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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Esports Summit 참가 후기 #2

정치를 넘어 실무로

2026.02.19 | 조회 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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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KTX 안에서 1일 차 후기를 마감하고, 곧바로 2일 차 세션들을 복기해 봅니다. 1일 차가 거버넌스와 외교, 산업의 융합이라는 거시적인 ‘Why’를 다뤘다면, 2일 차는 그 거대한 담론을 실제로 어떻게 굴려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How’—즉, 생태계, 윤리, 그리고 공정성에 대한 치열한 실무적 고민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특히 "명함만 내미는 연맹은 필요 없다"는 지역 패널의 일갈부터, "도핑 교육도 재밌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까지. 현장의 공기를 담아 2일 차의 핵심 인사이트를 정리해 드립니다.

 

지역의 목소리: "정치(Politics) 말고 생태계(Ecosystem)를 만들어라"

첫 번째 세션인 'The Regional Voices'는 시작부터 꽤나 매운맛이었습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패널들은 입을 모아 ‘정치적인 연맹’의 무용론을 제기했습니다.

사실 이스포츠 판에는 소위 ‘완장’만 차고 실질적인 일은 하지 않는 조직들이 꽤 많습니다. 이에 대해 패널들은 연맹이 IOC나 국제기구와의 관계 같은 ‘정치질’에 몰두할 게 아니라, 지역 토너먼트를 열고, 선수가 성장할 경로(Pathway)를 만들고, 상금이 제때 지급되도록 감시하는 ‘실무형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역별로 생존 전략이 다른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 아프리카: 54개국 12억 인구의 아프리카에서 이스포츠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고, AI나 암호화폐 같은 디지털 역량을 기르는 ‘사회적 도구’였습니다. 비싼 항공권과 송금 제한이라는 현실적 장벽을 넘기 위해 ‘권역별(Regional) 온라인 대회’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유럽(크로아티아/몬테네그로): 정부 지원만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B2B 사내 이스포츠 대항전을 열어 수익을 만들고, 통신사(Telekom)에게 이스포츠의 마케팅 가치를 증명해 거액의 후원을 이끌어냈습니다. "IOC 가입이 돈을 주지는 않는다"며 자생력을 강조한 대목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윤리 기준: '처벌'이 아니라 '지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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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세션은 주제는 'Building ethical standards' 로, 한국e스포츠협회(KeSPA) 이승연 국장님의 발표였습니다.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되고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온 지금, 윤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닙니다. 하지만 인상적이었던 건 접근 방식의 전환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사고가 터지면 징계하는 ‘사후 처벌’ 위주였다면, 이제는 ‘사전 예방과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죠.

선수들이 규정을 어기는 건 나쁜 마음을 먹어서라기보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허용되고, 어떤 행동이 프로다운 것인지" 몰라서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이를 위해 스포츠 윤리센터와 함께 만든 'e스포츠 퍼스너십(Esports Personas-hip)' 개념, 그리고 신인부터 국가대표까지 연차별로 세분화된 맞춤형 교육 커리큘럼은 한국이 왜 이스포츠 행정의 선진국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습니다.

 

안티 도핑: '스포츠를 따라가며, 스포츠와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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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하이라이트는 도핑(Anti-Doping) 세션이었습니다. "게임 하는데 무슨 도핑이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서, 또 차별화 되는 부분으로서 가장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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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관계자가 먼저 도핑 관련 발표를 진행 한 후, 세계반도핑기구(WADA), 그리고 IESF 관계자들이 모여 패널 토론을 통해 아주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냈는데요. 핵심은 이것입니다.

  • 베타 차단제(Beta-blockers)의 위험성: e스포츠는 신체적 근력보다는 집중력과 미세한 컨트롤이 중요한 '멘탈 스포츠'입니다. 따라서 심박수를 낮춰 떨림을 방지하는 '베타 차단제'는 이스포츠 선수들에게 치명적인 유혹이 될 수 있습니다. 양궁이나 사격에서 금지하는 이 약물을 이스포츠에서도 특정 종목 금지 약물(P1)로 지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 공정한 경쟁(Fair Play): 최근 이슈가 되었던 경기력과 무관해 보이는 약물 적발 사례에 대해서도, WADA 기준을 따르는 것은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스포츠 정신'을 지키는 행위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 교육의 게이미피케이션: KADA는 어린 선수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퀴즈나 체험형 교육 등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방식을 도입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검사관이 들이닥치는 공포"가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지식"으로 도핑 교육을 받아들이게 하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Day 2 총평] 이스포츠, 이제는 '증명'이 아니라 '지속'을 고민할 때

양일간의 서밋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명확했습니다. 1일 차가 전반적으로 이스포츠 산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며 산업 외부를 설득하는 과정이었다면, 2일 차는 "그럼 이제 내부를 어떻게 단단하게 만들래?"라고 자문하며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치보다는 실무를, 처벌보다는 교육을, 그리고 무법천지가 아닌 표준화된 규정을 만드는 것. 화려한 무대 뒤에서 묵묵히 이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스포츠 산업의 미래가 꽤 단단하게 다져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틀 동안 쏟아진 방대한 인사이트를 뉴스레터 한 편에 다 담기는 부족했지만, 현장의 치열했던 고민들이 구독자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저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 더 깊이 있는 분석과 새로운 소식들로 찾아오겠습니다.

 

 

(2일차 마지막 발표는 개인 일정으로 청취하지 못한 점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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