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60.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미소 (배우특집 ep.8 올리비아 콜먼)

올리비아 콜먼 (Olivia Colman)

올리비아 콜먼은 현재 영국을 대표하는 중견 배우 중 한 사람으로 꼽을 수 있는데요. 긴 무명 시절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며 차근차근 지금의 자리에 오른 대기만성형 배우이기도 합니다. 16살에 학교에서 처음 연기를 접하고 대학도 연기와 관련된 곳으로 진학해 무대부터 스크린까지 다양한 곳에서 활동해 왔는데요. 2000년대 중반부터 영국 TV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디어 한나>, <철의 여인> 등의 영화를 통해 관계자들과 영화팬들에게 이름과 얼굴을 각인시키며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영국 내에서는 <브로드처치>라는 TV시리즈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기며 영국아카데미(BAFRA)에서 TV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올리비아 콜먼을 지금에 자리에 있도록 만들어 준 작품으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더 랍스터>를 시작으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 절대권력을 지녔지만 모든 자녀를 잃었다는 상실감이 내면에 깊게 자리한 앤 여왕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며 베니스 영화제, 영국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아카데미에서도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인 배우 반열에 오르게 되었거든요. 특히 아카데미에서 그녀가 보여준 솔직하면서도 겸손하고 사랑스러운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당시 무명 생활이 길어 배우 활동과 청소부 일을 병행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타이핑을 배워 비서로 일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 놀라운 것은 생계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연기자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당시 청소부로 일했던 경험이 정말 좋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어쩌면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삶의 양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진심으로 대하는 그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발행인이 올리비아 콜먼을 좋아하는 이유는 배우이자 인간으로서의 그녀의 모습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인데요. 특히 배역과 실제 모습의 어마어마한 갭 차이도 매력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 비하인드나 인터뷰를 찾아보면 그녀의 수줍음, 배려심과 다정함을 언급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요. 저는 인간 올리비아 콜먼에게 순수함도 느껴져 애정하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런 면모는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에도 언뜻 묻어날 때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녀가 연기한 배역들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인간상(人間像)에서 벗어난 경우일지라도 비난하거나 마냥 미워할 수 없더라고요.😅 세월이 흐르면 사람의 인상에 살아온 세월과 삶의 태도가 묻어난다고 하는데 올리비아 콜먼에게서는 연기에서 그녀의 선하고 순수하며 다정한 인품이 배어 나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역할의 비중을 따지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 올리비아 콜먼의 필모중에서 추천할 작품은 그녀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와 모성과 여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을 섬세한 연기로 설득력 있게 그려낸 <로스트 도터> 2편 으로 골라봤습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The Favourite), 요르고스 란티모스, 2018년 개봉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독특하고 파격적인 캐릭터와 설정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에 집중하게 만드는 기묘한 영화를 만들어 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첫 시대극입니다.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스튜어트 왕조의 마지막 군주 앤 여왕과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주변 인물들의 암투와 인간의 내밀한 욕망 등을 그렸습니다. 영화는 시대극을 표방하고 있지만 강렬한 캐릭터, 강자와 약자를 구분할 수 없는 혼돈, 관계의 양면성 등을 탐구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만의 색을 간직한 새로운 형태의 시대극을 완성했다는 평과 함께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앤 여왕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먼은 해당 작품으로 제91회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각본을 직접 집필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다른 사람의 각본으로 연출한 작품이기도 한데요. 각본을 집필한 데보라 데이비스는 오래전에 이야기를 완성했지만 여성 세 명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라는 이유로 제작사를 찾는데 난항을 겪으며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오래 걸렸다고 해요. 그러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오히려 ‘세 명의 주인공 여성이 균등한 비중으로 극이 진행되는 지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감독의 표현처럼 영화는 “앤 여왕, 사라, 애비게일 세 사람을 중심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The Favourite)’인 인간의 내적 욕망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실존 인물인 앤 여왕을 비롯해 여왕을 대신해 권력을 행사하는 사라와 신분 상승을 꾀하는 애비게일도 실존 인물인데요. 영화에서 그려진 세 사람의 관계와 배경 등 기본적인 이야기의 줄기 역시 실제 역사에 기반한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권력의 실세로 등장하는 말버러 공작부인 사라는 영국의 처칠 가문 사람으로 작가는 처칠이 자신의 조상에 대해 쓴 글에서 이야기의 단초를 발견했다고 해요.😯 앤 여왕은 실제 삶도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인물로 제위 기간 동안 왕권과 신권이 대립하는 상황을 겪어야 했을 뿐만 아니라 17번의 유산과 사산으로 아이를 모두 잃는 아픔을 겪었는데요. 영화에서 앤 여왕은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묘사되는데 실제로도 말년에 휠체어를 타야 했을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절대 권력을 지닌 스튜어트 왕조의 마지막 군주 앤 여왕. 권력의 실세 귀족 가문 출신인 사라 제닝스는 여왕의 오랜 친구이자 시녀로서 사실상 앤 여왕을 대신해 국정에 깊이 관여하며 권력의 정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먼 친척이자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인 애비게일이 하녀로 왕실에서 거둬 주기를 요청하며 사라를 찾아오는데요.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을 품고 궁에 입성한 애비게일은 사라가 보듬어주지 않는 앤 여왕의 아픔에 공감하며 여왕의 눈에 띄어 조금씩 여왕의 옆 자리를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사라와 애비게일은 여왕의 총애와 권력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기 시작하는데요. 과연 앤 여왕을 사이에 둔 사라와 애비게일의 권력 싸움은 누구의 승리로 끝나게 될까요?

영화는 8개의 막으로 구성된 실내극 형태로 진행되는데요. 크게 왕궁을 중심으로 이 안에서 살아남는 자와 쫓겨나는 자는 누가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내밀한 욕망과 권력을 둘러싼 인간관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권력을 두고 암투를 벌이는 사라와 애비게일은 출신부터 환경까지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라는 뼈대 있는 귀족 가문 출신에 빼어난 미모와 전쟁 영웅 남편을 둔 ‘결핍’이 없는 인물입니다. 반면 애비게일은 가문이 몰락하며 추락에 대한 공포와 신분상승에 대한 갈망을 지니고 있어요. 그리고 궁에 입성해 다른 하녀들의 텃세로 화상을 입는 육체적 고통도 겪게 되죠. 그리고 결핍과 고통을 겪어본 자와 아닌 자의 차이가 앤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앤 여왕은 절대 군주라는 위치에 있지만 17명의 자녀를 잃고 자녀를 잃을 때마다 자신이 기르는 토끼에게 자녀의 이름을 붙일 만큼 상실의 아픔과 외로움에 고통받는 인물로 그려지는데요. 여기에 오랜 기간 통풍을 앓고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앤 여왕의 ‘결핍과 고통’은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애비게일이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결정적인 요소가 됩니다. 앤과 사라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지만 사라는 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는데요. 앤 여왕이 사라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애비게일이 채워줌으로써 애비게일은 하녀에서 여왕의 전속 시녀 그리고 귀족까지 빠르게 신분을 바꾸며 앤 여왕의 옆 자리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점차 키워나갑니다.

작품에 동물을 꼭 등장시키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더 페이버릿>에서는 토끼를 중요한 요소로 사용했는데요. 토끼는 여왕의 결핍을 드러내는 존재이자 여왕을 향한 애비게일의 공감과 애정이 가식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말미 여왕은 토끼를 대하는 애비게일의 태도에서 본심을 간파하고 군주로서 자신의 위치와 시녀로서 애비게일의 위치를 분명히 보여주게 되죠. 영화 속 앤 여왕은 위엄 있는 군주와 상반되는 신경질적이고 변덕스러우며 때로는 유약해 보이기까지 한 인물입니다. 올리비아 콜먼은 이러한 앤의 모습을 깊은 슬픔에서 비롯된 감정적 변화로 섬세하게 표현해 냈는데요. <더 페이버릿>은 권력의 중심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내적 욕망과 관계를 살펴보는 재미와 함께 기존의 시대극에서 군주를 다루어 온 방식과는 다른 형태의 시대극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는 작품입니다.

로스트 도터 (The Lost Daughter), 매기 질렌할, 2021년 개봉

<로스트 도터>는 이탈리아의 작가 엘레나 피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요. 원작 소설은 ‘모성’으로 통칭되는 육아의 보람 이면에 어머니로서 겪는 여성의 고통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로 주목받았습니다. 원작가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모습을 일절 드러내지 않아 얼굴 없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요. 배우이자 제이크 질렌할의 누나로도 잘 알려진 매기 질렌할이 원작 소설을 읽고 판권을 사고 싶다고 연락했더니 ‘반드시 여성 아티스트인 매기 질렌할 본인이 연출할 것’을 조건으로 걸었을 만큼 일과 육아를 양립해야 하는 여성과 모성의 관점을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로 생각한 것 같더라고요.

매기 질렌할은 <로스트 도터>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는데요. 그리스로 홀로 휴가를 떠난 비교문학 교수 ‘레다’가 어린 딸과 함께인 젊은 엄마 ‘니나’를 보고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 속에서 ‘어머니로서의 모성과 여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진실을 적절한 서스펜스 속에 그려내며 호평받았습니다. 영화는 제78회 베니스 영화제 각본상 수상을 시작으로 유수의 영화제와 비평가협회에서 감독상, 각본상, 주연상 등을 수상했는데요. 올리비아 콜먼은 보편적으로 그려지는 어머니의 모습과 달리 모성과 여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레다’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스의 한 휴양섬으로 혼자 휴가를 떠난 대학 교수 레다. 해변가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어린 딸과 함께 있는 젊은 여자 니나를 보고 시선을 빼앗깁니다. 매일 같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어느 날 사라진 니나의 딸을 레다가 찾아주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고, 엄마와 여자라는 공감대를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레다는 니나를 보며 옛 기억을 하나씩 떠올리게 됩니다.

주인공 ‘레다’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모성을 지닌 어미니상(像)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휴가지에서 마주친 사람들과 미묘한 마찰을 일으키며 묘한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하고, 니나의 딸 엘레나가 잃어버린 애착 인형을 발견하고도 돌려주지 않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예측에서 벗어나는 레다의 행동은 그녀의 과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니나와의 만남으로 기억을 하나씩 떠올리며 드러나는 그녀의 과거를 통해 레다가 여성과 모성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던 순간들을 보여줍니다.

플래시 백을 통해 드러난 레다의 모성은 조건 없는 사랑과 희생으로 포장된 모성과 전혀 다른 형태로 때로는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과거 레다는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잠시 가정을 버리고 자신의 욕망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기도 했는데요. 이상적인 모성에 따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모녀관계라는 구속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인물도 아닙니다. 그리고 영화는 말미에 이르러서야 레다의 과거와 제목을 통해 관객들이 유추할 법한 그녀의 현재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며 일종의 반전을 선사합니다.

아직 ‘엄마’라는 존재가 되어 본 적은 없지만, 엄마가 되지 않고도 내가 아닌 다른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와 책임감이 두려울 때가 있는데요. <로스트 도터> 속 레다와 니나를 보며 사회가 규정지은 ‘모성’이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지는 것에 대한 여성의 불안을 지나치게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온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무의식적으로 레다가 모성과 여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느끼는 감정이 잘못됐다고 받아들이고 있었거든요. 물론 레다의 행동이 모두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영화는 레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기보다 우리가 여성에게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했었는 가를 되돌아보게 하는데요. 특히 올리비아 콜먼의 눈빛과, 섬세한 표정 변화는 사회가 만들어온 모성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진 레다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Epilogue

📺 함께보면 좋은 추천 콘텐츠: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 시즌3, 4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크라운>은 영국에서 가장 오랜 기간 재위했던 엘리자베스 2세의 전기를 그린 작품으로 총 6개 시즌으로 막을 내렸는데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중심으로 그녀의 일생과 주변 인물, 그리고 왕실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넷플릭스가 회당 100억이 넘는 제작비를 쏟아부은 야심작이기도 했던 만큼 시대 고증을 잘 살린 배경과 의상, 배우들의 호연으로 좋은 평을 받았는데요. 두 시즌 단위로 주연 배우를 교체해 세월의 흐름을 작품에 반영하는 신선한 방식으로 호평받기도 했습니다. 올리비아 콜먼은 시즌 3과 시즌4에서 중년의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했는데요. 군주의 무게와 의미에 대해 깨우쳐가는 여왕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린 클레어 포이의 뒤를 이어 군주의 위엄과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두루 지닌 군주와 인간 엘리자베스 2세를 현실적으로 표현해 골든 글로브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한 3명의 배우 중 올리비아 콜먼의 엘리자베스 2세가 배우 본연의 매력이 더해져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졌기에 가장 좋아하는데요. 전 시즌을 모두 감상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시즌을 골라서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시즌 3, 4를 함께 보기 좋은 콘텐츠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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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자료 출처 표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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