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현의 온더로드 | 저는 '월드투어' 하는 사람입니다

TMI.FM의 DJ 서동현(월리) | 죽어라 노력하지 않고도 무언가를 잘 하는 게 쿨한 걸로 믿었던 그는, 살면서 가장 죽어라 노력했던 일이 학창시절 공연을 만드는 일이었음을 깨닫는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죽어라 했다면 죽을 때까지 해도 괜찮겠다 싶었고 그 결과 PLAN A(@planakorea)의 콘서트 연출 감독이 되었다. BTS, ATEEZ, DAY6 등의 콘서트, 팬미팅을 연출했고 현재는 잭슨(GOT7)의 [MAGIC MAN WORLD TOUR]를 연출, 월드투어를 돌고 있다.

온 더 로드(On the Road) 혹은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새 코너를 맡게 된 콘서트 연출 감독 서동현(월리)입니다. 저는 1년 중 1/3 정도를 한국 밖에서 보냅니다. ‘On the road’는 ‘투어 중’이라는 뜻을 가진 표현인데요. 콘서트 연출을 해온 지 상당한 시간을 보냈음에도 (부모님을 포함하여) 가까운 지인들조차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는 보통 이런 질문을 받아요. “해외 투어가면 연출 감독도 모든 도시를 다 가는 거야?”, “한국에서 쓴 장비를 전부 해외로 보내는 거야?”, “가수랑 같은 호텔에서 지내?”, “관광 다닐 시간은 좀 있어?” 등등.

앞으로 저는 여러분에게 이런 질문을 포함해 투어라이프의 다양한 모습과 콘서트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때로는 연출자의 연출노트가, 때로는 해외에서 만난 음악 산업종사자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한국의 곱창과 육회를 그리워하는 여행자의 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보겠습니다.

JACKSON WANG MAGIC MAN WORLD TOUR 2022-2023

첫번째로 소개할 투어는 잭슨(=GOT7의 멤버)의 첫번째 솔로 월드투어인 [JACKAON WANG MAGIC MAN WORLD TOUR]입니다. 작년 11월 방콕을 시작으로 아시아 3개 도시와 유럽 2개 도시에서 공연을 마쳤고 4월과 5월, 두 달간 북미와 남미 투어를 앞두고 있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입니다. 본격적인 미주 투어에 앞서 그는 코첼라에 서는 첫번째 중국인 가수가 될 예정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의 투어 뿐 아니라 코첼라 무대도 같이 준비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지난 아시아와 유럽 투어, 그리고 앞으로 있을 미주 투어와 코첼라 이야기를 여기 뉴스레터를 통해 들려드릴 계획입니다.

그러고 보니 다음 번에는 미국에서 소식을 전해드리겠네요?! 

잭슨 vs JACKSON WANG

한국에서 잭슨은 여러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해 펼친 그의 활약(?)은 갓세븐과 잭슨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회자되며 ‘세종대왕 마저 웃긴’ 전설의 레전드 편으로 남았죠. 예능에서 보여줬던 그의 엉뚱한 매력들은 잭슨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였고, 저에게도 그러한 이미지였습니다. 그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요!

직접 만난 잭슨의 개인적인 인상을 말하기 전에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잭슨의 모습을 먼저 보여드리는 편이 더 좋은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뮤직비디오 기획부터 대본 작성, 촬영 현장을 디렉팅 하는 모습은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잭슨은 이번 투어의 스토리라인을 직접 구상했습니다. ‘MAGIC MAN’이라는 워딩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했고,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할지에 대한 구상 또한 또렷이 갖고 있었습니다. 아티스트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잭슨처럼 주체적으로 콘서트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는 아티스트는 많지 않은데요, 연출자 입장에서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연출 파트너를 만난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케이팝 출신 중국 가수의 글로벌 투어

[MAGIC MAN] 월드투어는 여러가지로 독특한 점들이 있습니다. 잭슨은 TEAM WANG이라는 레코드 레이블을 설립하고 독자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한 마디로 저는 한국 회사가 아닌 중국 회사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매니지먼트는 중국의 RYCE에서, 프로모터는 미국의 AEG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안무가로 LA 베이스 댄스팀 Kinjaz(@kinjaz)의 Vinh Nguyen(@v1nh)이 한국의 댄스팀 오드(@theodd_official_)의 댄서들을 이끌고 퍼포먼스를 만들고, 조명과 VJ(영상) 등의 연출을 포함한 프로덕션은 저를 비롯한 한국팀들이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케이팝 프로젝트보다 복잡도가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스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 공연은 케이팝 가수의 케이팝 공연일까요? 케이팝을 특정해볼 만한 여러 기준들을 떠올려봤지만 어느 것 하나도 명확하게 케이팝 여부를 가려내기는 어려웠습니다. 더이상 한국의 제작시스템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케이팝이 아닌걸까요?

일단 잭슨이 얼마만큼 케이팝이든 간에 잭슨은 콘서트를 통해 기존에 GOT7으로 보여줬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원했습니다. 케이팝 아이돌일 때 보다 더 아티스틱하고 날 것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죠.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케이팝'이란 개념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그렇게 여러 고민과 흥분을 동시에 안은 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편에는 첫 공연이 열린 방콕에서의 얘기를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 DJ 서동현(월리) | Instagram

📻 JACKSON WANG - Cruel (2022)

첫 피지컬 앨범이자 두 번째 정규 앨범인 [MAGIC MAN]을 대표하는 곡 중 하나입니다. GOT7 이후 잭슨의 행보를 잘 몰랐던 사람에겐 음악,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모든 방면에서 굉장히 놀라운 콘텐츠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타 사운드에 맞춰 사람을 마치 연주하듯 움직이는 안무는 이번 투어의 핵심 비주얼 중 하나인 거대한 기타 세트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습니다. 

부록

혹시 콘서트 연출 감독이 뭐하는 사람인지, 이 일은 어떤 것인지 더 궁금한 분이 계시다면, [헤이팝]에 실린 제 인터뷰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이 인터뷰를 읽고 나서야 ‘이제야 아들이 뭐하는지 알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리고 BTS의 "Airplane pt.2"도 부록으로 추천합니다.

떠돌이 악사 ‘엘 마리아치’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 노래는 이 세계 어디서든 노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세상 어딜 가도 호텔 방서 작업’이라든가 ‘하루는 너무 잘 돼, 그 다음날은 망해’와 같은 가사는 투어라이프의 생생한 증언과 같은 가사들입니다. 각종 국가의 비자들과 스탬프로 ‘여권은 과로사’ 직전이지요. 2018-2019 BTS 월드투어 <LOVE YOURSELF>와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당시 가사에 나오는 도시에서 공연할 때 마다 ‘정말 여기에 와있구나’ 했던 추억이 있는 노래입니다. 

__________
팬덤을 모으고 늘리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엔터 기업들의 전략과 고민이 궁금하다면?

내일의 음악 산업 ©TMI.FM | Linked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