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진의 워드비트 | "난 그 맘을 좀 봐야겠어"

※ [워드비트]에서는 음악과 노랫말에 대해 씁니다.

적절하게 치고 빠지는 비트도 좋지만 단순한 멜로디와 멤버들의 하모니가 아름답게 꽉 채우는 곡이다. 특히 코러스의 리버브가 전달하는 공간감은 이 짧은 곡(3분이 되지 않는다)의 분위기 전반을 이끌면서 충만하게 채운다. 그러다 꽂히는 가사가 "난 그 맘을 좀 봐야겠어"다. 

이 후킹한 가사를 기준으로 곡을 다시 들어보니 '눈동자', '감추고 있는 걸', 'bad', 'good', '서로를 비춘 밤', '빠져 깊이' 같은 단락들이 들린다. 대부분의 케이팝처럼 "러브 다이브"의 노랫말도 텍스트를 보지 않고 소리로만 들으면 파편적인 단어의 조합으로 전달되는데, 이렇게 병렬로 나열되는 단어들이 어떻게 들리냐에 따라 곡의 전체 이미지가 정해진다. 내 경우엔 "LOVE DIVE"는 불길함이다. 귀에 꽂히는 단어들은 상반되고, 서로 충돌한다.

새삼 사운드도 달리 들린다. 마이너 코드로 진행되는 구조에 두꺼운 베이스와 글리치, 리버브와 하모니가 겹겹이 쌓이며 전하는 공간감은 비좁은 느낌이다. 게다가 곡이 끝나기 전에 8마디나 반복되는 "숨 참고 love dive" 위로 덧입혀지는 노이즈, 관악기 효과음, 리버브가 마치 슬로우모션 같은 효과를 주면서 페이드아웃되는데, 이건 마치 좁은 공간에 갇혔거나 물에 빠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C#m - G# - C#m - G# - A - B - C#m - G#으로 진행되는 코드도 팝에서 흔치 않은 구조로, 브릿지도 없이 쉴새없이 반복되는 구조가 긴박하고 불안한 무드를 만든다.

비로소 전체 가사를 확인하면 이 곡이 나르키소스 이야기를 토대로 나르시즘을 다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곡 설명에 등장하는 '큐피드의 재해석'이라는 표현은 바로 이 나르키소스와 나르시즘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1절과 2절의 관점이 다르다. 1절이 수면에 비친 자신을 보는 관점이라면 2절은 수면 아래의 자기 자신이다. 하나의 몸에 있는 두 개의 자아가 수면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데칼코마니 같은 순간. 위태롭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긴장감이 팽팽하다. 이 노래는 2분 57초 동안 이 아슬아슬함을 묘사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그런데 이러한 불안을 매혹으로 바꿔버리는 것이 바로 노랫말이다. 

이 노래의 주인공은 "ELEVEN"과 마찬가지로 (10대) 소녀다. 누구나 겪었던 시절, 되돌아보면 이 시절 우리가 대면하는 세상은 알듯말듯한 것들 투성이였다. 그 중에서도 제일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자신의 마음이고, 그걸 깨닫고 나서는 언제까지 이렇게 정체불명의 마음을 안고 살아야할지 두려워지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두려움은 또한 근거없는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내가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되고, 보편적이지 않은 존재로 살아갈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주는 안도감. 

다시 말해, 10대는 대체로 보편성을 지향하면서도 특수성을 동경하는 모순된 존재고, 처음으로 자아를 실체로 자각하고 대상화도 해보는 실험의 시간이다. 우리는 그 혼란의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어쩌다보니 어른이 되고, 별 생각없이 살다가 어느날 문득 깨닫는 것이다. 그때의 내 마음, 지금 어떻게 됐지? 

아이브는 이전 싱글 "ELEVEN"에서도 “난 몰랐어 내 맘이 이리 다채로운지”라고 뾰족하게 내지른다. 여기서도 '눈동자', '물결', '방', '투명' 같은 단어가 등장하며 물의 이미지를 전한다. 다만 "ELEVEN"에서 모호하게 묘사된 감정의 대상은 "LOVE DIVE"에서야 자기 자신임이 비로소 밝혀진다. 1절과 2절이 대칭 구조를 만들 듯, "LOVE DIVE"와 "ELEVEN" 또한 데칼코마니처럼 연결된다. 아이브가 주목하는 것이 감정의 양면성이나 다면성이라고 짐작해보게 된다. 

"LOVE DIVE"가 매혹적인 이유는 바로 이러한 모순을 다루는 방식, 혹은 태도에 있다. 서지음은 성장기에 경험하는 '혼돈의 카오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조언하는 것을 넘어 자기애를 그 복잡하고 혼란한 마음의 하나로 (재)정의하자며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ELEVEN"에서 11이라는 숫자가 열 손가락에 '한 칸 더' 채워 101%를 뜻하는 것이었다면, "LOVE DIVE"에서 나르시즘은 바로 그 '한 칸'이 되는 셈이다. 이로써 아이브는 메인 타깃인 Z세대에게 전에 없던 관점의 전환을 제안하는 동료이자 롤모델이 되고, "LOVE DIVE"는 애정과 격려로 채워진 응원가가 된다.

새삼 아이브의 팬클럽 이름이 '다이브'라는 점도 이 노래가 입체적으로 해석되어 포지셔닝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ELEVEN"에서 "LOVE DIVE"로 이어지는 메시지의 연결 구조가 다음 곡에서도 퍼즐처럼 맞춰질 가능성도 높다.

자기 자신을 향해 수면 아래로 뛰어든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때에도 두 가지 이상의 복잡한 감정이 등장할까. 그런데 사실 이 복잡한 마음은 어른이 된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스스로 납득하거나 혹은 납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로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 엑스 세대 중년 아저씨가 이 노래를 거듭 반복해서 듣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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