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rld Esports Summit 은 올해로 10회 차를 맞은 행사입니다. 매년 1회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니 단순하게 생각하면 10년은 지난 행사인데요. 2025년도의 사건과 행사들을 공유하는 World Esports Summit 2025가 2월 10일과 11일 양일 동안 진행되었는데요.
원래는 행사에 참여하고 1주일 뒤에 후기 글을 작성하려고 하였으나 기억이 생생할 때 정리해서 올리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이렇게 원고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해외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서울-부산은 개인적으로 왕복하기에 가까운 거리는 아니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최근에는 대전을 자주 다니다 보니 특히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이번 행사는 절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각 세션에 따라 다양한 인사이트와 정보를 교류할 수 있었는데요. 인터넷에서는 찾지 못하는 현장의 최신 정보들을 많이 찾을 수 있어서 그 점이 특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자 그럼 더 이상의 잡담은 그만하고 행사 순서대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인 기억과 메모, 공개된 자료에 기반하여 작성되는 글이므로, 오류 혹은 변형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왜 국제 이스포츠 연맹이 이스포츠에 중요한가? - 김영만 KeSPA 협회장

어떠한 집단이 존재를 한다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해당 단체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흔히 특정 협회나 단체를 욕할 때 쓰는 말로 "그래서 걔네들이 하는게 뭔데?" 가 있죠.
이러한 시선에서 국제 이스포츠 연맹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것은 한국e스포츠 협회의 수장이자 국제 이스포츠 연맹의 부회장으로서 아주 중요한 주제를 언급했다고 생각합니다. 발표에서 김영만 협회장은 한국에서 e스포츠 거버넌스 모델의 성공 사례, e스포츠 진흥법 제정, e스포츠공정위원회 등 협회가 진행해온 사업에 대해서 소개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표준(Standard)'을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역설했습니다. 결국 연맹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대회를 여는 것을 넘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협회가 많은 부분 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해당 업무들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이해하였으나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작동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몇 가지 항목들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 이스포츠의 표준화에 대해 강조는 하고 있었으나, 이스포츠 종주국 협회의 입장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표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의 뉴스 기사에서 더욱 자세히 언급되어 있으니 확인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기조 연설이 끝나고 이어진 세션들은 이러한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각기 다른 시각—외교, 학술, 전통 스포츠, 그리고 기술—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각 세션별로 제가 메모장에 급하게 적어 내려갔던 핵심 인사이트들을 공유합니다.
이스포츠와 외교 - 패널 토론

첫 번째 세션은 'Esports & Diplomacy'였습니다. 사실 '게임으로 외교를 한다'는 말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습니다. 패널들은 이스포츠가 전통적인 외교(Protocol 중심)보다 국가 간 관계를 개선하는 '가속기(Accelerator)'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전 노르웨이·아이슬란드 대사를 역임하신 남영숙 교수님의 발언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 이스포츠의 성공 요인을 단순히 'PC방이 많아서'가 아니라, 인프라의 일관성, 제도의 신뢰성, 그리고 기술 선진국이라는 서사(Narrative)가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하셨거든요. 단순히 한국을 베끼는 게 아니라, 각국의 맥락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각국의 이스포츠 관계자들에게 핵심을 찌르는 조언이었을 껍니다.
동시에 '과도한 정치화(Over-politicization)'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스포츠를 단순히 기술 민족주의나 선전 도구로만 쓴다면, 가장 중요한 주체인 청소년들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경고는 우리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었습니다.
산업에서 학문으로 - 패널 토론

이어지는 'From Industry Practice to Institutional Research' 세션에서는 학계의 고민이 엿보였습니다. 송석록 한국이스포츠산업학회장님을 비롯한 교수님들의 토론에서 가장 머리를 쳤던 키워드는 '올림픽학(Olympic Studies)'이었습니다.
올림픽이 100년 넘게 지속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운동 경기여서가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하는 철학적, 학문적 지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현주 박사님은 이스포츠 역시 단순한 산업을 넘어 '공공의 가치(Public Value)'를 입증해야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상호 교수님이 지적하신 대로 이스포츠가 체육학의 서자(庶子)가 아닌, '독자적인 학문(Esports Studies)'으로 정립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우리가 '게임이냐 스포츠냐'라는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했습니다.
스포츠와 이스포츠의 융합 - 패널 토론

오후 세션 중 가장 흥미로웠던 'Beyond the Arena'에서는 그 지겨운 질문, "이스포츠가 스포츠인가?"에 대해 패널 전원이 "더 이상 논쟁할 필요가 없는 현실"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단순히 감정적인 주장이 아니라, 패널들이 제시한 데이터들이 너무나 압도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충격적인 수치는 NBA 관련 게임(NBA 2K 등)의 판매량이 무려 1억 5천만 장(150 Million Copies)에 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실제 코트에서 농구공을 잡는 사람보다 게임 패드를 잡고 농구 규칙을 배우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이스포츠는 이제 전통 스포츠로 팬들을 유입시키는 가장 강력한 '입구'가 된 셈입니다.
국제농구연맹(FIBA)의 사례는 이 속도 차이를 더욱 명확히 보여줍니다. 과거 전통적인 방식으로 50개국 이상의 협회가 참여하는 이벤트를 만드는 데는 10년이 걸렸지만, 'E-Basketball'을 도입하자 단 1년 만에 150개국 이상의 협회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10년의 세월을 1년으로 단축시키는 확장성, 이것이 바로 전통 스포츠가 이스포츠를 '생존 필수품'으로 받아들이는 이유입니다.
FIA(국제자동차연맹) 역시 입장이 명확했습니다. 모터스포츠는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고비용 스포츠인데, 심 레이싱(Sim Racing)이 그 장벽을 낮추는 핵심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가 가장 희미한 모터스포츠에서 이스포츠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훈련이자 입문 과정이 되었습니다.
다만,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의 거버넌스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습니다. 올림픽 위원회(NOC)는 이스포츠 선수를 어떻게 선발해야 할지 노하우가 부족합니다. 결국 각국의 이스포츠 연맹(NF)이 국가대표 선발전(Qualifiers)을 주도하며 전문성을 채워줘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퍼블리셔와 연맹이 바라보는 이스포츠 - 패널 토론

'Partnering for Success' 세션에서는 늘 껄끄러운 주제인 '게임사(퍼블리셔)와 협회의 관계'를 다뤘습니다. 과거 협회들이 "우리가 이 게임의 주도권을 갖겠다"며 퍼블리셔와 대립각을 세우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노르딕 이스포츠 연합 대표의 발언이 핵심을 찔렀습니다. 협회는 7세 어린이부터 시작하는 약 3만 명의 풀뿌리(Grassroots) 플레이어를 육성하고, 이들이 결국 퍼블리셔의 생태계로 유입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퍼블리셔가 하기 힘든 '바닥 다지기'를 협회가 대신해 주는 것이죠.
이에 대해 펍지 모바일(PUBG Mobile)과 모바일 레전드(MLBB) 관계자들도 화답했습니다. 그들은 협회에게 '정부 대사(Ambassador)' 역할을 기대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글로벌 게임사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비자 문제나 도핑 이슈, 정부 규제를 직접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때 협회가 정부를 설득하고 행정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파트너가 되어달라는 것입니다.
성공의 척도 또한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돈을 얼마나 벌었냐가 아니라, '상호 유입(Cross-pollination)'이 중요해졌습니다. 관계자의 말처럼, 기존 농구 팬이 게임 유저가 되고, 게임 유저가 다시 실제 농구 팬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진정한 성공이라는 것입니다.
여성 게이머 참여 확대에 대한 논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MLBB 측은 사회적 편견을 깨기 위해, 초기에는 여성 전용 대회(Invitational)'라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여 롤모델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혼성 팀이 경쟁하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AI와 이스포츠 - 패널 토론

마지막으로 다룬 'AI and Esports' 세션은 단순한 기술 찬양을 넘어, 아주 현실적이고 윤리적인 위협들을 짚어냈습니다.
과학자(Scientist) 관점의 Seth Jenny 교수는 '실시간 개입'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훈련 때 AI 코칭을 받는 것은 좋지만, 경기 중에 AI가 실시간으로 전략을 지시한다면 그것은 '불공정(Unfair advantage)'이 됩니다. 이는 마치 바둑에서 AI 훈수를 두는 것과 다를 바가 없죠. 따라서 타임아웃 때만 허용한다든지 하는 명확한 규정이 필요합니다.
보안 전문가인 Nikita Ignatyev는 'ISOFIX(국제표준 유아용 카시트 고정 장치)'라는 아주 적절한 비유를 들었습니다. 자동차에 아이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표준화되어 있듯이, AI 시대의 이스포츠에도 아동과 청소년을 사이버불링이나 사기 등으로부터 보호할 표준화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금지는 오히려 기술을 음지화시킬 뿐이라는 지적도 뼈아팠습니다.
또 패널 중 한 명은 '데이터 주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심 레이싱(Sim Racing)에서 AI 분석을 위해 주행 데이터(Telemetry)를 입력하는데, 이 민감한 전략 데이터가 유출되어 상대 팀에게 넘어간다면? 이것은 단순한 해킹을 넘어 승패를 뒤바꿀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결국 AI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데이터 보안 법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스포츠의 공정성이라는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상으로 World Esports Summit 2025의 주요 화제에 대해 정리해 드렸습니다!
제 칼럼은 원래는 조금 더 일찍 올라가야 되지만, 시의성을 위해 전날 갔다 온 행사에 대해 작성하다 보니 평소보다 몇 시간 늦게 작성을 하게 되었는데요. 2일차 관련 내용도 정리해서 업로드 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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