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쇼핑 리스트가 바뀌었습니다.
올리브영·다이소를 넘어 이제 '안경원'이 코스에 올랐어요.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 기준, 2025년 6~10월 외국인의 안경원 거래액이 직전 대비 약 1,608% 폭증했습니다.[1]
손님 국적은 미국 49%·대만 26%·독일 9%로, 아시아를 넘어 북미·유럽까지 번졌고요. KBS·유튜브에선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 안경 제작"이 화제입니다.[2]
그런데 이 뉴스를 대구 안경 사장님이 마냥 반길 수만은 없습니다.
왜일까요?
이번 호는 이 질문을 셋으로 나눠 풀어봅니다.
① 시장은 진짜 뜨는가 → ② 대구는 어디에 서 있나 → ③ 그래서 뭘 준비해야 하나

1️⃣ 시장 분석 - '의료기기'였던 안경이 '패션·테크'가 됐다
한때 안경은 '의료기기'였습니다.
잘 안 보이니까 어쩔 수 없이 사는 것 - 고르는 기준도 얼마나 싼가, 얼마나 잘 보이는가뿐이었죠.
기능과 가격으로만 겨루니 결국 더 싸게 만드는 쪽(중국)이 이기는 시장이었고,
대구 안경산업이 오래 힘들었던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의료기기'의 세계엔 단가 싸움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안경은 두 방향으로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됐습니다.
갈래 ①, 패션. 안경이 '시력 보정 도구'에서 '쓰는 액세서리'가 됐습니다.


제니가 쓴 젠틀몬스터는 완판되고, MZ세대는 옷 갈아입듯 안경테를 바꿔 낍니다. 외국인은 아예 안경을 맞추러 한국까지 와요.
비결은 압도적 속도 - 본국에선 수일~2주 걸리는 안경이 한국선 검안부터 완성까지 30분~1시간, 당일 수령입니다.
가격도 본국의 절반 수준이고, 디자인은 자국에 없는 스타일이죠.


그 결과 크리에이트립 안경원 거래액은 올해 6~10월에 직전 5개월(15월) 대비 약 1,608% 폭증(미국 49%·대만 26%·독일 9%)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명동 안경원 예약의 44%가 다른 관광상품과 '묶음 예약'이라는 점 - 안경이 단독 쇼핑이 아니라 관광 동선에 끼는 상품이 됐다는 뜻입니다.[3]
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의 말이 정확합니다.
"안경원 방문이 단순 쇼핑을 넘어, 외국인에게 새로운 한국 여행 '경험'이 됐다."
갈래 ②, 테크. 안경이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됐습니다.
메타·에실로룩소티카의 스마트글래스는 2025년에만 700만 대 넘게(직전 2년 합계의 3배) 팔렸고, 연 2,000만 대로 증설을 검토 중입니다.[4]
'얼굴에 거는 컴퓨터' 시대가 열리며 정교한 제조 기술의 몸값이 다시 오르고 있어요.
• 글로벌 아이웨어(2026): 약 2,000억 달러(약 270조 원), 연 5–9% 성장[5]
• 국내 시력교정 시장: 약 3조 원, 미교정 인구 40% = 성장 여력[6]
• 브랜드의 힘: 젠틀몬스터 2024년 매출 7,891억 원, 영업이익률 약 30% / 블루엘리펀트 매출 300억 원(전년 5배↑), 이익률 약 42%, 올해 800억 목표 [7][8]
👉 '의료기기'였을 땐 저관여·저마진(싸야 팔림)이었지만 '패션·테크'가 된 지금은 고관여·고마진입니다. 돈을 버는 축이 '잘 만드는 기술'에서 '디자인·브랜드·경험'으로 옮겨갔어요.
결정적 포인트 하나... 외국인은 '싼 안경'을 사러 오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만 되는 '경험(30분 + 디자인)'을 사러 옵니다.
젠틀몬스터가 멀게 느껴진다면 블루엘리펀트를 보세요.
이름값이 아니라 브랜드 전략의 문제라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질문이 바뀝니다.
시장은 '의료기기'에서 '패션·테크'로 넘어왔는데
전국 안경의 80~90%를 만드는 대구는 아직 '의료기기'의 세계에 머물러 있지 않나?

2️⃣ 대구 분석 — 시대는 바뀌었는데, 우리는 아직 '의료기기'를 만들고 있다
먼저 대구가 가진 패를 정확히 봅시다.
대구는 1946년 국내 최초 안경테 기업에서 출발해, 지금은 전국 안경테의 80–90%를 만듭니다.[9]
전국 안광학 업체 979곳 중 667곳(68%)이 대구에 몰려 있고, 그중 529곳이 북구에 집적돼 있어요.
70년간 쌓은 제조 기술은 세계가 인정한 수준입니다. 올해 대구국제안경전(DIOPS) 수출상담도 5,899만 달러로 전년보다 46% 늘었죠.[10]

패가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패를 '의료기기 시대'의 방식으로 쥐고 있다는 겁니다. 대구 안경테 수출은 2018년 1억 2,300만 달러에서 5년 만에 30% 넘게 줄었고, 같은 기간 수입은 20% 넘게 늘었습니다. 업계가 공통으로 꼽는 원인은 자체 브랜드 부재, OEM(하청) 위주 구조, 디자인 전문인력 부족, 중국 저가 공세 - 전부 "싸게 잘 만드는 것"에만 최적화된 회사의 약점입니다. 잘 만드는데, 내 이름으로는 못 팝니다.[11]
이 역설을 한 장으로 보여주는 게 '스마일 커브'입니다.

제조업 가치사슬을 펼치면 양 끝(디자인·브랜드 / 마케팅·유통)이 돈을 벌고, 가운데 '제조'가 마진이 가장 박해요.
대구는 그 가운데를 세계 최강으로 갈고닦은 도시입니다.
숫자가 잔인하게 증명합니다 - 젠틀몬스터(아이아이컴바인드)는 매출 7,891억 원에 영업이익률 약 30%, 신생 브랜드 블루엘리펀트는 이익률이 약 42%입니다.

반면 OEM 하청은 한 자릿수 마진을 다투죠. 같은 안경, 같은 기술인데, 이름이 붙느냐 안 붙느냐가 이 차이를 만듭니다.
👉 지금 대구의 진짜 경쟁자는 더 이상 중국 저가 공장이 아닙니다.
'대구가 만들 수도 있었던 안경'에 이름을 붙여 30~40%를 남기는 브랜드들이에요. 다시 말해, 대구는 남이 브랜드로 돈 버는 그 안경을 정작 자기 손으로 만들면서도, 마진은 한 자릿수만 가져가는 구조에 들어가 있습니다.
K-안경 열풍이 커질수록 - 그 열풍의 거래가 서울·관광지 안경원(소매)에서 터질수록 - 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가만히 있으면 손해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매일 더 커집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 반전이 있습니다. 시장이 원하는 게 바뀌었다고 했죠 - 외국인이 가장 열광한 건 디자인도 가격도 아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제작, 30분"이었습니다.
그게 뭡니까?
대구 공장이 매일 하는 일입니다.
남들은 돈 주고도 못 사는 '제작 현장·기술·속도'가 대구엔 깔려 있어요. 즉 대구의 약점(제조에 갇힘)과 무기(세계 최고 제조력)는 같은 것이고, 시대가 그 무기를 다시 필요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대구는 이미 '만드는 1위'입니다.
부족한 건 딱 두 가지:
제품의 브랜드·디자인 퀄리티, 그리고 마케팅.
이 둘만 채우면 대구는 만드는 1위에 머물지 않고 '파는 1위'가 됩니다. 더 잘 만들 필요는 없어요. 이미 충분히 잘 만듭니다.
이제 만든 걸 '내 이름으로 파는 법'을 배울 차례입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까요?

3️⃣ 마케팅 처음인 사장님을 위한 실전편
'잘 만드는 것'과 '잘 파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사장님은 만드는 전문가였지, 파는 법을 배운 적 없어요.
당연합니다.
가장 효과 좋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하나를, 진짜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① 인플루언서 마케팅 — 이것부터 제대로
인스타·유튜브에서 팔로워가 많은 사람에게 우리 안경을 씌우고, 그 사람이 자기 계정에 자연스럽게 올리게 하는 겁니다. 광고 같지 않아서, 보는 사람이 "어, 나도 저 안경" 하게 돼요.
안경은 이제 "누가 썼나"를 보고 사는 물건이라서요.
제니가 쓴 젠틀몬스터가 완판된 게 그 증거입니다.
실제로 소비자의 49%가 인플루언서 추천을 보고 물건을 산 적 있다고 답했어요.[12]
🔑 핵심 꿀팁: 연예인 말고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팔로워 100만 연예인은 비싸고(수백만~수천만 원), 우리 같은 회사엔 과합니다.
대신 팔로워 1만–10만 명의 '동네/분야 유명인'을 노리세요.
같은 분석에서 이들은 비용은 약 52% 싸고,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효과는 오히려 더 컸습니다. 팔로워가 적은 대신 "이 사람 말은 믿는다"는 찐팬이 많아서예요.
🔎 어떻게 찾냐 (구체적으로)
- 인스타 검색창에 #대구안경 #안경스타그램 #안경코디 #뿔테안경 같은 해시태그를 칩니다.
- 그중 팔로워 1만–5만, 안경·패션 게시물이 많은 계정을 고릅니다.
- ⚠️ 팔로워 수만 보지 마세요. 최근 게시물의 좋아요·댓글이 팔로워의 3% 이상인지 보세요. (예: 팔로워 2만인데 좋아요가 50개면 → 팔로워를 돈 주고 산 '가짜'일 가능성. 팔로워 2만에 좋아요 600~800개, 댓글 활발하면 → 진짜.)
- 이렇게 5~10명 골라 이름·계정·팔로워 수를 메모해 둡니다.
🎁 뭘 받느냐 (이걸 명확히 정하세요)
- 착용 사진 2장 + 인스타 스토리 또는 릴스 1개
- 그리고 "이 사진들을 우리 가게 인스타·네이버·매장 액자에도 써도 된다"는 사용 허락 (이게 핵심! 한 번 받아 여러 곳에 재활용)
⚠️ 함정 - 이건 피하세요
- 팔로워만 많고 반응 없는 계정(위 3% 규칙으로 거르기)
- 안경과 안 어울리는 분야(먹방 계정에 안경 협찬 → 효과 없음). 패션·뷰티·일상 계정으로.
- 한 명에 올인하지 말고 여러 명에게 조금씩 뿌려 어떤 계정이 반응 좋은지 보세요.
② '만드는 30분'을 영상으로 - 공짜로 가진 무기
안경테 깎고 다듬는 작업 과정을 짧은 영상(릴스·숏폼)으로 올리는 겁니다.
예시 들어드릴게요:
직원이 안경테 깎는 모습을 핸드폰으로 30초 찍습니다 → "주문부터 완성까지 30분"이라는 자막 한 줄 + 잔잔한 음악 → 인스타 릴스로 올림.
여기에 인플루언서가 그 안경 쓴 사진을 이어 붙이면 "이렇게 만들어서 → 이렇게 예쁘다" 한 세트가 완성돼요.
③ 손님이 '검색하면 우리가 뜨게' — 가장 흔한 실수 하나
왜손님이 "안경 어디서 맞추지?" 검색할 때 우리가 안 뜨면,
위 ①②로 관심 생긴 사람도 놓칩니다.
👉 가장 흔한 실수: 외국인을 노리면서 네이버에 돈 쓰기
외국인은 네이버를 안 봅니다. 구글 지도 → 구글 후기 → 인스타로 찾아요.
네이버 블로그는 한 번도 안 봤어요. 반대로 한국 손님은 네이버 플레이스 후기를 봅니다. 손님이 누구냐에 따라 광고 거는 곳을 바꿔야 하는 이유죠.

위 세 가지가 효과를 내려면, 먼저 우리 안경에 '이름'이 있어야 합니다.
이름 없는 안경은 아무리 알려도 "어디 공장 안경"으로 끝나지만, 이름이 붙으면 "그 브랜드 안경"이 돼요.
그리고 이 비용 대부분은 정부 지원사업(디자인 지원·수출바우처 등)으로 충당 가능합니다 - 지금 대구 안경은 정책 1순위입니다.[13][14]
다 하지 마세요. 오늘은 인플루언서 5명 찾기 하나면 충분합니다.
각주
- [1]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44/0001080620
- [2] https://www.idaegu.com/news/articleView.html?idxno=653776
- [3] https://www.sentv.co.kr/article/view/sentv202511280108
- [4] https://www.cnbc.com/2026/02/11/ray-ban-maker-essilorluxottica-triples-sales-of-meta-ai-glasses.html
- [5] https://www.fortunebusinessinsights.com/industry-reports/eyewear-market-101749
- [6] https://biz.chosun.com/industry/business-venture/2025/11/21/I7UGUVPR4ZHG5LD6PEBULA6BZ4/
- [7] https://longblack.co/note/1439
- [8] https://www.sentv.co.kr/article/view/sentv202511280108
- [9] https://www.idaegu.com/news/articleView.html?idxno=653776
- [10] https://www.yne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76535
- [11] https://www.idaegu.com/news/articleView.html?idxno=653776
- [12] https://www.brandbrief.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61
- [13]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109000844
- [14]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1136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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