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던 0.21달러, 연 88억이 되다

비용이 아니라 ‘변수’를 관리한 회사의 수익 설계법

2026.03.02 | 조회 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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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의 70%를 원유 사는 데 쓰는 회사가 있어요. 원유를 고르는 걸 0.1%만 더 잘해도 연간 220억 원어치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한 곳이죠. HD현대오일뱅크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는 2022년부터 팔란티어 파운드리라는 플랫폼을 도입해서 원유 구매, 공정 운전, 선박 스케줄링까지 회사 전체의 밸류체인을 하나로 묶는 최적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걸 이끄는 팀의 구성이 좀 독특해요. IT 전문가가 아니라 화공 엔지니어 9명이 코딩 없이 직접 플랫폼을 만들고 있거든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 하나씩 풀어볼게요.

 

정유 산업이 최적화에 목을 매는 이유

정유 산업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 산업만의 독특한 구조를 알아야 해요. 정유 산업은 100년이 넘은 오래된 산업이에요. 핵심 기술은 1900년대 초반에 대부분 완성됐고,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혁신이 나온 것도 1970~80년대 촉매 기술이 마지막이었죠. 그래서 회사마다 기술적인 차이가 거의 없어요.

 

만드는 제품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주유소를 고를 때 브랜드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곳, 리터당 가격이 싼 곳을 먼저 보잖아요. 그만큼 제품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뜻이에요. 기술로도 안 되고 제품으로도 안 되니까, 2010년대에는 공장을 증설해서 규모의 경제로 경쟁력을 만들려고 했어요. HD현대오일뱅크도 그때 많은 증설을 했고요.

출처: 이해를 돕기위해 Gemini로 만든 인포그래픽 입니다.
출처: 이해를 돕기위해 Gemini로 만든 인포그래픽 입니다.

근데 코로나 이후로 상황이 바뀌었어요. 전기차가 활성화되면서 정유 제품의 수요 전망이 불확실해졌고, 인건비와 건설비가 크게 올라가면서 증설이라는 카드를 쓰기가 어려워진 거예요. 그러다 보니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였어요. 같은 설비, 같은 인원으로 어떻게 하면 수익을 더 낼 수 있느냐. 바로 최적화죠. 그 도구로 DX, 즉 디지털 전환과 AX, AI 전환을 택한 거예요. 정유 공장은 설비 중심이라 사람이 많지 않은 대신 초 단위의 실시간 데이터가 엄청나게 쏟아져요. DX를 하기에는 오히려 최적화된 환경이었던 셈이죠.

 팔란티어 파운드리가 다른 플랫폼과 다른 점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계에서 가장 먼저 팔란티어를 도입했어요. 2021년 9월에 PoC를 시작해서 2022년 1월에 정식 계약을 맺었고, 지금 4년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죠. 처음에는 DX만 하려고 시작했는데, 2024년 6월에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인 AIP를 추가 계약하면서 AX까지 영역을 넓히게 됐어요.

사진 출처: http:// www.nesw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384
사진 출처: http:// www.nesw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384

그러면 팔란티어 파운드리가 다른 빅데이터 플랫폼과 뭐가 다른 걸까요? HD현대오일뱅크 내부에서는 이걸 '원스톱 올인원'이라고 설명해요.보통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단계마다 각기 다른 전문가가 필요하거든요. 데이터 레이크 단계에서는 에저나 AWS를 다루는 인프라 엔지니어가 필요하고, 데이터 웨어하우스에서는 스노우플레이크 같은 도구를 쓰는 데이터 엔지니어가 필요하고, 마지막으로 실무자가 쓸 화면을 만들려면 또 별도의 개발자가 실무자와 소통하면서 만들어야 해요.

 

이렇게 여러 팀이 붙다 보니 개발이 지연되고, 실무자가 정말 원하는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일이 잦았죠. 팔란티어는 이 과정을 실무자 한 명이 직접 다 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데이터 연동, 정리, 분석, 플랫폼 개발까지 한 번에요. 노코드, 로우코드 방식이라 드래그 앤 드랍으로 만들 수 있거든요. IT 전문가에게 의뢰하지 않아도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직접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예요. 여기서 눈여겨볼 건 HD현대오일뱅크의 담당 팀 구성이에요.

 

팀원 9명 전원이 IT 인력이 아니거든요. 전부 화공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장에서 실무를 뛰다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한 사람들이에요. 현장의 문제를 직접 겪어본 사람들이니까 뭘 만들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고, 그래서 결과물도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것들이 나오는 거죠. 개발 기간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2024년에는 플랫폼 하나 만드는 데 6개월이 걸렸는데, 팀의 숙련도가 올라가고 팔란티어 자체도 계속 발전하면서 지금은 3개월까지 단축됐어요.

 

과제 1: 원유 구매 최적화 — 연 87.8억 원의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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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에서 원유를 어떻게 고르느냐는 생산성의 근본이에요. 매출의 약 70%가 원유 구매에 들어가기 때문에, 원유 선정을 0.1%만 더 잘하면 0.15%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이론적으로 연간 약 220억 원의 효과가 나와요.

HD현대오일뱅크가 처음 팔란티어를 도입할 때도 이 과제를 해보자는 목적에서 시작했을 정도로 핵심적인 영역이었죠. 근데 이 원유 구매 모델을 만드는 게 만만치 않았어요. 정유사마다 보유한 공정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원유를 넣어도 나오는 수율과 성상이 달라요. 다른 회사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아예 없는 거죠. 게다가 원유가 하나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매일 10개의 원유 조합이 바뀌면서 들어가요. 하나의 원유가 여러 공정을 연속적으로 거치기 때문에 분석해야 할 데이터의 양도 어마어마하고요. 이걸 엑셀로 다루기엔 한계가 분명했어요.

 

과제 2: 공정 지시 플랫폼 — 데이터로 운전을 지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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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구매를 바꿨으니, 당연히 공정도 그에 맞게 따라가야 했어요. 원유 조합이 매일 바뀌면 어떤 원유를 어떤 공정에 넣을지, 그에 맞춰 어떻게 운전할지를 누군가 지시해야 하거든요. 이 지시가 정확하지 않으면 생산성뿐만 아니라 공정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요.

기존에는 이런 지시가 메일이나 엑셀로 이루어졌어요. 근데 원유가 바뀔 때 공정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성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가 어려웠거든요. 담당자가 경험에 의존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고, 현장 운전원도 갑자기 바뀐 원재료에 즉각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죠.

 

그래서 팔란티어 플랫폼 위에 원유 변화에 따른 예측 모델을 만들었어요. 황, 안전 상태, 공정 상황, 제품 성상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시보드를 구축한 거예요. 이제 지시를 내리는 담당자는 이 데이터들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최적화된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됐고, 현장 운전원은 자기 공정에 들어오는 원재료의 변화를 미리 파악해서 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게 됐어요. 1년간 이 플랫폼을 만들어서 현재 실제 업무에 사용하고 있죠.

 

올해부터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고 있어요.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인 AIP를 붙여서, 사람이 판단하는 걸 AI가 보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예요. 경제성, 제품 성상, 품질 같은 다양한 데이터를 AI가 종합해서 운전 방향을 제안해주는 구조인데요. 공정 지시 플랫폼에 데이터가 계속 쌓이면 쌓일수록 AI의 제안도 점점 더 정확해질 거라고 보고 있어요.

 

 과제 3: 자동 최적 운전 — 2시간마다 운전점을 자동 조절

원유를 잘 사고, 지시를 잘 내렸으면, 이제 실제 운전을 최적화할 차례예요. 이전까지는 운전원들이 경험과 감으로 공정을 운전했어요. 운전 조건을 바꾸는 것도 일주일에 한 번, 길면 한 달에 한 번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는 식이었죠. 그 사이에 시황이 바뀌어도, 유가가 변해도, 기존 운전 조건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걸 머신러닝으로 바꿨어요. 먼저 운전점에 따라 수율과 성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고, 거기에 실시간 시황과 유가 데이터를 붙였어요. 이 두 가지를 결합해서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운전해야 생산성이 가장 높아지는지를 자동으로 계산하는 거예요.

 

여기서 핵심은 APC, 즉 공정제어 장치와 연동한 거예요. 최적 운전점이 계산되면 운전원은 모바일에서 확인 버튼만 누르면 돼요. 그러면 APC까지 자동으로 전달돼서 공정이 자동 운전되는 구조예요. 이 운전점을 2시간마다 계속 새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시황 변화에 거의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거죠.

 

2025년 하반기에 필드 테스트를 거쳐서 현재 실제로 운영 중이에요. 아직 일부 공정에서만 적용하고 있는데도 연간 약 30억 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 전 공정으로 확대하면 효과가 더 클 거라고 보고 있는데, 정유 공장의 공정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수익이 단순히 더해지는 게 아니라 제곱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팀의 판단이에요.

 

과제 4: 선박 스케줄링 — AI가 자연어로 일정을 짜다

생산된 제품은 결국 고객에게 보내야 해요. HD현대오일뱅크는 생산 이윤이 주가 되는 기업이라 제품의 70% 이상이 선박으로 출하돼요. 그래서 선박 스케줄링이 굉장히 중요한 업무인데, 기존 방식은 꽤 비효율적이었어요.

 

국내외 영업 담당자, 생산본부, 물류센터 담당자들이 각자 의견을 메일이나 메신저, 전화로 주고받으면 한 사람이 이걸 취합해서 하루에 두 번 엑셀로 공유하는 방식이었거든요. 번거롭고, 실수도 많고, 당연히 최적화도 어려웠어요. 게다가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노하우가 사라지는 문제도 있었죠.

 

이걸 팔란티어 플랫폼 하나로 통합했어요. 특히 LLM, 즉 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해서 담당자들이 메신저나 메일로 보낸 비정형 요청까지 데이터로 자동 변환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담당자의 경험과 노하우도 규칙화해서 플랫폼에 쌓이게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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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람이 바뀌어도 업무의 일관성이 유지되는 구조를 갖추게 된 거예요. 지금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서 AI 에이전트 기반의 스케줄링을 구축한 상태예요. 선박 제약 사항이나 부두 관리 조건을 자연어로 입력하면 AI가 이해해서 LP, 즉 선형 계획법에 넣고 자동으로 스케줄을 짜줘요. 더 인상적인 건 모델을 수정할 때도 자연어로 지시하면 모델이 알아서 바뀌는 구조까지 만들었다는 점이에요. 운영 상황이 바뀔 때마다 개발자를 부르지 않아도 실무자가 직접 모델을 고칠 수 있는 거죠.

 

 HD현대오일뱅크의 이야기에서 배운 점을 정리해 보았어요.

 

첫째, DX는 AX의 기반이에요. HD현대오일뱅크는 처음부터 AI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데이터 연결, 즉 DX부터 시작했어요.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AI를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거죠. 정준희 팀장도 "AX를 하려면 모든 정보가 통합되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둘째, 실무자가 직접 만들어야 빠르고 정확해요. IT 전문가가 아니라 화공 엔지니어 9명이 직접 플랫폼을 만들고 있어요. 현장의 문제를 직접 겪어본 사람들이 만드니까 정말 필요한 기능이 나오고, IT팀과 소통하는 시간도 사라지면서 개발 기간이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었어요.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시스템을 사용하는 주체가 능동적으로 워크플로우의 문제를 관찰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할때 개발과 적용이 빠른 시일내에 가능한 것 같아요.

 

셋째, 최적화는 연결될수록 효과가 커져요. 원유 구매, 공정 지시, 자동 운전, 선박 스케줄링. 이 네 가지가 개별적으로 최적화되는 것과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통합돼서 최적화되는 건 효과가 완전히 달라요. 하나의 의사결정이 다음 단계에 자동으로 반영되니까요. HD현대오일뱅크가 VCI, 즉 밸류체인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저희 팀은 AX를 하기 위한 DX 기반을 만드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 AX까지 하는 것을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 HD현대오일뱅크 정준희 팀장

 

현대오일뱅크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이미 AI를 활용한 공정 최적화를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직 AX보다는 DX 단계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최종 목표는 분명히 AX를 향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건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중견기업, 중소기업도 자사 고유의 워크플로우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비효율을 찾아 공정을 최적화하는 작업이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어요. 인력도, 예산도, 데이터도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국제 경쟁 속에서 이것이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진짜 무기가 될 거예요.

 

"우리 회사는 아직 데이터 정리도 안 됐는데…" 하는 분도 계실 거예요. 지금 현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뭔지, 편하게 댓글로 남겨주세요.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과 함께 답을 찾아보고 싶어요.

 

출처: (본 콘텐츠는 플랜트 조선 컨퍼런스 2026에서 다루어진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저의 개인적인 실무 경험과 주관적인 인사이트를 더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유익한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각색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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