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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CA 세일러 핍 헤어 이야기

2025.01.30 | 조회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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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세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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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퍼 매뉴얼

바다, 항해, 세일링 요트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이제 음력으로도, 양력으로도 새해가 밝았습니다. 즐거운 설 명절 보내고 계신지요? 저의 1년 전 분신은 멕시코에서 신나게 유리병 편지를 보내고 있지만 현실의 저는 셀프 집수리에 거의 매몰(?)되어 온 몸이 뻐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이런 속도라면 집들이 파티는 올 하반기에나...;;

관심있게 지켜보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요즈음 방데글로브Vendée Globe 레이스 결승선에 배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저는 '스키퍼 매뉴얼'의 원 저자 장카를로 페도테 소식을 종종 보고 있는데, 현재 대서양 한 가운데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나 봅니다. 저한테 페도테만큼 익숙한 참가자가 한 사람 더 있는데요, 핍 헤어라는 영국 여성 세일러입니다. 요팅월드Yachting World에서 항해 기술에 대한 글을 다수 기고해, 저 뿐 아니라 이 잡지를 좋아하는 세일러들에게 익숙한 얼굴이죠. 핍은 지난 2020년에 이어 이번에도 방데글로브에 참여했는데요, 안타깝게도 지난 달 남극해에서 메달리아 호의 마스트가 두동강이 나는 대형 사고를 겪었답니다. 

핍은 거친 바다에서 세 시간 넘게 부러진 마스트와 리깅을 수거한 뒤, 아웃리거와 붐 등을 활용해 비상 리깅jury rig을 설치하고 항해를 계속했습니다. 외부 원조를 금하는 방데글로브 규정상 육지에 정박하는 즉시 2024년 대회에서는 자동 탈락하게 됩니다. 사고 직후 영상에서 핍은 4년간 고생한 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던 중 약간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곧 멘탈을 잡고 항해를 이어갔습니다. 가장 가까운 육지도 700마일이나 떨어져 있고, 악천후마저 예보된 상황에서, 임시 리깅에 매단 작은 세일에 의지해 목적지까지 항해해야 했거든요. 

이때부터 핍은 '멜번 가는 느린 배'라는 영상 시리즈를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비상 리깅으로 항해하며 이 리깅으로 효율적인 루트를 연구하고 가용 자원 안에서 더 나은 범장으로 개선하고 기상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7일만에 무사히 호주에 도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훌륭한 세일러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 유튜브 영상 링크

핍의 느린 항해는, 첨단 장비나 완벽한 준비보다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과 결단력이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안을 세우고 항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훈련과 연습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핍이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하는군요: 

"항해에서 계획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계획이 틀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냐이다."

연초부터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을 마주하고 있는 저도 이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봅니다.

구독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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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링 매거진 인터뷰: 마스트 손실 후 멜버른으로 향하는 핍 헤어와의 Q&A

Q: 멜버른에서 새 마스트를 장착하고 귀항할 계획인가요?

A: 새 마스트를 멜버른으로 보내 직접 항해하며 돌아가고 싶지만, 2025년 레이스 참가를 고려하면 시간과 비용, 물류 면에서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배를 본국으로 운송한 뒤 그곳에서 마스트를 교체할 것 같습니다.

Q: 레이스 중도 포기라는 상황에서 정신 건강은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A: 비상 리깅을 만들어 해안까지 가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절반을 항해하다가 마스트를 잃는다는 상실감, 죄책감, 실망감을 극복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이었어요. 매일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관리하고 있고, 날마다 감정이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며 많은 부분을 정리할 수 있었고, 다시 레이스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내 인생에서 늘 아픈 기억으로 남을 것 같네요.

Q: 출항 전에 비상 리깅 설치 계획을 세우나요?

A: 네, 공식적인 계획은 아니지만 항상 어떤 장비를 사용할지, 어떻게 설치할지 구상해 둡니다. 주로 아웃리거나 붐을 활용하는 방식이죠. 이번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올해 6월 뉴욕-방데글로브에서 샘 굿차일드가 마스트를 잃었을 때의 경험입니다. 샘이 보내준 사진들이 이번에 일종의 청사진이 되어주었어요.

Q: 왜 아무도 구조하러 오지 않나요?

A: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배는 큰 파도에 쉽게 예인할 수 있는 배가 아니거든요. 나는 임시 리깅으로 최적의 속도로 호주를 향해 항해하고 있으며, 안전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상태입니다. 따라서 구조될 필요가 전혀 없어요.

Q: 마스트가 쓰러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모릅니다. 영원히 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 부품의 고장이었을 수도 있고, 마스트 자체의 결함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요.

Q: 엔진으로 멜버른까지 가지 않는 이유는요?

A: 엔진은 잔잔한 마리나에서의 조종을 위한 것이라, 먼바다에서는 파도가 낮은 날도 3-4노트 정도밖에 낼 수 없습니다. 배가 아주 가볍기 때문에 파도에 부딪히면 추진력을 잃어버리죠. 비상 리깅으로 항해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Q: 마스트는 얼마나 건졌나요?

A: 1미터 정도의 남은 기둥뿐입니다. 나머지는 제가 수거 작업을 할 때쯤 이미 가라앉았고, 선체에 손상을 줄 위험이 있어서 더 이상 건지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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