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즌드 어리버리

씨즌드 어리버리 18

채널 아일랜드의 꿈

2024.04.14 | 조회 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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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퍼 매뉴얼

바다, 항해, 세일링 요트에 대한 이야기

https://en.wikipedia.org/wiki/Channel_Islands_(California)
https://en.wikipedia.org/wiki/Channel_Islands_(California)

막연하게 이름만 알고 있던 곳이지만, 북미항해를 하는 동안 중요한 목표 기항지 중 하나로 떠오른 채널아일랜드Channel Islands는 산타바바라 바로 남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나카파Anacapa, 산타크루즈Santa Cruz 등의 섬으로 이루어진 국립공원으로, 추운 캐나다를 떠나 이 루트를 따라 항해한 배들에게는 '드디어 휴양이 가능한 따뜻한 바다'의 스타트를 끊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곳입니다. 불가촉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태평양 바닷물에 처음으로 몸을 던져 수영을 하고 섬에 상륙해 트래킹도 하는, 새로운 세일링 루틴이 여기서 시작하는듯 했습니다. 

물론 세일링 요트를 타고 오는 사람은 소수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산타바바라 등지에서 여객선으로 방문하는 인기 휴양지로, 고립된 천혜의 자연과 야생 해양동/식물을 찾는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배 그림자 하나 없는 태평양에서 고래떼와 항해를 하고 마리나에서 물개들과 영역 싸움을 하다 온 우리에게는 고립이나 야생 생태계가 그다지 매력적인 관광자원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바다수영을 빼면 말이죠.

바다에서 수영이라... 옛날엔 당연하게 했던 일이 이제는 너무나 믿어지지 않습니다. 추운 날씨에 떨며 따뜻한 남 캘리포니아를 꿈꾸던 지난 날들이 떠오릅니다. 언젠가는 깊숙한 서랍 안에서 썩고 있는 수영복 세 벌도 개시할 수 있겠지, 언젠가는 닻 내려놓고 바닷물에 풍덩풍덩 하며 노는 날이 오겠지 벼르던 그 따뜻한 바다의 시작이 채널 아일랜드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그 코앞의 산타바바라에 와서 며칠을 지내보니, 여기서 고작 20마일 떨어진 채널 아일랜드에 간다고 같은 태평양 물이 갑자기 따뜻해질까 의심이 듭니다. 포인트 컨셉션을 지난 뒤로 날씨가 확 따뜻해지긴 했지만 선뜻 들어가고 싶을 정도의 수온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그냥 지나쳐 가려니 중요한 기항지를 건너뛰는것 같은 찜찜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채널아일랜드 중 하나인 산타크루즈 섬에 들러 가면 얻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장거리 항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죠. 

 

항해거부증

날이 갈수록 바다에 나가는 게 더 무섭고 배 타는게 생각만 해도 싫습니다. 멘도시노 부근에서 험한 바다에 수 차례 깜짝 놀랐던 일 때문인지, 기대했던 남캘리포니아에서도 변함없이 험한 바다에 질려버린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예보에서 보이지 않던 강풍과 파도에 놀란 것도 여러 번, 이제 이 바다를 좀 알고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나는 아는 게 없고 할수 있는 것도 없는 상태로, 바다에 나갈 때마다 흠씬 두들겨 맞을 뿐이라는 무력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직 카보 산 루카스까지 가야 할 길은 먼데 갈수록 항해가 싫은 마음이 커지기만 합니다. 다른 친구들도 이런 과정을 거쳤을까? 다들 어떻게 극복했을까? 항해 초반 그레이스하버에서 만난 메리와 데이브가 생각났습니다.

이들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항해 뒤 육지로 돌아갔다가 20여년 후 다시 바다로 나온 부부로, 우리와 비슷한 시기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메리는 선주가 속한 크루즈 클럽 정기간행물에 수차례 기고를 했는데 그 중, 험한 바다에서 두려움에 눈물을 흘렸던 이야기를 공감하며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메리에게 메일을 보내 조언을 구했습니다.

"공포는 대양에서 내가 힘들어 하는 부분이지만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거친 바다를 겪으면 다음에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더 잘 대처할 준비가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자신감이 생기고, 두 번째로 겪을 때는 처음만큼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꺼야. 적어도 내 경험엔 그랬어."

하지만 메리의 따뜻한 조언이 마음에 와 닿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 마주치는 거친 바다에 더 준비가 되기는 커녕, 지난 경험의 트라우마까지 더해져 두려움이 오히려 커지는 것 같거든요. 

항해거부증과 원만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LA에 가야 하는 상황에서, 긴 항해를 두 구간으로 나누는 것은 좋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확실히 출항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 같거든요. 채널 아일랜드에 닻 내리고 하룻밤 푹 쉰 뒤 다음날 LA에 간다면, 길지 않은 두 번의 항해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온화한 바다에서 널럴한 데이세일링을 하면서 이 항해거부증을 치유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산 루이스 오비스포에서 한 타에 LA로 가려던 루트는 결국, 아래와 같이 여러 번 쉬어 가는 항로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무너진 요양 항해의 꿈

오늘은 너댓 시간만 항해하면 되므로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06:40 출항 준비를 시작합니다. 호라이즌스는 트랜스미션 오일이 새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항상 출항 전에 오일을 충분히 충전하고 있습니다. 몇 번 모골 송연해지는 경험을 한 이후로는, 아직 선착장에 배가 묶인 상태에서 전진, 후진을 한 번씩 해 본 뒤 계류줄을 푸는 루틴도 추가했죠. 오늘도 오일 충전 뒤 배가 묶인 상태에서 테스트를 했는데 전진 기어에서 프로펠러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오일을 너무 조금 넣었나봐."

선주가 엔진룸에 기어들어가 오일을 한번 더 충전한 뒤, 전진 기어에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합니다. 그제서야 계류줄을 풀고, 배를 돌리려 후진을 합니다. 큰 원을 그리며 후진을 끝내고 이제 전진으로 빠져나갈 차례, 그런데 배가 앞으로 가지 않습니다! 부앙- 부앙- 가속을 해 대며 혼비백산하는 선원들의 패닉에 아랑곳 않고, 호라이즌스호는 슬로우 모션으로 바람에 밀려, 반대편 선착장에 배꼬리를 살짝 부딛힙니다. 선주는 황급히 (세 번째로) 엔진룸에 기어 들어가 오일을 더 충전합니다. 오늘은 바람이 많지 않아 가볍게 부딛히는 것으로 끝났지만 등에서 식은땀이 났습니다. 트랜스미션 오일 새는 문제가 점점 심해지는 느낌입니다.  

느긋한 휴양 컨셉 데이세일링을 하기로 한 날조차 출항부터 이렇게 십년 감수를 하고 나니 정내미가 더 떨어집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천혜의 국립공원 채널 아일랜드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 뒤엔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산타바바라 마리나를 떠납니다.

마리나를 나서자마자 목적지가 맨눈에 보이는 게 참 신기합니다. 배꼬리 뒤에는 산타바바라가 보이고, 뱃머리에는 목적지 산타크루즈 섬이 보이니,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항해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바람도 적어 세일을 편 채로 엔진의 도움으로 천천히 나아가니 마치 유람선을 타는듯 여유만만한 기분도 듭니다. 이런 곳에선 쥐도 새도 모르게 배가 침몰하는 일은 아예 불가능하겠구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섬에 거의 다다르니 바람이 좀 이는듯하여 엔진을 끕니다. 조용하게 세일 항해를 하는 것은 좋지만 일기예보보다 한참 이른 시간에 바람이 일어났다는 데에 불안병이 도집니다. 그다지 높지 않은 파도가 살짝 깨지는 것에도 신경이 쓰입니다. 조금만 예상했던 그림에서 벗어나도 불안해지는 것은 아무래도 트라우마 증상인 것 같습니다. 이 극심한 불안증은 닻 내릴 곳을 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https://sailchannelislands.com/santa-cruz-yellowbanks-smugglers/
https://sailchannelislands.com/santa-cruz-yellowbanks-smugglers/

붙어 있는 두 개의 만 스머글러 코브Smuggler Cove와 옐로 뱅크Yellow Bank, 사람들이 닻을 더 많이 내리는 곳은 전자이나 우리는 후자에 닻을 내렸습니다. 스머글러코브는 산에서 넘어오는 바람이 셀 수 있다는, 가이드북의 단 한 문장 때문이었죠. 오늘 늦은 오후에 북서풍이 예보되어 있으므로 바람이 세다면 얼마든지 산을 넘어 내려올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막상 닻을 내리고 나니 남동쪽에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만약 이 방향에서 강풍이 분다면 배가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어 해안 쪽으로 밀릴 수 있으므로 서둘러 닻을 거두어야 합니다. 가이드북에도 남동풍이 불면 탈출 플랜을 짜고 차이니즈 베이Chinese bay 등으로 옮기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이 외진 섬에서는 인터넷이 터지지 않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전자해도를 확대해 한땀한땀 눈으로 남동쪽이 막힌 모든 만의 이름을 훑어 드디어 차이니즈 베이를 찾아낸 뒤 표시해 둡니다. 

바람이 점차 강해지자 불안은 극도로 치솟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건너편 스머글러 코브에 닻 내린 세일링 요트 서너척이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내심 '저 배들이 움직이면 우리도 따라 움직여야지'라는 마음으로 다른 배들의 동향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합니다. 그 중 한 배는 수심이 낮은 곳에 닻을 내렸는데 서퍼들이 매우 좋아할 만한 파도에 마구 흔들리고 있습니다. 왠지 저런 배를 믿고 여기서 기다리면 안될 것 같다는 불안이 엄습합니다. 곧 스포츠 낚시배로 보이는 배가 나타나더니 닻 내린 세일링 요트 중 하나와 대화를 나누다 돌아갑니다. 그러더니 세일링 요트가 닻을 거두고 어딘가로 가 버립니다. 같은 투어 팀이라서 대화를 나눈 걸까요? 예보가 바뀌었다고 경고를 해 주러 왔던걸까요? 가슴이 마구 뜁니다.

닻을 거둬야하나 말아야하나 안절부절하고 있는 사이 16시가 지나자 드디어 바람이 잠잠해졌습니다. 어제의 예보에 의하면 북서풍이 강해지기 시작해야 할 시간인데 강하게 불던 남동풍이 가라앉는군요. 귀신 우는 바람소리와 신경질적인 배 움직임이 사라지자 그제야 바다수영에 생각이 미칩니다. 강풍에 뾰족뾰족 올라와 있던 해수면이 드디어 평평해졌는데 여전히 해저가 보이지 않습니다. 밝은색 모래 위, 고작 7미터 수심에 닻을 내렸는데도 물 밑이 보이지 않다니, 이게 깨끗한 물이 맞나 의심이 갑니다. 수면에는 떠내려온 괴물해초들이 햇볕을 받아 빛나고 있습니다.

10미터 수심에서도 닻이 훤히 보이던 터키색 물빛 코르시카 외딴 해변 정도를 꿈꾸고 있던 나는 크게 실망하여 물에 들어가지 않기로 합니다. 반면, 물에 들어가 신나게 팔다리를 휘저으며 첫 바다수영을 자축하고 올라온 선주는 기분이 좋았는지 또 섹소폰을 들고 다시 콕핏으로 올라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따라 연주하고 목청껏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기분이 좀 풀렸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날 물이 탁했던 것은 힐러리의 영향이었다고 하더군요. 평소에는 물밑이 보이는 깨끗한 바다이나, 강한 바람과 파도가 해저를 헤집어(?) 놓는 바람에 물이 일시적으로 탁해져 있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때에는 해저 퇴적물 안에 얌전히 숨어 있던 박테리아들도 물 속으로 방출될 수 있기 때문에 수영을 권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팬티 바람으로 물에서 신나게 놀다 올라온 철인 선주의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처음으로 맑은 물에서 수영하고 놀며 마음을 좀 추스르려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게다가 밤새 배는 어찌나 흔들리던지요. 어떻게든 아침까지는 눈을 붙이고 출항하려고 버텨 봤지만, 결국 한 잠도 자지 못하고 새벽 2시, 일어나 요트복에 몸을 넣었습니다. 

 

LA

머리 위로는 밝은 별들과 은하수가 보입니다. 뱃머리 앞 멀리 LA가 있고, 육지 쪽 해수면 근처 하늘 전체가 밝습니다. 아마 대도시 LA가 뿜는 불빛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오밤중에 출항해도 대략 목적지를 가늠할만한 무언가가 보인다는 게 신기합니다. 산타크루즈 섬에서 멀어진 지 얼마 안 되어 옆으로 지나치는 작은 섬 아나카파는 그 뒤의 밝은 하늘 때문에 더더욱 검은 덩어리로 보입니다. 이제 LA에 가면 이 외딴 곳들을 항해하던 날들이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질까요? 오랫만에 문명 세계로 돌아가는듯한 느낌에 가슴이 설레입니다. 

11시부터 바람이 약해졌습니다. 오늘도 늦은 오후가 되면 강한 해풍이 불 것을 알기 때문에 거리는 얼마 안 되더라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그 전에 빨리 마리나에 쏙 들어가야 하므로 주저 없이 엔진을 켭니다. 

산타 모니카 베이Santa Monica Bay의 마리나 델 레이Marina Del Ray에는 14:20 도착했습니다. 널찍한 중앙 통로가 있고, 마치 잎맥처럼, 선착장들이 좌우로 퍼져 있습니다. 각 잎맥마다 운영하는 곳이 달라, 실제로는 하나의 마리나가 아니라 각기 다른 이름의 여러 마리나가 모여 있는 구성이죠. 때문에, 주로 럭셔리 레지던스들이 줄지어있는 비싼 곳이지만 저렴하게 계류할 수 있는 LA시 직영 마리나 같은 곳들도 있습니다. 다만 일 주일을 넘겨 계류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계류할 위치 등을 미리 조사하고 들어가더라도, 가본 적 없는 새 마리나에 입항하는 일은 언제나 긴장됩니다. 마리나 델 레이에는 산타바바라와 마찬가지로 세일을 펴고 입,출항을 하는 요트들이 많았습니다. 마리나가 큰 만큼 항구 밖으로 나가는 길이 멀어서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중앙 통로의 양쪽 가장자리에는 'NO SAIL ZONE'이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세일을 편 요트들이 지나가지 말라는 뜻이지만 이 사정을 모르는 우리는 모터요트보다 킬이 깊은 세일요트들이 통과할 수 없는 얕은 수심으로 이해하고 남들 세일 펴고 다니는 중앙으로 입항을 했습니다. 커스텀 세일 요트들도 좀 보이고 대체로 좋은 배들이 많습니다. 

LA에 도착하면서, 배를 여기에 놔 두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이번에 허리케인 힐러리가 바하 캘리포니아를 따라 올라간 만큼 바하 캘리포니아의 엔세나다에 배를 놔 두기 불안한 문제도 있지만, 일단 배가 타기 싫습니다. 엔세나다까지 도착하는게 무리일 경우 차선책으로 생각했던, 여기서 고작 120마일 떨어진 샌디에고San Diego조차 가기가 싫습니다.

 

남들 눈엔

마리나 델 레이의 호라이즌스호
마리나 델 레이의 호라이즌스호

선주는 LA에 도착하는 날을 오래 전부터 꿈꾸고 있었습니다. 이번 항해의 중요한 마일스톤이 산타 바바라도, 산디에고도 아닌 LA였던 이유는 이 곳에 많은 친구들과 일가친척이 있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에서 비행기도, 자동차도 아니고 세일링 요트를 타고 개선장군처럼 LA에 입성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친구들을 배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들과 재회해 모험담을 풀어놓을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새로운 항구에 도착해서, 이미 아는 얼굴들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일상을 살고 있는 지인들의 세계와, 문명세계에 막 들어와 대도시의 모든 게 낯선 우리 세계가 만나는 일은 참 신기합니다. 같은 공간에 두 겹의 다른 레이어가 있어 서로 다른 레이어 위의 세계를 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몬테레이에서 만난 이탈리아 가족의 눈에 비치던 우리 모습을, 그동안 있었던 우리 이야기를 경탄하며 듣는 LA 친구들의 표정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겁없이 단 둘이 세일링 요트를 타고 험한 바다를 헤쳐 내려온 모험가. 그러나 그들은 모르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LA에 호라이즌스호를 세 달동안 놓아둘 마리나를 찾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마리나 델 레이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끝나기 전에 아무것도 찾지 못한다면 별수 없이 산디애고까지는 가야 하는데, 다시 배를 타는 건 죽어도 싫었으니까요. 남들이 보는 우리와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 큰 것 같습니다. '용기가 대단하다'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내 것이 아닌 걸로 칭찬받는듯한 느낌, 내 것이 아닌 모습을 보이는듯한 불편한 느낌이 계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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