면 더 부드럽고 정돈된 질감과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와인의 눈물에 관한 거짓과 진실

와인에 관한 미신 중 하나가 잔에 담긴 와인을 돌려서 향을 공기와 섞어 발산시키는 스월링(Swirling)을 했을 때 잔의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액체인 와인의 눈물(wine tears), 또는 와인의 다리(wine legs)가 굵고 많을수록 좋은 와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와인의 눈물이 많을수록 좋은 와인은 아니고, 풀 바디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일수록 와인의 눈물이 많습니다.

와인을 스월링하면 잔의 안쪽 면에 와인이 닿아서 액체막이 생깁니다. 이 액체막에서 증발이 잘되는 알코올은 먼저 날아가고, 물과 탄닌, 당분 등의 기타 물질은 방울로 변해 잔을 타고 흘러내리죠. 와인의 눈물은 이렇게 생깁니다.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스월링 후에 잔의 안쪽 면에 묻은 와인에서 알코올의 비중이 높습니다. 알코올이 증발하면 남은 와인에서 탄닌과 당분 등의 비중은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보다 높기 마련이죠. 그런 물질의 비중이 높을수록 남은 와인은 진해지고, 진할수록 와인의 눈물은 더 굵어집니다. 탄닌과 추출물의 비중이 높은 풀 바디 와인 역시 마찬가지죠.

그러나 알코올 도수가 높다고 해서, 탄닌과 당분, 추출물의 비중이 높다고 해서 좋은 와인은 아닙니다. 좋은 와인은 와인을 이루는 여러 요소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와인이죠. 품질 좋은 와인 중에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풀 바디 와인이 많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은 평범한 풀 바디 와인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또한 와인의 눈물은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온도와 💦습도는 알코올의 증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온도가 낮거나 습도가 높으면 같은 와인이어도 눈물이 덜 생깁니다. 와인잔의 모양과 질감도 와인의 눈물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죠.

결론적으로 와인의 눈물은 와인의 특성 중 일부를 보여주는 현상일 수 있지만, 와인의 품질을 가르는 기준은 될 수 없습니다.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즈(Decanter World Wine Awards)의 론(Rhône) 지역 의장인 맷 웰스(Matt Walls)는 ‘다리는 상대적으로 와인에 대해 거의 알려주지 않으며, 잔에 담긴 와인의 품질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다리가 와인 애호가에게 제공하는 유일한 정보는 와인에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말하는 데 다리가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 포도의 구분 : 양조용 포도에 관하여

포도과(Ampelidaceae)의 낙엽성 덩굴식물인 포도는 약 1억 4천만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났습니다. 한때 지구 전 지역에 널리 퍼져 자랐지만, 빙하기의 낮은 기온 때문에 대부분 멸종했죠. 1만 3500년 전에 🥶마지막 빙하기가 끝났을 무렵엔 동, 서아시아와 북아메리카 지역의 포도만 살아남고, 다른 지역의 포도는 사라졌습니다. 살아남은 포도는 각 지역에서 다음과 같은 종으로 분화했습니다.

🌍 서아시아(중앙아시아)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라는 포도(Vitis) 속에 속한 포도들로 중앙아시아의 코카서스(Caucasus) 지역이 원산지입니다. 중앙아시아에서 그리스로 전파되고, 다시 이탈리아반도로 넘어가면서 오랫동안 유럽에서 재배된 품종들로 고급 와인을 만들 땐 이 품종을 사용합니다. 프랑스에선 AOC(AOP) 등급 와인은 반드시 비티스 비니페라로 만들어야 하죠.

더운 지방인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라서 리슬링(Riesling) 같은 일부 품종을 제외하면 추위에 약합니다. 샤도네이(Chardonnay),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등등 우리가 자주 들어본 양조용 포도가 여기에 속합니다.

🌎 북아메리카

북미에는 3종류의 포도 속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비티스 라부르스카(Vitis Labrusca)로 추운 날씨와 병충해에 강하며 따로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는 편입니다. 그러나 와인을 만들면 폭시 플레이버(foxy flavor)라는 독특한 냄새가 나옵니다. 이 냄새는 동물의 누린내가 아니라 식용 포도의 향이지만, 기존의 와인 향과 달라서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죠. 게다가 오래 숙성하면 빠르게 맛이 변합니다. 그래서 와인보다 포도 주스의 원료로 많이 사용합니다.

콩코드(Concord)와 델라웨어(Delaware) 포도 등이 비티스 라부르스카이며 우리가 많이 먹는 캠밸 얼리(Campbell Early) 포도도 여기에 속합니다.

비티스 아이스티발리스(Vitis. Aestivalis)는 여름 포도, 비둘기 포도로 부르며 주로 식용으로 재배됩니다.

비티스 로툰디폴리아(Vitis. Rotundifolia)는 미국 남동부와 멕시코 일대가 원산지로 포도알의 간격이 넓은 포도송이가 특징입니다. 유명한 품종으로는 스크프농과 무스카딘(Muscadine) 등이 있고 주로 스위트 와인 양조용으로 씁니다.

🌏 동아시아

비티스 아무렌시스(Vitis Amurensis)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자생하는 포도로 러시아와 중국에 걸쳐 있는 아무르 계곡에서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주스와 잼, 술 제조에 사용합니다.

비티스 코와이네티아(Vitis coignetiae)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머루 포도로 극동 러시아와 일본에서도 발견됩니다.

와인에 사용한 포도가 와인 품질을 좌우합니다. 비티스 비니페라가 아닌 포도로 만든 와인은 아무래도 맛과 향이 떨어지죠. 이것은 찰기가 없는 🌾인디카 쌀(Indica rice)로 맛있는 떡을 만들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인디카에도 찹쌀이 존재하고 동남아 각국에선 이 쌀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우리가 먹는 떡과 식감이 다르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비티스 비니페라가 아닌 포도로 만든 와인도 나름의 맛과 향은 있지만, 고급이라고 평가받는 와인과 스타일이 다릅니다.

비티스 비니페라는 아니지만, 비티스 비니페라와 다른 포도 속의 포도를 교배해서 만든 하이브리드 품종 중에는 와인용으로 성공한 품종도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아이스 와인(ice wine)용으로 재배하는 비달(Vidal)이 대표적인 경우죠. 비티스 비니페라에 속한 청포도인 우니 블랑(Ugni Blanc)과 비티스 라부르스카인 레이용 도르(Rayon d’Or, Seibel 4986)를 교배해서 만든 비달은 매서운 추위에도 당도와 산도가 높게 나와서 아이스 와인을 만들기에 알맞습니다. 비달 포도로 만든 캐나다산 레이트 하베스트(Late Harvest) 와인과 아이스 와인은 높은 품질로 세계 시장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 마리아쥬 : 리슬링 아우스레제 (Riesling Auslese)와인과 떡볶이

🍷 와인 - 프리츠 짐머 리슬링 아우슬레제(Fritz Zimmer Riesling Auslese) 2021. 독일의 화이트 와인으로 시음기는 아래에 있습니다.

🍲 음식 - 스텔라 떡볶이

일반적으로 매운맛은 와인과 마리아쥬를 맞추기 어렵습니다. 와인이 발전한 유럽의 식문화에선 매운 음식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죠. 음식과 술은 함께 발전하거든요.

그렇지만 와인의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스타일입니다. 어떤 포도를 사용하느냐, 어떻게 양조하느냐, 얼마만큼 숙성하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죠. 우리는 그중에서 매운맛과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내면 됩니다.

🌶️고추장이나 칠리소스 같은 매운 재료에는 캡사이신이 들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캡사이신은 화끈거리는 느낌과 자극을 주며 심할 경우 통증을 유발합니다. 레드 와인의 탄닌도 수렴성이 있어서 떫은맛으로 자극을 주죠. 그래서 매운 음식에 풀 바디 레드 와인을 함께 마시면 화끈거리는 떫은맛이라는 이중의 자극을 받습니다. 그래서 떡볶이에 레드 와인은 일단 피해야 합니다.

캡사이신은 💦알코올에 녹기 때문에 와인을 함께 마시면 매운 느낌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알코올 도수가 너무 높으면 캡사이신의 매운맛을 줄여주기보다 화끈거리는 느낌을 더 강하게 해줍니다. 매운 음식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알코올 도수는 14%까지입니다.

🍯단맛은 매운 음식의 타는 듯한 느낌을 줄여줍니다. 그래서 인도나 동남아의 매운 요리에는 처트니(chutney) 같은 새콤달콤 짭조름한 소스가 함께 나오죠. 매운 떡볶이에 쿨피스를 함께 먹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레드 와인이 아니고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으며 단맛이 나는 와인. 그렇다면 역시 🇩🇪독일의 프레디카츠바인(Prädikatswein) 와인들이죠. 프레디카츠바인은 ‘등급 와인’이란 뜻으로 독일의 13개 와인 재배지에 있는 39개 하위 지구 중 한 곳에서 허용된 포도로만 만드는 최고급 와인들입니다. 6개의 세부 등급이 있고 분류 기준은 발효 전에 🍇포도즙(must)에 포함된 당분의 양입니다.

아우슬레제는 당분이 적은 순서로 세 번째 등급입니다. ‘선별 수확’이라는 뜻으로 완전히 익은 포도알만 손으로 수확해서 만들죠. 드라이 와인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십중팔구 세미 스위트 와인이거나 스위트 와인입니다.

떡볶이와 아우슬레제 와인을 함께 마시면 떡볶이의 ‘매콤달콤한’ 맛과 와인의 ‘새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멋진 궁합을 보여줍니다. ‘새콤달콤 매콤한’ 맛을 만들어 주죠. 와인과 떡볶이가 서로 거슬리지 않고 각자 가진 맛을 살려주면서 조화를 이루네요. 떡볶이에 든 어묵도 화이트 와인이라서 잘 어울립니다. 또한 떡볶이의 짠맛은 와인의 바디를 두드러지게 하고 신맛을 부드럽게 다스려 줘서 더 마시기에 좋게 해줍니다.

제가 먹은 떡볶이의 매운 정도는 순한 맛이지만 더 매운맛도 잘 어울릴 겁니다. 또한 아우슬레제보다 덜 단 카비네트(Kabinett)나 슈페트레제(Spätlese) 등급의 프레디카츠바인도 떡볶이 같은 매운 음식과 잘 맞습니다.

📝 와인 시음기

5월 1일부터 5월 9일까지 시음한 와인 중 개인 점수 B 이상의 와인을 소개합니다. B는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을 뜻합니다.

🟢 프리츠 짐머 리슬링 아우슬레제(Fritz Zimmer Riesling Auslese) 2021

🟢 아구스티 또레요 마타 XIC 샤렐-로(Agusti Torello Mata XIC Xarel-lo) 2020

🟢 단델리온 빈야즈 인챈티드 가든 오브 디 에덴 밸리 리슬링(Dandelion Vineyards Enchanted Garden of the Eden Valley Riesling) 2021

🔴 콜롬비아 크레스트 H3 카베르네 소비뇽(Columbia Crest H3 Cabernet Sauvignon) 2020

💬 시음회 정보

2023년 5월 11일부터 5월 24일까지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진행하는 시음회 정보입니다.

🈶 유료 시음회

🍷 Sensory Tasting - Aromas in White Wines

🍷 슈퍼 투스칸 세컨드 와인 테이스팅

🍷 Champagne Night#3, Rose

🍷 2023 수원주류박람회 더글라스 / The GLASS 2023 – SUWON

🆓 무료 시음회

🍷 슬로우보틀 와인 시음회

계절의 여왕 5월은 와인 마시기에도 좋은 달입니다. 특히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저녁은 친구들과 와인 마시기 딱 좋죠. 다음 주에도 재미난 와인 이야기와 마리아쥬, 시음기를 구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릴게요. 댓글로 와인과 관련하여 궁금한 사항을 문의하시면 최대한 알아보고 레터에 반영하겠습니다. 생활 속에 언제나 와인 향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작성자 : Cave de Maeng

WSET WSET® LEVEL 3 ADVANCED CERTIFICATE IN WINES AND SPIRITS Pass with Distinction

저서 : 『와인미학』 (공저), 『와인54. 마시면서 배우는 와인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