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rnertable : 1년에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분홍빛

🎼 강아솔 「엄마」, 2013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 것 같습니다. 이제 서울로 올라온 지 한 달이 되어가네요. 

이사는 여느 때처럼 쉽지 않았고, 엄마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반찬이나 행주, 꽉 찬 글라스락과 과일을 실어 나르는 엄마들 덕분에 사람 사는 모양으로 3월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지내느라 만나지 못했던, 그 사이 엄마가 된 친구들도 여럿 만났어요. 배 속에 아이를 품은 엄마, 출산 100일 만에 처음으로 약속 자리에 나온 엄마, 아기 봐주시는 이모님이 임플란트 치료를 하러 가셔서 부랴부랴 연차를 낸 엄마... 여러 엄마들 틈에서 삽니다. 나이 든 딸의 모습으로요.

그런데 진짜 진짜 간만에 연락을 준 친구가 제게 이런 문자를 보냈지 뭐예요.

[정말 오랜만이다. 근데 너 애가 둘이었던가?]

안타깝게도 저는 너무나 홑몸이고요.

🏖 그 동안의 일 : 이사 

역시 이사가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2021년, 꾸리던 책방을 폐업하면서 첫 번째 폐업 이사를 했고, 그해 봄 부산으로 이주를 하며 두 번째 이사를 했어요. 2022년에는 부산 내에서 한 번 더 이사했고요. 2023년 올해는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했네요. 그러니까 만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도합 네 번의 이사를 한 것인데요. 해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은 별로 좋지 않은 일이라는 걸 몸소 알게 되었지요.

이사 비용을 좀 줄이겠다고 반포장 이사를 했습니다. 결국 이고 지고 온 책들을 한 권씩 꽂으며. 정말, 정말로 책을 천천히 처분해보아야겠다는 다짐도 했고요. 집에 초대하는 친구들에게 한 권씩 선물로 주고 싶은 책들도 따로 빼놓으며 새집에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부산을 떠나기 전 마지막 기록을 영상으로 남겨보았어요. 맛있는 거 다 먹겠다고 돌아다니느라 엥겔지수가 엄청났던 끝의 기록...

🔔 덧붙이는 글 

[3월부터 5월까지 다시 편지를 적어보려고 해요.] 라고 적었는데, 그 사이 4월도 제맘대로 시작되었네요. 이 편지를 오래 붙잡고 있었습니다. 바쁘게 지내고 있어서 매주 발행을 약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머뭇거리기도 했고요.

제가 코너테이블을 시작했던 가장 큰 이유는 부산에서의 일상이 견딜 수 없이 지루했기 때문이었어요. 무어라도 찾아 글을 쓰면 조금은 괜찮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저는 다소 버라이어티하게 삽니다. (하하) 그리고 그런 것들은... 전부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붙잡을 수도, 생각할 새도 없고요. 누구와 차마 나누기엔 과도하게 사적인 것이기도 하고요.

고민의 결과, 앞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단편소설(때때로 장편?)을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짧은 에세이가 될 것 같아요. 성의껏 써 보겠습니다. 우리가 비슷한 취향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혹시 구독자 님이 좋아하는 소설이라면 댓글로 애정을 맘껏 표현해주시길!

제가 쉬는 동안 편지가 날아가지 않는데 구독을 해주신 분이 있더라고요. (아니, 대체 어쩌다가?) 게다가 구독을 취소한 분도 전혀 없었고요.

그래서 오랜만에 편지 적으러 들어온 오늘 무척 기뻤거든요. 이상한 안도감도 느꼈고요.

구독자 님! 여전히 그곳에서 메일함을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간 SNS 피드에는 온통 꽃사진뿐이네요.

1년에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분홍빛을 놓치지 마세요!

2023.04.02.
이제는 서울에서, 성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