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플랜 마쿠스트 ep.12 짜장면 연가

구독자님에게 보내는 열두번째 편지

2024.02.16 | 조회 165 |
0
|

소쿠리 잡화점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세요 바로 지금

한 여름 오후, February
한 여름 오후, February

난 짜장면을 좋아했다. 누구나 그렇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식 무슨 무슨 축하 회식, 동창회 등 중화요리집에서 모이면 가격도 저렴하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짜장면 짬뽕 탕수육 군만두… 겨울에서 봄으로 지나는 바람은 서늘하고 따사롭다. 몹시도 뒤엉켜 검고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양이 되어 추억이 지나간다.

"음... 보증을 서지말자..."

 

얼마 전 동네 셰셰반점에서 간짜장에 연태 고량주 한 병을 마셨다. 벽에 가훈이 떡 하니 적혀 있는데 “보증을 서지말자” 였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고등학교 도서부 첫 회식 장소로 노량진 골목 허름한 중국요리집에 들어갔다. 선배들과 동료들 첫 만남에 들떠 있었다. 처음 소주를 몇 순배 했는데 약 1병 정도 마셨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토악질을 하고 전봇대에 매달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고 소리쳤다.

군대 시절 휴가를 나와 조치원 읍내, 처음 갔던 곳도 중화요리 집이었다. 짜장면 곱빼기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아픈 기억도 있다. 군에서 휴가를 나와 집에 병으로 누워계시던 아버지께 짜장면과 군만두를 시켜드렸다. 그게 화근이 되어 아버지는 병환이 악화 되었고 엉망이 되어버린 집을 뒤로하고 귀대를 했다.

요즘은 을지로의 ‘안동장’에 가끔 간다. 오래된 이 집의 깊은 장 맛 짜장면과 해물 짬뽕, 담백한 탕수육은 일품이다. 벽 타일의 네모난 번들거림 오후의 햇살에 똑딱이는 목조시계, 알 수 없는 중국어 현판 등이 인상 깊다.

단 한 장의 몽타쥬... ‘첨밀밀’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단 한 장의 몽타쥬... ‘첨밀밀’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첨밀밀’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여명과 장만옥이 거짓말처럼 재회 하던 마지막 장면. 2000년이 되기 전 단 한 장의 몽타쥬다.

겨울에서 봄으로 지나는 바람은 서늘하고 따사롭다.

몹시도 뒤엉켜 검고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양이 되어 추억이 지나간다.

겨울에서 봄으로 지나는 바람은 서늘하고 따사롭다.
겨울에서 봄으로 지나는 바람은 서늘하고 따사롭다.

"마쿠스트가 추천해요!"

"結識你那一天" 鄧麗君

 첨밀밀 甛蜜蜜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1996

1997년 진가신 감독 영화 “첨밀밀”
1997년 진가신 감독 영화 “첨밀밀”

이 에피소드 말고 다른 에피소드가 궁금하신가요?

소쿠리 잡화점 더 보기


독립출판 프로덕션 '캐롯가든'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버튼을 눌러 보세요!

캐롯가든 NOW

마쿠스트의 흑백 필름 사진 작업과 일러스트 활동을 응원하시는 분은 메일 하단의 '구독하기' 버튼을 눌러 '노플랜 마쿠스트' 뉴스레터의 구독자가 되어 주세요.


이 메일은 발신 전용입니다. 혹시 답장을 보내고 싶거나 의견 또는 응원을 해주고 싶으신 분께서는 leesshop@gmail.com 이쪽으로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소쿠리 잡화점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소쿠리 잡화점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세요 바로 지금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