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마지막 뉴스레터 이후 벌써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네요! 이제 5월도 일 주일 밖에 남지 않았으니, 여름이 그야말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서울은 날이 갑자기 더워졌다고 하는데, 여기는 바다 때문인지 더위가 늦게 오나 봅니다. 요즘 흐리고 안개 낀 날이 많아, 새파란 지중해풍 바다뷰 대신 수묵화를 주로 감상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뉴스가 있어 스키퍼 늬우스로 인사드립니다.
1. 배 내렸어요!
멕시코엔 호라이즌스 호가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한국에 작은 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정식 세일링 요트는 아니고, 마스트와 킬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모터세일러입니다. 멀리 여행하는 배는 아니지만, 바닷가 살면서 배가 있고 없고는 정말 큰 차이죠! 그러나 작년엔 배를 전혀 내리지 못하고 여름을 지나보냈어요. 마리나 시설이 열악한 남해에서 그동안 현지 친구 인프라 덕을 보고 있었는데, 작년엔 너무 바빠서 배를 내려주지 못했거든요.
친구의 울타리 밖에서 배 댈 곳을 찾으려니, 그야말로 서러움의 연속이더군요. 마을마다 작은 항구가 있지만, 나라가 주인이라 무료인 선석에 배를 누가 대냐의 문제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듯했습니다. 함께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 사이 연대가 있을 줄 알았지만, 기대와 달리 날 선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마음에 쏙 드는 마리나를 찾았답니다. 조용하고 깨끗한 바다에 마을 분위기까지 정겨운 새 보금자리에 배를 옮겨놓으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겨울철 배 올려둘 곳을 찾아야 한다는 점인데요. 한국은 겨울에도 물에 띄워 놓는 경우가 많아서, 마리나 계류와 육상계류를 유연하게 연결할 방법을 찾는 게 쉽지는 않네요.
구독자님 남해에 배 타고 놀러 오실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2. 올 가을, 지중해
이제 한국에 살게 되었으니 지중해로 컴백이 아니라 고백(?)인가요? 벌써 삼 년이 되어가는 시간 참석하지 못했던 지중해 크루즈에 올해는 합류하기로 했답니다. 비행기를 열 번 넘게 탄 지난 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비행기 또 탄다는 사실이 너무 싫어서 고민이 컸는데, 선주 친구가 일정을 9월로 미루어 주며 성사가 되었습니다.
늘 베테랑 스키퍼의 그늘 밑에서 맘 편히 배를 타다가, 2022년 어리버리 항해를 시작하기 직전 처음으로 스키퍼 역할을 맡게 됐죠. 스키퍼의 소양을 다룬 책을 한 권 골라 공부하며 스키퍼 매뉴얼 뉴스레터도 그때 시작하게 되었고요. 준비는 나름 열심히 했지만, 일주일 간의 크루즈는 거의 생존기였습니다. 바보 같은 실수들, 하필 또 악천후. 거기다 인터넷에서 급구한 세 명의 크루는 해적 연합처럼 뭉쳐 스키퍼의 권위에 도전했습니다.
이번엔 한산한 비수기의 바다, 친한 친구들로 구성된 크루로 다시 스키퍼에 도전합니다.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그 사이 캐나다-멕시코 항해 경험을 쌓았지만, 바다도, 항해 스타일도 너무 달라 긴장이 됩니다. 매해 심각해지는 지중해 수온 상승과 갑작스런 이상기후도 주의해야 합니다.
작년 이맘 때였나요? 56미터 세일링 수퍼요트가 시칠리아 앞바다에서 침몰해 마이클 린치가 사망한 사건, 큰 뉴스가 됐었죠. 기상 예보가 포착하지 못한 급격한 악천후가 원인이었고, 그 큰 배가 단 15초 만에 전복됐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건이라, 최근에 나온 첫 번째 사고 보고서를 다룬 요팅월드 기사를 번역해봤습니다. 스키퍼 매뉴얼 시절에는 한땀한땀 번역이 참 고생스러웠는데, 요즘엔 AI가 다 해주니 참 편리하군요.
3. 그 밖에..
뉴스레터를 사랑해 주시는 독자님들 덕에 쓰게 된 어리버리 항해기를 요즈음 손 보고 있습니다. 어디서 들었더라- 여행은 준비하면서, 실제 여행지에서, 돌아와 정리하면서, 이렇게 세 번 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그에 더해 여행을 정리해 책까지 쓰는 사람은 온전히 그 여행을 끝내지 못하고 참 오랜 시간 그 안에서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화가가 "작품의 완성을 선언할 줄 알아야 화가다"라고 말했는데, 그림 덧칠하듯, 깨작깨작 글을 고치는 손을 멈출 수가 없군요. 어리버리 항해기 진행 상황은 리뉴얼한 easysailing.kr에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어리버리 항해기 링크
항해 중에 만난 한국인 세일러 친구가 있는데요, 남편과 둘이서 밴쿠버에서 출항해서 우리와 함께 바하캘리포니아까지 남하하고, 그 뒤엔 멕시코 태평양 해안을 따라 내려가 지금 코스타리카를 항해 중이랍니다. 올 여름 파나마 운하를 건너 카리브해를 즐긴 뒤 유럽까지 대서양을 횡단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에요. 브런치에 항해기 연재를 시작했다고 하니, 한번 들러보세요: [매거진]보트에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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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일요일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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