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아니 ‘에어택시’가 도심 교통의 풍경을 바꿀 날이 머지않았다는 이야기는 몇년째 들려오고있죠.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감인데, 사실 이 꿈의 중심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플레이어 중 하나가 바로 조비 애비에이션(Joby Aviation, 이하 조비)입니다. 2009년 설립 이후 무려 20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했고 , 지난주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토요타로부터 2억 5천만 달러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며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릅니다. 조비는 아직 본격적인 상업적 승객 운송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소위 ‘매출 전(pre-revenue)’ 기업입니다. (물론 미 국방부 등과의 R&D 계약을 통해 일부 매출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장 가치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죠. 과연 조비는 이 엄청난 기대감과 투자를 실제 ‘매출’이라는 숫자로 증명해낼 수 있을까요?
꿈을 파는 회사의 매력
조비가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그림이 워낙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2009년, 창업자 조벤 베버트(JoeBen Bevirt)는 ‘교통의 미래를 바꾼다’는 야심 찬 목표로 조비를 설립했습니다. 베버트는 이미 고릴라포드 삼각대로 유명한 ‘조비’라는 소비재 회사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연쇄 창업자죠. 베버트의 비전은 단순한 항공기 제조를 넘어, 새로운 이동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하는데요
이 조비의 eVTOL(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는 1회 충전으로 최대 150마일(약 240km)을 비행하고, 최고 속도 200mph(약 320km/h)를 목표로 합니다. 헬리콥터보다 훨씬 조용하고, 탄소 배출도 없는 친환경적인 이동 수단이라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구분 | 사양 |
탑승 인원 | 조종사 1명 + 승객 4명 |
최대 항속 거리 | 최대 150마일 (약 240km) |
최대 속도 | 최대 200mph (약 320km/h) |
소음 수준 | 헬리콥터보다 현저히 조용하도록 설계, 도심 운항에 적합 |
추진 시스템 | 분산 전기 추진(DEP): 틸트 로터 6개. 각 모터는 이중화, 두 개의 개별 인버터로 전력 공급 |
주요 안전 기능 | 높은 수준의 이중화, 단일 고장 지점 없음. 프로펠러 1개 손실 시에도 안전 비행 가능. 4개의 분리되고 이중화된 배터리 팩. 14 CFR Part 23 항공기 기준 인증 진행 |
탄소 배출 | 완전 전기 동력으로 운항 중 탄소 배출 없음 |
[조비 에비에이션 주요 항공기 사양 및 차별점]
자세한 기술적 이야기는 넘어가겠지만, 조비는 일찍부터 시장에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2016년 시리즈 A 투자에는 캐프리콘 인베스트먼트 그룹(Capricorn Investment Group)이 참여했고 , 2018년 시리즈 B 라운드에서는 인텔 캐피탈, 제트블루 테크놀로지 벤처스, 도요타 벤처스 등 이름있는 투자자들이 합류했습니다. 특히 2020년 1월, 도요타가 직접 투자하고 우버 등이 참여한 5억 9천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는 조비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가 되었죠.
이후에도 지속적인 자금 유치를 통해 총 20억 달러 이상을 확보했으며, 이 자금은 연구 개발, 프로토타입 제작, 그리고 FAA 인증 준비에 투입되었습니다. 조비는 SPAC 거래를 통해 상장 시장에도 진출하여, 미국 자본 시장의 제대로된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폭발적인 투자이력의 연장선상에서, 조비는 아직 본격적인 매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장시장에서도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제대로된 매출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지난주 금요일 기준 시가총액이 약 66억달러에 달하죠.
미래가치라는 마법
자,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조비는 아직 승객 한 명 태워보지 못했는데 (상업적으로), 어떻게 시가총액이 거의 10조원 수준에 달할 수 있었을까요?
이것이 바로 파괴적 기술 기업이 가진 ‘매출 전 프리미엄(Pre-Revenue Premium)’의 마법입니다. 지금 당장의 숫자보다는, 이 회사가 미래에 가져올 시장의 혁명과 그로 인한 잠재적 수익에 베팅하는 것이죠.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시장만 해도 2040년까지 그 규모가 1조 달러에서 최대 1.5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도 하구요
결국 조비의 현재 가치는 이미 만들어낸 돈이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낼 혁신과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이 기대가 현실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도요타와의 파트너십
조비의 수많은 강점 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도요타와의 파트너십입니다. 단순한 투자 유치를 넘어, 조비가 ‘꿈’을 ‘현실’로, 그리고 ‘매출’로 만드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 동력
왜 그럴까요? eVTOL 같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넘어야 할 가장 큰 허들 중 하나가 바로 ‘대량 생산’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안정적인 품질로, 합리적인 비용에, 대량으로 제품을 찍어낼 수 없다면 시장을 장악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도요타의 역할이 빛을 발합니다.
- 생산 노하우 전수: 도요타는 이미 조비의 항공기 설계 최적화와 제조 공정 효율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그 유명한 ‘도요타 생산 시스템(TPS)’의 원리를 조비의 항공기 생산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품질 관리,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에 엄청난 도움이 될 수도
- 자본력과 신뢰도: 도요타는 조비의 최대 주주(15.3% 지분)로서, 총 8억 940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약속했습니다. 이건 조비가 FAA 인증과 상업 생산이라는 자본 집약적인 단계를 통과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겁니다
결국 도요타는 조비에게 ‘돈’뿐만 아니라 ‘생산 능력’과 ‘신뢰’라는, 스타트업이 갖기 어려운 핵심 자산을 제공하는 셈입니다.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강력한 차별점
중동의 바람
그렇다면 조비는 이 모든 준비를 바탕으로 어디서부터 ‘승객을 태우고 돈을 버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일까요? 흥미롭게도 그 첫 번째 무대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중동의 UAE, 특히 두바이입니다.
- 두바이 RTA와의 독점 계약: 조비는 2024년 2월, 두바이 도로교통청(RTA)과 본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6년간 두바이에서 에어택시를 독점적으로 운영할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경쟁 없는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안정적 기반
- 가시권으로 다가온 서비스 시작: 조비는 이르면 2025년 말, 늦어도 2026년 초에는 두바이에서 초기 상업 운항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025년 중반까지 첫 항공기를 두바이에 인도하여 현지 환경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
- 버티포트 건설: 에어택시 운항에 필수적인 이착륙장, 즉 버티포트 건설도 이미 시작됐습니다. 스카이포츠(Skyports)와 협력하여 두바이 국제공항(DXB)을 포함한 주요 4개 거점에 버티포트를 구축 중
두바이가 첫 번째 시장으로 선택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UAE 정부는 미래 모빌리티 혁신에 매우 적극적이며,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재정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호적인 규제 및 경제 환경은 조비가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상업화에 성공하고 초기 매출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두바이에서의 성공은 다른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귀중한 운영 데이터와 자금줄을 제공할 것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현지 파트너(Aramco 자회사 Mukamalah)와 협력하여 시장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다만 중동에서의 구체적인 상업화 계획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조비가 에어택시 사업으로 지속적인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기도 합니다.
- AA 인증이라는 관문: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FAA(미 연방항공청)의 형식 인증(Type Certification)이 필수적입니다. 조비는 이 과정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2025년 1분기 기준, 5단계 중 4단계의 FAA 평가 부분 43%, 자체 작업 부분 62% 완료), 최종 완료까지는 여전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규제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시장 선점의 핵심
- 배터리 기술의 한계: 현재 배터리 기술은 eVTOL의 항속 거리, 탑재량, 운영 효율성을 제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 더 긴 비행 시간과 빠른 충전 기술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상용화도 요원
- 치열한 경쟁: 아처 애비에이션(Archer Aviation)과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유사한 목표를 향해 빠르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아처도 스텔란티스(Stellantis)라는 또 다른 자동차 거인과 손을 잡고 제조 역량을 강화중이죠
조비는 분명 다른 많은 경쟁사보다 현실적인 매출 발생 경로를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도요타와의 긴밀한협력 관계는 제조 리스크를 크게 낮춰주고 있으며, 규제 당국과의 오랜 협력 경험은 FAA 인증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바이에서의 선제적인 상업화 전략 역시 초기 매출 확보와 운영 경험 축적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미 미 국방부와의 계약을 통해 소액이지만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에어택시가 도시 교통의 주류로 자리 잡고, 조비가 이를 통해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할 겁니다. 배터리 기술의 발전, 관제 시스템의 고도화, 버티포트 네트워크 확장,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의 신뢰 확보라는 사회의 인식변화는 생각보다 큰 장애물이 될 수 있을겁니다
물론 그럼에도 조비는 단순히 하늘을 나는 꿈만 만드는 밈주식은 아닙니다. (개인적 의견일뿐 투자 추천은 아닙니다)
제조, 운영, 인프라, 규제, 시장 개척이라는 밸류체인 전단계에서 복잡한 퍼즐을 맞춰가며 새로운 운송 생태계 전체를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야망이 현실이 된다면 그 보상은 엄청나겠지만, 그 과정의 어려움 또한 상상 이상일 겁니다.
조비의 여정은 이제 막 ‘이륙’ 준비를 마친 셈입니다. 진짜 비행은 지금부터 시작이죠.
Divided by Zero는 대선 이후 수요일에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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