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라면 꼭 보고가야 할 일론 머스크의 5단계 원칙

언제나 심플함에 답이 있다

2021.09.07 | 조회 19.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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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쇼크

찌릿찌릿하게 읽는 테슬라와 전기차 시장 이야기

"야 너두 양산할 수 있어!"

전기차는, 이제 거부할 수도 돌이킬 수 없는 확실한 메가 트렌드입니다. 그리고 자동차 업계에 메기 효과를 일으키며 전기차 보급에 기여한 일론 머스크를, 사람들은 헨리 포드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값비쌌던 전기차의 가격을 내리고 대량 생산하면서 전기차를 대중에 널리 퍼뜨렸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모델 3를 양산하면서 "생산 지옥"이라 불릴 정도의 엄청난 어려움을 겪은 일은 이제 너무나 유명합니다. 투자자들과 언론이 앞다투어 테슬라가 파산할 것이라며 경고할 정도였죠.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양산 중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쉽지 않았는데요. 

최근 Everyday Astronaut이란 우주 항공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 일론 머스크를 인터뷰하면서, 그가 모델 3 양산 과정에서 얻은 교훈, 그리고 자신만의 엔지니어링 원칙에 대한 이야기가 공개되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설명하는 5가지 엔지니어링 원칙 (영상 출처: Everyday Astronaut 유튜브 채널. 13분 30초부터 시작)

 

일론 머스크의 5단계 엔지니어링 원

일론은 엔지니어링 업무에 임하는 데 있어서 자신만의 5단계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1. 설계 요구사항이 정말 맞는 것인지 검증해라

  • 특히 똑똑한 사람이 정한 것일수록,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 모든 설계는 그 잘못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단 모두 잘못되었다고 가정하고 검증에 매달려라.

#2. 필요 없는 부품이나 프로세스를 제거해라

  • 혹시나 필요할지도 몰라 추가한, 불필요한 부품이나 프로세스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 이런 애매한 것들은 진짜 필요한 것인지 바로 물어보면서 검증할 수 있도록, 누구 아이디어인지 팀 이름 대신 담당자 이름을 직접 기재해라.

#3. 설계를 단순화, 최적화해라

  • 엔지니어들의 가장 흔한 실수는, 애초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을 최적화시키는 데 매달리는 것이다.
  • 우리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항상 질문에만 답하도록 훈련 받았지만, 질문의 전제가 옳은 지부터 의문을 제기해야할 때가 있다.

#4. 생산 속도를 높여라

  • 하지만 앞의 3가지를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 속도를 밀어붙여선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무덤을 더 빠르게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5. 자동화해라

 

결국, 언제나 심플함에 답이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누군가는 "뭐 별거 없네", "이게 다야?"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론이 모델 3를 양산하면서 얻은 교훈은 이 5가지 규칙를 적용하는 "순서"에 있습니다.

모델 3의 양산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는 이 5가지 규칙을 5->4->3->2->1의 역순으로 여러 번 반복하는 패착을 저질렀다고 회고하는데요.

제조 공정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단 제일 먼저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방식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합니다. 공정을 자동화하고, 속도를 높이고, 단순화하고, 마지막으로 삭제하는 식으로 접근했다는 건데요. 그 결과는 우리가 아는 것과 같이 "생산 지옥"이라 불릴 정도의 심각한 생산 차질이었습니다.

이렇게 모델 3 양산을 시작한 이후 수 개월간 생산 라인에서 먹고 자며 문제 해결에 매달리면서, 일론 머스크는 자신만의 교훈을 얻었는데요. 거꾸로 일단 불필요한 것들을 삭제하고 단순화하면서 근본 원인 자체를 먼저 제거하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임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는 모델 3 배터리팩에 들어가는 "섬유 유리 매트"라는 부품을 장착하는 공정에서 발생했던 사건을 회고하는데요. 이 섬유 유리 매트를 부착하는 공정에서 문제가 생기자, 이를 고치기 위해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 팩 생산 라인에서 살다시피 상주했다고 합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의 생산용 로봇. 테슬라가 로봇을 통한 자동화를 맹신하다 양산에 차질을 겪은 것은 이제 너무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사진 출처: The Washington Post)
테슬라 기가팩토리의 생산용 로봇. 테슬라가 로봇을 통한 자동화를 맹신하다 양산에 차질을 겪은 것은 이제 너무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사진 출처: The Washington Post)

일단 처음에는 자동화된 로봇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로봇이 더 효과적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공정 속도를 올려보기도 하고, 접착제를 바르는 과정을 좀 더 간단하게 만들어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문득 이게 매트 자체가 근본적으로 왜 필요한 건지 궁금해졌는데요. 이 부품과 관련된 2개 팀에 매트의 존재 이유를 물어보자, 각각 배터리 안전 팀에서는 “소음 진동 방지용”, 소음 진동 분석 팀에서는 “화재 방지용”이라는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놨다고 합니다. 

마치  오래된 풍자 만화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누구도 해당 부품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겁니다. 결국 섬유 유리 매트를 장착한 차량과 장착하지 않은 차량을 비교하는 실험을 해본 결과, 이 부품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공정 자체를 없애버렸다고 합니다. 공정에 필요한 2백만 달러짜리 로봇 비용도 아낄 수 있었고요.

결국,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은 부품이나 공정을 최적화하고 자동화하려고 노력하다 고생만 하고 시간을 빼앗겼다는 겁니다. 

일론이 이야기하는 5단계 엔지니어링 원칙의 핵심은 단순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고민을 해결하려 하거나 이를 자동화하려고 매달리는 대신, 먼저 이게 진짜 필요한 것인지, 없어도 되는 게 아닌지부터 다시 검증해보는 겁니다. 복잡성은 변수를 낳고, 변수가 많아질수록 발생하는 문제의 수도, 이를 해결하는 데 드는 노력도 늘어나니까요.

 

이거 배터리 데이에서 본거 아니야?

작년 가을 진행된 배터리 데이 행사를 지켜보신 분이라면, 앞의 5가지 원칙이 결코 낯설지 않으셨을 겁니다. 4680이라는 저렴하면서 성능은 개선된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를 양산하기 위한 계획에 저 5가지 원칙들이 이미 녹아들어 있었으니까요.

2021년 1월 공개된 4680 배터리 제조 공정 영상 (영상 출처: Tesla)

# 탭 부품 제거 <- 원칙2: 불필요한 부품 제거

  • 일단 기존 배터리에 항상 존재하던 탭(Tab)이란 부품의 존재 필요성에 의문을 던집니다. 배터리의 부피와 에너지 밀도를 높일 때 탭의 존재로 인해 저항과 발열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설계도면에서 아예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겁니다.

# 차체를 배터리 팩으로 활용한 설계 단순화 <- 원칙3: 단순화/최적화

  • 기존에 셀 -> 모듈 -> 팩 -> 차체 플랫폼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던 배터리 팩 구조도 뜯어고칩니다. 비행기 날개의 빈 공간을 연료통으로 사용하던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차체 플랫폼 자체를 배터리 팩으로 사용합니다. 모듈 제조라는 별도 공정을 없애고 팩 제조에 드는 노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터리팩 구조를 단순화한 겁니다.

# 생산 속도 극대화 <- 원칙4: 생산 속도 향상

  • 설계가 이렇게 어느 정도 정해졌다면, 이제 생산 속도를 높여 생산량을 극대화합니다. 신문을 빠르게 찍어내던 윤전기에서 영감을 받아, 남들보다 더 빠르게 많은 양의 배터리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매달립니다.

# 로봇을 통한 자동화 <- 원칙5: 자동화

  •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자동화합니다. 배터리 데이 이후 공개된 4680셀 생산 라인 영상에는 사람의 모습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으나, 사람의 손을 최소화하고 공정을 자동화하려는 일론 머스크의 이상이 모델 3 양산 라인에서보다 더 많이 녹아들어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는데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테슬라가 창조해낸 뉴 폼팩터, 4680 배터리의 양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일부 루머에 따르면 이미 수율이 70-80%까지 올라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과연 일론 머스크의 5단계 원칙으로 만들어진 4680 양산 공정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5단계 엔지니어링 원칙' 1. 설계 요구사항이 정말 맞는 것인지 검증해라 2. 필요 없는 부품이나 프로세스를 제거해라 3. 설계를 단순화, 최적화해라 4. 생산 속도를 높여라 5. 자동화해라

 

※ 이 글은 전기차 전문 매체 EV POST 에 동시 게재됩니다.

Reference

- Starbase Tour with Elon Musk [PART 1] (유튜브 Everyday Astronaut 채널, Tim Dodd)

- Tesla’s 4680 battery cell pilot production line hits 70-80% yield: report (Teslarati, 21/08/27)

- Tesla Battery Day Presentation D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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