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경의 핫아메리카노 | 제페토를 뒤흔든 [런웨이Z]를 아시나요?

TMI.FM의 DJ 홍수경(Janis Hong) | 영화 잡지 기자로 일하며 한국 영화계의 대소사를 기록하다가 미국 뉴욕으로 이주, 그곳에서도 각종 영화 및 팝컬쳐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영어권 음악만 듣던 팝 덕후가 뒤늦게 미국에서 K-pop 팬으로 거듭났고, 최근에는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 등의 작품 덕에 생긴 한국과 미국의 접점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북미주재원으로도 활동 중.

‘홍수경의 핫 아메리카노'는 미국의 핫 이슈를 중심으로 하되 구독자님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는 동안 영감을 얻을 만한 이야기를 전하고픈 코너입니다. 2023년의 첫 소식은 메타버스에서 갑자기 뜨고 있는 소셜 콘텐츠 스타트업 이야기인데요. 팬데믹이 사실상 끝난 지금, 과연 메타버스 플랫폼의 영향력은 얼마나 유효할지 의문이라면... 이 인터뷰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런웨이Z]를 들어보셨나요? 제페토에서 유명한 패션쇼 토너먼트 월드인데요.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주제에 맞게 8명의 참가자가 옷, 신발, 액세서리, 소품을 치장하고 패션쇼 토너먼트를 통해 1등이 되는 소셜 콘텐츠입니다. 패션쇼 포즈와 촬영 구도 등을 선택할 수 있고, 아이템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재미있게 발산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의 시선으로는 반신반의할만 하지만 이미 세계의 수많은 10대들이 이 메타버스 패션쇼 세계를 즐기며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솔직히 저도 간간히 즐기며 패션 승부욕을 다지고 있습니다)

[런웨이Z]는 LA 기반의 게임 스타트업 ‘브레이브 터틀스(Brave Turtles)’가 제페토에서 론칭한 콘텐츠로, 이걸 계기로 브레이브 터틀스는 메타버스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런웨이Z]는 1월 20일 기준 런칭 8주차에 전세계 누적 트래픽 2천만 방문자를 넘기며 제페토의 슈퍼스타가 되고 있습니다.

누구도 알 수 없고 예측도 어려운 메타버스 세계 개척에 합류한 주인공에게 그 향방을 물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토끼의 해가 시작되는 시기에 꾸준히 전진하고 있는 ‘용감한 거북이' 케빈 김 대표를 만났습니다. 

홍수경: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케빈 김: 스타트업 ‘브레이브 터틀스'의 대표 케빈 김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5년간 CG 아티스트로 일했고, 그후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2년, 영화 업계에서 5년간 FX 아티스트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이후 게임 업계로 옮겨 시니어 FX 아티스트로 [스타워즈 제다이: 오더의 몰락] 콘솔 게임 등에 참여했습니다.

‘브레이브 터틀스’는 2016년 호주에서 프로젝트를 끝낸 뒤 LA로 돌아오면서 나의 게임을 만들다고 싶다는 결심과 함께 시작되었어요. 두 명의 지인에게 회사에 대해 피칭을 한 후 셋이서 팀을 결성했죠. 창업 목표를 가지고 게임 회사에 입사해 문라이팅(moonlighting, 일명 ‘투잡’)을 시작했습니다. 4년 정도 빌딩(building)을 하며 창업 준비를 했는데 팬데믹이 터졌어요. 그 전에는 한 멤버의 차고를 개조해서 몇 년간 2주마다 미팅을 하곤 했는데요. 팬데믹 시기에 줌 미팅 및 클라우드 기반 업무가 가능해지면서 물리적 공간에 상관없이 창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홍수경: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개인의 커리어가 테크보다는 비주얼 아트 쪽입니다. 게임 그래픽 구현에 있어서는 굉장한 전문가이지만 테크 중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꽤 낯선 이력같은데요. 자신의 이력으로 게임 분야에 도전하면서 깨달은 장점은 무엇이고 약점은 어떻게 보완하셨나요? 

케빈 김: 스타트업 대표 분들은 대개 메타나 구글 등 테크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이 많고 코딩 기술을 기본으로 보유하고 계십니다. 엔지니어가 대표인 경우 앱이나 플랫폼을 직접 만드는 경우가 많아 상품을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마찰이 생기기도 하는 것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직접 개발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사람임을 인정하고 대신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옆에 두고 완전히 믿는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강점은 친절하고, 먼저 다가가고, 경청하고, 일을 잘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현재 저는 ‘브레이브 터틀즈' 외에 남부 캘리포니아 IT/아트/테크/스타트업 분야 한국인 모임인 ‘SoCal K-Group’ 회장을 4년째 맡고 있습니다. 이 모임은 제가 맡고난 이후 규모가 두 배 이상 확장되었고 이벤트와 협찬이 늘었죠. 운영진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회원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면서 조직이 더 원활하게 잘 돌아가고 있죠. 그 과정을 통해 저에게 ‘내가 모든 것을 하지 않는 리더쉽'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웃음) 구성원의 아이디어를 믿고 함께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각자 오너십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움직일 때 팀이 잘 유지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브레이브 터틀즈'에 필요한 인재를 모실 때는 테크 쪽 기술자 분들이 모여 제한된 시간동안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발표하는 이벤트인 ‘해커톤(Hackathon)’에 참여해서 UX 디자이너를 만났고, 몇 명이 게임 개발하는 것을 지켜보던 지인이 뛰어난 인재를 소개해주시기도 했죠. 필요한 분들을 직접 발품을 팔며 찾아다녔습니다. 마케팅 전문가는 몇 번을 찾아 뵙고 삼고초려를 했습니다. 누구든 궁금한 것이 있어 질문을 하시면 신속하게 바로바로 필요한 정보를 드렸죠. 소통, 실력, 노하우, 인품을 모두 고려해 모셔왔죠. 마치 ‘원피스' 팀처럼  ‘브레이브 터틀스'는 한분 한분 모셔온 과정과 사연이 다 다릅니다. 정말 운이 좋았고 팀원들께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수경: 제페토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케빈 김: 회사를 차린 뒤 LA 기반 웹매거진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는데 제페토 미국 지사장님이 보시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코비드 사태가 1년 정도 지난 후였는데, 그 시기에 제페토 유저가 확 증가했죠. 제페토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LA에 지사를 오픈하고 본격적인 콘텐츠 개발에 나선 차였어요. 연락을 받은 당일날 바로 만나 뵈었죠.(웃음) 당시 개발했던 영어 단어 게임 [스펠 프렌즈](Spell Friends)의 게임 이미지를 좋아하셔서 휴대폰에 바로 인스톨 해드렸죠. 약 일주일 뒤에 만나뵈었는데 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하셨다며 제페토 월드 런칭을 제안받았습니다. 그렇게 메타버스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홍수경: 그전에도 메타버스 콘텐츠에 관심이 있었나요?

케빈 김: 메타버스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관심 대상은 아니었죠. 제페토 제안을 받고난 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웃음) MOU 체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투자를 받게 되면서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에 나서게 되었죠. 기존 게임을 메타버스로 바꾸려고 하니 프로그램 언어도 다르고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수준이었어요. 제페토를 잘 모르는 상태로 컨버팅 작업을 했다가 우리 게임을 망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손발을 맞춰볼겸 제페토 콘텐츠를 새로 만들어 보기로 했죠. 더 진지하게 제페토와 유저 연구를 시작했어요. 

그때 깨달은 게 제페토의 정체성이었어요. 미국의 인기 메타버스 앱 ‘로블록스'와 비슷해보이지만 유저 성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로블록브와 제페토 모두 10대가 주 연령대인데요. 로블록스는 남녀 유저 성비가 6:4 정도인데 반해 제페토는 여성 유저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 이유를 찾아봤더니 로블록스 캐릭터가 안 예쁩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수많은 캐릭터들이 만나고 소통을 해야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너무 비싼 데이타를 가지게 되면 많은 유저와 만날 수 없고 과부하가 걸려 진행이 느려집니다. 로블록스는 캐릭터를 단순하게 만들고 예술적인 감성을 뺀 대신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 모여도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 설계했죠. 유저가 많고 시장이 훨씬 큽니다.

반면, 제페토는 여성 유저가 90퍼센트로,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가 예뻐요. 자신의 아바타를 가장 예쁘게 꾸밀 수 있는 메타버스일 겁니다. 다만 양날의 검인 게, 메모리를 많이 차지해 유저들이 한 공간에 모이기가 힘들어요. 저희는 제페토 안에 월드를 만들 때 유저가 가장 많이 하고 좋아하는 걸 기준으로 삼자고 했는데, 그게 패션이었어요. 아바타가 예뻐서 사용자들이 제페토를 이용한다면 쇼핑을 하고 친구들도 만나 소셜 라이징이 가능한 월드를 만들고,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자. 쇼핑과 패션을 합쳤고, 그렇게 [런웨이Z]가 탄생했어요. 진행 시간이 길면 유저 집중도가 떨어지니 몇 분만에 우승자가 나오는 게 좋을 지도 계산했는데요, 그 시간 내에 투표를 주고받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최적 인원이 8명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홍수경: 메타버스의 소셜 콘텐츠를 8주 째 운영 중이신데 메타버스 커뮤니티가 다른 게임과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던 적이 있나요?

케빈 김: 사실 개발자는 재미를 100퍼센트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재미있을 법한 요소를 많이 넣을 순 있지만, 그 안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소속감을 느끼고 자신 만의 재미를 찾는 것은 유저의 몫이 커요. 가장 신기했던 때는 게임 ‘밈'이 만들어질 때였어요. 팬들이 모이니까 공지를 올릴 때마다 댓글이 몇 백개 씩 달리기 시작했어요. 댓글을 읽으면서 유저들이 즐기는 지점을 알게 되었고요. 어떤 밈은 단편영화처럼 퀄리티가 높아서 놀라기도 했어요. 아바타가 춤 추는 영상도 많이 올라왔고요. 또 저희가 9개 언어로 튜토리얼을 출시했는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 유저들이 자기네 언어로 튜토리얼을 만들어 리뷰도 하고 그래요. 자신의 목소리를 콘텐츠에 편집해서 자기들끼리 즐기고요. 보통 유명한 게임 회사에서 콘솔이나 PC를 위해 만드는 블록버스터 게임을 일명 ‘트리플A 게임'이라고 하는데요. 그런 게임은 출시되기 전부터 ‘밈'이 만들어지고 게임 장면을 가져와서 즐기곤 하죠. 그와 달리 메타버스 콘텐츠의 밈은 일상을 투영해서 만든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홍수경: 최근에 들어갔더니 컬러 콘셉트와 아이템이 모두 바뀌었더군요. 바뀌는 주기가 있나요?

케빈 김: 현재 6주에 한 시즌을 선보이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두 번째 시즌인 ‘발렌타인’ 시즌이고 다음 시즌은 ‘케이팝 아이돌' 테마로 2월 20일부터 선보입니다. 경험 점수가 쌓이면 시즌이 끝날 때 저희가 제작한 아이템을 선물로 증정합니다. 첫 시즌이 끝났을 때 저희 회사 캐릭터인 ‘지아'를 통해 선물을 보내드렸더니 ‘사랑해, 지아' 등의 따뜻한 반응을 많이 받았죠. 그런 리액션을 받을 때마다 귀엽고 뜻 깊고 고맙습니다. 비교하자면 [스타워즈 제다이] 게임 때 팬들이 열광했고 유튜브에 반응이 많이 올라왔죠. 그 작업도 뿌듯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았어요. 메타버스 반응이 더 직접적인 소통처럼 느껴집니다. 

홍수경: 동작도 더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케빈 김: 이제 8주차에 접어들었는데 3주차까지는 매일 업데이트를 했어요. 잘만든 콘텐츠라고 해도 수시로 버그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저희는 매일 고쳐서 새로운 빌드를 업로드했죠. 고객 관리에 불만이 없는 콘텐츠로 만들고 싶어요. 유저가 이렇게 갑자기 많이 모이면 버그뿐만 아니라 불만이 속출할 거라 생각했는데 저희 기술력이 뛰어나고 유저들이 지켜보고 있기도 하죠. 열혈 유저가 시즌 2에서 바뀐 영상이 어지럽다고 반응해서 바로 고치기도 했죠. 쉬운 일은 아니지만 팀원들이 다같이 유저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수경: 배경 음악을 수시로 바꾸거나 선택 아이템으로 개발 예정인지 궁금해요. 

케빈 김: 더 화려한 비주얼에 음악도 많이 사용하고 싶지만 메모리가 많이 올라가면 휴대폰 사양이 좋아야 합니다. 현재는 아이폰8이 기준점입니다. 그 이전 모델에서는 월드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보다 사양이 낮은 휴대폰을 주로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메타버스 접근이 힘들다는 안타까운 지점이 있습니다. 그 시장이 30퍼센트 이상이기 때문에 콘텐츠 운영 최적화를 위해 메타버스 시스템과 함께 개발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홍수경: 이렇게 단기간에 천만이 넘는 플레이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고 계십니까?

케빈 김: [런웨이Z]만큼 단기간에 제페토 유저가 몰린 콘텐츠는 없었습니다. 저희가 유저 분석을 잘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할 때마다 스릴, 감동, 재미, 웃음을 모두 드리고자 했죠. 그리고 손쉬운 방법으로 함께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요. 제페토 유저들이 제일 좋아할 수 있는 요소들만 추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스트리밍 콘텐츠 플랫폼처럼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구독자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를 제일 선호하는 배우들을 기용해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모은다고 그 콘텐츠가 성공하는 것같지는 않아요. 때문에 이제는 데이터 드리븐 콘텐츠가 과연 최선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소비자들도 예전만큼 그런 콘텐츠에 호감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아요. 좋은 재료들을 가져오되 잘 버무려서 구성을 하고 가장 멋진 방법의 연출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녹여 넣었고 마지막을 감동적으로 마무리하고자 했어요.

인기를 끌 자신은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트래픽을 예상치 못했어요. 지금까지 제페토 월드는 대개 생명이 2주 정도였어요. 2주간 최다를 찍고 트래픽이 확 떨어지죠. 요즘 대부분의 콘텐츠 소비 주기가 그렇기도 하죠.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말도 들었어요. 하지만 현재 8주째 정상을 유지하고 있어요. 6주째에 감소세가 보였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시즌2를 준비했고 다시 트래픽이 상승하는 것을 보면서 옳은 결정을 했다고 판단했어요.

홍수경: 국가별 유저 분포는 어떻습니까?

케빈 김: 국가로는 중국 유저가 압도적으로 많고 언어는 영어가 많습니다. 그 뒤로 일본, 한국 태국 순이지만 다양한 지역에서 참여합니다. 

홍수경: 앞으로 구상 중인 컬래버레이션이 있는지요?  

케빈 김: 시즌1 때는 제페토의 공식 아이템을 가져와서 쇼핑 아이템으로 배치했는데 시즌2부터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아이템을 가져와서 진열했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아이템을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셀러브리티입니다. 그 분들과 협력해서 저희 월드 안에서 크리에이터 아이템을 팔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수많은 아이템이 신상품으로 공개된 뒤 사라지는데 저희는 지난 아이템도 테마에 맞춰 다시 가져와서 활용할 수 있죠. 아이템을 착용한 아바타가 뛰어 다니고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월드라는 잇점도 있고요. 외부적으로는 패션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논의 중입니다. 아이템을 직접 팔기도 하고 제품 노출로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페토에서 이벤트를 많이 하는 케이팝 아이돌과의 협업도 기대합니다. 저희 월드 안에 케이팝 행사를 유치하고 싶습니다. 메타버스 콘텐츠의 바람직한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저희 숙제이자 목표입니다.

홍수경: 브레이브 터틀스의 향후 계획은 어떻습니까? 메타버스 생태계를 개척하고 있다는 느낌인데요. 앞으로도 메타버스에 매진하나요?

케빈 김: 메타버스는 유저 연령층을 볼 때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저희 세대가 어렸을 때부터 각종 게임을 하며 게임 문화를 만들어온 세대이지만 메타버스는 큰 도전이긴 합니다. 오히려 잘 모르기 때문에 현재의 어린 유저들을 계속 관찰합니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마치 모바일 게임이 처음 등장했을 때 10대들의 반응을 되새기게 만듭니다. 대개는 모바일로 무슨 게임을 하냐고 무시했죠. 그때는 휴대폰 성능이 이렇게 향상될지 모르기도 했고요. 이제는 모바일 게임이 게임 시장을 압도합니다.

지금 미국 젠Z 세대 부모들은 아이가 ‘로블록스' 화폐인 ‘로벅스''를 사달라고 하면 사주는 게 쿨하다고 생각합니다. 메타버스 콘텐츠를 즐기는 젠Z가 어른이 되어 주요 소비자가 될 것이고 지금 중년이 [슬램 덩크] 극장판에 열광하듯 메타버스 콘텐츠를 추억할 지도 모르죠.(웃음) 때문에 메타버스 콘텐츠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더 나은 기술 개발이 관건이지, 메타버스가 미래냐 아니냐는 이제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홍수경: 원래 만들고 싶었던 게임은 [런웨이Z]와 거리가 멀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게임을 꿈꾸고 있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케빈 김: 대학 1학년 때 플레이스테이션1 게임을 많이 했어요. 그때는 막연히 영화 감독이 꿈이었는데 게임을 하면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죠. [파이널 판타지 세븐]을 하면서 처음으로 게임을 통해 슬픈 감정을 느꼈죠. 같이 다니던 여자 캐릭터가 죽으니 상실감이 생기는 겁니다. [레지던트 이블]은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메탈기어 솔리드]는 내가 왜 이렇게 사람을 죽이는 게임을 하고 있는지 의문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지점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때 게임이 영화보다 더 감정을 강렬하게 전달 가능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게임의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그 당시 유일하게 게임 전공이 있던 미술대학에 들어갔어요. 예술은 형태가 달라질 뿐 기본적으로 감정을 전달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드는 게임에서도 감정이 중요합니다. 비록 [런웨이Z]는 패션쇼 콘텐츠이지만 자신의 정성을 쏟아 토너먼트를 준비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 다니고 경쟁을 하며 기대와 스릴을 경험합니다. 그 노력이 좋은 결과를 얻으면 우승자가 되지만 우승하지 않는다해도 모두 함께 모여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며 참여자들이 함께 기쁨을 나눕니다. 그런 감정을 전달했기 때문에 [런웨이Z]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DJ 홍수경 | Facebook

📻 Depeche Mode - Never Let Me Down Again (from [Last Of Us] Episode 1)

게임 이야기가 나왔으니 미국 HBO에서 공개된 [라스트 오브 어스] TV 시리즈를 소개하고 싶어지네요. 게임 크리에이터 닐 드럭만과 [체르노빌] 작가 크레이그 메이진이 함께 각본을 쓰고 연출도 맡았고, [만달로리안]의 페드로 파스칼과  [왕좌의 게임]으로 친숙한 벨라 램지가 주연입니다. 공개 전부터 미디어 호평이 쏟아졌고 공개 후에는 게임 팬들의 감동적인 리뷰가 이어졌죠. HBO 드라마 중 오프닝 시청률 2위를 기록했고요. 게임을 기반으로 한 2차 창작물로서, 그리고 HBO 제작 드라마로서 오랜만에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음악 팬에게 흥미로운 점은 선곡인데요. [라스트 오브 어스] 첫 에피소드 엔딩 곡으로 디페쉬 모드의 ‘Never Let Me Down Again’이 등장해 [기묘한 이야기] 4시즌으로 유명해진 케이트 부쉬 역주행 현상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디페쉬 모드는 유튜브 공식 뮤직비디오 제목에 ‘Episode 1 of The Last Of Us’를 넣기도 했네요. 하룻밤에 스트리밍 수가 세 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두 주인공의 관계를 암시하는 곡으로 사용되었는데 선곡자의 탁월한 안목에 존경을 표할 뿐입니다. DJ 홍수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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