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명가 '워킹 타이틀 필름(Working Title Films)'
워킹 타이틀 필름(Working Title Films)은 영국을 대표하는 제작사 중 한 곳으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힐>, <러브 액추얼리>, <브리짓 존스 시리즈>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로맨스 영화 잘 만드는 제작사’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대중적으로 흥행한 작품이 로맨스인 경우가 많아 로맨스 명가로 불리지만, <어바웃 어 보이>, <어바웃 타임> 같은 드라마 장르부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같은 스릴러 첩보물, <베이비 드라이버> 같은 액션/범죄, <새벽의 황당한 저주>나 <미스터 빈 시리즈>의 코미디, <안나 카레니나>,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같은 클래식한 시대극까지 장르를 가르지 않고 두루 좋은 작품을 제작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은 씨네아카이브 과월호에서도 다룬 작품이 대부분인 만큼, 워킹 타이틀 필름은 발행인이 믿고 보는 제작사 중 한 곳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이전에 소개한 적 없었던 워킹 타이틀 제작 영화 중에서도 로맨스 장르를 제외하고 골라봤습니다. 참고로 제작사의 이름이기도 한 ‘워킹 타이틀(Working Title)’은 제작 단계에 있는 영화에 붙이는 임시 제목을 가리키는데요. 영화의 제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거나 영화 제목을 숨겨야 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용어라고 합니다.
빌리 엘리어트 (Billy Elliot)
스티븐 달드리 감독, 2000년 개봉
<빌리 엘리어트>는 영국 로열 발레단의 남성 무용수 ‘필립 모슬리’의 실화를 참고하여 만든 작품으로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의 성장기를 그렸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주인공 ‘빌리’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지만, 빌리의 아버지와 형,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통해 당시 극렬했던 탄광 투쟁을 다루며 영국 노동계급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는 개봉과 함께 영국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둔 것은 물론 제74회 아카데미에서 감독상, 각본상,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세계적으로도 성공했는데요. 특히 주연을 맡았던 제이미 벨은 영국 아카데미(BAFTA)에서 러셀 크로우와 톰 행크스를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 ‘빌리’ 역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는데요. 당시 응시 조건이 “발레와 탭댄스에 능한 영국 북부 출신의 10세 이하 소년”으로 굉장히 구체적이었다고 합니다.😲 제이미 벨은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최종 낙점 되었는데요. 실제로 영국 북부 출신에 발레를 배운 경험이 있고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놀림받을까 봐 토슈즈를 바지 속에 숨기고 발레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을 만큼 주인공과의 공통점이 매우 많았다고 해요. 제이미 벨은 <빌리 엘리어트>로 단숨에 스타 배우 반열에 올랐지만 배우로 정착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는데요. <빌리 엘리어트> 촬영 후 다시 찾은 고향에서 ‘발레리나 보이’라는 놀림과 함께 상습적인 괴롭힘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그러나 배우 스스로가 ‘연기’와 ‘작품’에만 집중하며 인디영화부터 메이저 영화까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안정적으로 성인 배우에 안착했다고 평가받습니다.
📼 줄거리
영국 북부 탄광촌에 사는 11살 소년 빌리는 매일 복싱을 배우는 체육관에서 우연히 발레 수업을 보게 된 후 토슈즈를 신은 여자 아이들 뒤에서 몰래 발레 동작을 따라 하며 복싱보다 발레에 더 관심을 보입니다. 그런 빌리에게서 재능을 발견한 윌킨슨 부인은 그에게 특별 수업을 해주며 런던의 로열발레학교 오디션을 권유하는데요. 그러나 빌리의 아버지는 발레는 여자 아이들만 하는 춤이라며 발레 수업을 반대하고, 빌리는 아버지 몰래 발레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기 않고 이어갑니다. 하지만 신나게 춤을 추던 어느 날 불쑥 체육관을 찾아온 아버지와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과연 빌리는 아버지를 설득하고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
톰 후퍼 감독, 2012년 개봉
<레 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뮤지컬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동명의 뮤지컬은 1985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 후 70여 개 이상의 주요 뮤지컬 상을 석권하며 꾸준히 상영되고 있는데요. 소설이 지닌 문학사적 가치와 더불어 뮤지컬의 성공으로 영화 역시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모두 준수한 평을 받으며 성공을 거뒀는데요. 제85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여우조연상, 분장상, 음향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영화는 배우 라인업으로도 화제를 불러 모았는데요.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앤 해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에디 레드메인, 헬레나 본햄 카터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했습니다. 뮤지컬 영화인 만큼 서사 전개가 대부분 노래로 진행되는데 어마어마한(?) 출연진들의 숨겨진 노래실력까지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대중들에게는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으로 익숙한 휴 잭맨의 노래 실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사실 휴 잭맨은 뮤지컬 배우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고 토니상을 수상한 적도 있다고 해요.😯
영화는 기존의 뮤지컬 영화와 다르게 촬영 현장에서 녹음까지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배우들이 세트 밖에서 연주하는 반주를 들으며 노래를 부르면 편집과정에서 목소리에 맞춰 오케스트라 반주를 입히는 방식으로 완성했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녹음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배우들은 항상 마이크를 가까이 두어야 했는데요. 화면에 마이크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클로즈업 샷이 유독 많은 작품으로도 꼽힙니다.🥹 그러나 클로즈업 신 덕분에 인물의 눈물 한 방울,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극의 정서를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며 영화 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작품의 매력을 전달했다는 평이 많습니다.
📼 줄거리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은 전과자라는 이유로 모두에게 박해를 받으며 힘들게 살아갑니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장발장은 교회에서 은식기를 훔치려 하고 이를 본 주교는 남은 은촛대를 건네며 바르게 살라는 당부와 함께 그의 죄를 용서하는데요. 벼랑 끝에서 구원을 경험한 장발장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리라 결심하지만 또다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자베르 경감의 손에 체포되고 맙니다. 그러나 비참한 삶을 살아온 판틴의 유일한 희망인 딸 코제트를 돌보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장발장은 탈옥을 감행하는데요. 과연 장발장은 자베르 경감을 피해 판틴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대니쉬 걸(The Danish Girl)
톰 후퍼 감독, 2015년 개봉
<대니쉬 걸>은 데이비드 이버쇼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이 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릴리 엘베)’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는 ‘동성애적 욕망으로 여성이 되길 원하는 남성이 아닌 한 인물이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게 되는 과정에 집중’하며 실존 인물의 삶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는데요. 베니스 영화제 초청을 시작으로 유수의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눈빛, 표정, 손짓까지 여성 그대로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력이 돋보이는데요. 연출을 맡은 톰 후퍼 감독이 <레 미제라블> 촬영 중 시나리오를 읽은 후 주인공으로 에디 레디메인을 떠올리고 <대니쉬 걸>의 시나리오를 직접 건넸다고 합니다.😆
영화는 파격적인 소재로 제작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정작 배우들은 모두 각본을 마음에 들어 했지만 제작이 미뤄지면서 여러 배우를 거쳐 마침내 에디 레드메인이 주연을 맡게 된 것이라고 해요. 특히 에디 레드메인이 출연을 확정 짓고 난 후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석권하자 투자자 모집이 급물살을 탔다고 합니다. (역시 할리우드는 명성과 자본의 끝판왕인가 봅니다.🙄) 영화는 에디 레디메인의 연기력과 더불어 에이나르의 아내이자 사랑과 이해, 포용력으로 남편의 곁을 지켰던 게르다 역을 맡은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연기도 인상적인데요. 그녀는 이 작품으로 제88회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에이나르 베게너는 당시 유럽에서 엄청난 충격을 불러일으킨 인물이자 화가인데요. 예술학교에서 만난 부인과 결혼까지 한 상태에서 화가였던 부인의 작품에 우연히 모델로 서며 여장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여성 옷을 입고 느낀 편안함과 미묘한 감정에 종종 여장을 즐기다 성전환 수술까지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시대상을 감안해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지점은 성전환 수술 후 아내와 자매처럼 지냈다는 것인데요.😳 아내는 남편의 성전환 수술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다고 합니다.
📼 줄거리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풍경화 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에이나르 베게너. 그는 초상화 화가이자 아내인 게르다와 함께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이자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는 파트너로서 살아가고 있는데요. 어느 날, 게르다의 초상화 모델이 되어주기로 했던 울라가 자리를 비우게 되자 아내에게 모델 대역을 부탁받습니다. 드레스를 입고 곱게 화장을 한 채 캔버스 앞에 선 에이나르는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던 감정과 함께 자신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날 이후 영원할 것 같았던 에이나르와 게르다의 사랑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에이나르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코랄리 파르쟈 감독, 2024년 개봉
<서브스턴스>는 외모지상주의에서 비롯된 겉모습에 집착하는 현대 사회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2024년 화제작입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는 데미 무어의 파격적인 연기로 화제를 불러 모았는데요. 한때 잘 나가던 할리우드 스타에서 퇴물 취급을 받게 된 현재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통해 젊음을 탐하면서 내면과 외면이 망가져가는 인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극찬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도 노미네이트 되며 유력 수상자로 거론되었으나 아깝게 수상은 불발되었습니다.
사실상 영화의 흥행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는 데미 무어는 원래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오히려 시나리오를 받은 데미 무어가 주인공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감독에게 적극적으로 출연 의지를 표했다고 합니다. 감독은 데미 무어와의 미팅 과정에서 그녀가 건네준 자서전을 읽고 데미 무어에 맞춰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을 보다 세밀하게 수정하며 캐릭터를 공고히 했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관객들로부터 ‘엘리자베스는 데미 무어의 커리어에 대한 은유’라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제77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평단으로부터 호평받았는데요. 이와는 별개로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굉장히 노골적이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관객의 평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고어물은 선호하지 않지만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겨 영화를 감상했는데요.🥹 무시무시한 소문과 달리 생각보다 무난하게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을 보기 힘들어하는 분들도 후반부 일부를 제외하면 무난하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겁먹지 말고 도전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 줄거리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대스타였던 엘리자베스. 그녀는 화려하게 빛나던 과거를 지나 현재는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쉰 살 생일날, 엘리자베스는 프로듀서 하비에게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교통사고마저 당하고 마는데요. 병원에 실려간 엘리자베스는 매력적인 젊은 남성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소개받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주사로 젊고 아름다운 또 다른 엘리자베스, ‘수’가 탄생합니다.
Epilogue
🔗 추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OTT
- <빌리 엘리어트>는 U+모바일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레 미제라블>은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U+모바일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대니쉬 걸>은 쿠팡플레이, U+모바일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서브스턴스>는 웨이브, 왓챠, 애플TV, U+모바일tv에서 대여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자료 출처 표기방식)
- 영화의 줄거리는 '네이버 영화 소개'란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 개봉년도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 전산망'의 제작년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 김혜리, “빌리 엘리어트”, 씨네21, 2001-03-14
- 씨네21 <대니쉬 걸> 제작노트
- 씨네21 <레 미제라블> 제작노트
- 정재현, “비극적이면서도 괴기하고 우아한, <서브스턴스>로 더 흥미롭게 만드는 세 가지”, 씨네21, 2024-12-12
- 주성철,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누가 내 목소리 트집잡았어?”, 씨네21, 2013-01-09
- 최하나, “<빌리 엘리어트>에서 8년 뒤, <할람 포>의 배우 제이미 벨”, 씨네21, 2008-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