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알못이라도 칼럼이 쓰고 싶어! #5

위기의 마리노스를 구원한 케빈 머스캣은 어떻게 마리노스를 바꿔놨는가?

2021.09.18 | 조회 8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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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따전의 축구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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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코글루의 후임 케빈 머스캣은 위기의 마리노스를 구원하는 데 성공했다. © 사커매거진
포스테코글루의 후임 케빈 머스캣은 위기의 마리노스를 구원하는 데 성공했다. © 사커매거진

'위기의 XX를 구원할 유일한 감독'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스포츠, 특히 야구나 축구 커뮤니티를 해봤다면 한 번쯤은 봤을 제목이다. 물론 그 글을 클릭하고 내용을 본다면 별 거 없다. 모니터 속 김성근 감독이 여러분의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이처럼 위기의 XX를 구원할 유일한 감독은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나 농구, 배구 등 다른 스포츠에도 퍼져나가며 다른 팀을 놀리는 용도로 많이 쓰이기 시작했고 점차 스포츠 커뮤니티에선 하나의 밈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여기, 진짜로 위기의 팀을 구원한 감독이 있으니, 바로 이번 시즌 중반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감독으로 취임한 케빈 머스캣 되시겠다.

2021년 여름, 요코하마 F. 마리노스는 중대한 변화를 맞이했다. 바로 2017년 취임해 오랫동안 팀을 이끌며 15년 만에 리그 우승이란 대업을 이루어낸 주역인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시즌 도중 셀틱으로 떠난 것이다.

마리노스의 선택은 케빈 머스캣이었다. 케빈 머스캣은 멜버른 빅토리와 이승우가 있는 팀으로 화제가 된 신트트라위던 감독으로 재임한 경험이 있다. 공교롭게도 머스캣 감독은 멜버른 빅토리와 마리노스 두 팀 모두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후임으로 취임한 재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머스캣 감독이 마리노스에 부임한 전후 상황을 살펴본다면 너무나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포스테코글루 퇴임 전후 치뤄진 YBC 르방컵과 천황배 모두 각각 홋카이도 콘사도레 삿포로와 일본 풋볼 리그 혼다 FC에 탈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 취임한 머스캣에 주어진 과제는 감독 교체와 르방컵-천황배 동시 탈락으로 인해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 그리고 전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일궈낸 공격 축구를 이어나가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마리노스의 머스캣 선임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위기의 팀을 수습한 머스캣의 마리노스는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가시마 전(0-2 패, 8/28)을 제외하고 무패 행진을 기록하며 8월 말부터 부진을 겪고 있는 1위 가와사키와 승점차를 단 1점차로 줄여놓으며 취임 전 3위권도 위태로웠던 팀을 우승 경쟁을 하는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머스캣 감독은 과거 멜버른 빅토리 시절 코치로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보좌한 경력이 있으며 선임 당시 현지에선 셀틱으로 떠난 포스테코글루의 축구를 계승할 지도자로 평가받았다.

그렇다면 포스테코글루가 마리노스에서 재직했을 당시 보여줬던 축구는 무엇이었을까? 뛰어난 조직력과 공격력을 바탕으로 라인을 높여가며 센터백도 공격 작업에 참여하고 미드필더 1명을 후방으로 내리면서 양 사이드백이 라인을 올려 공격에 가담하도록 하는 지침은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에서 하나의 상징으로써 공격 축구로 우승을 일궈낸 2019년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최대 강점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단적인 예시로 2019 시즌 당시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양 사이드백으로 출전했던 마츠바라 켄(RB)과 티라톤 분마탄(LB)의 플레이에서 이런 경향을 보여줬다. 단순히 터치라인 쪽에 오버래핑을 하는 것이 아니라 2선 가까이까지 올라가 슈팅까지 이어지는 패스를 하는 플레이가 많이 했다. 때때로 상대 진영 깊숙이 핵심 지역 근처까지 양 사이드백이 동시에 진입해 서로 패스를 주고받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2020 시즌 양 사이드백이 동시에 공격적으로 전진하는 마리노스의 플레이를 상대팀이 간파하는 모습이 보였다. 상대팀은 양 사이드백이 전진하며 생긴 빈 뒷 공간을 이용하며 마리노스의 수비를 뚫었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무력화시켰다. 이로 인해 공격 부분도 2019 시즌보다 잘 안 풀리는 모습을 보였고 무엇보다도 실점이 증가하며 2020년에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리그 순위는 지난 시즌보다 하락한 9위에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이 문제점은 2020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의 경기에서 더욱 부각됐다. 기존에 드러난 파훼법인 피지컬을 활용한 전방 압박에 단단한 수비까지 겹치며 고전했다. 이렇다보니 템포가 깨지고 롱패스 위주의 빌드업으로 공격을 풀어간 수원에게 제대로 뒷공간을 노출하게 된다. 게다가 포스테코글루 전술의 핵심 중 한 곳인 사이드백으로 출장했던 티라톤 분마탄이 부진하며 2번째 실점의 빌미가 되는 수비력을 보여주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그대로 마리노스는 짐을 쌌다. 이 때문에 포스테코글루의 마리노스는 19시즌만큼 사이드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줄이며 파훼법에 대응하고자 했다.

머스캣의 마리노스는 오히려 포스테코글루 시절보다 공격적인 축구가 한층 짙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3-3 시스템을 채택한 머스캣의 마리노스가 전방 압박 부분에서 이전보다 강력해진 것 또한 주목할 만한 요소다. 마리노스는 볼 소유권이 상대편으로 넘어가도 볼을 소유할 때와 변함없는 템포로 경기장 여러 곳에서 균형이 있으면서도 강하게 상대에게 압박을 가하며 볼 소유권을 다시 가져오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마리노스가 스프린트와 주행 거리 부분에서 상당 부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평균 스프린트 부분에선 지난 시즌 스탯(184회)를 넘은 마리노스는 지난 시즌엔 평군 주행 거리 1등 이외에는 모두 2019 시즌보다 낮은 스탯을 보여줬다.(19시즌은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1위 기록) 하지만 21시즌 마리노스는 20시즌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며 현재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스프린트 횟수가 증가하니 빠른 템포를 가져갈 수 있고, 자연스레 J리그 내에서 측면 카운터 어택을 이용한 축구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지난 시즌보다 향상된 스프린트 횟수로 빠른 템포를 가져가며 강점인 스피드를 활용한 빠른 역습 축구 구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탄탄한 팀 뎁스와 머스캣 감독의 좋은 용병술도 마리노스의 또 다른 선전 요인이다. 마리노스의 탄탄한 팀 뎁스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가 지난 8월 25일 열린 사간 도스 전이다. 이 날 머스캣 감독은 처진 스트라이커로 출장한 마르코스 주니오르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장한 에우베르를 60분 이후에 교체했다.

에우베르와 마르코스 주니오르를 대신해 피치에 나온 선수는 재작년 J리그 MVP 나카가와 테루히토, 아마노 준, 미즈누마 코타, 코이케 류타였다. 주전조와 비슷한 실력을 가졌으면서도 특성이 다른 다양한 선수가 투입되며 사간 도스는 선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이처럼 마리노스의 두꺼운 선수층 뎁스는 눈에 띌 만큼 두드러진다. 거의 모든 포지션에 주전급 선수와 비슷한 수준의 선수를 여러 명 거느리고 있고 케빈 머스캣 또한 두꺼운 뎁스를 토대로 5명 교체 룰을 최대한 활용해 두꺼운 팀 뎁스를 최대한 활용했다.

하지만 그런 마리노스에도 위기가 닥쳤다. 28라운드 산프레체 히로시마와의 경기 전 타카오카 요헤이와 함께 수비의 핵심인 하타나카 신노스케와 치아구 마르친스가 동시에 부상으로 결장하게 되었다. 특히 하타나카 신노스케가 6개월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하며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마리노스 입장에선 치명적인 손실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머스캣의 선택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주 나왔던 이와타 토모키를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것이었다. 2번째 골을 넣은 사네토 유키와 파트너를 이루며 토모키를 센터백으로 기용한 머스캣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성공을 보였고 팀은 3-1 역전승을 거뒀다.

마에다 다이젠의 각성은 마리노스의 선전 요소 중 하나이다. © Togetter
마에다 다이젠의 각성은 마리노스의 선전 요소 중 하나이다. © Togetter

J리그 내 득점 랭킹 상위권을 차지하던 빗셀 고베의 후루하시 쿄고가 셀틱으로, 홋카이도 콘사도레 삿포로의 안데르송 로페즈가 중국 슈퍼리그 우한 FC로 떠난 이후, J리그 내에서 가장 위력적인 스코어러를 한 명 꼽으라면 필자는 고민하지 않고 마에다 다이젠을 이야기할 것이다.

야마나시 가쿠인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빠른 스피드가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은 마에다 다이젠이지만 프로에서는 2017년 미토 홀리호크에서 36경기 13골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커리어 내내 두 자리 수 골을 기록하진 못하며 스트라이커로선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8월 7일 업로드한 마에다 다이젠의 주요 스탯. 빠른 발에 강점을 가진 선수인만큼 스프린트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 J리그 인터내셔널
8월 7일 업로드한 마에다 다이젠의 주요 스탯. 빠른 발에 강점을 가진 선수인만큼 스프린트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 J리그 인터내셔널
스프린트 개인 부분 1위를 기록한 마리노스의 마에다 다이젠(64회, Vs 오이타 트리니타). 코이즈미 케이, 후루하시 쿄고를 제외하면 마에다 다이젠이 스프린트 부분에서 압도적인 기록을 보여줬다. © JSTATs
스프린트 개인 부분 1위를 기록한 마리노스의 마에다 다이젠(64회, Vs 오이타 트리니타). 코이즈미 케이, 후루하시 쿄고를 제외하면 마에다 다이젠이 스프린트 부분에서 압도적인 기록을 보여줬다. © JSTATs

하지만 이번 시즌 마에다 다이젠 포텐 폭발로 인한 맹활약이 마리노스 팬들로 하여금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하고 있다. 기존의 강점인 스피드는 건재하면서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받았던 골 결정력이 폭발하며 이번 시즌 마리노스가 J1리그 팀 득점 1위를 차지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마에다의 장점은 상당히 빠른 발을 가졌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냐면 50m를 5.8초에 주파할 수 있을 정도. 실제로 마쓰모토 야마가 시절에도 스프린트 1위를 기록했을 정도. 스트라이커뿐만 아니라 윙어도 볼 수 있어 측면 플레이에 능하며 한 번 뛰기 시작하면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압도적인 가속력 또한 J리그 굴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골문 앞에서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나 일대일 대결뿐만 아니라 수비 가담과 활동량도 적극적이어서 실점 위기 시 수비수로 돌아서 스스로 볼 소유권을 탈취하기도 하며 현대 축구에서 스트라이커는 득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되는데, 마에다의 플레이 스타일은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스트라이커 상에 걸맞는 공격수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골 결정력까지 장착하며 이제는 머스캣의 마리노스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존재가 됐다.

마리노스의 새로운 주포로 떠오르는 레우 세아라의 맹활약 또한 고무적이다.

2017년 레오나르도라는 등록명으로 J3리그 FC 류큐에 임대 이적해 23경기 2골 5도움으로 팀의 주전 공격수로 뛰었던 세아라는 2021년 요코하마 F. 마리노스에 입단하며 4년 만에 일본에 다시 돌아왔다.

세아라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일본 당국이 외국인 입국 제한을 적용하며 팀 합류가 늦어졌고 팀에 녹아들 시간도 없이 리그 경기를 치뤘다. 아직 경기 감각이 올라오지 않았던 세아라는 시즌 초 주전보단 벤치에 앉는 시간이 꽤 됐고 나온 경기에서도 득점 빈곤에 시달리며 좀처럼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세아라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주포 오나이우 아도가 툴루즈로 이적하며 생긴 공백으로 인해 레우 세아라는 주전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게 되었다.

케빈 머스캣 감독은 프랑스로 떠난 오나이우 아도의 대체자로 레우 세아라를 낙점했고 머스캣의 세아라 카드는 적중했다. 세아라는 8월 한 달동안 6골 3도움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보여주며 오나이우 아도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꿨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세아라는 일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초반 부진을 겪었던 이유에 대해 답변했다.

많지 않은 출장 시간 안에 결과를 남길 필요도 있어 초조함으로 인해 플레이에 주저하는 경향이 생겼다. 팀에 일찍 합류하지 못해 저도 '늦었다'라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3개월 정도 공식전에 출전하지 못했고, 일본에 도착한 후 격리 기간도 있었기 때문에 경기 감각을 잃었다.

세아라는 이번 시즌 선전의 비결로 많은 출장으로 인해 상승한 경기력, 근력 운동과 슈팅 연습을 꼽곤 했다. 류큐 소속 시절 피지컬에서 한계를 느꼈던 세아라는 브라질로 복귀한 후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고 마리노스에서 부진했을 당시 매일 팀 훈련이 끝난 후 세아라는 스스로 훈련장에 남아 자주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세아라는 혼자 슈팅 연습을 하기 위해 볼을 받았을 때 주위에 상대가 없는 상태에서 조금 공간이 있는 것을 의식하고 바로 슛을 노렸더니 골을 넣으며 자신감을 쌓았고 결국 골을 이전보다 많이 넣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득점 당 소요 시간 부분에서 81분으로 J1리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문전에서 강점을 보이는 레우 세아라는 주변을 살리는, 이른바 이타적인 플레이가 늘고 있다. 히로시마전에서 페널티 에어리어 주변에서 볼을 받은 레우 세아라는 왼쪽 사이드에 위치한 마에다 다이젠에게 위협적인 패스를 제공하며 팀의 플레이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레우 세아라와 마에다 다이젠의 맹활약은 측면 플레이를 활용한 빠른 템포를 가진 카운터 어택 구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머스캣 전술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측면 포지션에 위치한 선수들의 활약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취임 후 '전임 감독의 노선을 계승할 것이다.'라고 언급한 머스캣 감독은 그리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었다. 팀의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던데다 전임 감독과 같은 방향성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세부 전술과 각각의 축구 컨셉 부분에서 차이가 있어 지도 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 법이다. 게다가 시즌 초가 아닌 시즌 중에 취임해 포스테코글루의 전술을 유지하면서 머스캣 본인의 색깔을 팀에 입히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사자성어도 있듯이, 머스캣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오히려 팀을 상승세로 이끌며 우승 경쟁권으로 끌어올렸다. 요르디 크룩스의 골로 아비스파 후쿠오카에 패배하며 무패 우승 기회를 날리고 우라와 레즈와 울산 현대에 승부차기 끝에 패배하며 르방컵과 AFC 챔피언스리그에 탈락한 1위 가와사키의 분위기는 좋지 않은 편이다. 마리노스 입장에선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 가와사키를 밀어낼 절호의 찬스다. 과연 머스캣 감독은 향후 일정에서 승리하며 가와사키를 밀어내고 5번째 리그 우승이란 대업을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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