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62. 청춘이라는 이름

졸업 (The Graduate), 마이크 니콜스, 1967년 개봉 (국내개봉 1971년)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졸업>은 찰스 웨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대학을 갓 졸업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방황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기성세대에 억눌린 젊은 세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평단의 호평은 물론 흥행에도 성공했는데요. 영화는 제40회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줄여서 ‘ECOT’로 불리는 에미(Emmy), 그래미(Grammy), 오스카(Oscar), 토니(Tony)상을 모두 수상하며 TV, 음악/공연, 영화, 연극까지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인물이기도 한데요. 엘리자베스 테일러, 잭 니콜슨, 더스틴 호프먼, 로빈 윌리엄스, 메릴 스트립, 엠마 톰슨 등 감독의 손을 거쳐간 배우들 역시 어마어마합니다. 더스틴 호프먼의 경우 <졸업>을 통해 얼굴을 알리며 스타가 되었는데요. 영화 경력이 전무한 신인이었지만 오디션에서 보여준 그의 소탈한 모습에서 ‘어리숙한 벤자민의 표정’을 캐치한 감독이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고 해요. 로빈슨 부인을 연기한 앤 밴크로프트는 ‘풍족한 삶을 위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포기하고 사는 스스로에게 화가 난 여자’라는 감독의 캐릭터 설명에 한 번에 출연을 승낙했다고 합니다.

영화는 1960대 ‘뉴아메리칸 시네마’를 이끈 대표작으로 파격적인 소재와 연출로 지금까지도 영화사에서 언급되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와 함께 주인공 벤자민이 결혼식장에서 로빈슨 부인의 딸 일레인을 데리고 도망치는 엔딩 신은 많은 드라마와 CF에서 지속적으로 패러디될 만큼 <졸업>의 하이라이트 신으로 꼽는데요. 엔딩 신에서 보여준 두 청춘 남녀의 미묘한 표정 변화는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바꿔놓을 만큼 인상적인 장면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해당 장면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연출이 아니었다는 건데요.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자신이 원하는 느낌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컷 사인을 주지 않았고, 이에 당황한 배우들이 무표정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 본 감독이 결말에 대한 키를 얻어 해당 연기에 맞춰 엔딩을 수정하면서 탄생한 명장면이라고 해요. 덕분에 영화는 많은 함의를 지닌 걸작으로 평가받게 되었고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벤자민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져 멍하니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대로 자신의 집을 찾은 로빈스 부인의 치명적인 유혹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데요. 이후 벤자민과 로빈스 부인은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은밀한 관계를 이어나갑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벤자민이 로빈스 부인의 딸 일레인을 소개받으면서 소용돌이에 빠지게 됩니다.

📻 마리’s One-pick: Simon & Garfunkel - The Sound of Silence 

<졸업>의 추천곡은 엔딩신에 수록된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입니다. ‘소통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가사는 음악과 영화가 나왔던 시대를 넘어 지금 들어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명곡이 아닐까 싶은데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정과 마지막의 여운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리처드 링클레이터, 1995년 개봉

<비포 선라이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두 남녀의 사랑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비포 선라이즈>를 시작으로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까지 비포 3부작을 완성한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대표작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달리는 기차에서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이성과 감정의 강렬한 충동 사이를 오가는 각본은 젊은 날의 정서를 정확하게 집어냈다’는 평과 함께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비포 트릴로지의 시작점이기도 한 <비포 선라이즈>는 낭만적인 유럽의 풍광을 배경으로 기차 안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 꿈같은 하루를 보낸다는 청춘 남녀의 로망을 이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국내팬들에게는 유럽 배낭여행의 로망을 한층 달궈 준 작품으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3부작’은 선라이즈를 시작으로 9년 단위로 18년의 세월을 담아낸 멜로의 정점을 보여주는 트릴로지로 꼽히는데요. 유럽을 배경으로 선라이즈는 20대, 선셋은 30대, 미드나잇은 40대의 멜로를 담았습니다. <비포 선라이즈>는 3부작 중에서도 가장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청춘의 낭만과 사랑에 여행의 로망까지 모두 응축시킨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두 남녀가 만남부터 헤어짐의 순간까지 취향과 인생철학을 나누며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교감하는 것이 인상적인데요. 영화의 모티브는 감독이 한 여성과 필라델피아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감독은 이후 수소문을 통해 여성을 찾았는데 해당 여성은 감독과 헤어진 후 몇 년 뒤 오토바이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고 해요.😢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옆자리 승객을 피해 자리를 옮기며 우연히 만나게 된 제시와 셀린. 두 사람은 기차가 비엔나에 도착할 때까지 대화를 나누며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끌리게 되고, 아무 계획 없이 다음 날 동이 트기 전까지 비엔나에서 하루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비엔나를 곳곳을 누비며 꿈같은 하루를 함께 보내 두 사람은 헤어짐을 앞두고 6개월 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는데요. 과연 제시와 셀린은 운명 같은 하루의 우연을 영원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마리’s One-pick: Kath Bloom - Come Here

<비포 선라이즈>의 추천곡으로는 제시와 셀린이 비엔나 LP숍 음악감상실에서 함께 음악을 들을 때 흘러나왔던 캐스 블룸의 ‘Come Here’를 골라봤는데요. 고백하자면 음악보다 20대 풋풋한 청춘남녀의 미묘한 텐션을 포착한 장면이 ‘해외 여행지에서 만난 운명 같은 사랑에 대한 로망’을 절묘하게 표현해 주었다고 생각해서 골랐습니다. (그러나 유럽 배낭여행에서 제시와 셀린 같은 만남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라죠.🥹)

세 얼간이, 리지쿠마르 히라니, 2009년 개봉 (국내개봉 2011년)

<세 얼간이>는 인도 소설가 체탄 바갓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국내에 ‘발리우드’ 열풍을 불러온 대표작입니다. 물질만능주의와 성공지향적인 삶을 강요하는 교육 체계와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국내에서는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영화가 정식 유통되어 개봉하게 된 작품이기도 한데요.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영화가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해 인기를 끌면서 이후 정식으로 수입되어 개봉했다고 해요.😳 <세 얼간이>는 인도 영화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닌 작품으로 꼽을 수 있는데요. 발행인 역시 <세 얼간이>로 ‘발리우드’에 눈을 뜨고 인도 영화를 종종 찾아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는 주입식 암기 교육과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를 적나라하게 풍자하며 인도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굉장한 화제가 되었는데요. 놀라운 부분은 처음 영화가 개봉한 후 1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태인데요.😭 영화 채널이나 이후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발리우드 입문작으로 시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무엇보다 우정, 사랑, 가족, 교육의 진정한 가치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이전보다 더 극심한 취업 경쟁에 시달리는 청춘들이 영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어요.

인도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불리는 IIT에 입학한 란초, 파르한, 라주 세 사람은 룸메이트로 만나 친구가 됩니다. 성공적인 미래를 꿈꾸며 입학한 다른 학생들과 달리 순수하게 공학이 좋았던 란초는 성적과 취업만 강요하는 총장과 학교 시스템에 의문을 품고 학교에 대항하기 시작하는데요.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등쌀에 떠밀려 입학한 파르한과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책임감에 억눌리는 라주는 란초와 함께하며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하고 란초와 함께 자신의 꿈을 찾아 나갑니다.

📻 마리’s One-pick: Aal Izz Well 

인도 영화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영화와 뮤지컬이 어우러지는 장르의 신명 나는 대통합이 아닐까요.😂 <세 얼간이>이 추천곡은 주인공 란초의 명대사이기도 한 ‘All is Well’로 골라봤습니다!

월 플라워(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스티븐 크보스키, 2012년 개봉 (국내개봉 2013년)

<월 플라워>는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이 집필한 소설을 직접 영화화한 작품으로 말 못 할 상처를 지닌 소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각자 조금씩 다른 아픔을 지닌 친구들을 만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은 출간 당시 폭력, 약물, 동성애, 신성모독 등으로 인해 미국 내 일부 학군에서 금서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여러 가지 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하는데요. 논란과 별개로 소설과 영화 모두 청춘의 아름다움 이면에 가려진 불안을 포착해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고, 영화는 개봉과 함께 유수의 영화제와 평론가 연합에서 호평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영화는 개봉 당시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던 청춘 배우들의 연기 변신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도 돋보이는데요.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의 로건 러먼, <해리포터 시리즈>의 엠마 왓슨의 경우 판타지 시리즈물 후광에서 벗어나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이었다는 평이 많습니다. 제목이기도 한 ‘월 플라워’는 ‘파티에서 파트너 없이 혼자 벽에 붙어 서 있는 인기 없는 학생’을 가리키는데요. 주인공과 주변 인물 모두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캐릭터로 영화는 주류에서 밀려난 학생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말 못 할 트라우마를 지니고 자신 만에 세계에 갇혀 지내는 찰리는 고등학교 신입생이 돼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남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샘과 패트릭 남매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그들과 함께 하며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가는 법을 배워가는 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샘을 사랑하게 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자꾸만 어긋나는데요. 그러던 와중에 불현듯 나타나 다시 찰리를 괴롭히는 과거의 상처와 샘과 패트릭 남매의 걷잡을 수 없는 방황은 세 사람의 우정마저 흔들어 놓기 시작합니다.

📻 마리’s One-pick: David Bowie - Heroes 

<월 플라워>의 추천곡은 데이비드 보위의 ‘Heroes’로 골라봤습니다. 영화는 작중 배경인 70-80년대 명곡을 많이 선보이는데요. 그중에서도 데이비드 보위의 ‘Heroes’는 찰리와 샘, 패트릭이 터널에서 드라이브를 할 때 흘러나왔던 곡으로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자유로움을 느끼던 엠마 왓슨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던 곡이기도 합니다.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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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자료 출처 표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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