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대한 성공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사랑하는 일을 더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뿐입니다. 좌절하지 않고 계속 사랑하는 방법을 위해 비즈니스를 고민합니다. 오너십을 지키기 위해 수익모델과 사업모델을 탐구합니다. TMI.FM의 러브N비즈니스는 이러한 분들을 소개하고 응원하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CD를 대체하는 네모 앨범의 제작사 '네모즈랩'을 소개합니다. | 차우진
놀랍게도 음반은 더 많이 팔린다, 그래서 문제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2021년 기준으로 음반 판매량은 늘어났다. 세계 1위의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는 2021년에 총 4,660만 장의 CD가 발매되었는데(2020년에는 3,160만 장), 이것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한 수치다. 참고로 2000년에 미국의 CD 출하량은 9억 장 이상이었다. 물론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CD 출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판매량도 늘어나는 징후고, 이것은 스트리밍이 지배하고 NFT가 주목받는 디지털 시대에는 매우 상징적인 일이다. 아티스트를 비롯해서 음악 사업자의 수익이 늘어날 가능성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세계 CD 판매량의 상당 부분은 케이팝이 책임지고 있다. 가온 차트의 2021년 리포트는 한국에서 발매된 음반 중 상위 400개 앨범들이 전 세계적으로 총 5,700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는 점을 알려준다. 2020년 약 4,170만 장에 비해 37% 정도 증가한 수치다. 2018년 처음으로 2,000만 장을 돌파한 후 매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케이팝 음반의 판매량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체 CD 물량보다 높고, 이것이 바로 다수의 메이저 레이블이 케이팝 아티스트나 기획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포토 카드 vs CD
하지만 높아지는 수치만큼 문제점도 존재한다. 케이팝의 CD 판매량은 사실 팬들의 수집욕구를 자극한다기보다는 음반에 포함되는 부가상품 때문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 대표적인 것이 팬 사인회 응모권과 포토카드다. 특히 포토카드는 팬들 사이에서 자산 가치를 가지며 거대한 2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참고기사)
이런 이유로 케이팝 CD는 구매 직후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것이 에너지 및 환경 이슈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친환경 CD는 괜찮을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친환경 소재는 제작 단가가 비싸다. 제작사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팬들의 입장에서는 포토카드 및 팬싸 응모권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여러 장의 CD를, 일반 CD보다 더 비싸게 사야 한다. 판매량 자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음에도, 양쪽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플랫폼 앨범’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제이홉의 솔로 1집 [Jack in the Box]는 ‘위버스 앨범’이란 이름으로 독점 사진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와 포토카드로 발매되었다. 최근 화제인 신인 걸그룹 뉴진스도 위버스 앨범을 발매했다. 물론 제이홉 같은 글로벌 탑 티어 아티스트가 아니어도 이런 대안적인 앨범을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은 존재한다. 그 중 네모 앨범은 포토카드 사이즈에 맞춰 제작된 케이스와 정품 인증 방식으로 CD의 대안을 제안하고 있다.
네모 앨범은 네모즈랩에서 제작하는 신규 포맷이다. 네모즈랩의 전수진 대표는 벅스뮤직에서 2년 간 서비스 기획과 마케팅을 맡은 뒤 SM 엔터테인먼트에서 10년(2004~2014)을 근무했다. 소속 아티스트의 온라인 마케팅과 콘텐츠 사업을 총괄하면서 ‘UFO타운’과 ‘에브리싱’ 같은 서비스를 책임졌다. 퇴사 후에는 팬 커뮤니티, 오디오 콘텐츠/플랫폼 개발 등을 진행했으니 2022년, IT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이력으로 네모즈랩을 설립한 것도 자연스럽다. 전수진 대표와 네모 앨범과 네모즈랩의 비전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네모 앨범은 포토카드에서 메타버스로 확장될 겁니다." (feat. 전수진 네모즈랩 대표)
“제가 SM 엔터테인먼트에 있을 때에도 대안적인 CD를 고민하곤 했지만, 그때는 단가가 너무 비싸서 적용하기 어려웠어요. 기술적으로는 그때도 가능했지만, 제작 단가가 1만원이면 판매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잖아요. CD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줄여야하는 이슈에는 다들 공감하지만 제작비를 감안하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 되죠. 그래서 저희는 공급 가격을 3천원 대로 줄였어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기획사들의 고민을 줄여야했거든요.”
네모 앨범은 ‘넥스트 CD’를 지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콘텐츠는 이미 디지털로 전환되었지만, 그럼에도 팬덤은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원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스트리밍의 시대에 CD와 LP가 계속 판매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포토카드와 팬싸 응모의 자산 가치를 지키면서 CD를 대체하는 것이 네모즈랩의 미션이다. 네모즈랩은 그 문제를 기술과 디자인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휴대폰으로 인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에요. 카메라, NFC, 소리인데요. QR코드가 카메라 인증의 대표적인 방식이죠. 초음파로 인증하는 방식도 있는데 배터리와 회로가 필요해서 해외 수출에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원가도 비싸지고요. 네모 앨범은 표면에 코드를 넣어서 인증해요. 그래서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인증이 가능해지죠.”
“저희의 강점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를 잘 기획하는 인원들이 모였다는 점이라고 봐요. SM 엔터테인먼트에서 굿즈 디자인을 한 멤버도 있고, 팬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도 있어요. 그래서 일단 앨범이든 굿즈든 예뻐야 한다는 전제가 있고요. 이 디자인 기준을 가지고 제작 단가를 CD보다 낮추고, 제작 기간도 매우 단축시켰어요. 단가, 물량, 시간, 그리고 서비스의 안정성과 CS를 저희는 다 맞출 수 있는 거죠.”
네모 앨범의 코드는 스냅태그라는 스타트업의 특허 기술을 활용한다. 이 기술로 인증된 앨범은 네모즈 앱에 등록되고, 팬은 네모즈 앱에서 고음질 음원과 부가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네모 앨범은 물리 앨범의 역할을 대체하기도 한다. 네모 플레이어는 네모 카드를 재생하는 플레이어로 블루투스도 지원한다.
“저희는 처음부터 포토카드에 주목했어요. 포토카드를 서비스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여러 아이디어를 만들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딱 하나예요. 팬들이 좋아하니까요. 저희뿐만 아니라 이런 포토 카드를 발행하는 곳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굿즈를 사면 카드가 오니까요. 그런데 여기서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봤어요. 저희의 인증 솔루션이 필요할 부분이기도 하고요.
“포카를 인증하면 실제로 이게 어떤 앨범에 속한 것인지, 제작 번호가 몇 번인지, 발행처가 어디인지 다 나오거든요. 나중에 이 정보를 등록한 다음 소장하고 있다가 다른 팬들에게 판매하면 그 소유권이 이전되요. 이렇게 2차 거래도 가능해지는 거죠. 그래서 저희 제품을 ‘보이는 NFT’라고 부르는 분들도 계세요.”
포토 카드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네모 앨범은 아이돌만 대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버전이 많아요. 씬 버전은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를 고려한 포맷이에요. 아이돌은 초상이 엄청 많잖아요. 그게 정체성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인디펜던트는 사진보다는 다른 걸 제공하거나, 음악을 더 강조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그래서 얇게 만들었어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에게도 당연히 팬이 있고, 그 팬들도 아티스트를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해서 음반도 사고 또 다른 뭔가를 사고 싶어하잖아요. 그런 부분을 네모 앨범이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네모 앨범을 진행하는 방식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큰 기획사들과 계약을 맺고 대량으로 제작하는 모델이 있고요, 또 하나는 저희가 직접 제작을 해서 아티스트에게 출고가 기준으로 로열티를 나누는 방식이 있어요. 후자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나 작은 회사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거라고 봐요.”
지금은 음악 산업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에서 '팬'과 '커뮤니티'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때 팬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방향 뿐 아니라 본질마저 달라질 수 있다. 사실, 팬은 아티스트에게 언제든 돈 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지출'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될 때 그 비즈니스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네모 앨범의 배리에이션은 바로 그 부분을 건드리는 한편, 음악업계 바깥을 넘보고 있다.
“지금은 음반 형태로 카드를 발행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카드를 한 장씩 발행하는 방식도 준비하고 있어요. 음반은 가수들밖에 만들 수 없지만, 카드를 발행하면 셀러브리티나 작가들도 네모 카드를 발행할 수 있는 거죠.”
“또한 팬이 아티스트한테 개별적으로 주문하는 방식도 가능해져요. 아티스트의 목소리나 영상, 사인이 담긴 디지털 콘텐츠와 실물 콘텐츠를 함께 받는 거에요. 세상에 하나 뿐인 카드가 발행되는 거죠.”
“나중에는 디지털로 먼저 구매한 다음 피지컬 앨범이 제공될 수 있어요. 내가 실물로 받기 전까지 저희가 은행처럼 제품을 보관하는 거죠. 이 방식이 적용되면 해외 팬들은 여러 장의 포카를 한 번에 받을 수 있을 거에요. 소유권을 먼저 인증하고 실물만 별도 보관하는 방식이라, 보관 상태에서 재판매도 가능할 거고요. 이걸 기반으로 여러 방면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음악 플레이어 연동 기술을 전광판 광고에 적용할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 옥외 광고 시장이 5조 정도 되는데, 전광판 광고를 15초 단위로 쪼개면 매우 저렴해지거든요. 이렇게 쪼개서 시장을 새로 만들면 팬들이 아티스트를 위해 실시간 광고를 구매할 수 있겠죠. 저희는 포토카드 인증, 디바이스 구동을 통해 팬들을 도와주고요. 이런 개념은 추후에 메타버스 광고에도 활용될 거에요. 현실과 메타버스 전광판에 팬들이 알리고 싶은 아티스트와 앨범이 동시에 등장하는 거죠.”
문화적 경험을 복원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꿈꾸기
사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은 늘 문화와 비즈니스의 경계에 있다. 새로운 음악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늘 '문화'를 얘기한다. 아마도 자신의 경험에서 비즈니스 아이템이 전개되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좋은 음악을 들으면 그 음반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었어요. 저도 많이 그랬죠. 저는 아이돌 산업에서 이런 비즈니스를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런 문화를 다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런데 CD는 선물하기엔 좀 부담스럽잖아요. 그래서 네모 앨범의 사이즈를 선물할 만한 크기로 생각했어요. '이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인데 너도 한번 들어봐' 이런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여기에 크리에이터 경제, 2차 저작물의 시장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케이팝 생태계 안에서는 팬이 만드는 콘텐츠의 퀄리티가 더 높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인데 이 부분은 기획사와 중간 서비스 사업자들이 함께 해결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네모 앨범은 팬들의 크리에이티브를 수익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요. 지금은 기획사에서 제공하는 포토카드만 존재하는데, 만약 기획사와 팬들이 함께 포토카드를 제작하거나 팬 아트를 상품화한다면 얘기는 달라지죠. ‘네모’라는 포맷 안에 권리와 2차 사용권 등을 다 담을 수 있는 거에요. 팬들은 아티스트를 정말로 사랑해요. 그래서 팬들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 일러스트 같은 게 좋을 수밖에 없어요. 거기에 사랑이 담기니까요.”
“이런 식으로 CD 뿐 아니라 DVD나 만화책 같은 것도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네모 앨범, 네모 비디오, 네모 북… 이렇게 ‘팬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넓어지는 거죠. 소장 가치가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하는 것이 네모즈랩이 하는 일이에요. 네모 형태로 된 것들을 연구하는 곳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음악 산업 종사자들과 대화하면서 내가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수익 모델에 대한 대화다. 웹3와 NFT, IP와 콘서트처럼 비즈니스는 분화되어 가는 것 같지만, 정작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네모즈랩과 같은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대안적이거나 실험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아티스트의 시간을 활용하는 비즈니스라고 봐요. 팬의 입장에서는 그 시간을 위해 돈을 쓰는 구조고요. 나중에는 아티스트를 만나기 위해 더 큰 돈을 써야겠죠. 이런 시간을 줄이거나 없애는 게 앞으로 비즈니스가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네모즈랩도 그런 고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네모 앨범은 네모즈샵, ktown4U, 핫트랙스, 인터파크, 알라딘, 예스24, 신나라 등 전국 온, 오프라인 쇼핑몰에서 구입이 가능하고 판매량은 한터차트와 가온차트 앨범 판매량에도 집계되어 반영된다. 8월 중에는 원더걸스로 활동하던 선예의 솔로 1집 [Genuine]와 유니버설 뮤직 소속의 걸그룹, 트라이비(TRI.BE)의 새 싱글도 네모 앨범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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