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68. 티모시 샬라메 덕질을 위한 안내서 (배우특집 ep.9)

2025. 7. 11. (68호)

21세기 청춘 배우의 표상, 티모시 샬라메 (Timothée Chalamet)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1세기 청춘배우의 표상’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가 선택하는 작품, 패션, 심지어 사생활까지 매번 화제를 불러 모으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티모시 샬라메’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통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해당 작품을 데뷔작으로 아는 경우도 종종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어릴 때부터 무대 연기를 경험하며 광고와 단편 영화, TV시리즈, 상업 영화의 조연을 맡아 얼굴을 알리며 차근차근 성장한 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DOCUMENT Web Magazine / Photography by Hedi Slimane)

필모그래피 중에서 알고 나면 비로소 그의 존재가 보이는 영화가 있는데요. 바로 <인터스텔라>입니다. 주인공 쿠퍼의 아들 톰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는데 영화가 쿠퍼와 딸 머피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티모시 샬라메를 알고 있었더라도 알아보기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본인도 생각보다 적은 분량에 눈물을 흘렸다고 밝히기도 했었죠. 이후 독립 영화 위주로 활동하다 2016년, 그 유명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엘리오’ 역으로 수많은 팬들을 입덕시키며 본격적으로 티모시 샬라메의 시대를 열었는데요. 단순히 팬덤을 확장시킨 것이 아닌 평단의 극찬과 함께 유수의 시상식에서 주연상을 수상, 제90회 아카데미에서는 역대 세 번째로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연기력을 확실하게 입증받았습니다. 이후 <레이디 버드>, <뷰티풀 보이>, <돈 룩 업>, <작은 아씨들>, <레이니 데이 인 뉴욕>, <더킹: 헨리 5세>, <프렌치 디스패치>, <듄 시리즈>, <본즈 앤 올>, <웡카>, <컴플리트 언노운>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20대 남자 배우로 자리 잡았습니다.

티모시 샬라메의 가장 큰 매력은 서로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양가적인 감정을 동시에 지닌 ‘독보적인 분위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유약함과 강인함, 순수와 퇴폐, 로맨틱함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얼굴은 ‘방황하는 청춘’을 연기하는 배역을 맡았을 때 더욱 빛을 발합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장작불 앞에서 눈물 흘리는 엘리오는 티모시가 아닌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 없어요…) 티모시 샬라메는 슬렌더 체형에 패션 센스가 좋은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별도의 스타일리스트 없이도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옷을 TPO 맞춰 센스 있게 스타일링하며 2019년 보그 선정 패션계에서 영향력 높은 남자 배우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보통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입덕해 <듄 시리즈로>로 티모시 샬라메 덕질의 정점을 찍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은데요.🤔 배우 티모시 샬라메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작품들까지 찾아보길 추천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른 2편의 작품은 <뷰티풀 보이>와 <본즈 앤 올>인데요. 2편 모두 감정의 농도를 밀도 높게 그려낸 작품으로 티모시 샬라메 만의 독보적인 분위기와 함께 섬세한 내면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보고 나면 왜 그를 21세기 청춘 배우의 표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될 거예요.😉

뷰티풀 보이 (Beautiful Boy)

펠릭스 반 그뢰닝엔 감독, 2019년 개봉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뷰티풀 보이>는 약물 중독에 빠진 아들을 구원하려는 아버지의 부성애와 회복을 그린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셰프가 쓴 회고록 『뷰티풀 보이』와 그의 아들 닉 셰프가 자신의 경험을 서술한 『트윅』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회고록의 경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감독은 영화를 통해 가족의 조건 없는 사랑과 함께 ‘중독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요.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극복할 수 없어 고통스러워하는 아들 닉을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와 그런 아들을 지켜보며 무력감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절대 포기 하지 않는 데이비드를 연기한 스티브 커렐의 섬세한 연기 앙상블이 돋보입니다. (티모시 샬라메의 경우 약물 중독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 닉을 연기하기 위해 무려 9kg이 넘는 체중을 감량했다고 합니다.😲)

📼 줄거리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열렬한 독서가이자 재능 있는 예술가, 운동을 좋아하는 모범생인 닉은 12살 때 손을 댄 약물로 어느새 중독자가 되어있습니다. 아들의 중독이 자기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책하는 아버지 데이비드는 아들을 포기하는 대신 세상의 전부이자 모든 것인 닉의 손을 절대 놓지 않으려 끊임없이 노력하는데요. 과연 닉은 약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 마리의 리뷰 

영화는 약물 중독을 극복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전형적인 방식과는 전혀 다른 느낌인데요. 보통 벼랑 끝에서 마침내 가족의 사랑으로 중독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그린다면, <뷰티풀 보이>는 회고록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한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는 닉이 생사를 오가는 고비를 겪으면서도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재활과 재발의 경계를 오가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는데요. 재활의 과정에서 오는 찰나의 평온과 행복이 재발로 인한 절망과 끊임없이 교차되며, 약물 중독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점과 당사자를 비롯해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의 무게를 직시하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삶의 벼랑 끝에서 회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쉽게 취하는 낙관적인 희망이 아니라 고통의 당사자와 주변인들의 삶을 관망하며 그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사랑의 무기력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뷰티풀 보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닉과 데이비드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와 스티브 카렐의 섬세한 연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세상의 ‘전부’였던 아들의 불행을 지켜보며, 그럼에도 자신이 아들을 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의 절망을 감정의 파장 없이 담담하게 표현하면서도 관객들로 하여금 부모의 자책과 상흔을 고스란히 느끼게 만드는 섬세한 연기는 스티브 카렐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듭니다. 특히 약물 중독에 시달리는 닉을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는 벼랑 끝에선 중독자를 나약하다고 손가락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캐릭터에도 애정을 품을 수 있게 하는데요. 이는 다분히 티모시 샬라메라는 배우가 지닌 분위기와 본연의 매력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즈 앤 올 (Bones and All)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2022년 개봉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본즈 앤 올>은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카니발리즘’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인간의 근원적 고독, 사랑, 그리고 인간 내면의 섬뜩함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으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티모시 샬라메의 재회로 화제를 불러 모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는 식인 본능을 지닌 소녀가 자신과 같은 요구를 지닌 소년을 만나면서 서로 교감하게 되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와 동시에 섬뜩하게…) 그렸는데요. 일종의 괴물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 쓰는 존재의 고독에 집중하며 ‘멜로와 호러’라는 상반된 장르를 절묘하게 엮어내 제97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본즈 앤 올>의 경우 이탈리의 아름다운 여름 풍광을 담아내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벗어나 찍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 줄거리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열여섯 살이 된 ‘매런’은 또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식성을 가지고 태어난 소녀입니다.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진 후,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빠마저 곁을 떠나자 매런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마를 찾아 나섭니다. 절망으로 나선 길 위에서 자신과 같은 식성을 가진 소년 ‘리’를 만난 매런은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매런에게 사랑은 파멸과 마찬가지였기에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는데요. 평범한 삶을 갈구하는 매런은 길 위에서 만난 리와 함께 자신이 고대하던 삶을 찾을 수 있을까요?

🔍 마리의 리뷰 

영화는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다른 성향을 지닌 ‘이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매런은 자신의 본성을 혐오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길 위에서 만난 리와 설리가 본능을 숨기되 억누르지는 않고 각자의 방식에 따라 습성을 유지하고 사는 것과 달리 매런은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한 삶을 갈망합니다. 일상에 뿌리내리고 싶어 하는 매런의 욕망은 리와 미묘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데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중심에서 벗어나 가장자리에서 극단적인 일을 벌이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그들을 판단하기보다 그들 사이에 하나가 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감독의 말처럼 같은 본성을 지녔다는 동질감과 함께 본성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로 갈등을 겪는 두 주인공의 성장과 사랑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터’를 일종의 아웃사이더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매런이 만난 두 명의 ‘이터’ 리와 설리는 자신들의 본성을 유지하기 위한 각자의 방식을 터득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지만, 매런은 자신만의 원칙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리를 통해 동질감을 넘어 사랑의 감정을 깨닫고 함께하면서 본인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 나가는 것은 물론 ‘이터’라는 자신의 본질을 깨닫게 되는데요. “불가능의 가능성,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 불가능 속에서도 행동할 수 있는 가능성, 그것이 사랑이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리와의 교감을 통한 매런의 성장은 카니발리즘이라는 그들의 본성이 아닌 ‘완전히 하나가 된 사랑’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본즈 앤 올>은 카니발리즘이라는 소재 측면에서도 선뜻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저 역시 망설임과 두려움을 가지고 봤는데요.🥹 개인적으로 식인이라는 소재를 부각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본성으로 인해 타인에게 다가갈 수 없지만, 동시에 타인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심리와 감정에 집중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결말은 영화에 대한 불호를 부각할 수도 있겠지만, “매런과 리의 본성은 상대를 아무리 사랑해도 온전히 상대방의 일부가 될 수 없는 보편적인 사랑과 대비되어, 일반인들이 할 수 없는 완전한 합일의 순간을 만들며 그들의 본성이 저주가 아니라 일종의 축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이동진 평론가님의 해석이 가장 공감 갔는데요. 무엇보다 ‘이터’를 괴물이 아닌 소수자이자 아웃사이더로 보듬어내는 감독의 섬세함이 가장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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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리트 언노운>은 뮤지션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의 전기 영화로, 1960년대 문화적 격변기의 중심에서 음악으로 세상에 맞서며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꾼 밥 딜런의 청년 시절에 집중한 작품입니다. 영화에서 다뤄진 시기는 밥 딜런에 관한 기록이 많지 않아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시기라고 하는데요. 감독은 음악 사학자가 집필한 밥 딜런의 전기를 토대로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그의 삶을 다뤄왔던 방식과는 조금 다른 궤의 전기 영화를 선보였습니다.

영화는 티모시 샬라메가 밥 딜런 역을 맡아 화제를 불러 모았는데요. 티모시 샬라메는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를 익히는 것은 물론 밥 딜런의 목소리와 자세 등을 연구하며 그의 음악과 그가 살았던 세계를 깊이 탐구해 밥 딜런을 그대로 묘사해서 재현하는 것이 아닌 티모시 샬라메 만의 밥 딜런을 탄생시켰습니다. 실존 인물의 삶에 배우의 해석을 더해 캐릭터를 완성하는 전기 영화의 특성상 티모시 샬라메 특유의 소년미를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배우로서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구현해 내는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인데요. 여기에 밥 딜런의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더해져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충만한 작품인 만큼 함께 보기 좋은 콘텐츠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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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자료 출처 표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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