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카드의 기쁨과 슬픔(5) | 앨범에 포카만 있다고?

‘덕질’은 경험이고 '덕후'는 그 경험에 뛰어드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분야는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의 얘기가 중요합니다. '포토카드의 기쁨과 슬픔'은 한결같이 nn년째 'SM 덕질'을 고집해 온 핑크블러드의 포카 체험기입니다. 

포토카드(이하 포카)를 모으는 사람은 대개 앨범을 산다. 요즘은 포카 포함 굿즈는 기본이고 모델을 맡은 업체의 옷, 화장품, 신발, 라면 등 별의별 곳에 끼워 파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여하튼 포카의 기본이자 근본은 앨범에 내장된 포카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무도 CD로 음악을 듣지 않는 시대에, 포카만 따로 사도 되는데 왜 앨범을 살까’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여러 아이돌 팬들에게 직접 조사해본 게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하자면, 어떤 가수의 포카를 모으는 사람이 ‘라이트팬’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포카를 모으는 본인의 취향과 의지만큼이나, 내 가수의 앨범 판매량, 특히 ‘초동’(발매 첫 주 판매량)을 중시하기 때문에 앨범 구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음악은 음원으로 들으니 사실상 실물 앨범을 사는 거의 유일한 이유는 포카가 되어버린 이 상황에서도, 얼마 팔았는지는 가수의 커리어와 직결되고 팬들은 충실히 앨범을 산다.

문제는 너무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원하는 건 포카와 앨범 판매량인데, 앨범을 사면 딸려오는 것이 많다. 예전에 팔던 크기의 앨범은 이제 쥬얼과 디지팩 정도고 대부분 큰 케이스에 다양한 구성품을 넣어서 부피가 크다. 자연히 포카 없는 앨범은 각종 중고 장터 단골 매물이 되고, 종종 길에 버려진 것이 목격돼 조리돌림당하기도 한다.

냈다 하면 선주문량만 100만 장을 넘기는 팀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초동 신기록을 계속 새로 쓰이고 있다. 아무리 팬이 ‘유입되는 시기’라고 해도, 앨범을 사는 인구가 급격히 늘지 않는 한 결국 한 사람이 사는 몫이 커지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앨범 판매량에 거품이 끼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데도, 업계는 더 크고 화려한 앨범을 뽑아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를 무시한 채 불필요한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된 이유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자성이 나왔다. 지구를 지키면서 지속 가능한 덕질을 하자고 목소리 높이는 케이팝 팬덤 ‘케이팝포플래닛’은 대형 기획사를 상대로 직접 행동을 요구하기도 했다. CD 등 구성품이 담긴 풀 패키지 구매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는 거였다.

IST엔터테인먼트가 발 빠르게 나섰다. 올해 1월 나온 빅톤 미니 3집 ‘Chronograph’는 포카만 실물로 받는 ‘플랫폼 앨범’을 본격화한 결과물이다. 포토카드만 실물로 받고 음원이나 뮤직비디오, 감사 메시지 등 콘텐츠는 자체 앱을 통해 디지털로 즐기는 방식이다. 기존의 일반 앨범보다 훨씬 작고 가벼워진 앨범이 나와 획기적인 관심을 받았다.

‘대형 기획사’인 하이브도 가세했다. 올해 4월부터 세븐틴 정규 4집 ‘Face The Sun’, 프로미스나인 미니 5집 ‘from our Memento Box’를 차례로 위버스 앨범으로 냈다. 방탄소년단 제이홉도 첫 솔로 앨범을 위버스 앨범으로 발매할 예정이다. 실제로 받는 구성품은 단촐하다. 포토카드, QR카드, 카드홀더 등이다. 나머지 콘텐츠는 앱을 설치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저스트비, 이보람, MCND 등의 앨범을 낸 네모앨범도 작고 가벼운 게 특징이다. 최소 15g부터 최대 60g에 불과하다. 기본 구성은 포토카드고, 자체 앱과 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서 설명한 예와 방향을 같이한다. Full, Thin, Pack, Light 등 총 4가지 버전으로 마련돼 있다.

대략 15㎝×13㎝의 쥬얼 케이스 앨범만으로도 자리 차지하는 게 확 줄어들어서 기뻤던 앨범+포카 수집가의 입장에서, 이런 시도는 대환영이다. 쌓이는 앨범을 보고 느낀 죄책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기분이다. 당연하게도(!) 써클(구 가온)과 한터 등 국내 주요 음반 차트에도 반영되니 ‘판매량 달성’이라는 목적도 이룰 수 있고, 팬 사인회 응모도 가능하다.

그래도 앨범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해서 기존의 풀 패키지와 포카만 실물로 받는 버전을 둘 다 팔았으면 좋겠다. 또, 포카만 실물로 받는 앨범은 당연히 가격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SM도 빨리 이런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_^! | 핑크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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