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 테슬라가 인피니티 스톤을 만들고 있다

2021.08.26 | 조회 4.3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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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쇼크

찌릿찌릿하게 읽는 테슬라와 전기차 시장 이야기

완전 자율주행의 벽에 부딪힌 테슬라

2016년, 일론 머스크는 2번째 마스터 플랜이란 이름으로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4가지 중장기 사업 목표를 공개합니다. 

<테슬라의 2번째 마스터 플랜>

  • 1. 배터리 저장 시스템이 매끄럽게 통합된 멋진 솔라 루프를 생산한다.
  • 2. 모든 차종을 커버하기 위해 전기 자동차 제품군을 확장한다.
  • 3. 대규모 차량 학습을 통해 수동 운전보다 10배 더 안전한 자율 주행 기능을 개발한다.
  • 4. 차량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차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 시스템의 개발이 지연되면서, 아직까지 ‘수동 운전보다 10배 안전한 자율주행’이나 ‘혼자서 돌아다니며 수익을 창출하는 로보택시’를 만들겠다는 목표에는 근접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특히 로보택시의 경우, 일론은 20년 말까지 로보택시 100만 대가 돌아다니게 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지만 21년 하반기인 현재까지도 이는 요원해 보입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일론 머스크를 발표하는 내용마다 허언을 내놓는 허풍쟁이로 비웃기까지 하고 있죠.

오히려 Autopilot이나 Full Self-Driving이라는 용어와 실제 성능 간의 괴리에서 오는 혼선으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논란과 잡음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오토파일럿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정식 조사에 착수하기까지 했죠. 

물론 완전 자율주행의 상용화가 아직 요원하다고는 하지만, 기술 자체는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도로에서 겪는 99%의 일상적인 상황에서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은 1%의 엣지 케이스인데요. 주행 중에 갑자기 자전거가 끼어든다든지, 사람이 쓰러져 있다든지 하는 돌발 상황, 예외 상황들에 대해서까지 모두 완벽하게 대응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인공신경망이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이를 기반으로 판단을 내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학습하지 못한 돌발상황을 마주하면 취약성을 드러내는 겁니다. 

도로에서 사람과 강아지가 달리는 엣지 케이스의 사례 (사진 출처: 테슬라)
도로에서 사람과 강아지가 달리는 엣지 케이스의 사례 (사진 출처: 테슬라)

문제는, 이런 엣지 케이스를 미리 학습하는 것이 과연 정말 가능하냐는 것이겠죠. 인간이 도로 주행 중에 직면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은 무수히 많습니다. 또 우리가 미리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돌발 상황’, ‘예외 상황’이라고 부르는 거겠죠. 

사소하게는 자전거나 취객이 갑자기 뛰어들 수도 있고, 역주행하는 차량을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엄청나게 드문 케이스겠지만 소떼가 지나간다거나 운석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겠죠.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들에 대해 미리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에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고, 어떤 데이터는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자연히 완전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 늦어지는 것이구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테슬라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어떻게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많은 예외 상황을, 더 빠르게 학습할 수 있을까요?

이런 난제에 대한 테슬라의 고민과 해결책을 엿볼 수 있는 행사가 이번 AI 데이 행사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테슬라는 타임 스톤을 만들고 있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셨나요?

타이탄 행성에 모인 어벤져스는 타노스와의 일전을 준비합니다. 다른 히어로들이 작전을 궁리하는 동안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노스와 싸워서 이기기 위한 방법을 혼자 궁리하는데요. 시간의 힘을 다루는 ✨타임 스톤을 이용해 타노스와의 싸움을 미리 시뮬레이션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노스를 이기기 위해 1,400만 번의 경우의 수를 미리 돌려봅니다 (사진 출처: Marvel)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노스를 이기기 위해 1,400만 번의 경우의 수를 미리 돌려봅니다 (사진 출처: Marvel)

본인이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미리 돌려보면서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미리 파악하는 겁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행동 -> 결과”의 루프를 순식간에 1,400만 번이나 반복하고, 결과적으로 그 중 어벤져스가 승리할 수 있는 단 1개의 경우의 수를 찾아내는데요. 

닥터 스트레인지의 타임 스톤이 테슬라가 만들고자 하는 AI와 흡사하지 않나요?

어벤져스의 선택이 지구의 운명을 결정했듯이, 도로 위의 오토파일럿의 선택은 탑승자의 목숨과 안전에 직결됩니다. 때문에 오토파일럿은 도로에서 발생가능한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사전에 미리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겠죠

그럼 테슬라는 이 타임 스톤을 어떻게 만들려는 걸까요? AI 데이에서 단서를 찾아봤습니다.

 

1. 일단 데이터를 많이 모으고, 학습하기 더 좋게 만든다

일단 발생 가능한 경우의 수를 최대한 많이 학습해야겠죠.

최대한 많은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해야 합니다. 일단 수집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테슬라는 자타공인 가장 많은 실주행 데이터를 확보한 회사입니다. 이미 100만 대 이상의 테슬라 차량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죠. 여기에 매년 신차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가 지나면 약 80만 대가 추가될 것이고, 내년에는 100만 대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차량들이 보내온 데이터는 날 것 상태에선 학습이 어렵습니다. 인간과 달리 인공지능은 비디오를 보더라도 무엇이 차량이고 무엇이 보행자인지 알지 못하니까요. 카메라를 통해 관찰한 주변 차량, 보행자, 신호등 같은 지형지물에 대해 인공지능이 알 수 있도록 “이게 사람이고, 이게 신호등이다”하고 라벨을 붙여줘야 합니다. 한마디로, 데이터에 의미를 붙여주는 작업인 겁니다.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테슬라의 데이터 라벨링 작업량 (사진 출처: 테슬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테슬라의 데이터 라벨링 작업량 (사진 출처: 테슬라)

이런 라벨링 작업은 고도의 노동집약적 수작업을 필요로 합니다. AI 디렉터인 안드레이 카파시가 합류한지 얼마 안된 초기에는 아웃소싱을 통해 라벨링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퀄리티와 속도가 떨어져 테슬라가 직접 1,000명의 전문 라벨링 인력을 고용했다고 하는데요. 이마저도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미지가 아닌 비디오에 라벨링을 하게 되면서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는 컴퓨터가 알아서 스스로 라벨링하는 자동 라벨링 시스템까지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테슬라는 이렇게 수동 라벨링과 자동 라벨링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으로 라벨링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예측 기능까지 더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고도화된 라벨링을 통해, 잠시 시야에서 가려진 물체의 존재를 기억하고, 움직임의 속도나 방향을 예측하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2. 학습하기 어려운 상황은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 학습시킨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도, 아직 듣도보도 못한 돌발 상황이 있기 마련입니다. 

기존에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엣지 케이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전봇대가 쓰러져 있다거나, 탱크가 옆 차선에서 달리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에 대해 학습하기 위해 테슬라가 세트장을 만들어서라도 영상을 찍어와야 하는 걸가요? 

비단 위와 같이 특이한 상황만 문제가 되는게 아닙니다. 앞서 라벨링을 거쳐야만 AI가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다고 했었죠. 수 백 명의 사람이 동시에 움직인다든지 하는 복잡한 상황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지만, 너무 복잡한 나머지 정확한 라벨링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라벨링 문제로 학습이 어려운 일상 상황도 테슬라가 해결해야 할 엣지 케이스에 포함되겠죠.

이런 엣지 케이스에 대해 미리 학습하기 위해, 테슬라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에 수집한 실제 주행 데이터를 가공하고 렌더링해, 실제와 같은 가상의 도로 상황들을 연출하고, 이를 가지고 인공신경망을 학습시키는 거죠. 인공신경망 역시 인간과 같이 이미지를 활용해 학습해서인지, 테슬라의 시뮬레이션은 실제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리얼합니다.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낸 도로 위의 사이버트럭 (사진 출처: 테슬라)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낸 도로 위의 사이버트럭 (사진 출처: 테슬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가상 환경이기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많은 가상의 엣지 케이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일론 머스크의 말을 빌리면, 길에 UFO가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오토파일럿이 이를 사고 없이 피해갈 수 있을 자신이 있다고 하네요. 

테슬라는 이미 이런 시뮬레이션 이미지를 3.7억 개나 확보했고, 이를 활용해 AI를 학습시키고 있습니다. 오토파일럿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모든 지점을 시뮬레이션으로 다시 만들어서 동일 구간을 반복 학습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3. 학습 속도를 빠르게 만든다

데이터가 너무 많다면, 이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타노스가 닥터 스트레인지의 계산을 무한정 기다려주지 않는 것처럼, 테슬라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테슬라는 Dojo라는 이름의 슈퍼 컴퓨터를 만들려 합니다. 기존에 활용되던 NVIDIA의 범용 GPU를 대체할 AI 전용 칩을 직접 설계하면서까지 말입니다. 

D1 칩 25개를 묶어 만든 트레이닝 타일의 실물을 발표 무대에서 직접 공개하면서, 실체 없는 계획이 아님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사진 출처: 테슬라)
D1 칩 25개를 묶어 만든 트레이닝 타일의 실물을 발표 무대에서 직접 공개하면서, 실체 없는 계획이 아님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사진 출처: 테슬라)

테슬라가 직접 설계한 D1이라는 이름의 AI 전용 칩은 1초 당 1조 번의 연산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D1 칩을 묶어 완성할 Dojo 컴퓨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AI 트레이닝용 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동일 가격 기준 경쟁사 대비 성능은 4배 향상 되면서 탄소배출량은 5배나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Dojo 컴퓨터는 내년인 2022년 완성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Dojo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완전 자율주행도 한 걸음 성큼 다가오지 않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AI 데이가 엔드게임이었을까

AI 데이 행사는 8월 세상을 가장 떠들썩하게 한 이벤트 중 하나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Dojo가 스카이넷이라면서 영화 <터미네이터>를 떠올렸고, 또 어떤 사람은 테슬라봇이 미래에 인간의 일을 대신할 것이라며 영화 <아이 로봇>을 떠올렸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떠올랐습니다.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인간을 운송할 자율주행 시스템을 위해 테슬라가 타임스톤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만약 AI 데이 행사에서 발표한 것과 같이 순조롭게 문제를 해결해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한다면, 모빌리티 전쟁의 추는 전기차 양산에서 자율주행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다시금 테슬라는 모빌리티 전쟁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되는거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전기차와 달리 자동차 회사들이 감히 따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우위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론의 2nd 마스터 플랜에 있어 마지막 퍼즐 조각인 자율주행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 엔드게임이 바로 AI 데이 행사가 아니었을까요.

(사진 출처: Marvel)
(사진 출처: Marvel)

※ 이 글은 전기차 전문 매체 EV POST 에 동시 게재됩니다.

References

- 표지 사진 출처: Marvel

- 테슬라 AI 데이 공식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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