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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아카이브 20. 우연히 웨스 앤더슨

웨스 앤더슨의 동화같은 세계 <문라이즈 킹덤>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23.07.06 | 조회 1.69K
2023년 7월 6일 스티비를 통해 발행되었던 레터입니다.
2023년 7월 6일 스티비를 통해 발행되었던 레터입니다.

🙋🏻‍♀️ 안녕하세요. 마리입니다. 아카데미 전후, 텐트폴 영화가 연달아 개봉하는 휴가철은 영화관을 자주 찾는 시기이기도 한데요. 저도 개봉작을 보기 위해 부지런히 영화관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기대했던 감독들의 작품이 두 편 있었는데 7월의 씨네아카이브는 이 두 감독 특집으로 이어 나가 볼까 합니다. 첫 주자는 국내에도 꽤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웨스 앤더슨 감독 특집입니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

웨스 앤더슨 감독은 개성 있는 미국의 영화감독 중 한 사람으로 꼽힙니다. ‘웨스 앤더슨 터치’라 불리는 자신만의 미학으로 두터운 마니아 팬을 보유하고 있기도 한데요. 대중적으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좋은 평을 끌어내며 팬층의 두터운 지지를 바탕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도 많습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은 감독의 개성과 예술관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연출 방식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완벽한 좌우 대칭과 파스텔 톤 색조, 독특한 편집 방식과 낭만적이고 복고적인 분위기가 마치 알록달록한 동화책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그러나 작품 속 캐릭터는 동화적인 세계와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어요.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어딘가 결여된 캐릭터이며 가족들은 해체되어 있습니다. 어른들은 대책 없을 정도로 철이 없고, 철없는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조숙하게 자라죠. 이러한 인물 구성 방식은 감독의 데뷔작부터 이어져 왔고, 작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요. 웨스 앤더슨 감독이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을 자신과 형제들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영화 속에서 해체된 가족의 모습이 지속해 등장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주인공들은 결코 혼자 성장하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 자라나며 마침내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요. 이는 감독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관계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외로운 존재이며 단독으로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이 서로의 이상을 향해 느슨하게 연대를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관계”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미지 출처: 씨네21)
  (이미지 출처: 씨네21)

앤더슨 감독은 미학적인 연출뿐만 아니라 패션 감각이 뛰어난 걸로도 유명합니다. 현장에서도 발끝까지 완벽한 핏을 갖추고 있고, 2012년에는 GQ가 선정한 베스트드레서 25인에도 이름을 올렸을 만큼 패셔니스타로 꼽혀요. 이러한 감독의 패션 감각과 스타일은 작품 속 캐릭터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시나리오 집필 과정에서부터 각 캐릭터가 입을 의상을 염두에 둔다고 합니다. 특히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에는 유니폼을 맞춰 입은 사람들이 꾸준히 등장하는데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유니폼이 스토리 라인과도 관계를 맺으며 일종의 영화적 기호로서 작용”하기도 합니다. ‘유니폼’은 인물들이 같은 옷을 착용함으로써 연대 의식을 느끼도록 하는 공동체적 의복이라는 점을 미루어 보면 이는 웨스 앤더슨 감독이 생각하는 ‘느슨한 연대’를 표현하는 방식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니폼 차림을 통해 통일된 시각적인 리듬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요.

웨스 앤더슨은 같은 배우들을 자주 기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해서 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들도 상당히 많은데요. 그중 가장 대표적인 배우가 18호 레터에서 소개했던 <미드나잇 인 파리>의 오언 윌슨입니다. 두 사람은 대학에서 같은 강의를 들으면서 알게 된 후, 감독의 단편부터 시작해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빌 머레이, 제이슨 슈워츠먼, 윌렘 대포, 에이드리언 브로디, 에드워드 노튼, 틸다 스윈튼 등 유명 배우들이 꾸준히 그의 작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들 모두가 역할의 비중과 관계없이 작품에 참여한다는 거예요. 이는 그만큼 감독과 배우 사이의 신뢰가 두텁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런 신뢰의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건 감독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관계인 ‘느슨한 연대’가 작품 세계 밖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문라이즈 킹덤 (Moonrise Kingdom)

웨스 앤더슨 감독, 2012년 개봉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출처: 네이버)

<문라이즈 킹덤>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칸 영화제 첫 출품작이자 개막작으로 1960년대 뉴 펜잔스 섬에서 벌어진 3일간을 소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감독이 <다즐링 주식회사>를 제작할 때부터 작품에 관한 아이디어를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본인의 어린 시절인 1960년대의 로맨스를 보여주기 위해 1965년 뉴 펜잔스 섬으로 관객들을 초대해 그 시절의 감성을 보여줍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의 배경인 뉴 펜잔스 섬은 가상의 섬이라 실제로는 여러 섬을 돌아다니며 촬영했지만, 영화의 세부적인 사항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구축했다고 해요. 1960년대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미술팀은 전국의 골동품점을 뒤지고 지인들의 소품까지 동원하여 배경을 하나하나 완성해 나갔다고 합니다. 덕분에 레트로 무드를 좋아하는 분들은 시각적으로도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소품과 의상뿐만 아니라 스태프와 출연진들도 영화 속 인물이 사는 시대에 몰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요. 디지털 세대인 아역배우들에게는 영화 속에서처럼 손 편지를 주고받도록 했다고 합니다.

영화의 각본은 <대부>로 유명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아들 로만 코폴라가 맡았는데요. 자칫 어둡고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동심과 우화를 빌어 재기발랄하게 그렸습니다. 로만 포콜라는 <문라이즈 킹덤>으로 2013년 아카데미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어요. <문라이즈 킹덤>에도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데요. 빌 머레이, 에드워드 노튼,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먼드 그리고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했습니다. 특히 브루스 윌리스는 기존의 액션 배우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따뜻하고 자상한 경찰 소장 샤프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찬사를 받았습니다. 1960년대 빈티지 감성을 자극하는 데에는 영화 음악도 한몫하는데요. 1960년대 프랑스 대표 가수인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사랑의 시간(Le temps de l’amour)’은 수지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자 샘과 수지의 사랑의 도피 테마 곡으로서 영화 전반의 분위기와 찰떡같이 어우러져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귀에 맴돌게 돼요.

 

📼 줄거리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출처: 네이버)

사고로 가족을 잃고 위탁 가정을 전전하는 카키 스카우트의 문제아 '샘'과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친구라고는 라디오와 책, 고양이가 전부인 외톨이 '수지'. 1년 전, 교회에서 단체로 연극을 보다 몰래 빠져나온 샘이 까마귀 분장을 한 수지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면서 둘은 펜팔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상처와 외로움을 나누고 점점 가까워집니다. 소울메이트이자 연인이 된 '샘'과 '수지'는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아지트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고,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겨 각자 약속 장소로 향합니다. 그러나 '샘'과 '수지'의 실종사건으로 인해 섬은 발칵 뒤집히고, 수지의 부모님과 카키 스카우트 대원들은 둘의 행방을 찾아 수색 작전을 벌이기 시작하는데요. 과연 '샘'과 '수지'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 마리의 리뷰 

<문라이즈 킹덤>은 1965년 미 북동부의 작은 섬 뉴 펜잔스로 사랑의 도피를 떠난 소년 소녀의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상실감과 외로움이라는 각자의 상처를 간직한 샘과 수지가 사랑이 도피를 위한 모종의 계획을 세우게 되고, 두 사람을 찾으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데요. 사랑의 도피를 떠난 소년과 소녀 그리고 이들을 찾기 위한 어른들과 카키 스카우드 대원들의 수색 작전이 뒤죽박죽 얽히며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습니다. 웨스 앤더슨 영화의 인장과도 같은 좌우 대칭과 파스텔 톤의 화면 구성, 어른 같은 아이와 아이 같은 어른 캐릭터 역시 돋보이는데요. 이번에는 아이들이 전면에 나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에는 해체된 가정의 모습도 여지없이 등장합니다. 수지의 아빠 월트와 엄마 로라는 서로의 진심을 나누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로라는 마을의 경찰 소장 샤프와 내연 관계이기도 하죠. 뉴 펜잔스 섬의 어른들은 고통을 드러내지 않고 내적으로 단절된 채 외롭게 살아가지만, 샘과 수지는 어른들이 만들어 낸 세상을 서로에 대한 사랑과 모험으로 극복하려 합니다. 함께 섬을 탐험하고 좋아하는 것을 얘기하며 서로에게 공감하죠.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어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소꿉장난을 하고 아이들은 모른 척 장단을 맞춰주는 듯한, 어른과 아이가 완전히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여기에 웨스 앤더슨 감독의 미장센은 작품의 동화적 심상이 한층 더 강조됩니다.

 

🎞️ 마리’s Clip: 오프닝 시퀀스

<문라이즈 킹덤>의 오프닝 시퀀스는 수지의 집을 그린 그림에서 시작해 상하좌우로 화면이 전환되면서 집 구석구석을 비춘 후 수지가 망원경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화면이 줌 아웃되면 그림 속 집의 실제 외관을 멀리서 비춤과 동시에 타이틀이 올라옵니다. 오프닝은 영화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감독의 예술 세계와 영화가 담고 있는 정서를 가장 잘 집약해서 보여주는데요. <문라이즈 킹덤>의 오프닝 시퀀스는  '웨스 앤더슨 터치'라 불리는 그만의 미학과 연출 방식을 가장 잘 표현해서 보여준 장면이었다고 생각해요. 특히 집 안을 보여주는 장면은 마치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단면이 잘린 인형의 집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앞으로 펼쳐질 웨스 앤더슨의 동화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지거든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웨스 앤더슨 감독, 2014년 개봉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출처: 네이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호텔 VIP이자 대부호인 마담D가 살해당하고 용의자로 몰리게 된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가 견습생 제로와 함께 누명을 벗기 위해 모험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2014년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이자 은곰상 수상작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필모그라피의 정점으로 꼽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는 제87회 아카데미 시삭상에서 음악상,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을, 제72회 골든 글로브에서는 작품상을 받는 등 평단의 호평과 함께 관객들의 열띤 성원을 받았는데요.  무엇보다 ‘웨스 앤더슨 터치’로 불리는 화면 연출 방식과 색감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작품으로도 의의가 있을 것 같아요. 캐스팅 역시 역대 필모 중 가장 화려한데요. 랄프 파인즈, 주 드로, 빌 머레이, 제이슨 슈워츠먼, 틸타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에이드리언 브로디, 오언 윌슨, 레아 세이두, 시얼샤 로넌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습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자 중심이 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실제 존재하는 호텔은 아니고 독일 동부 도시 ‘괴를리츠’에 있는 한 백화점이라고 해요. 제작진들이 장소를 찾았을 당시 운영이 중단된 상태라 백화점 안에 시대를 반영한 호텔 세트를 지어 주요 무대를 완벽하게 구현했어요. 괴를리츠는 고딕 양식부터 바로크 양식, 근대적인 아르누보 양식 등 특색있는 건축물이 많아 주요 촬영지로 낙점되어, 대부분의 촬영도 인근 지역에서 이뤄졌다고 합니다. 다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전경은 미니어처인데요. 호텔 전경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부감숏으로 잡히는 장면의 대부분이 미니어처 기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요.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인 만큼 의상과 소품도 시선을 사로잡는데요. 이는 프라다 협찬으로 일부는 오직 영화를 위해 특별 제작되었다고 해요.

 

📼 줄거리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출처: 네이버)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의 부호 마담 D.가 의문의 살인을 당합니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전설적인 지배인이자 그녀의 연인 구스타브. 구스타브는 누명을 벗기 위해 충실한 로비 보이 제로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 사이 구스타브에게 남겨진 마담 D.의 유산을 노리던 그녀의 아들 드미트리는 무자비한 킬러를 고용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방문합니다. 과연 구스타브는 마담 D.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아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요?

 

🔍 마리의 리뷰 

구스타브는 호텔과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인물로 호텔을 찾는 외로운 귀부인들의 위로자이기도 합니다. 구스타브의 가르침을 받는 제로와 구스타브의 연인이자 대부호로 의문의 살인을 당한 마담 D.는 영화에서 가장 큰 연대를 이루는 관계로 그려지는데요. 마담 D.와 구스타브 그리고 제로의 관계를 통해 감독이 지향하는 ‘느슨한 연대’라는 가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감독이 말하는 느슨한 연대가 가장 돋보이는 것이 세계 각지 컨시어지들의 연합인 ‘십자 열쇠 협회’입니다. 이들의 연대 의식은 마담 D.의 유산만을 노리는 가족들과 대비되어 가족 밖의 세계에서는 선의와 희망적인 연대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통해서는 사라져가는 낭만의 시대를 그리고 있어요.

가상의 동유럽 국가 ‘주브로브카 공화국’에 위치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193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유럽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인물들과 함께 진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호텔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외관과 내면의 변화를 겪습니다. 영화의 중심 사건인 마담 D. 피살사건은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벌어지고, 전성기를 누렸던 호텔과 마을 그리고 주민들의 평화의 시대는 종결됩니다. 그리고 전 유럽을 뒤덮은 전쟁과 이념 대립 속에서 주인공 구스타브와 제로가 드미트리와 맞대결을 펼치는 과정을 통해 유럽의 어두운 과거가 펼쳐지고, 혼돈이 지나간 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주브로브카 공화국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빛바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결국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사라져가는 낭만의 시대를 상징함과 동시에 전쟁과 같은 억압에 맞서 구시대적 가치를 지키다 퇴장한 인물들에 관한 동화로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1930년대 낭만주의 시기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감독은 파리에 머물 때 고서점에서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읽고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는데요. 슈테판 츠바이크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브라질로 망명 후 아내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기구한 삶을 산 작가이기도 합니다. 앤더슨 감독은 사멸해 가는 유럽의 낭만주의 정신을 대변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내가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예술가들이나 역사에 의해 구현된 것을 통해 상상하면서 향수를 느끼는 것을 영화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는 곧 영화의 핵심이자 예술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영화 속에는 에곤 쉴레의 그림이 나오고 마담 D.는 클림트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등 다양한 문화적 코멘트를 통해 19세기 낭만적인 예술세계와 그에 대한 향수를 보여줍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의 시점은 ①한 소녀가 작가의 무덤 앞에서 편지를 읽는 현재 → ②1985년 작가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하는 시점 → ③작가의 젊은 시절인 1968년 → ④젊은 작가가 자신이 전해 들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1932년으로 넘어가면서 겹겹이 이어지는 액자식 구성을 띄는데요. 이는 “이야기의 간접성을 강조하기 위한 구성으로 예술이란 관객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향수를 전달하는 것으로 ‘예술가에 의해 창조된 세계로서의 예술의 본질’을 보여주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겹겹이 이어지는 액자식 구성이 자칫 따라가기 힘들 수 있지만 시대에 맞춰 화면비가 바뀌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화면비는 크게 3가지로 나는데요. 주요 사건이 벌어지는 1930년대는 1.37:1, 60년대는 시네마스코프 시대를 보여주는 2.35:1, 현재는 1.85:1의 화면비를 취함으로써 실제 그 시대에 쓰였던 화면비에 맞춰져 있어요.

 

🎞️ 마리’s Clip: 맨들스 상자 더미 속 제로와 아가사

호텔 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아가사를 구하려던 제로가 아가사와 함께 창 아래 주차된 멘들스 트럭의 상자 더미 속으로 떨어지고, 안도와 함께 감격의 재회를 하던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창틀에 매달려 있다 추락하는 무서운(?) 장면인데 마치 귀여운 연인이 핑크색 볼풀 속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사랑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핑크빛 멘들스 상자에 있는 것 같아요. 자세히 보면 아가사는 연핑크 코트를, 제로는 리본과 맞춘 푸른색 멘들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런 세심한 깔맞춤을 무척 좋아합니다…

 


 

Epilogue

영화 감상 폭이 넓어지면서 특정 감독이나 배우만 좋아하기보다 두루두루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려 노력하는데요. 굳이 꼽으라면 웨스 앤더슨 감독은 꼭 언급하고 싶을 만큼 그의 예술세계를 좋아하는 팬이기도 합니다. 좌우 대칭구조, 수직과 수평을 오가는 화면 전환, 무엇보다 감성 자극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와 파스텔톤 색감에 취향 저격 당해버렸거든요. 이번 레터는 여러 해설을 많이 참고하고 영화를 재관람했는데 예전보다 한층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번 추천작들은 하단의 참고 자료를 읽고 감상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 함께보면 좋은 추천 콘텐츠: <우연히, 웨스 앤더슨>, 웰리 코발 

함께 보기 좋은 추천 콘텐츠로 오랜만에 책을 소개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시작된 ‘우연히, 웨스 앤더슨(AWA, Acccidentally Wes Anderson)’ 프로젝트를 엮어서 만든 책으로 저자 윌리 코발은 우연히 웨스 앤더슨의 영화 속에서 본 것과 비슷한 장소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채널(@AccidentallyWesAnderson)을 만들고 AWA 커뮤니티를 개설했는데요. 전 세계에서 140만 명이 넘는 모험가들이 모여들어 채널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책 출간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 도시에서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전시를 개최하여 많은 관람객을 불러 모았어요. 웨스 앤더슨 작품은 눈썰미 없는 사람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만의 미학이 존재하기에 가능했던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데요. 책은 영화에서 옮겨온 듯한 장소를 탐험하며 장소에 얽힌 유래와 흥미로운 사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라틴아메리카, 서유럽, 영국, 북유럽, 남유럽,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오세아니아를 거쳐 남극까지. 전 세계에서 찾아낸 웨스 앤더슨 더치를 발견하는 즐거움과 함께 책 한 권으로 세계 일주 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추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OTT 

  • <문라이즈 킹덤>은 넷플릭스, U+모바일tv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랜드 부다 페스트> 호텔은 디즈니+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자료 출처 표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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