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ded by Zero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IT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2차적 사고를 공유합니다.
오픈AI 에이전트들이 허깅페이스(Hugging Face)를 뚫었었죠. 허깅페이스가 방어하려고 클로즈드 모델을 부르자 거절당했습니다. 사이버보안 관련 작업이라는 이유로요. 결국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을 가져다 막았습니다.
두 달 뒤, 허깅페이스는 엔비디아에 팔렸습니다.

엔비디아가 지난 9월 3일 허깅페이스 인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금액은 129억 달러인데, 주주에게 119억 달러가 가고 나머지 10억 달러는 엔비디아로 넘어오는 직원들을 붙잡아두는 주식 보상입니다. 마무리는 내년 상반기 예정입니다.
엔비디아 역사상 두 번째로 큰 딜입니다. 1위가 2025년 그록(Groq) 라이선스 계약 200억 달러였고, 그 전까지는 2019년 멜라녹스(Mellanox) 인수 약 70억 달러가 최대였습니다.
허깅페이스는 개발자들이 AI 모델을 올리고 받아 쓰는 저장소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AI 버전의 깃허브라고 보면 됩니다. 모델 300만 개, 애플리케이션 100만 개, 데이터셋 50만 개가 올라가 있고 개발자 1,800만 명이 씁니다. 2016년 프랑스인 세 명이 세웠고 인텔, AMD, 아마존이 투자했죠.
연환산 매출은 1억 5,000만 달러 수준입니다. 129억 달러면 매출의 86배죠.
5억 달러
사실 허깅페이스가 작년에 엔비디아 투자를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로 엔비디아가 70억 달러 기업가치에 5억 달러를 넣겠다고 제안했는데, 허깅페이스가 독립성을 지키겠다며 거절했습니다. 2023년 2억 3,500만 달러를 조달할 때 인정받은 가치가 45억 달러였습니다.
그런 회사가 1년 만에 회사 전체를 팔았습니다.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지키겠다던 독립성은 사라졌죠.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중국 모델
7월에 벌어진 일이 답입니다.
오픈AI가 사내 사이버보안 평가를 돌리던 중 에이전트 무리가 통제를 벗어났고, 그 중 일부가 허깅페이스에 침입했습니다. 오픈AI는 나중에 이 사건을 전례 없는 일이라고 표현했죠.
허깅페이스가 뚫린 시스템을 정리하려고 상용 프론티어 모델을 부릅니다. 그런데 거절당했습니다. 사이버보안 성격의 작업이라 안전 정책상 못 도와준다는 이유였습니다. 공격은 AI가 했는데, 방어를 도와달라니 AI가 거절한 셈입니다.
그래서 허깅페이스는 Z.ai의 GLM 5.2를 가져다 썼습니다. 정확히는 엔비디아가 손본 버전이었습니다. 오픈웨이트라 가중치를 직접 받아 자기 환경에서 돌릴 수 있으니 누구 허락도 필요 없었죠.
클레망 들랑그(Clément Delangue) CEO는 CNBC에서 그 일이 터졌을 때 오픈 모델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습니다. 상용 클로즈드 API로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오픈 모델로 막아야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관련하여 들랑그는 지금 업계가 두 갈래 앞에 서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상용 API가 시장을 지배하고 모두가 자기 AI를 그쪽에 외주 주는 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오픈소스 AI를 누구나 쓸 수 있어서, 빌려 쓰는 게 아니라 각자가 AI의 주인이자 만드는 사람이 되는 길입니다.
들랑그는 몇 달 뒤 앤트로픽이 상장하는 걸 언급하면서, 이 두 갈래가 갈라지는 게 보였으니 오픈소스에 더 걸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여름에 젠슨 황에게 먼저 연락했고, 몇 주 뒤 딜이 됐습니다.
엔비디아가 얻는 것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왜 129억 달러를 쓸까요?
칩 사업 방어가 하나입니다. 최대 고객들이 자체 칩을 만들며 의존도를 줄이는 중인데, 오픈 모델 생태계가 커지면 엔비디아 GPU 수요가 유지됩니다. 엔비디아는 이미 네모트론(Nemotron)이라는 오픈 모델을 굴리고 있고, 젠슨 황은 7월에 오픈 웨이트를 지지하는 글을 냈습니다. 허깅페이스를 포함한 25개 회사가 서명해 미국 정부에 오픈 모델을 규제하지 말고 지원하라고 요청한 서한도 있습니다.
클라우드 복귀도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1년 전쯤 자체 클라우드 DGX 클라우드를 축소했는데, 허깅페이스는 이미 개발자들이 임대 컴퓨팅으로 모델을 돌리게 해주는 회사입니다. 처음부터 짓지 않고 그 시장에 다시 들어가는 방법이 되죠.
데이터도 있습니다. 개발자 1,800만 명이 뭘 만들고 뭘 쓰는지 보이는 자리니까요.
타이밍도 나쁘지 않습니다. AI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오픈웨이트로 옮겨가는 중이거든요. 그 수요를 지금 딥시크와 Z.ai 같은 중국 랩들이 상당 부분 가져가고 있습니다. 들랑그도 지난 7월 인터뷰에서 중국이 오픈소스 AI를 확실히 지배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오픈웨이트 진영을 키우는 게 엔비디아한테는 사업이자 정치이기도 한 셈입니다.
젠슨 황은 블로그에서 허깅페이스가 AI 생태계 전체를 위한 열린 플랫폼으로 남는다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 컴퓨팅을 쓰지 않아도 허깅페이스에서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다고 못박았습니다.
오픈소스
허깅페이스가 팔린 이유는 오픈소스 진영이 자기 힘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해서입니다.
들랑그는 X에 커뮤니티 덕분에 클로즈드 API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지만, 더 큰 규모로 가려면 컴퓨팅과 지원과 협업과 가시성이 더 필요하다고 썼습니다. 그래서 젠슨 황을 찾아갔다는 겁니다.
다만 또 아이러니한 구석도 있습니다. 오픈소스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사에 팔았다는 것. 지금은 엔비디아가 개방성을 약속하고 있고 실제로 그럴 이유도 있습니다. 오픈 모델이 퍼질수록 GPU가 팔리니까요.
근데 그 이해관계가 어긋나는 날이 오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 129억 달러를 낸 쪽과 저장소를 쓰는 쪽 중 누구 뜻이 관철될지는 계약서가 아니라 그 시점의 사업 논리가 정할 겁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