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42. 지브리와 떠나는 세계여행🛫

지브리 스튜디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지브리 스튜디오는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제작사 이름은 감독이 좋아하는 비행기(이탈리아의 군용 정찰기)에서 따왔는데요. ‘뜨거운 사막 바람’을 뜻하며 “애니메이션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합니다.

지브리의 대표 감독이자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애니메이션 감독을 넘어 예술가로서 “작품이 지닌 독창성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다양한 영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최근 개최된 제77회 칸 영화제에서는 지브리 스튜디오에 칸 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 (La Palme d’Or d’Honneur)를 수여하기도 했어요. 무려 4세기에 걸쳐 애니메이션 계에 신선한 영감을 불러일으킨 공로를 인정해 수여했다고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지금까지도 수작업을 고수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자신의 철학을 굳건하게 지키는 그의 태도가 그와 지브리 스튜디오를 애니메이션 분야의 정상에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팬들에게 ‘지브리 =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지브리 스튜디오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다카하타 이사오, 스즈키 도시오 3명이 함께 이끌어 왔습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역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직접 연출한 작품들 (<반딧불이의 묘>, <가구야공주 이야기> 등)을 통해 지브리의 위상에 힘을 실었는데요. 지브리 설립 이래로 2014년까지 제작팀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다 2018년 타계했어요. 스즈키 도시오는 프로듀서로 두 감독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인물로 2020년 지브리의 작품 전편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수 있도록 이끌기도 했습니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특유의 색감과 음악으로도 유명한데요. 지브리 만의 색감을 구현한 인물은 ‘야스다 미치요’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50여 년간 호흡을 맞춰왔습니다. 애니메이션에는 200여 가지 색이 쓰이지만 미치요는 작품 당 500가지가 넘는 색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웃집 토토로>에서는 여러 가지 색을 조합해 70여 개의 명명되지 않은 색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히사이시 조’는 음악 감독으로 지브리의 장편 애니메이션 11편의 작품을 맡아 분위기를 극대화시키는 명곡들을 만들어 내며 지금까지 영화 팬들 뿐만 아니라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지브리 스튜디오는 작품의 메시지, 색채와 작화, 감미로운 OST와 함께 아름다운 배경으로도 유명한데요. 덕분에 여행자들 사이에서 작품의 모티브가 된 배경지로의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모티브가 된 여행지로 유명한 작품 6편을 소개합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Laputa: Castle In The Sky), 미야자키 하야오, 1986 (국내개봉 2004)

<천공의 성 라퓨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선보인 첫 작품이자 지브리 세계의 지평을 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4년에야 개봉되었지만 제작 연도는 1986년인데요. 국내 첫 개봉 후로도 20년이 더 흐른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는 것이 놀라울 만큼 캐릭터, 스토리, 작화, OST까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손에 꼽히는 수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영화는 하늘 위에 떠 있는 신비한 라퓨타 제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소녀 시타와 소년 파즈의 모험과 우정, 사랑을 그렸는데요. ‘라퓨타’라는 제국의 명칭은 『걸리버 여행기』에서 따왔다고 해요.

광부 마을의 견습공 파즈는 어느 날 빛이 나는 목걸이를 지닌 채 하늘에서 떨어지는 소녀 시타를 구하게 됩니다. 시타가 지닌 목걸이는 하늘 위의 성 라퓨타로 갈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간직한 비행석으로 시타는 목걸이를 노리는 해적 도라 일당과 군대에게 쫓기던 신세였습니다. 파즈는 시타가 무사히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주던 와중에 하늘에 떠 있는 성 라퓨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평소 아버지를 통해 라퓨타의 존재를 믿고 있었던 파즈는 시타와 함께 라퓨타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티브가 된 곳이 어디인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는데요. 크게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몽생미셸(Mont-Saint-Michel), 이탈리아의 치비타 디 바뇨레조(Civita Di Bagnoregio), 크로아티아 모토분(Motovun)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세 장소 모두 고립된 섬의 형태로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세 지역 중에서 가장 유력한 곳은 크로아티아의 모토분이라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플리트비체 호수나 두브로브니크 등 크로아티아의 여러 지역을 작품의 모티브로 삼은 경우가 많아 설득력을 얻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몽생미셸만 가 본 적이 있는데 세 지역의 사진을 찾아서 비교해 봐도 라퓨타와 가장 비슷한 분위기를 간직한 곳은 크로아티아의 모토분이긴 하더라고요.🤔 모토분은 1세기부터 로마인들이 거주했던 흔적을 간직한 작고 오래된 도시로 알려져 있는데요. 당시 만들어진 두터운 성벽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마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 때문에 숨겨진 전설의 도시 느낌을 더욱 강하게 풍기는 것 같습니다.

이웃집 토토로(My Neighbor Totoro), 미야자키 하야오, 1988 (국내개봉 2001, 2019)

<이웃집 토토로>는 1988년 제작된 작품으로 역시나 국내에서는 대략 20년 후 개봉되었는데요. 판타지적 요소가 강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중에서 가장 현실세계와 맞닿아 있는 작품으로 꼽힙니다. 개인적으로 토토로라는 캐릭터를 좋아하지만 개봉 당시에는 영화의 흥행도 저조했을 뿐만 아니라 토토로를 무서워하는 어린이들이 많았다고 해요. (어린이의 순수한 눈에서 바라보면 무서울 수도 있는 거겠죠…? 저는 풍파에 찌든 지 오래라 귀여운 토토로 보면 힐링되던데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로고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토토로’라는 것을 생각하면 영화 속 캐릭터에도 전화위복이 있을 수 있나 봅니다.😅 영화는 1950년대 일본의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도시에서 이사 온 자매가 마을 숲의 신인 토토로와의 만남을 통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11살 사츠키와 4살 메이는 결핵으로 입원 중인 엄마가 퇴원하면 공기 좋은 곳에서 살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시골집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자매가 이사 온 집은 논과 밭, 숲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요. 사츠키가 학교에 간 뒤 혼자 놀던 메이는 우연히 뒤뚱거리며 숲으로 도망치는 동물을 발견하고 따라가다 나무 밑동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메이가 떨어진 곳은 숲의 신으로 불리는 ‘토토로’의 커대란 배 위였는데요. 집으로 돌아온 메이는 토토로를 만났다고 자랑하지만 사츠키는 믿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산을 들고 버스정류장으로 아버지를 마중 나간 사츠키와 메이는 토토로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 후 자매는 토토로와 함께 종종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정되어 있던 어머니의 퇴원이 연기되자 불안해진 메이는 혼자 병원을 찾아 나섰다 길을 잃고, 동생을 찾아 헤매던 사츠키는 토토로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이웃집 토토로>의 모티브가 된 지역 역시 구체적으로 밝혀진 곳은 없지만 많이 언급되는 곳은 사이타마현의 토코로자와 입니다. 도쿄 근교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토토로가 유명해지면서 마을 곳곳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데요. 감독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 대표적인 메시지가 ‘모든 생명과 사물에는 신이 있고 이와 더불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인간의 사명’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영화로 마을이 유명해졌음에도 주변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주어진 것 안에서 잘 가꿔나가는 곳이란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을에는 영화 속 집의 모티브가 된 ‘구로스케의 집’이 있는데 100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집이자 국가등록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민가로 집 내부에는 대형 토토로가 놓여 있다고 해요.😉 엔화 약세로 일본을 찾는 여행자가 많은 요즘 가까이 다녀올 수 있는 여름 휴가지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으로 떠나기 전 <이웃집 토토로> 관람하고 영화 속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Kiki's Delivery Service), 미야자키 하야오, 1989 (국내개봉 2007, 2019)

<마녀 배달부 키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안이 아닌 원작 동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혼혈 마녀 키키가 독립해야 할 시기를 맞아 정착할 도시를 찾아 떠나고 그곳에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1989년 작으로 역시나 국내에는 꽤 늦은 2007년에 첫 개봉했는데요. 2019년에는 개봉 30주년을 맞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되기도 했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발행인이 지브리 애니메이션 중에서 <이웃집 토토로>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데요. 누구나 때가 되면 홀로 서야 할 시기를 맞이하게 되지만 상상으로 그려 온 독립과 현실에서 마주하는 독립 사이에는 괴리감이 존재하기 마련이죠. 저는 굉장히 염세적인 사람이라 괴리감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더라고요. 반대로 주인공 키키는 긍정적인 인물이라 위로가 필요할 때면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마녀 엄마와 인간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키키는 13살이 되어 수습 마녀가 됩니다. 수습 마녀가 되면 초보 마녀에서 어엿한 마녀로 성장하기 위해 1년 동안 부모님의 곁을 떠나 홀로서기에 도전해야 하는데요. 키키는 검은 고양이 지지와 함께 빗자루를 타고 수련을 떠납니다. 정착할 마을을 찾던 중 번화한 항구 도시에 도착한 키키는 그곳에서 마음 좋은 빵집 주인 오소노를 만나 도와주면서 자신의 빗자루 타는 능력을 발휘해 택배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배달’에 놀라운 재능을 발견한 키키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하늘을 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소년 톰보, 여성 화가 우르술라 등을 만나 조금씩 상장해 나갑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모티브가 된 지역으로 알려진 곳은 스웨덴의 스톡홀름(Stockholm)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여행 중 이런 곳이야 말로 키키가 모험 할 장소로 적합하다 생각하고 배경지로 점찍었다고 해요. 그리고 스톡홀름을 비롯해 고틀란드의 비스뷔 등을 직접 답사하며 영화의 배경을 완성시켰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한 돌이 깔린 골목길, 시계탑 등은 모두 스톡홀름의 구시가지 감라스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속 배경지는 워낙 유명한 곳이 많지만 한 곳만 골라서 갈 수 있다면 스톡홀름을 고르고 싶을 만큼 개인적으로 뽑아 둔 여행 위시리스트 상단에 위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멀지 않은 언젠가 스톡홀름 여행 계획을 짜며 <마녀 배달부 키키>를 무한반복 다시보기 하고 싶네요.😁

붉은 돼지(Porco Rosso), 미야자키 하야오, 1992 (국내개봉 2003)

<붉은 돼지>는 1차 대전에 참전한 공군 조종사가 전쟁에 회의를 느끼고 스스로 돼지가 되어 자유로운 현금사냥꾼으로 살아가는 ‘포르코’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평소 비행기를 좋아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개인 취향이 가장 많이 반영된 작품으로도 꼽힙니다. ‘돼지’라는 동물에 흥미를 느낀 감독이 간단한 스케치로 단편을 만들 것을 계획하고 몇 년 간 묵혀 두었는데 항공사 비행기 승객을 위한 단편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장편 애니메이션화 되었다고 해요. 영화가 제작되던 시기(1990년대 초)에 동유럽에서는 내전이 일어나고, 소련이 붕괴하는 등 세계적으로 정치적인 변화가 두드러지면서 감독은 <붉은 돼지>에 이를 은유적으로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마르코 파곳은 1차 대전에 참전한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습니다. 그러나 전쟁에 전우를 잃고 전쟁과 파시즘에 염증을 느낀 그는 자유로운 조종사가 되기 위해 국경을 지키는 헌터 ‘포르코 로소’가 됩니다. 그가 어떻게 인간에서 돼지가 되었는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그는 비행정을 몰며 아드리아해 일대의 공적(비행기 해적)을 소탕하는 현금사냥꾼이자 낭만주의자 조종사로 살아갑니다. 어느 날, 고장 난 비행정을 수리하기 위해 밀라노로 향하던 포르코는 미국 공군 퇴역 장교 커티스의 공격으로 비행정이 완전히 파손되어 공장에 수리를 맡기게 되고, 공장주의 손녀 피오를 만나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러나 비행정 수리 후 아지트로 돌아온 포르코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공적 연합과 커티스를 맞닥뜨립니다.

<붉은 돼지>의 모티브가 된 배경지는 ‘꽃보다 누나’로 여행 붐을 일으킨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와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도 유명한 그리스 자킨토스(Zacinto) 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브로브니크의 경우 바이런이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렀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데요.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두브로니크를 보지 않고 천국을 논하지 말라”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해요. 그리스 자킨토스의 경우 주인공 포르코의 은신처 배경으로 등장하는데요. 자킨토스 섬은 제주도의 1/4 정도 규모로 나바지오 해변은 세계 10대 해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장소 등에 꼽히는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입니다. (발행인이 죽기 전에 가 볼 수 있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Spirited Away), 미야자키 하야오, 2002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온갖 정령이 모여드는 온천을 배경으로 소녀 치히로(센)의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애니메이션을 넘어 현대 영화사를 빛낸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이전에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 개봉되었지만, 영화 팬들을 넘어 감독과 지브리의 이름을 대중들에게도 각인시킨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는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비롯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감독이 발표한 작품 중 가장 판타지적인 색채를 많이 띄고 있는 작품임에도 곳곳에 녹아 있는 은유적인 표현과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한 영화라 대중적으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주인공 소녀 치히로는 10살로 등장하는데요. 감독은 10살이라는 나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10살은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하고 타인의 존재를 알고 자신의 주변에 펼쳐진 사람들의 사회와 세계를 발전해 가는 나이”로 작품을 통해 10살을 위한 영화로서 “어리지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10살을 경험한 성인들에게는 “정이 들어버린 낯선 세계에서 떠나면서 모든 것을 잊어야 하는 센의 안타까움을 통해 세월의 흐름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순수의 세계와 어린 시절의 꿈을 돌아보게 하고 싶었다”고 해요.

이사 가던 날, 수상한 터널을 지나자 인간에게는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오게 된 치히로. 허락 없이 신들의 음식을 먹은 치히로의 부모님은 돼지로 변해버리고, 겁에 질린 치히로에게 정체불명의 소년 하쿠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하쿠의 위로와 따뜻한 말에 용기를 얻은 치히로는 인간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미션을 시작합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배경은 ‘꽃보다 할배 대만편’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대만의 지우펀(Jiufen)입니다. 지우펀은 산골 마을로 1890년대까지 고립된 마을이었는데 금맥이 발견되면서 금을 찾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마을도 발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당시 지어진 일본식 건물이 지금까지 남아 대만과 일본의 문화가 결합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 영화를 봤을 때 배경이 일본이라 당연히 모티브가 된 도시도 일본이라 생각했는데요. 대만이란 사실을 알고 놀라웠어요. 생각해 보면 동양적인 분위기라는 큰 틀 안에서 일본과 대만의 미묘한 문화 차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지우펀이 영화 배경지의 오묘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 미야자키 하야오, 2004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마녀의 저주로 인해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버린 소녀의 모험담을 그린 작품입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처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안이 아닌 영국 소설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중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다음으로 상업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두며 지금까지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함께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작품성면에서는 평가가 갈리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뛰어난 평가를 받는데요. 애니메이션 최초로 베니스영화제에서 기술공헌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마녀의 저주로 할머니가 되어버린 소피는 마법의 성에 들어가게 됩니다. 소피가 다시 원래 모습을 되찾는 조건은 마녀가 하울과 맺은 계약을 깨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는데요. 소피는 저주를 풀기 위해 불꽃 악마 캘시퍼의 제안을 받고 성에 머물게 됩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판타지적인 요소와 신비로운 설정들이 많은데요. 작품의 모티브이자 실제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알려진 곳은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콜마르(Colmar) 입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마을로 알자스 지역의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도시로 꼽히는데요. 운하를 따라 늘어선 파스텔 톤의 목조 건물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16세기 유럽 풍경을 재현해 내기에 가장 적합했다고 해요. 하울이 소피를 안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장면에 등장한 목조건물은 콜마르 구시가지에 위치한 가옥을 그대로 옮겨서 그린 것으로 콜마르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꼽힙니다. 콜마르는 파리에서도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파리 여행 일정 중 하루를 할애해 다녀오기에도 좋은 장소로 추천드립니다.

🔖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자료 출처 표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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